주문
피고가 2019. 5. 14. 원고에게 한 직권면직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국립대학병원 설치법에 따라 설립된 국립대학병원이고, 원고는 피고의 2013년 제3차 신규직원 공개채용 절차를 통하여 2013. 7.경 피고의 청원경찰로 임용된 사람이다.
교육부장관은 2019. 1. 29. 피고에게 채용비리 전수조사 결과에 따른 처분사항을 통보하였는데, 피고가 원고를 청원경찰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아래와 같은 부당함이 있었음을 지적하며 원고에 대해 합격취소 등 적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피고는 2019. 5. 14. “2013년 제3차 신규직원 채용 공고에 따른 청원경찰 지원자격은 청원경찰법상 결격사유[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 양안 시력 각 0.8 이상(교정시력 포함)]가 없어야 하고 제출서류와 관련하여 허위사실이 발견된 경우는 추후 합격 또는 임용을 취소한다고 되어 있는데, 위 공개채용에 지원하여 합격한 원고는 당시 허위사실이 기재된 채용신체검사서를 발급받아 제출하여 임용되었으므로 인사규정 제8조 및 제37조에 의거하여 그 직을 면한다”는 사유로 원고를 직권면직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권면직’이라 한다).
이 사건과 관련된 법령 및 피고 정관, 인사규정은 별지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호증, 을 제1, 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직권면직의 근거규정인 피고 인사규정 제37조는 모법 및 피고 정관의 위임 범위를 벗어났고 면직사유로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명확성이 확보되지 아니하여 무효이고, 그 규정이 유효라 하더라도 원고는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직권면직 사유가 존재하지 아니하는바 이 사건 직권면직은 무효이다.
설령 직권면직 사유가 존재한다고 보더라도, 원고가 청원경찰에게 요구되는 시력조 건을 알지 못한 채 피고의 청원경찰로 임용된 이래 장기간 정상적으로 그 직무를 수행함에 따라 임용의 하자가 치유되었고, 이 사건 직권면직은 지나치게 과중한 처분으로서 비례원칙에 반하며, 신의칙에도 위배되므로 무효이다.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어떠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 또는 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 한 경우에 그 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 또는 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라고 할 것이고, 다만 그 절차에서 다른 일반의 해고절차와 구분하기 위하여 회사가 내부적으로 그 명칭과 절차를 달리한 것이라 볼 것이다. 따라서 그 당연퇴직 또는 면직조처가 유효하기 위하여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규정하는 바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두2067 판결의 각 취지 참조).
사용자의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무효이고 해고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점은 사용자가 주장 입증하여야 한다(대법원 1992. 8. 14. 선고 91다29811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직권면직의 정당성 여부
청원경찰법 제10조의4 제1항은 ‘청원경찰은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신체상ㆍ정신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 때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청원경찰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청원경찰법에서 위와 같이 청원경찰에 대한 면직사유를 제한하고 있는 이상 이러한 제한사유에 위배된 직권면직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피고는 원고가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가 정한 신체조건인 ‘시력은 양쪽 눈이 각각 0.8 이상일 것’을 충족하지 못하여 결격사유에 해당함에도 허위사실이 기재된 채용신체검사서를 제출하여 임용된 점을 들어 인사규정 제8조, 제37조를 근거로 원고를직권면직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피고 인사규정 제8조가 정한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 및 같은 규정 제37조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는 모두 청원경찰법 제10조의4 제1항이 정한 면직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원고가 청원경찰법 시행규칙에 따른 위 시력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는 보이나, 앞서 든 증거, 갑 제7 내지 9, 15 내지 17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 즉 ① 원고는 2013. 7.경 피고의 청원경찰로 임용된 이래 이 사건 직권면직이 이루어진 2019. 5.경까지 약 6년 동안 피고의 청원경찰로서 그 직무를 무리 없이 수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원고는 피고의 청원경찰로 재직하던 중 절도범을 검거하여 표창을 받기도 한 점, ③ 원고는 왼쪽 눈의 분지망막동맥폐쇄로 인하여 중심부 시야에 결손이 있으나 나머지 영역과 오른쪽 눈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청원경찰법 제10조의4 제1항이 정한 면직사유인 ‘신체상의 이상으로 직무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결국 피고는 청원경찰법이 정한 면직사유 이외의 사유로 청원경찰인 원고를 직권 면직하였으므로 그 직권면직은 정당한 근거 없이 이루어진 것이어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국립대학병원 설치법 제15조에 의하면 국립대학병원 직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은 정관으로 정하는데, 피고 정관 제36조 제1항은 ‘병원에 필요한 직원을 두되원장이 임면한다’, 같은 조 제2항은 ‘직원에 관한 임면·보수·복무 등 필요한 사항은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따로 정한다‘고 규정하는 한편, ‘직원은 인사규정에 의한 당연퇴직 또는 인사위원회의 징계에 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한다.’라고 정한 제38조 신분보장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피고 정관 제38조는 표제가 직원의 신분보장으로 되어 있고 그 내용도 피고 정관 제36조에서 규정한 직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 중 특히 임면권자가 직원을 그 의사에 반하여 면직할 수 있는 경우를 제한하는 취지임이 분명하므로 정관의 위임에 따라 제정된 인사규정에서 피고 정관 제38조의 신분보장조항에 위배되는 규정을 둘 수 없고 그러한 규정은 무효라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9. 8. 선고 91다27556 판결 참조).
결국 피고 인사규정 제37조는 피고 정관 제38조가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해고할 수 있는 사유로 열거한 당연퇴직과 징계면직 외에 직권면직을 규정한 것이어서 위 정관 조항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피고 인사규정 제37조에 근거한 이 사건 직권면직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설령 피고 인사규정 제37조에 근거하여 피고 소속 청원경찰을 직권면직하는 것 이 가능하다고 보더라도, 피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의 사유로 든 위 규정 제37조 제1항제1호의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서 부정한 방법이란 사위의 방법 등 정당성을 결여한 행위로 임명권자의 임용 여부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행위를 지칭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앞서 든 증거, 갑 제3호증, 을 제2 내지 4호증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가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이 사건 직권면직은 그 면직사유 존부의 측면에서도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피고의 청원경찰 공개채용에 응시하면서, 입사지원서의 시력란은 공란으로 두었고, 장애여부는 ‘시각장애 6급’으로 기재하여 제출하였다. 달리 원고가 피고의 청원경찰 채용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허위의 서류를 작성하여 제출하였다고 볼 만한 증거는 없다.
채용합격자 발표가 이루어진 후 원고가 피고에게 제출한 채용신체검사서(갑 제3호증)상 원고의 시력이 양쪽 눈 모두 1.0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채용신체검사서는 의사가 작성하는 문서로서 원고가 그 작성에 관여하였다거나 후에 그 문서를 조작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신규직원 공개채용 공고(갑 제2호증)상 청원경찰 지원 자격으로 시력조건에 대한 언급은 없는 점, 원고가 피고의 청원경찰로 지원할 당시 피고에게 자신의 시각장애 사실을 분명히 밝힌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피고에게 시력에 관하여 허위의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편, 원고에 대한 채용신체검사는 피고 소속 의사가 행한 것이고 채용신체검사서상 피고 병원장 직인이 날인되어 있는바, 원고가 그 문서를 피고에 제출한 것을 두고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 인사규정 제37조 제1항 제1호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경우’의 문언상 부정한 방법과 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요구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그런데 피고는 채용과정에서 원고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오히려 그 장애를 이유로 원고에게 가산점을 부여하였고, 원고를 청원경찰로 채용한 이후 장애인의 날에 원고에게 격려금을 지급하는 등 원고를 장애인으로 등록하여 지원하였던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피고는 청원경찰 채용에 있어 청원경찰법 시행규칙이 정한 신체조건을 간과한 것으로 보이고, 피고가 원고를 청원경찰로 임용할 당시 원고의 왼쪽 눈 장애로 인하여 그 시력이 0.8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았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이 원고를 청원경찰로 임용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원고는 위계를 이용하여 피고 병원장의 청원경찰 채용업무를 방해하였다는 혐의에 대하여 2019. 9. 3. 수사기관으로부터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받았다.
원고가 2012년경 피고의 임시직(경비)으로 지원하면서 양쪽 눈 시력을 각각 1.2로 기재한 이력서를 제출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가 피고의 임시직(경비)으로 지원하면서 제출하였던 서류이므로 그 서류의 제출이 2013년경 별도의 절차에 따라 이루어진 청원경찰 임용과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피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청원경찰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므로 원고에 대한 임용은 당연무효라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청원경찰법 시행규칙이 정한 시력조건을 갖추지 못한 것은 청 원경찰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고, 이는 청원경찰로 임용되기 위한 절대적인 소극적 요건에 해당하므로 원고를 청원경찰로 임용한 행위는 당연무효라고 주장한다.
청원경찰법 제5조 제2항은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사람은 청원경찰로 임용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 제33조는 결격사유로서 ‘금치산자 또는 한정치산자(1호), 파산선고를 받고 복권되지 아니한 자(2호),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3호),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4호),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5호), 법원의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따라 자격이 상실되거나 정지된 자(6호), 공무원으로 재직기간 중 직무와 관련하여 「형법」제355조 및 제356조에 규정된 죄를 범한 자로서 3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그 형이 확정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6의2호), 징계로 파면처분을 받은 때부터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7호), 징계로 해임처분을 받은 때부터 3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8 호)’를 각 규정하고 있다. 한편 청원경찰법 제10조의 6은 당연퇴직이라는 표제 하에 제5조 제2항에 따른 임용결격사유에 해당될 때 등을 당연퇴직사유로 정하고 있다. 청원경찰법에서 청원경찰의 당연퇴직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는 것은 임용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를 청원경찰의 직무로부터 배제함으로써 공공성을 강하게 가지는 청원경찰의 직무수행에 대한 국민의 신뢰, 청원경찰직에 대한 신용 등을 유지하고 그 직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확보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청원경찰 범죄를 사전에 예방하고 청원경찰 사회의 질서를 유지하고자 함에 그 목적이 있다(헌법재판소 2011. 10. 25. 선고 2011헌마85 전원재판부 참조).
한편 청원경찰법 제5조 제3항은 ‘청원경찰의 임용자격·임용방법·교육 및 보수에 관 하여는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그 위임에 따른 청원경찰법 시행령 제3조 제2호는 청원경찰의 신체조건에 대한 정함을 시행규칙에 재위임하고 있으며,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는 청원경찰의 신체조건으로 ‘신체가 건강하고 팔다리가 완전할 것’과 ‘시력(교정시력을 포함한다)은 양쪽 눈이 각각 0.8이상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상의 법 조항의 문언, 체계, 규정 취지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는 청원경찰이 갖추어야 할 신체조건에 대한 일응의 기준을 정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청원경찰법 제10조의6은 같은 법 제5조 제2항의 결격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근로관계가 자동으로 종료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같은 법 시행규칙 제4조가 정한 신체조건을 흠결한 경우는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있지 않음이 명백하고, 같은 법 제10조의4 제1항이 청원경찰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어 청원경찰에 대한 신분상의 불이익 조치는 법에 열거된 사유로 제한적으로 해석하여야 하는 점까지 더하여 볼 때, 위 시행규칙이 정한 신체조건을 흠결한 경우를 청원경찰법 제5조 제2항이 정한 결격사유와 동일하게 평가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결국 청원경찰법 시행규칙 제4조가 정한 ‘양쪽 눈 시력 각각 0.8 이상’을 충족하지 못하였다 하여 이를 청원경찰임용의 절대적인 소극적 요건이라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되었으므로 그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허위의 채용신체검사서를 제출하여 청원경찰로 임용되었으므로 피고 인사규정 제8조 제2항에 의하여 그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직권면직과 임용취소는 요건과 효과를 달리하는 행위로서, 직권면직의당부는 직권면직 사유에 의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설령 원고에게 임용취소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사유에 기하여 이 사건 직권면직의 당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한편, 피고가 행한 이 사건 직권면직에 임용취소의 의사표시가 담겨있다고 볼 수도 없다).
또한 피고 인사규정 제8조 제2항은 ‘인사발령은 취소할 수 없다. 다만, 사무의 착오 또는 허위서류 제출로 임용된 때에는 취소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어 위 규정은 허위서류 제출과 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때 한하여 임용을 취소할 수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한데, 원고의 채용신체검사서 제출과 원고의 임용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함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 점에서도 이유 없다.
소결론
따라서 피고의 원고에 대한 2019. 5. 14.자 직권면직은 효력이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욱도(재판장) 김미란 노재승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