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 사실
이 법원이 이 부분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제1심판결문 해당 부분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소는 원고가 속하였던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이하 '사용자협의회'라 한다)와 피고들이 소속되었던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금속노조'라 한다) 사이에 체결된 부제소합의에 위반되는 것이므로 부적법하다.
판단
부제소 합의는 소송당사자에게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의 포기와 같은 중대한 소송법상의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그 합의 시에 예상할 수 있는 상황에 관한 것이어야 유효하고, 그 효력의 유무나 범위를 둘러싸고 이견이 있을 수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의사를 합리적으로 해석한 후 이를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1. 28. 선고 2011다8044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라 보건대, 을 제1,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사용자협의회와 금속노조 사이에 2004. 7. 6. '금속노조 관계사용자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가 이루어진 사실, 이후 이러한 합의가 계속 이어져 왔고, 위 당사자 사이의 2011. 9. 6.자 금속산별협약에서도 제14조에 '회사는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손배·가압류를 하지 않는다.'라는 명문의 규정을 둔 사실은 일응 인정이 된다(이하 위 합의를 '이 사건 부제소합의'라 한다).
그러나 을 제7호증, 갑 제2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이 사건 부제소합의에 이르기 전 2004년 중앙교섭 과정에서 금속노조는 불법행위를 포함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모든 가압류·손해배상의 금지를 요구한 점, 이에 대해 사용자협의회는 위와 같은 요구는 교섭 안건이 될 수조차 없고, 교섭 안건으로 삼는다 하더라도 가압류·손해배상은 노조의 파업행위에 대한 사측의 유일한 대응 수단임을 강조하며 이를 거부하였던 점, 2004. 6. 14. 중앙노동위 조정안은 '노동조합은 폭력·파괴 행위를 수반한 불법행위를 하지 아니하며, 사용자는 과도한 손배·가압류를 가급적 자제한다'는 것으로 사측의 가압류·손해배상을 전면적으로 막는 내용은 아니었고, 위 조정안과 유사한 내용으로 양측의 의견이 접근되었던 점, 이후 가압류·손해배상 금지에 대한 조건 등 부대사항을 넣어 합의문을 작성하려 하였으나 결국 이 사건 부제소합의와 같은 추상적 내용의 합의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부제소합의에 본건과 같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 따르지 않은 정당성 없는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한 배상청구소송까지 포함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위 각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부제소합의 당시 사용자협의회 또는 원고로서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로 인해 장차 노동조합의 위법한 쟁의행위 등으로 인해 회사가 재산상 손해를 입게 되더라도 헌법상 보장된 재판청구권을 포기하고 이를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예상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이 사건 부제소합의에 반하지 않거나, 설령 반하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이는 그 합의 당시에 예상할 수 없는 상황에 관한 것으로서 무효라 할 것이다.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이유 없다.
본안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쟁의행위는 노동조합법에서 정한 적법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적인 쟁의행위이고, 피고들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지회장 및 사무장으로서 불법적인 이 사건 쟁의행위를 주도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해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시간 동안의 생산설비 감가상각비 상당의 손해배상금인 37,980,808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손해배상책임의 발생에 대하여
노동조합법 제3조는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여 사용자의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 제한을 가하고 있으나, 여기서 민사상 배상책임이 면제되는 손해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국한된다고 풀이하여야 할 것이고, 정당성이 없는 쟁의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고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입은 사용자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정당한 쟁의행위라고 하기 위해서는 우선 주체가 단체교섭의 주체로 될 수 있는 자이어야 하고, 또 단체교섭과 관련하여 근로조건의 유지, 개선 등을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목적이 정당하여야 하며, 시기와 절차가 법령의 규정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여야 할 뿐 아니라, 방법과 태양이 폭력이나 파괴행위를 수반하는 등 반사회성을 띤 행위가 아닌 정당한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11. 3. 24. 선고 2009다29366 판결 참조).
그리고 노동조합의 간부들이 불법쟁의행위를 기획, 지시, 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경우에 이와 같은 간부들의 행위는 조합의 집행기관으로서의 행위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민법 제35조 제1항의 유추적용에 의하여 노동조합은 그 불법쟁의행위로 인하여 사용자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한편 조합간부들의 행위는 일면에 있어서는 노동조합 단체로서의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외에 개인의 행위라는 측면도 아울러 지니고 있고, 일반적으로 쟁의행위가 개개근로자의 노무정지를 조직하고 집단화하여 이루어지는 집단적 투쟁행위라는 그 본질적 특징을 고려하여 볼 때 노동조합의 책임 외에 불법쟁의행위를 기획, 지시, 지도하는 등으로 주도한 조합의 간부들 개인에 대하여도 책임을 지우는 것이 상당하다(대법원 1994. 3. 25. 선고 93다32828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는 그 조합원의 직접·비밀·무기명 투표에 의한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정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고(노동조합법 제41조 제1항), 노동위원회의 조정절차를 거치지 아니하면 이를 행할 수 없는 것인데(같은 법 제45조 제2항), 이 사건 쟁의행위를 함에 있어 이 사건 노동조합이 이와 같은 절차를 따르지 아니한 사실에 대하여는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다. 나아가 위 증거들, 갑 제10, 14, 15, 3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들은 이 사건 쟁의행위 기간 중 출근한 근로자들을 간담회 명목으로 데려가거나, 작업장을 돌며 작업을 중단할 것을 독려한 사실이 인정된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쟁의행위는 정당성이 없는 것으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 할 것이고, 피고들은 이 사건 노동조합의 간부로서 이러한 불법쟁의행위를 기획, 지시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해 발생한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손해의 발생 여부에 대하여
법리상 제조업체에 있어서 불법휴무로 인하여 조업을 하지 못함으로써 그 업체가 입는 손해로는, 조업중단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함으로써 생산할 수 있었던 제품의 판매로 얻을 수 있는 매출이익을 얻지 못한 손해와 조업중단의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차임, 제세공과금, 감가상각비, 보험료등)을 무용하게 지출함으로써 입은 손해를 들 수 있다(대법원 1993. 12. 10. 선고 93다24735 판결 참조).
한편, 위와 같이 조업중단의 여부와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손해에 포함시키는 이유는, 조업중단으로 인해 제품이 생산되지 않아 매출이익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그 비용은 이를 회수할 수 없게 되어 그대로 손해로 남게 되기 때문이다(대법원 1996. 7. 12. 선고 94다61885, 61892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증거들, 갑 제3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쟁의기간 중 당초 원고가 계획했던 생산량보다 적은 양의 제품이 생산된 사실은 일응 인정이 된다.
그러나 위 증거들 및 을 제22, 2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쟁의행위의 쟁의기간은 비록 10여일에 이르나, 위 쟁의기간 동안 전면적으로 조업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오후작업, 잔업, 특근 등 일부 시간 동안만 조업이 중단된 것이었던 점, ② 또한 위 조업이 중단된 일부 시간대의 모든 생산라인에서 조업이 중단된 것도 아니라, 쟁의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조합원들과 관리직 직원들의 투입 등으로 인해 일부 생산라인에서는 정상적인 조업이 이루어진 점, ③ 이 사건 쟁의행위 직후 원고측은 직원들에게 '여러분의 헌신적인 지원으로 인해 지난 2주간의 불법쟁의행위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결품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사내매일을 발송한 점, ④ 원고의 전 대표이사 G 역시 피고들에 대한 청주지방법원 2014고단2424 업무방해 등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이 사건 쟁의행위에도 불구하고 단 한 건의 결품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쟁의행위로 인해 원고가 감가상각비에 해당하는 고정비용을 회수하지 못할 정도의 매출이익을 올리지 못하였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 사건 소를 각하한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나 제1심에서 본안판결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심리가 되어 있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18조 단서에 의하여 제1심법원으로 환송하지 아니하고 본안판결을 하기로 한다. 다만, 원고만이 항소한 이 사건에 있어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항소인인 원고에게 불이익하게 제1심판결을 취소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항소만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한(재판장) 이수현 빈태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