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대구에서 택시운송업을 운영하기 위하여 설립된 택시협동조합이다.
피고는 2024. 8. 22. 원고가 원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운송비용을 전가한다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받고 이를 조사하였는데, 원고가 조합원 각자의 승무차량 및 연료소비량에 따라서 개인별로 택시구입비, 유류비를 부담하고 있어서 실질은 원고가 차량 구입대금과 연료비를 택시운수종사자인 원고 소속 조합원들에게 전가하였음(이하 '이 사건 행위'라 한다)을 확인하고, 2024. 12. 26. 원고에게 경고 및 과태료 500만 원 부과처분을 사전통지하였다.
원고는 2025. 1. 24. 및 2025. 1. 31. 두 차례에 걸쳐 피고에게 의견을 제출하였고, 피고는 2025. 2. 6. 원고에게 이 사건 행위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이하 '택시발전법'이라 한다) 제12조 제1항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택시발전법 제18조, 같은 법 시행령 제21조 및 [별표 2]에 따라 경고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2 내지 5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협동조합으로, 전체 수익에서 모든 비용을 뺀 나머지 이익을 조합원들 전체가 분배하여 가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원고는 조합 차원에서 차량 구입대금과 연료비를 매달 정기적으로 결제를 한 다음, 이를 제외한 나머지 수익을 조합원들이 나누어 가지는 방식으로 운영해왔다. 즉, 이러한 수익 분배는 협동조합이라는 단체의 통상적인 운영방식에 따른 것일 뿐, 조합원들에게 차량 구입대금과 연료비를 전가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처분사유가 부존재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사 처분사유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피고는 택시협동조합의 운영실태를 잘 알고 있는 처분청으로서 원고 소속 조합원들이 스스로 차량 구입대금과 연료비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정을 고려하여 별도의 처분을 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택시운송사업자가 택시의 구입 및 운행에 드는 비용인택시 구입비, 유류비 등을 택시운수종사자에게 부담시키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의 취지는 택시운수종사자가 부당한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초래되는 과속운행,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을 미연에 방지하여 승객들이 보다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에 있다(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6헌마1153 결정 참조).
협동조합 기본법(이하 '협동조합법'이라 한다)은 자주적 · 자립적 · 자치적인 협동조합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 등으로 마련된 법률로 협동조합의 설립 · 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제1조). 협동조합은 재화 또는 용역의 구매 · 생산등을 협동으로 영위함으로써 조합원의 권익을 향상하기 위한 사업조직이고(제2조 제1호), 이는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에 동의하고 그에 따른 의무를 다하고자 하는 조합원들로 구성된다(제15조 제1항, 제20조). 협동조합법은 협동조합의 설립 목적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사업을 협동조합으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정관으로 정하도록 하면서도(제45조 제1항), 협동조합의 사업은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목적 · 요건 · 절차 · 방법 등에 따라 적법하고 타당하게 시행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5조 제2항).
따라서 협동조합의 설립 · 운영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하여 협동조합법에서 정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협동조합이 목적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협동조합과 조합원 사이의 법률관계는 해당 목적사업을 규율하는 관계 법령에서 정한 바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택시발전법, 협동조합법의 규정 내용에다가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의 입법취지 등을 종합하여 보면, 협동조합법에 따라 설립된 협동조합이 택시운송사업면허를 받아 택시운송사업을 경영하는 경우, 협동조합은 택시운송사업자로서 택시발전법등 관계 법령에서 정한 택시운송사업자의 의무 사항을 준수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택시운송사업자인 협동조합이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조합원에게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 각 호에서 정한 택시 구입비, 유류비, 세차비 등을 부담시키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 위반행위에 해당한다(대법원 2024. 2. 29. 선고 2020두54029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
처분사유가 부존재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택시발전법상 "택시운송사업자"란 택시운송사업면허를 받아 택시운송사업을 경영하는 자를 말하는데(제2조 제3호), 이 사건에서 택시운송사업면허는 원고의 조합원들이 아닌 원고가 보유하고 있고, 택시들 또한 원고의 소유로 등록되어 있으므로, 원고는 택시발전법상 운송사업자로서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을 준수할 의무를 부담한다. 또한 택시발전법상 "택시운수종사자"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24조에 따른 운전업무 종사자격을 갖추고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하는데(제2조 제4호), 원고의 조합원들은 모두 운전업무 종사자격을 갖추고 원고의 택시 운전업무에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조합원 개인과 택시구입비, 유류비를 개별정산하는 이 사건 행위는 택시 운송사업자인 원고가 택시운송사업의 운전업무에 종사하여 택시운수종사자에 해당하는 원고의 조합원들에게 차량 구입대금과 연료비를 부담시킨 것이어서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에 위배된다. 이는 원고가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고, 원고와 조합원들 사이에 차량 구입대금과 연료비를 조합원 개인이 부담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고, 오히려 이러한 약정은 조합원 개인이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과속, 난폭운전, 승차거부 등 택시서비스의 질 저하의 문제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택시발전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행위이다.
위 대법원 2020두54029 판결은 원고와 마찬가지로 대구에서 협동조합의 형태로 택시운송업을 영위한 택시운송사업자가 이 사건과 동일한 피고로부터 경고처분을 받고 그 취소를 구한 사안이다. 위 대법원 2020두54029 판결의 항소심은 "원고의 조합원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설립된 원고의 조합원의 지위도 가지고 있기는 하나, 이는 조합원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고 조합의 사업수익을 배당받고 그 비용을 부담하는 등 조합관계에 관련된 것일 뿐이고, 조합의 목적사업 수행을 위하여 원고의 택시 운전 업무에 종사하여 그 대가를 받는 택시운수종사자로서의 지위와는 구별된다."라고 판단하였는데(대구고등법원 2020. 10. 23. 선고 2019누5565 판결), 이는 이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원고는 택시협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서부지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반환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대구지방법원이 택시협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였다거나(대구지방법원 2024. 11. 13. 선고 2024구합20194 판결), 근로복지공단 역시 택시협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 사업자와 유사하게 활동해왔음을 인정하였다면서(갑 제2호증의 1 내지 4), 원고 소속 조합원들은 근로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서 '사업을 공동경영하기로 약정하고 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인 이상, 마땅히 차량 구입대금과 유류비를 부담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대구지방법원 2024구합20194 판결이나 근로복지공단의 사례들은 택시협동조합의 일자리 안정자금의 부정수급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원고의 조합원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안으로, 원고가 택시발전법상 택시운송사업자에 해당하는지, 원고의 조합원들이 택시발전법상 택시운수종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되는 이 사건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을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경고조치를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처분사유가 부존재한다는 원고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는 주장에 관하여
제재적 행정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거나 남용하였는지는, 처분사유인위반행위의 내용과 그 위반의 정도, 그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 및 이에 따르는 여러 사정 등을 객관적으로 심리하여 공익침해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하여 개인이 입게 될 불이익을 비교 · 교량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러한 제재적 행정처분의 기준이 부령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그것은 행정청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을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아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없다. 따라서 그 처분의 적법 여부는 처분기준만이 아니라 관계 법령의 규정내용과 취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처분기준에 부합한다 하여 곧바로 처분이 적법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섣불리그 기준에 따른 처분이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였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6두57984 판결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각 사실과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 · 남용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택시발전법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택시운송사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여 택시운수종사자의 복지 증진과 국민의 교통편의 제고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14. 1. 28. 제정되었다. 특히 운송비용 전가 금지 등을 규정한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은 택시운송사업자가 택시운수종사자에게 차량 운행비용을 전가시키는 행위가 과속, 난폭운전 및 승차거부 등 서비스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택시운송사업자의 운송비용 전가를 금지하여 택시운수종사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고 경제적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과속운행, 난폭운전 등을 방지하고 승객들의 안전을 제고하기 위하여 위 법률 제정 당시부터 마련되었다.
이러한 택시발전법 제12조 제1항의 입법취지에 비추어 볼 때, 차량 구입대금과 유류비를 전가한 이 사건 위반행위에 대하여 처분기준상 가장 가벼운 경고처분을 한 것은 이 사건 처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공익상의 필요와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등을 비교·교량하여 보았을 때 현저히 무겁다고 볼 수 없고, 처분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 또는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처분사유인 위반행위의 내용 및 관계 법령의 규정과 취지에 비추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
피고는 당초 이 사건 처분을 사전통지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경고 외에 500만 원의 과태료부과처분을 예정하였다가(갑 제1호증의 1), 이 사건 처분을 통지하면서는 과태료 없이 경고처분만을 하였다. 이는 원고가 갑 제3 내지 5호증을 제출하며 주장한 사정, 즉 과태료 처분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결국 조합원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는 점을 이미 고려한 처분으로 보인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석원(재판장) 선승혜 김경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