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2101 판결

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그 지급의무의 근거,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할 것이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될 것이다(대법원 2007. 6. 28. 선고 2007도1539 판결).

2.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은 서울 양천구 소재 병원의 대표로서 상시 47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의료보건서비스업을 하는 사용자인바, 위 사업장에서 2005. 3. 28.부터 2009. 2. 28.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의 퇴직금 60,110,130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지급사유 발생일인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것이다.

3.

원심판결 이유 및 기록에 의하면, 성형외과 전문의인 는 2005. 3. 28.부터 피고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매월 1,100만원씩의 급여를 받으면서 근무하다 2009. 2. 28. 퇴직한 사실, 병원은 취업규칙상 월급제와 연봉제로 나누어 급여체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임직원 중 비의료직의 경우에는 월급제에 따른 근로계약을, 의료직의 경우에는 연봉제에 따른 연봉계약을 체결하고 있던 사실, 의료직 중 수련과정의 이수를 위하여 병원의 전공의로 근무하게 된 인턴이나 레지던트를 제외한 근로자들은 그들의 희망에 따라 매월 지급받게 될 월 급여에 퇴직금을 포함시키지 아니하고 병원의 퇴직금지급규정에 의하여 별도로 퇴직금을 지급받는 이른바 그로스(Gross) 방식과 매월 지급받게 될 월 보수에 병원의 퇴직금지급규정에 따른 퇴직금을 포함시켜 이를 지급받고 따로이 퇴직금을 지급받지 아니하는 이른바 넷(Net)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하여 연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는 넷 방식에 의한 연봉제 계약을 체결하였던 사실, 갑근세 등의 원천징수분, 주민세, 고용보험료 등 4대 보험료 중 개인부담부분은 그로스 방식에 의할 경우 급여 수령자들이 부담하고, 넷 방식에 의할 경우 병원 측이 대신 납부하여 왔던 사실,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사이에 병원의 의료직 근로자 중 그로스 방식에 의한 연봉수령자는 35.74%, 넷 방식에 의한 연봉수령자는 64.26%로, 넷 방식에 의한 연봉계약에 의할 경우 매월 지급받는 실수령액이 그로스 방식에 의한 연봉계약에 의한 경우보다 많으므로 보다 선호되어 온 사실, 병원은 매년 3월 초순 각 과의 과장들을 포함하여 의사들이 참석한 연례회를 개최하여 퇴직금과 월 급여와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하였고, 그 회의자료에는 "급여를 Net로 계약시 퇴직금은 포함됨"이라고 기재되어 있었는데, 도 위 연례회의에 참석하였고 배부된 회의자료를 읽어본 사실, 이외에는 병원의 의사 중 넷 방식에 의한 급여를 받고 퇴직하면서 퇴직금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퇴직금 청구를 한 사람은 없었던 사실, 는 피고인을 상대로 퇴직금 청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그 항소심 법원(서울고등법원 2010나42442호) 2011. 1. 14. 피고인이 에게 지급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은 퇴직금 중간정산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지만, 가 피고인으로부터 지급받은 매월 급여 1,100만원 중 1/13에 해당하는 금원의 합계 39,769,230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하여 피고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있고, 위 부당이득반환채권을 가지고 의 퇴직금채권과 상계하겠다는 취지의 의사표시가 2009. 12. 3. 에게 도달됨에 따라 의 퇴직금채권 59,670,000원 중 1/2을 초과하는 29,835,000원은 피고인의 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채권 39,769,230원 대등액에서 상계되어 소멸되었다고 판단한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항소심 판결은 2011. 4. 18.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된 사실을 알 수 있다.

4.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위 사실관계를 살펴보기로 한다.

가 성형외과 전문의라는 전문직 종사자로서 사용자인 피고인에 비하여 열악한 지위에서 넷 방식의 연봉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넷 방식에 의할 경우, 퇴직금이 월 급여에 포함되어 지급되고 퇴직시 별도의 퇴직금은 지급되지 않지만, 그 대신 갑근세 등의 원천징수분, 주민세, 고용보험료 등 4대 보험료 중 개인부담부분을 피고인 측에서 부담함으로써 그로스 방식보다 임금수준이 하락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점, 도 이러한 넷 방식에 의한 연봉계약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이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이외에는 병원의 의사 중 넷 방식에 의한 급여를 받고 퇴직한 후 퇴직금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거나 퇴직금 청구를 하였다는 자료는 없는 점, 관련 민사사건에서 피고인이 에게 매월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금원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하여 피고인이 에 대하여 부담하는 퇴직금채권 중 1/2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상계를 인정하였던 점 등 위 사실관계 및 기록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 사건 퇴직금의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결국 피고인이 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사정만을 중시하여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의 고의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 판단에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이 부분 상고이유에 관한 주장은 이유 있다.

5.

결론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인복(재판장) 안대희(주심) 김능환 민일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