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4. 6. 13. 선고 2022가단116686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2019. 9. 4.까지의 부당이득 반환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택시 여객운송사업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 소속 택시운수종사자로 재직하였던 근로자이다.

나.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의 시행

2014. 1. 28. 택시운수종사자의 복지 증진과 국민의 교통편의 제고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었는데, 위 법 제12조 제1항은 택시운송사업자가 차량 구입 및 운행에 소요되는 제반 경비를 택시운수종사자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를 금지하였다[부칙(제12378호, 2014. 1. 28.) 제1조에 따라, 위 법 제12조 제1항은 2017. 10. 1.부터 경산시 사업구역에 대하여 시행되었다]. 택시발전법 중 이 사건 관련 조항은 다음과 같다.

다.

운송수익금전액관리제 임금협정의 체결

1)

원고가 소속된 피고 평산지점<2>은 2018. 11. 30. 피고 노조와 사이에 택시운수종사자가 납입하는 일일 운송수입금을 150,500원으로 하되, 피고 평산지점에서 유류대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운송수익금전액관리제 임금협정서(이하 ’이 사건 임금협정‘이라 한다)’를 체결하고 이를 2018. 12. 1.부터 시행하였는데, 그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2)

이 사건 임금협정의 체결로 피고 평산지점은 기존 일일 운송수입금(이른바 사납금) ‘84,500원 + 실사용 유류비’를 정액 150,500원으로 인상하였고, 이후 피고 평산지점은 택시운수종사자의 주유방식을 피고가 지정한 LPG충전소를 통한 외상주유방식으로 변경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0, 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5,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의 항변요지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피고를 상대로 유류대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부제소합의를 하였으므로, 원고의 이 사건 소는 부제소합의에 위반하여 제기된 것으로 부적법하다.

나.

판단

임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이지만,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다(대법원 2020. 1. 28. 선고 2009다76317 판결 등 참조). 한편 근로자의 임금채권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강력한 보호를 받는 것이므로 임금채권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는 이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다105505 판결 참조). 한편, 부제소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8다63988 판결, 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을 제18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9. 9. 4. 피고에게 “위 확약인은 피고의 근로자로서 대법원 2016다2451호 사건 및 유류대를 임금으로 환산하여, 피고를 상대로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고소, 고발을 하지 않을 것을 확약합니다.”라는 내용의 확약서(이하 ‘이 사건 확약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제출한 사실이 인정되고, 위 인정사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확약서에는 원고가 근로자로서 피고를 상대로 대법원 2016다2451호 사건<3> 및 유류대를 임금으로 환산하여 임금 등의 지급을 구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가 명시적으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위 대법원 판결이 2019. 4. 18. 선고되어 있었으므로 원고는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른 최저임금 미달부분에 관하여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고,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이 2017. 10. 1.부터 경산시 사업구역에 대하여 시행되어 유류대전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피고 평산지점이 2018. 11. 30. 피고 노조와 사이에 택시운수종사자가 납입하는 일일 운송수입금을 150,500원으로 하되, 피고 평산지점에서 유류대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운송수익금전액관리제 임금협정서’를 체결하여 이를 2018. 12. 1.부터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 시행으로 원고에게 유류대 전가에 따른 임금 미지급액 또는 부당이득금이 발생하였다는 점에 관하여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점, ③ 이 사건 확약서 작성 당시 피고가 우월적 지위에서 원고에게 위 확약서 작성을 강요하였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는 점(원고는 피고 대표자가 이 사건 확약서 작성 요구와 관련하여 부당노동행위로 기소되었다고 주장하나, 갑 제9호증의 기재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오히려 원고가 주장하는 부당노동행위 부분은 피고의 대표자가 아닌 D 주식회사의 대표자에 대한 공소사실로 보인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과 관련한 유류대 전가에 따른 임금 등 채권에 관하여 피고와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만 임금청구권(미지급 임금 상당의 부당이득금 포함)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은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에 위배되어 무효이므로 이 사건 확약서 작성일인 2019. 9. 4.를 기준으로 그 이후에 발생하는 채권에 대하여는 부제소합의로서의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고, 2019. 9. 4.까지 발생한 유류대 부분에 대하여만 이 사건 확약서의 부제소합의의 효력이 미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2019. 9. 4.까지 발생한 유류대에 관한 부당이득 반환청구 부분은 부제소합의에 위반하여 제기된 것으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강행규정이므로 이에 위반되는 유류비 부담 약정은 효력이 없다. 피고는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에 따라 피고가 부담해야 하는 유류비를 원고가 부담하도록 하여 그에 상당하는 금원을 법률상 원인 없이 얻었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이 경산시에서 시행된 이후로서 별지 목록 기재와 같이 2018. 2. 3.부터 2019. 11. 2.까지의 기간 동안 원고가 실질적으로 부담한 유류비(= 유류비 지급금액 – 정부로부터 지급받은 유가보조금, 이하 ‘이 사건 유류비’라 한다) 상당액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

나.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의 강행규정 여부

구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2020. 6. 9. 법률 제1745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택시발전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업구역의 택시운송사업자는 택시의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 중 다음 각호의 비용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부담시켜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면서, 각호에서 유류비(제2호) 등을 들고 있다. 유류비를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전가시킨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하여는 국토교통부장관이 택시운송사업면허의 취소, 일정기간 사업의 정지, 감차 등이 따르는 사업계획 변경을 명할 수 있고(제18조 제1항 제1호),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제23조 제1항). 구 택시발전법은 택시운송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여 택시운수종사자의 복지 증진과 국민의 교통편의 제고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서, 이 사건 규정의 취지는 택시운수종사자가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열악한 근로 여건에서 초래되는 과속운행,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을 미연에 방지하여 승객들이 보다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에 있다(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6헌마1153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위와 같은 택시발전법의 제정 목적과 이 사건 규정의 도입 취지 및 내용, 이 사건 규정을 위반한 행위가 각종 행정제재 및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되는 점, 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과 택시운송사업자에 대한 택시운수종사자(택시운전근로자)의 종속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택시운송사업자의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는 이 사건 규정은 강행규정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택시운송사업자와 C 노동조합 사이의 합의로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배제하거나 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들이 부담하기로 약정하는 것은 무효이다. 나아가 택시운송사업자가 유류비를 부담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외형상 유류비를 택시운송사업자가 부담하기로 정하되, 실질적으로는 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가 납부할 사납금을 인상하는 합의를 하는 것과 같이 강행규정인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 역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2다307003 판결).

다.

피고의 이 사건 유류비 상당액 지급 의무

이 사건 소 중 2019. 9. 4.까지 발생한 유류비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이 부적법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하에서는 2019. 9. 5. 이후 발생한 유류비에 관하여 본다.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이 강행규정인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2, 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협정 체결 후로서 위 2019. 9. 5. 이후에도 원고가 총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 외에 유류비 외상금을 별도로 공제하는 방식으로 유류비를 부담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는 이 사건 임금협정을 체결한 직후부터 유류비의 결제를 법인카드를 통한 외상주유방식으로 변경하고 이에 따라 피고 평산지점 소속 택시운전기사들 대부분은 2018. 12. 1.부터 회사에 납입하는 사납금을 일부 인상하는 대신 유류비를 별도로 부담하지 않았으므로 원고가 유류비 외상금을 별도로 공제하는 방식으로 종전 협정대로 사납금을 납부하였다고 하더라도 2018. 12. 1. 이후에는 피고 평산지점이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을 위반하여 소속 택시운전기사인 원고에게 유류비를 부담시켰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하나, 택시운송사업자가 유류비를 부담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노동조합과 사이에 외형상 유류비를 택시운송사업자가 부담하기로 정하되, 실질적으로는 유류비를 택시운전근로자에게 부담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가 납부할 사납금을 인상하는 합의를 하는 것과 같이 강행규정인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적인 행위 역시 무효임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가 기존 사납금 ‘84,500원 + 실사용 유류비’를 정액 150,500원으로 인상하면서 유류비를 피고 법인카드로 외상주유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하더라도 이는 강행규정인 이 사건 규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그러나 원고가 피고의 차량(차량번호 1 생략)을 소외 E, F, G 등과 1일 2교대로 운행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데, 갑 제2, 15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2019. 9. 5.부터 2019. 11. 2.까지 위 차량의 유류비로 결제된 금액 중 같은 일자의 2회차 주유내역에 해당하는 금액이 원고의 운행시간에 결제된 것으로서 원고가 그 금액 상당을 지급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가 입은 손해가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아니한 이상,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명할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 중 2019. 9. 4.까지의 부당이득 반환청구 부분은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명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