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에 환송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사안의 개요
원심이 인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원고들은 피고에 고용되어 2017년 또는 2018년경까지 격일제 근무를 한 택시운전근로자들이다.
2007. 7. 1. 무렵부터 시행 · 적용된 피고의 취업규칙(이하 '종전 취업규칙'이라 한다)은 소정근로시간을 1일 8시간, 주 40시간, 월 209시간(격일제 근로자의 경우 월 13일 만근 기준, 주휴시간 제외 시 199시간 20분)으로 규정하고 있었다.
2008. 3. 21. 법률 제8964호로 개정된 최저임금법 제6조 제5항(이하 '이 사건 특례조항'이라 한다)이 2010. 7. 1.부터 피고가 소재한 파주시 지역에 시행되었다.
피고는 2010. 7. 29. 취업규칙 내용을 변경하여 격일제 근로자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1일 7시간, 월 182시간으로 정하였다가 2010. 10. 27. 다시 취업규칙을 변경하여 격일제 근로자의 경우 소정근로시간을 1일 6시간 40분, 월 115시간으로 정하였고, 부칙에서 그 시행일을 2010. 7. 1.로 정했다. 그 후 피고는 격일제 근로자의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2012. 1. 1. 자 취업규칙(1일 6시간 25분, 월 109시간), 2013. 1. 1. 자취업규칙(1일 6시간, 월 102시간), 2014. 1. 1. 자 취업규칙(1일 5.64시간, 월 96시간), 2015. 1. 1. 자 취업규칙(1일 5.64시간, 월 96시간), 2016. 1. 1. 자 취업규칙(1일 5.88시간, 월 100시간), 2017. 1. 1. 자 취업규칙(1일 6.52시간, 월 111시간), 2017. 11. 1. 자취업규칙(1일 7시간, 월 119시간)을 시행하였다(이하 이와 같이 변경된 취업규칙을 통틀어 '이 사건 변경 취업규칙들'이라 한다).
관련 법리
근로자는 합의한 소정근로시간 동안 근로의무를 부담하고 사용자는 그 근로의무 이행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게 되는데, 사용자와 근로자는 기준근로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에 관하여 합의할 수 있다. 다만 소정근로시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도에 이르거나, 노동관계법령 등 강행법규를 잠탈할 의도로 소정근로시간을 정하였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로서의 효력을 부정하여야 한다.
헌법 제32조 제1항 및 최저임금법 관련 규정 내용과 체계, 이 사건 특례조항의 입법취지와 입법 경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규정 취지 및 일반택시운송사업의 공공성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할 의도로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사이에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을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인 이 사건 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9. 4. 18. 선고 2016다2451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정액사납금제하에서 이루어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탈법행위로서 무효인지 여부는, 합의를 체결한 근로관계 당사자들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와 아울러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을 비교하여 양자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중심으로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회피하려는 것이었는지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구체적인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의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할 경우 산정되는 시간급 비교대상 임금과 법정 최저임금의 객관적 차이 및 변동 추이 등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은 택시에 승객을 태우고 이동하는 영업시간(실차시간)뿐만 아니라 택시의 입출고 및 정리 등에 소요되는 준비시간, 승객을 찾거나 기다리는 데 소요되는 대기시간(공차시간, 다만 식사 · 휴게 시간은 제외)과 같이 택시운전근로자가 실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무환경과 근무형태를 고려하여 추산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택시운전근로자의 실제 근로시간이 일부 감소하였다고 볼 수 있는 경우 그와 같이 감소된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 사이에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를 판단할 때는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비율, 빈도, 급격성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다279402, 280563 판결 참조).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
원심 판단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변경 취업규칙들 중 2012. 1. 1. 자 취업규칙 이후의 취업규칙에서 정한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거나 최저임금법상특례조항 등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에 해당하여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판단
원심의 이러한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관련 법리를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2012. 1. 1. 자 취업규칙 이후의 것을 포함한 이 사건 변경 취업규칙들에 따른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이 사건 특례조항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한 탈법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12. 1. 1. 자 이후의 취업규칙들을 포함한 이 사건 변경 취업규칙들에 따른 월 소정근로시간은 96시간 내지 119시간으로 종전 취업규칙상 소정근로시간인 월 209시간(주휴시간 제외 시 199시간 20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 사건 변경 취업규칙들은 월 소정근로시간을 서로 달리 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차량 출고 시부터 입고 시까지 전체 배차시간의 경우 종전 취업규칙에서 정한 것과 큰 차이가 없다. 2010. 7. 1. 자 취업규칙 이후 2017. 1. 1. 자 취업규칙까지는 월 소정근로시간이 조금씩 달라졌음에도 전체 배차시간은 달라지지 않았고, 2017. 11. 1. 자 취업규칙에서 월 소정근로시간이 다소 늘어났음에도 전체 배차시간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사건 변경 취업규칙들이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의 변경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변경 취업규칙들에서는 격일제 근로자의 경우 배차시간을 1일 14시간 등으로 정하였음에도 기계적으로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전부를 휴 게시간으로 정하고 있어, 배차시간 대비 소정근로시간 비율이 이례적으로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결
원심 판단에는 소정근로시간에 관한 합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결론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 · 판단하도록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흥구(재판장) 오석준 이숙연 노경필(주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