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에 대하여 판단한다.
근로관계 승계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F이 주식회사 G(이하 'G'이라고 한다)에서 E 주식회사(이하 'E'라고 한다)로 소속이 변경된 후에도 G에서의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이 부분 판단에 상고이유의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재판주의, 전적의 효과나 입증책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
고의에 관한 상고이유에 대하여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그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 여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와 그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여러 사항, 그 밖에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의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비록 사후에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곧바로 사용자에 대한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09도8248 판결 등 참조).
원심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E는 상시근로자 약 100명을 사용하여 금형제작업을 하는 회사로서 최대주주인 회장 H이 계열기업 관계에 있던 G과 함께 인사권, 재무집행, 사업계획 등 중요한 경영판단에 관한 최종 승인권을 가지고 경영권을 행사하였고, 내부적으로는 E를 본사로 지칭하였다.
F은 1993. 3. 29. G에 입사하여 1997년 9월경부터 G이 설립한 미국 현지법인의 주재원으로 근무를 하다가 1999년경부터 G멕시코 공장 설립을 위한 준비업무를 담당하였고, G멕시코 공장이 2000년 3월경 가동되면서 위 공장의 관리 및 영업업무를 수행하였다.
E는 1999년경부터 위 미국 현지법인에 투자를 하였는데, 회장 H을 비롯한 G과 E의 경영진은 현지법인에서 근무하는 F에 대한 관리를 E 경영기획실에서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2000. 7. 1. F의 소속을 E로 변경하는 인사발령을 하였다.
G의 직원 J는 2000년 6월경 F을 E로 인사발령하는 내용의 인사 관련 기안문을 작성하여 대표이사인 I, 회장인 H 등의 결재를 받은 다음 그 사본을 E로 보내주었고, 그 후 위 문서에는 E의 직원 K에 의해 '退職金 `00. 6. 30.字 半月精算'이라는 기재가 추가되었는데, 여기서 '半月'이란 반월공단에 있는 G을 의미한다.
G의 담당 직원은 2000년 8월경 F의 2000. 6. 30.까지의 퇴직금 17,343,990원에서 급여가불금 10,580,000원 등을 공제한 나머지 5,456,030원을 F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의 '퇴직급여 계산내역'을 작성하여 부서장, 임원, 회장 등의 결재를 받았고, 위 문서는 2001. 8. 17. E에 팩스로 전송되었다. E의 F에 대한 급여명세서에는 '회사가불'과 '공제내역'이 모두 0원으로 처리되어 있다. 한편 G은 2000년도에 F의 퇴직금 17,343,990원에 대한 퇴직소득세 283,600원을 관할세무서에 신고 납부하였다.
F에 대한 인사발령 당시 E의 대표이사는 N이었고, 피고인은 2001. 6. 15. E의 대표이사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 G은 2006년 3월경 주식회사 더존비즈온에 매각되어 E의 계열기업에서 이탈하였다.
F은 2011. 6. 30. E에서 퇴직하였는데, 퇴직금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직원으로부터 G의 내부기안문서에 의하면 G에서 근무한 기간의 퇴직금이 이미 정산되어 지급된 것으로 처리되어 있다는 말을 듣고 이의를 제기하며 E에 대하여 G에서 근무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도 지급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E는 2011. 7. 18. E에서 근무한 기간의 퇴직금 56,741,720원만을 지급하고, G에서 근무한 기간 동안의 퇴직금에 대하여는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F은 E를 상대로 미지급 퇴직금의 지급을 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제1심은 위와 같은 퇴직급여 계산내역서와 급여명세서의 기재, 퇴직소득세의 신고 납부사실 등을 이유로 F과 G 사이에 퇴직금 정산이 완료되고 그 근로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판단하여 F의 청구를 기각하였으나, 항소심은 F이 G에서 퇴직금을 수령하였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E에 F과 G 사이의 근로관계가 승계되었다고 판단하여 F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위 사실관계에 나타난 여러 사정들, 즉 피고인은 F이 전적할 당시 대표이사가 아니었으므로 F의 근로관계 승계나 G에서의 퇴직금 정산과 관련된 사항들은 회사에 보존된 서류나 당시 업무에 관여하였던 직원들의 설명이나 보고를 통하여 사후에 파악할 수밖에 없을 것인데, 관련 민사사건의 항소심에서 E가 F의 종전 근로관계를 승계하였음이 인정되고 그 미지급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선고되기는 하였으나, 그 제1심 법원은 이와 달리 판단하여 F의 청구를 배척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위와 같은 사항들은 F의 전적 당시 관련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사실관계를 직접 경험하지 않은 피고인이 법률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이고, 피고인이 당시의 업무 관여자들로부터 구체적인 설명을 들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점, 피고인이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에서 작성한 급여명세서와 회사가 보관하고 있는 과거 계열회사의 인사 관련 기안문서와 퇴직급여 계산내역, 세무 신고납부내역 등을 신뢰한 것을 탓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E가 2011. 7. 18. F에게 E에서 근무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 56,741,720원은 모두 지급한 점 등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F이 G에서 근무한 기간에 대한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부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고, 결국 피고인이 F에게 그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에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범행의 고의가 있다고 보아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였으므로,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상고이유의 주장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결론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김용덕(재판장) 이인복(주심) 김소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