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2. 12. 7. 원고와 체결한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경산시 C에 있는 A 아파트 6개동 1,191세대(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의 관리를 위하여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에 따라 구성된 자치의결기구이고, D는 2021. 1. 1.부터 2022. 12. 31.까지 원고의 회장직을 역임한 사람이다.
피고는 2016. 10. 7. 업종에 관계없이 전국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을 조직대상으로 하여 설립된 노동조합이다.
원고는 공동주택관리법 제6조에 따라 자치관리를 실시하여 관리사무소를 설치하여 운영하였는데, 그 직원인 E(미화원), F(미화원), G(미화원), H(미화원), I(기전주임), J(기전대리), K(기전주임)는 2022. 11. 14.경 피고 에 가입하였다. 그 후 K는 2022. 12.경 피고를 탈퇴하였다.
원고의 회장으로서 원고를 대표한 원고의 회장 D는 2022. 12. 7. 피고와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 근로자들의 근로조건 등에 관하여 단체협약 및 임금협약(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이라고 한다)을 체결하였고, 그 중 일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D는 2022. 12. 31. 원고의 회장 임기가 종료하였고, 동별대표자 선거와 회장 선거를 거쳐 2023. 2. 15.경 L이 원고의 새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내지 10, 18, 19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경우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요지
원고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을 체결함에 있어서는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이 요구된다 할 것임에도, 원고의 전 회장 D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 없이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강행법규에 반하여 무효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D는 그 대표권한을 남용하여 내용상, 절차상 중대한 문제가 있는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였고, 피고의 위원장 M도 이러한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므로 무효이다.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공동주택의 자치의결기구에 불과한 원고의 현실과 전혀 맞지 않고, 이 사건 아파트의 입주자들이 지급한 관리비를 함부로 피고에게 지급하는 것으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상규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피고
공동주택관리법상 단체협약 체결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이라고 볼 수 없고, 원고의 전 회장 D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여야 할 사용자로서 노동조합과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와 원고의 전 회장 D가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유효하다. 설령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이 무효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단체협약 등 중 금전적인 부담을 지우는 일부규정만이 공동주택관리법에 위배되므로 이에 대해서만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
판단
원고의 전 회장 D가 원고의 의결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피고와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을 체결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이에 더하여 앞서 본 증거 및 갑 제3호증, 을 제18호증의 각 기재, 증인 D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전 회장 D는 독자적으로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을 체결할 권한이 없음에도 공동주택관리법령에 위반하여 원고의 의결 없이 피고와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였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강행규정 위반에 따른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의 무효를 인정하므로, 원고의 나머지 주장은 더 나아가 살피지 아니한다).
공동주택관리법 제14조 제11항은 관리규약, 관리비, 시설의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을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 제4호는 ‘제23조 제1항부터 제5항까지에 따른 관리비 등의 집행을 위한 사업계획 및 예산의 승인(변경승인을 포함한다)’, 제9호는 ‘자치관리를 하는 경우 자치관리기구 직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 제15호는 ‘입주자등 상호간에 이해가 상반되는 사항의 조정’을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공동주택관리법 제5조 제2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의하면, 공동주택의 입주자와 사용자(이하 ‘입주자등’이라고 한다)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로 제안하고 전체 입주자들의 과반수가 찬성하거나 전체 입주자 등의 10분의 1 이상이 서면으로 제안하고 전체 입주자등의 과반수가 찬성하는 방법으로 공동주택 관리방법을 변경할 수 있다.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은 입주자대표회의를 대표하고 그 회의의 의장이 되며(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 제4조),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른 통지나 신고 등의 의무를 부담하지만(예컨대 공동주택관리법 제10조의2 제4항, 제11조 제3항, 제19조), 입주자대표회의가 그 자체로 비법인 사단이면서 동시에 입주자등의 이익을 위한 자치의결기구로 기능하고, 공동주택관리법령은 그 대표자 회장의 권한에 관한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는 등 입주자대표회의와 그 대표자 회장에 관한 관계법령의 규정내용을 종합하여 볼 때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이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 없이 또는 그에 반하여 관리비 등으로 조성된 예산의 처분이나 지출, 자치관리기구 직원의 임면, 공동주택관리방식의 결정 등에 관한 사항을 독자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관리사무소직원에 대한 고용방식의 제한, 위탁관리 등 전환에 따른 합의의무의 부과와 상당한 보상금(평균임금 60개월분) 지급의무, 근로시간 면제자 인정과 고용보장, 피고에 대한 각종 복지기금의 직접지급의무, 단체협약타결 축하금 지급 등을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원고의 예산상 부담에 관한 사항이자, 자치관리기구 직원의 임면, 공동주택관리방식의 결정 등에 관한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원고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D는 원고의 의결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관계법령에 따른 권한을 넘어서 피고와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을 체결하였으므로, 원고가 이를 추인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회장 D는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응하여야 할 사용자로서 피고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이 있다거나,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서면으로 작성되어 당사자 쌍방의 서명ㆍ날인이 이루어졌으며, 행정관청에 신고까지 마쳤으므로(노동조합법 제31조 참조) 공동주택관리법 등에도 불구하고 유효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조합법과 공동주택관리법은 그 취지와 목적, 적용범위 등이 상이하게 구분되는 것으로 각기 그 적용대상에 대한 규율이 있는 것일 뿐, 노동조합법이 공동주택관리법에 우선한다거나 상대적으로 우월한 효력을 지닌다고 볼 것은 아니다.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대표자 사이에 서면에 의하여 작성되고 서명ㆍ날인이 이루어진 외관을 가지지만, 사용자 대표에 해당하는 입주자대표회의의 회장이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른 적법한 의결 없이 임의로 단체협약을 체결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대표권 없이 체결되어 무효인 단체 협약에 대해서까지 서면으로 작성되어 서명ㆍ날인이 있다는 이유로 그 효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등 중 원고에게 금전적 부담을 지우는 등의 일부조항만이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원고의 의결을 요한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유효하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증거들, 갑 제27 내지 29, 3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들은 자치관리를 하고 있는바,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그 자체로 공동주택관리법상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인 ‘자치관리기구 직원의 임면에 관한 사항’과 관련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②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에 관한 규정을 둔 취지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동주택관리를 위한 것으로 보이고, D가 독자적으로 체결한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의 일부 유효를 인정하게 되면 오히려 이러한 취지에 반할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실제 이 사건 단체협약 등 중 금전적 부담과 무관한 규정인 직원의 정년에 관한 규정이 이 사건 아파트 취업규칙과 충돌하는 문제<1>가 있어서 원ㆍ피고 사이에 원고의 관리소장 N의 고용관계 종료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 점, ④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전체가 일체로 체결된 것으로 그 규정 하나하나의 유ㆍ무효에 따른 가정적 의사를 인정하기도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단체협약 등 전체를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단체협약 등은 무효이고, 피고가 이를 다투고 있는 이상 확인의 이익이 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채성호(재판장) 박소민 배종빈
각주1) 단체협약 제30조 제1항에 의하면, 사무직원의 정년은 만 60세가 되는 해의 12월 31일인데, 이 사건 아파트 취업규칙 제55조 제1, 2항에 의하면, 정년은 만 60세에 도달한 날이지만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계속근로를 희망할 경우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로 1년 단위로 촉탁계약을 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