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에게 32,130,454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 2.부터 2023. 11. 2.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 라.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10은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주식회사 B(이하 '피고 회사'라고 하고, 회사명칭에서 '주식회사'는 생략한다)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고, 원고는 피고 회사에서 영업구매부부장 등으로 1995. 3. 20.부터 2019. 12. 18.까지 근무하며, 자동차 부속품 가공을 위한 원자재 파이프를 구매, 발주하는 업무 등에 종사하였다.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근무기간에 따른 퇴직금 32,130,454원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에게 32,130,454원 및 이에 대하여 2020. 1. 1.부터 이 사건 소장부본 송달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위 기초사실에 의하면, 피고 회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퇴직금 32,130,45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회사의 항변에 관한 판단
권리남용·신의성실의 원칙의 항변에 관한 판단
항변의 요지
원고는 2014. 1.경부터 2019. 9.경까지 사급업체가 아닌 C, D로부터 원자재 파이프를 사급가보다 비싸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C에 합계 571,961,101원 상당, D에 합계 530,874,503원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각 취득하게 하고, 피고 회사에 위 돈 합계 1,102,835,604원(= 571,961,101원 + 530,874,503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는바(이하 '이 사건 불법행위'라고 한다), 위와 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원고가 피고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구하는 것은 권리남용 내지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이라고 한다)에 반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관련 법리
신의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으로서, 신의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8. 7. 11. 선고 2016다9261, 9278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회사의 주장과 같이 원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 회사가 2014. 1.경부터 2019. 9.경까지 합계 1,102,835,604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으나,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이와 같은 사실만으로 원고가 피고 회사를 상대로 퇴직금을 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 권리남용 내지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회사의 이 부분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상계항변에 관한 판단
항변의 요지
피고 회사의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고,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이 사건 퇴직금 청구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여 상계한다.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이 "임금은 통화로 직접 근로자에게 그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이른바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을 선언한 취지는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임금을 공제하는 것을 금지하여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확실하게 지급 받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경제생활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하는데 있다. 다만, 사용자가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 근로자의 임금채권에 대하여 상계하는 경우에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위반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다만 임금 전액지급의 원칙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그 동의가 근로자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한 것이라는 판단은 엄격하고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대법원 2001. 10. 23. 선고 2001다25184 판결). 즉,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가지는 채권으로써 근로자의 임금채권과 상계를 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고, 근로자가 받을 퇴직금도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마찬가지이다(대법원 2010. 5. 20. 선고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0. 5. 8. 선고 88다카2641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고의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하여 피고 회사가 2014. 1.경부터 2019. 9.경까지 합계 1,102,835,604원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은 사실(이하 이 부분 피고 회사의 채권을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이라고 한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피고 회사의 상계항변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제1항 본문에 반하여 원칙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나아가 피고 회사의 부사장인 E과 관리팀 이사인 F은 이 사건 불법행위와 관련하여 원고가 아내 G를 통해 퇴직금을 포기하고 퇴직금 상당액을 피고 회사의 손해에 충당함으로써 선처를 호소하였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을 제3호증)를 제출하기는 하였으나, 원고는 위와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설령, 원고의 아내가 위와 같은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단지 이는 원고의 아내가 원고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여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가 피고의 이 사건 손해배상채권과 원고의 퇴직금 채권을 자유로운 의사에 터잡아 상계하는데 동의하였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피고 회사의 이 부분 항변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소결론
결국,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퇴직금 32,130,454원 및 이에 대하여 원고가 퇴직한 날부터 14일이 경과한 다음날인 2020. 1. 2.부터 피고 회사가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의 존부를 다투는 것이 적절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11. 2.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원고의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성경희(재판장) 정소영 민경준
사건정보
대구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3가합202314
판결선고
2023. 11. 2.
대구지방법원
제11민사부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