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업무수행 중 피막용해제에 접촉되는 등의 사고와 당뇨병으로 인한 “괴사족배우측”의 발병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2003.12.29, 대법 2003두11070)
[요 지]
업무와 기존질병의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업무 수행 및 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질병이 악화될 수 있다는 개연성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만약 당초부터 그러한 개연성이 없고 문제가 된 업무수행 및 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는 기존의 질병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 판명되는 경우라면, 비록 실제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직후 기존질병의 악화가 발현되었다 하더라도 업무와 기존질병의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2.27. 선고 2000두8592 판결 등 참조)
* 사 건 / 2003.12.29 선고, 대법 2003두11070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 / 문○○
* 피고 / 근로복지공단
[주 문]
원고를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처분의 경위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2호증, 을 1 내지 4호증의 각 1, 2, 을 5, 1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01.4.1. 울산 중구 ○○동 129-3 소재 ○○ 주식회사에 입사하여 청소원으로 근무하던 중 오른쪽 발가락에 피부괴사가 진행되어 같은 달 30. 울산 중구 ○○동 123-3 소재 ○○병원에서 변연절제술 및 우측 제4족지의 중족지관절 이단술을 받은 후, 같은 해 5. 3. 울산 울주군 ○○읍 ○○리 산 86 소재 ○○○○병원에 전원하여 치료를 받던 중 같은 달 12. ‘괴사족배우측(당뇨족양족부)’의 병명(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고 한다.)으로 진단을 받아,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요양신청을 하였다.
이에 피고는 2001.5.31. 이 사건 상병은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지병인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판단되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불승인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01.4.26. 15:00경 파견사업장이었던 ○○병원 본관 6층에서 피막 용해제인 CR-1 용액(이하, ‘이 사건 세제’라고 한다.)을 이용하여 응고된 바닥의 피막을 제거하는 작업을 하던 중 이 사건 세제가 오른쪽 발에 쏟아지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를 당한 후 이 사건 상병을 얻었고, 원고에게 기왕의 당뇨병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그 증상이 악화된 것이니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로 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3 내지 7호증, 을 6 내지 9호증, 을 10호증의 1, 2, 을 11 내지 16호증의 각 기재에 이 법원의 ○○병원장, 대한의사협회장, 대한당뇨병학회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원고의 업무, 병력 등
원고는 2001.4.26. ○○병원 본관 6층에서 동료 15명과 함께 건물 바닥에 세제를 사용하여 불순물을 제거하고 일부 구석진 부분에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로 제거한 다음 대걸레로 바닥을 깨끗이 닦은 후 건조 후에 왁스를 바르는 작업을 하였는데, 신속하게 일을 끝내야 하는 관계로 세제, 물을 뿌리고, 왁스를 바르며,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각 작업단계별로 업무를 나누어 처리하였고, 원고는 이 중에서 대걸레로 바닥을 닦는 작업을 하였다.
원고는 1998.2.2., 같은 해 4.1., 같은 해 7.25., 같은 해 8.12., 1999.1.12., 같은 해 2.11. 황○○내과의원에서 ‘합병증이 없는 인슐린(비의존성)’치료를 받은 적이 있고, 1998.6.11., 같은 달 12. ○○정형외과의원에서 ‘사지의 피부농양’등으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며, ○○병원 및 ○○○○병원의 진료기록상 당뇨병을 진단받고 약물치료를 한지 1년 정도 되었다고 기재되어 있다.
산업안전보건자료에 의하면, 이 사건 세제는 일반 산업용 세척제 및 크리너로 무지 알카리성 세척성분과 박리용 소량의 용제 및 계면활성제, 아민, 물의 혼합으로 구성되어 있고, 인체에 직접적, 치명적인 영향은 없으며, 장기간 오래 연속해서 접촉하는 경우 피부자극이 야기될 수는 있으나 물로 반복해서 씻어주면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되어 있다.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의학적 소견은 아래와 같다.
원고가 제출한 진단서를 작성한 의사들
○○병원 의사 황○○
원고에게는 기왕력상 당뇨병성 족부질환이 있으나, 이 사건 사고 후의 병의 진행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을 보면, 따라서 환자의 우측 족부 괴사와 작업중 재해는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고 사료된다.
○○병원 의사 조○○
원고는 기존질환인 당뇨를 가지고 있으며 작업중 이 사건 세제의 접촉 및 자극에 의하여 발현 내지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기왕증이 없었다면 화학적 화상이 발병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사료되므로, 화학적 화상보다는 당뇨병성 괴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의 자문 의사들
○○대학교병원 의사 이○렬
물질안전보건자료상 원고가 취급하는 세제는 피부에 자극효과만 있을 뿐 산ㆍ알카리 성분이 없어 화학적 화상을 유발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되고, 초진의사의 진료기록상 당뇨병 환자의 족부병변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평소 원고의 지병인 당뇨병으로 인하여 족부의 괴사가 발생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의사 은○○
세제의 특성과 재해경위를 감안할 때 이 사건 상병은 업무와 무관하게 병력상 확인되는 당뇨병성 질환으로 판단되어 인과관계가 없는 것이다.
○○○의대 ○○병원 의사 권○○
원고는 장기간 당뇨병의 이환병력이 존재하고 있고, 재해부위가 우측족부임에도 불구하고, 양측에 피부괴사증이 발병한 점에 근거하여 직접적인 화학적 수상보다는 기존질환인 당뇨병에 기인되었을 것으로 봄이 타당하고, 입원차트 기록에도 이전에 우측 제4족지에 개방성 상처가 존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원고의 상태는 당뇨병성 양층족부증으로 봄이 의학적으로 타당하다.
이 법원의 사실조회결과
○○병원장(의사 조○○)
당뇨병성 족부가 있으면 부종, 발열, 화농 순환장애, 피부궤양 괴사 등이 합병 되는데, 원고는 당뇨병성 족부가 있는 상태에서 합성세제에 의하여 일부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그 정도는 미미하고 화상 등 심각한 영향은 미치지 않았으며, 중성세제가 화학적 화상을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하고, 세제의 이 사건 상병에 대한 기여도는 10% 정도일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장
원고는 1998. 6.경(1998. 4.은 오기로 보임) 사지 피부농양으로 치료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전에 당뇨병성 족부질환이 발병하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되고, 이 사건 사고 전에는 좌측 족부에 궤양성 병변 및 부분적 괴사, 우측 족부에 염증성 반응이 진행중이었던 상태로 생각되며, 이 사건 사고 후는 기존의 우측 족부병변이 계속 진행하였거나 악화되었다고 추정되고, 세제가 쏟아지지 않았더라도 족부괴사의 발생과 진행은 계속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나, 건강한 사람의 피부에 가해진 것보다 훨씬 자극적이거나 기존의 질환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대한당뇨병학회장
당뇨성 족부질환은 당뇨병으로 인해 만성적으로 진행되는 말초신경병증 및 자율신경병증, 말초혈관질환 그리고 감염 등 복합적인 병인에 의해 야기되며, 족부에 궤양 및 괴저가 생겨 하지절단에까지 이르게 하는 질환으로서, 대부분 병변은 당뇨병 합병증으로 인한 신경병증과 허혈성 질환이 병존하는 상태이고, 원고가 언제부터 당뇨병성 족부질환으로 발생하였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려우나 이 사건 상병의 발병원인은 당뇨병성 족부질환의 자연경과 과정에서 이 사건 사고 전에 우측 제4족지 개방성 상처를 치료하지 않아서 감염이 생기고 이것으로 인한 우측 제4족지 괴사를 일으킨 것으로 판단되며, 세제의 경우 괴사의 악화 요인이 될 수는 있어도 세제 단독으로 인해 괴사가 일어났다고 보기는 어렵고, 만약 세제로 인한 피부손상이 있다고 하여도 당뇨성 족부 질환이 없다면 괴사로 진행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되며, 세제의 이 사건 상병에 대한 기여도는 20% 정도이다.
판 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 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대법원 1999.12.10. 선고 99두10360 판결, 2000.5.12. 선고 99두 11424 판결 등 참조), 업무와 기존질병의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적어도 업무 수행 및 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기존의 질병이 악화될 수 있다는 개연성이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으로, 만약 당초부터 그러한 개연성이 없고 문제가 된 업무수행 및 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는 기존의 질병에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것이 판명되는 경우라면, 비록 실제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직후 기존질병의 악화가 발현되었다 하더라도 업무와 기존질병의 악화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1.2.27. 선고 2000두8592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평소 당뇨병을 앓고 있었던 점, 원고와 같이 작업을 하였던 사람이 많았는데도 이 사건 사고를 목격한 사람이 전혀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2001.4.26. 주장하는 바와 같은 사고를 당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주장은 다른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필 것도 없이 이유 없다.
가사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위 (1)항 판시 법리에 앞서 본 바와 같은 사고의 경위, 치료의 경과,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위 나. (2)의 (나), (다)항 기재의 각 의학적 소견 등을 보태어 보면, 위 나. (2)의 (가) 1)항 기재의 의학적 소견만으로는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거나 기존에 있었던 당뇨병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결과 이 사건 상병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상병이 원고의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아니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하다.
윤인태(재판장), 오경록, 노진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