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판결

대전고등법원 2014. 9. 23. 선고 2013나1564 판결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당사자의 지위 등

1)

피고 조합은 산림조합법에 의거하여 B에 있는 산림소유자 및 임업인 등을 조합원으로 하여 설립된 법인이다.

2)

산림조합중앙회는 피고 조합을 비롯하여 전국에 별개의 법인으로 설립·운영 중인 144개의 회원 조합(이하 위 회원 조합을 모두 가리켜 '각 회원 조합'으로, 개별 회원 조합을 가리켜 'OO 조합'이라고 한다)을 두고 있는데, 상무를 포함한 각 회원 조합의 간부직원은 산림조합중앙회장이 인사배치 결정을 하고, 각 회원 조합 조합장이 이사회의 의결을 얻어 임면하고 있고, 간부직원들을 포함하여 각 회원 조합 직원들의 인사배치는 원칙적으로 각 회원 조합이 소속된 해당 도지회 관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다.

3)

각 회원 조합은 산림조합중앙회 직제규정(예)에 의거하여 그 산하 조합원에 대한 교육 및 경영지도를 담당하는 지도협업과(기술지도과) 및 경영지도과를, 조합의 여·수신업무 등을 담당하는 금융과를 두고 있는데, 이 중 지도협업과와 경영지도과는 지도상무가, 금융과는 신용상무가 각 총괄하고 있다.

4)

피고 조합은 산림조합중앙회 E지회(이하 'E지회'라 한다) 소속인데, 원고는 1984. 2. 1. 산림조합중앙회에 입사하여 E지회에 배치된 이래, 1990. 1. 9. F 조합의 지도과장 또는 금융과장(직위 2급)으로, 1999. 5. 27. G 조합의 지도상무(직위 1급)로, 2000. 7. 21. H 조합의 지도상무 또는 신용상무로(일정 기간 지도상무 및 신용상무를 겸직하기도 하였다), 2006. 9. 4. G 조합의 지도상무로, 2009. 4. 7. 피고 조합의 지도상무로 각 전적하여 근무하였다(원고가 근무한 각 회원 조합은 모두 E지회 소속이다).

나.

원고와 피고 조합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 등

1)

원고는 2009. 4. 7. 피고 조합으로 전적하면서 피고 조합과의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고 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 제4조(근무지 변경)는 '조합과 조합간, 조합과 조합의 자회사간 및 조합과 중앙회간 등에 관한 원고의 배치전환, 이동, 전근 및 전적 등에 관한 사항은 피고 조합장의 발령에 의하며, 이때 피고 조합장은 직제와 업무 및 본인의 적성 등을 참작하여 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조항'이라 한다).

2)

원래 각 회원 조합과 직원들 사이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에 이 사건 조항과 같은 규정이 없었으나, 2006. 1. 12. 대법원 2005두9873 판결(H 조합이 신용상무이던 I을 I의 동의 없이 J 조합 지도상무로 전적시킨데 대하여, 그 전적명령을 무효라고 판단하였다) 선고 이후 그 근로계약서에 이 사건 조항이 추가되었다.

다.

이 사건 전적명령 및 이 사건 직권면직 등

1)

E지회는 2012. 8. 24. 원고를 피고 조합에서 E지회 소속의 C 조합으로 전적시킨다는 인사배치명령을 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전적명령'이라 한다), 원고는 2012. 8. 31.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전적명령이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져 위법하다(H 조합 또는 F 조합으로의 전적을 희망한다) 등의 이유로 이 사건 전적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였다.

2)

그런데, 그 무렵 원고는 피고 조합에 대하여 C 조합으로의 전적 대신 원고가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직권면직해달라고 부탁하면서, '원고가 조합 인사 관련 직권면직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도 없으며, 이로 인하여 어떠한 민·형사상의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인합니다'라는 내용의 2012. 9. 5.자 확인서(이하 '이 사건 확인서'라 한다)를 교부하였다.

3)

피고 조합은 2012. 9. 4. 이사회를 개최하여 원고의 이의사유를 들은 다음(당시 원고는 이 사건 전적명령이 부당하고, 이 사건 확인서를 인정할 수 없으니 반환해달라고 요구하였다) 원고에 대한 직권면직안을 가결하였고, 2012. 9. 5. 원고에게 '이 사건 전적명령에 대한 이의신청은 기각하고, 2012년도 하반기 인사이동으로 지도상무직의 정원이 초과되어 인사규정 제15조의2에 의하여 원고를 직권면직한다'고 통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직권면직'이라 한다. 위 직권면직 사유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원고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4)

C 조합은 2012. 9. 4. 원고를 지도상무로 임명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C 조합에 출근하지 않았고, 이에 C 조합은 이를 이유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2012. 9. 24. 원고를 직권면직하였다.

라.

E지회 소속 각 회원 조합의 근로조건

1)

E지회에는 10개의 회원 조합이 소속되어 있는데, 각 회원 조합은 산림조합중앙회의 정관(예), 인사규정(예), 복무규정(예), 직제규정(예), 보수규정(예)을 변경 없이 그대로 준용하고 있어, 그 사업 내용 및 조직 구성, 보수의 수준이 동일 또는 유사하다.

2)

다만, 산림조합중앙회는 2010. 12.경 특별상여금 지급기준을 마련하여 각 회원 조합장이 사업부문별 성과와 노력도를 반영하여 조합 당기순이익 성과에 따라 특별상여금의 지급률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3)

각 회원 조합의 근로조건 등과 관련된 관계 법령은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9, 12, 15. 16호증, 을 제1 내지 13, 19 내지 2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음)의 각 기재, 원심 증인 D의 증언, 당심 법원의 산림조합중앙회 및 E지회 소속 각 회원 조합에 대한 각 사실조회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가.

부제소합의 주장에 대하여

1)

피고 조합은, 이 사건 확인서에 의하여 원, 피고 사이에 이 사건 직권면직에 대한 부제소합의가 성립되었으므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부제소합의는 당사자의 재판청구권을 배제하고 재판제도에 의한 보호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고, 사안에 따라서는 광범위한 부제소특약으로 인하여 예상하지 못한 심각한 위법 상태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시정하지 못한 채 계약에 따른 중대한 불이익을 부담해야 하는 불공정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 내용을 신중하게 심사하여야 하는바, 앞서 본 이 사건 확인서의 작성경위 및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는 피고 조합에게 실업급여를 받기 위하여 정원초과를 이유로 한 직권면직을 요청하면서 그러한 직권면직에 한하여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보이는데 이 사건 직권면직은 그러한 직권면직에 해당하지 않고(피고 조합이 원고에 대하여 정원초과를 이유로 직권면직한다고 통고하였으나, 그 이사회에서 그러한 논의가 없었고, 실제 당시 피고 조합의 상무 정원이 초과되지도 않았다고 보인다), 뿐만 아니라 원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 이전에 피고 조합의 이사회에 출석하여 이 사건 확인서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으므로 이 사건 확인서는 그 효력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조합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확인의 이익이 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1)

또한 피고 조합은, 원고는 C 조합에서도 면직처분을 받아 조합 직원으로서 지위를 상실하였으므로, 이 사건 직권면직이 무효라는 판결을 받더라도 피고 조합의 간부직원으로 복귀할 수 없어 그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2)

살피건대, 원고가 이 사건 직권면직이 무효라는 판결을 받는 경우 피고 조합과의 근로계약상의 지위가 그대로 유지되므로, 원고로서는 그 무효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피고 조합의 위 주장 또한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원, 피고의 주장

1)

원고는, 이 사건 전적명령은 원고의 동의가 없어 무효이므로 이 사건 전적명령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이 사건 직권면직 또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그 무효 확인을 구하고 있다.

2)

이에 대하여 피고 조합은, ①원고가 이 사건 확인서의 작성에 의하여 이 사건 전전명령에 대하여 동의하였거나,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포함된 이 사건 조항에 의하여 사전 동의하였다고 보아야 하며, 가사 그렇지 않더라도 피고 조합 등 산림조합중앙회 산하 각 회원 조합 사이에는 적어도 각 회원 조합이 소송된 해당 도지회 관내에서는 해당 직원의 동의 없이도 인사교류를 하는 관행이 규범적인 사실로 승인되어 있거나, 사실상의 제도로 확립되어 있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이 사건 전적명령은 유효하며, ②가사 그렇지 않더라도 원고가 2011. 11. 27. C 조합으로부터 피고 조합에서의 근무기간을 포함하여 통산 근무기간에 해당하는 퇴직금을 수령하였으므로, 이로써 무효인 이 사건 전적 명령을 추인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③뿐만 아니라 원고의 지위, 그동안의 전적경력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소는 신의칙에 반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나.

판단

1)

이 사건 전적명령에 대한 사후 동의 여부

앞서 본 이 사건 확인서 작성경위, 그 내용, 그 작성 후의 원고의 행동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이 사건 전적명령에 대하여 동의한다는 취지에서 이 사건 확인서를 작성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원고가 이 사건 전적명령에 동의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부분 피고 조합 주장은 이유 없다.

2)

이 사건 전적명령에 대한 포괄적 사전 동의 여부

가)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이른바 전적은, 종래에 종사하던 기업과 사이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거나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의 지위를 양도하는 것이므로, 동일 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근이나 전보와 달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기고, 나아가 기업그룹 등과 같이 그 구성이나 활동 등에 있어서 어느 정도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사회적 또는 경제적 활동을 하는 일단의 법인체 사이의 전적에 있어서 그 법인체들 내에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고 다른 법인체로 근로자를 전적시키는 관행이 있어서 그 관행이 근로계약의 내용을 이루고 있다고 인정하기 위하여는, 그와 같은 관행이 그 법인체들 내에서 일반적으로 근로관계를 규율하는 규범적인 사실로서 명확히 승인되거나, 그 구성원이 일반적으로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아니한 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 기업 내에서 사실상의 제도로서 확립되어 있지 않으면 아니 된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두9873 판결 참조). 다만 근로자의 동의를 전적의 요건으로 하는 이유는 근로관계에 있어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됨으로 인하여 근로자가 받을 불이익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는바, 다양한 업종과 업태를 가진 계열기업들이 기업그룹을 형성하여 자본·임원의 구성·근로조건 및 영업 등에 관하여 일체성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전개하고, 그 그룹내부에서 계열기업간의 인사교류가 동일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보나 전근 등과 다름없이 일상적·관행적으로 빈번하게 행하여져 온 경우, 그 그룹 내의 기업에 고용된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전적시키는 것은, 비록 형식적으로는 사용자의 법인격이 달라진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동된 것으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으므로, 사용자가 기업그룹 내부의 이와 같은 전적에 관하여 미리 근로자의 포괄적인 동의를 얻어 두면 그때마다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아니하더라도 근로자를 다른 계열기업으로 유효하게 전적시킬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17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8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 체결시에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근로시간·취업의 장소와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되도록 규정되어 있는바, 근로자의 특정기업에의 종속성을 배려하여 근로자의 보호를 도모하고 있는 위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사용자가 기업그룹 내의 전적에 관하여 근로자의 포괄적인 사전 동의를 받는 경우에는 전적할 기업을 특정하고(복수기업이라도 좋다) 그 기업에서 종사하여야 할 업무에 관한 사항 등의 기본적인 근로조건을 명시하여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된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2다11695 판결 등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앞서 인정한 사실들을 살펴보면, 이 사건 조항의 내용, 이 사건 조항이 각 회원 조합과 그 직원들 사이에 근로계약서의 내용으로 들어가게 된 경위, 산림조합중앙회 산하 각 회원 조합 사이의 인사교류 실태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조항은 해당 직원이 다른 회원 조합으로의 전적에 대하여 미리 포괄적으로 동의한다는 취지라고 해석함이 상당한 점, 산림조합중앙회 산하 각 회원 조합 사이의 인사교류가 주로 각 도지회 소속 회원 조합들 사이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향후 전적할 수 있는 회원 조합이 특정되어 있다고 보이고, 각 회원 조합에서의 업무나 근로조건 등이 유사하므로 전적할 회원 조합에서의 기본적인 근로조건도 명시되어 있다고 보이는 점(이와 관련하여 원고는, E지회 소속 각 회원 조합 사이에는 사업수주 수준 및 당기순이익의 편차가 있고, 그에 따라 각 회원 조합이 직원들에게 부여하는 특별상여금의 수준이 상이하므로 각 회원 조합의 급여조건이 같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기본적인 근로조건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도 산림조합중앙회로 입사한 이래 20여 년간 수회에 걸쳐 E지회 소속 회원 조합 사이에서 전적하면서 여러 회원 조합에서 근무하였고, 위 대법원 판결 선고 무렵 H 조합에 근무하여 위 대법원 판결의 의미나 이 사건 조항의 취지 등에 대하여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 점(원고는 2회에 걸쳐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전적명령의 대상인 C 조합이 E지회 소속의 다른 회원 조합과는 달리 원고가 근무하기 어려운 특별한 사정이 있다는 자료도 없는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는 피고 조합과 이 사건 조항이 포함된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함으로써 E지회 소속 회원 조합 간부직원으로의 전적에 대하여 포괄적으로 사전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이 부분 피고 조합 주장은 이유 있다.

다.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전적명령은 원고의 포괄적 사전 동의가 있어 유효하므로, 이에 따른 이 사건 직권면직도 유효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승표(재판장) 김봉규 해덕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