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법원판결

대구지방법원 2023. 4. 7. 선고 2022고단3104 판결

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이유

1.

이 사건 공소사실

피고인은 대구 수성구 B에 있는 주식회사 C의 대표로서 상시 6명을 사용하여 건설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퇴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3. 6. 26.부터 2021. 4. 30.까지 위 사업장에서 근로하다 퇴직한 근로자 D의 2018. 7. 1.부터 2021. 4. 30.까지의 주휴수당 18,205,000원, 연장근로수당 8,962,500원, 휴일근로수당 1,065,000원,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 7,280,000원 등 합계 35,512,500원과 퇴직금 36,720,50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간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2.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요지

가.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C과 근로자 D는 포괄임금제에 따른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위 회사가 D에게 지급한 일당에 판시 주휴수당, 연장근로수당, 휴일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미사용수당(이하 ‘이 사건 각 수당’이라 한다)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으므로 피고인이 근로자 D에게 추가로 지급할 임금은 없다.

나.

판시 퇴직금은 위 각 수당을 반영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산정한 것으로 이의 지급의무는 없다.

다.

각종 수당과 관련된 부분은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하여 피고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없다.

3.

판단

가.

포괄임금제 약정 존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가 근로자 D에게 이 사건 각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므로 먼저 이에 관하여 본다.

회사와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서 기본임금을 결정하고 이를 기초로 하여 근로자가 실제로 근무한 근로시간에 따라 시간외근로·야간근로·휴일근로 등이 있으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외근로수당·야간근로수당·휴일근로수당 등의 법정수당을 산정하여 지급함이 원칙이다. 이러한 원칙적인 임금지급방법은 근로시간 수의 산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예외적으로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아니한 채 법정수당까지 포함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임금으로 정하거나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면서도 법정 제 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일정액을 법정 제 수당으로 정하여 이를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지급하기로 약정하는 내용의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그것이 달리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여러 사정에 비추어 정당하다고 인정될 때에는 유효하다. 그러나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근로시간 수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그것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시간에 관한 규제를 위반하는 이상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주식회사 C과 피고인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았고, 일당급여에 주휴수당을 포함하여 지급하기로 합의하였음을 확인할 만한 서면도 작성하지 않은 점, ② 근로자 D는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일당이 아니라, 직영으로 (상시근로자로)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다만 구체적인 내역은 급여명세서를 받지 못하여 모른다.’는 취지로 진술한 점, ③ 근로자 D가 주식회사 C의 현장에서 수행한 업무(용접, 배관 설비)의 내용이 실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워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다 포괄임금제 약정의 경우 근로기준법 규정을 잠탈하여 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근로자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으므로, 그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은 엄격히 제한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종합하면, 근로자 D와 주식회사 C 사이에 포괄임금제에 따른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나.

고의 유무에 관한 판단

한편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있어서도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하면 앞서 인정한 사실 및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와 같은 금액의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을 알면서도 위 각 수당 및 이를 반영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①

앞서 본 것과 같이 주식회사 C과 피고인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계약서를 따로 작성하지 않아 근로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있는 명확한 증거는 없다.

②

피고인은 이 사건 근로자에게 2013년 6월경부터 2021년 4월에 이르기까지 기본급과 법정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하고 급여를 지급하였다. D의 이 법정에서의 진술기재에 의하면, 위 근로자는 근로기간 도중이나 종료 직후에는 피고인에게 법정수당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③

근로자 D가 피고인을 진정할 당시인 2021. 5. 17.경에도 위 근로자는 미지급퇴직금의 지급에 관하여 진정하였을 뿐 법정수당의 미지급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위 근로자 측은 진정 후 2021. 7. 16.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최초로 퇴직금 계산결과 내역을 제출하였는데 그 내역에는 평균임금 산정시 기타수당은 없는 것으로 계산되어 있다. 이후 2021. 7. 21.경이 되어서야 근로자 D 측은 이 사건 각 수당 미지급 부분도 고소 내용으로 추가할 의사를 밝혔다.

④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는 근로자 D 외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수년간 기본급과 법정수당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정액의 월 급여를 지급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근로자 중 일부는 자신이 ‘일당’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으며, 다른 건설근로자들이 회사에 정해진 일당 외에 추가로 수당을 달라고 요청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하였다(제2회 공판조서 중 증인 E의 일부 진술기재). 그 밖에 피고인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법정수당 청구와 관련한 사례가 발생되었다는 점에 대한 증거는 없다.

⑤

위와 같은 사실로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근로자 D와 사이에 묵시적으로나마 포괄임금약정이 이루어졌다고 믿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고, 이는 피고인이 믿은 포괄임금제 계약의 효력 유무 및 민사상 채무 여부와는 다른 문제이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이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홍은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