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2003. 10.경부터 피고가 운영하는 'B 법률사무소'의 직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07. 1. 2.경 해고되었다.
피고를 사업주, 원고를 근로자로 하여 작성일 2005. 11.로 되어 있는 근로계약서 사본(갑 제1호증)이 존재하는데, 그 주요 내용은, 피고가 원고에게 임금 2,500,000원을 매월 25일에 지급하고, 쌍방이 기정산한 체불임금(퇴직금 포함) 및 차입금(대여금) 등 136,970,900원은 매월 25일에 임금과 별도로 원고의 임금지급통장으로 분할하여 지급하되, 원고가 퇴직하는 경우 퇴직시까지의 미지급 잔액을 전액 일시불로 지급한다는 것이다.
한편, 위 근로계약서 사본의 말미에 위 내용을 증거하기 위하여 체불임금 및 차입금 등을 정산하였다는 원고와 피고의 이름과 도장이 날인된 정산서 사본도 첨부되었는데, 위 정산서 사본에 기재되어 있는 금원도 위 136,970,900원이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기재
주장 및 판단
주장
원고는, 2005. 11.경 피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서(갑 제1호증)를 작성하였는데, 위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피고는 원고에게 기정산한 체불임금(퇴직금 포함) 및 차입금(대여금) 등 136,970,900원을 급여일에 분할하여 지급하되, 근로자가 퇴직하는 경우 퇴직시까지의 미지급 잔액을 전액 일시불로 지급하기로 약정하였으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약정된 정산금 136,970,900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피고는 ① 위 근로계약서는 원고가 사무장 일을 하면서 피고의 인감을 수시로 소지할 수 있었음을 기화로 위조한 것이고, ② 원고에게 위 136,970,900원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사실도 없으며, ③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약정금 중 미지급 임금 및 퇴지금 중간정산분 합계 46,500,000원에 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3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한다.
판단
위 근로계약서의 진정성립 여부
관련 법리
문서의 제출은 원본으로 하여야 하는 것이고, 원본이 아니고 단순한 사본만에 의한 증거의 제출은 정확성의 보증이 없어 원칙적으로 부적법하므로, 원본의 존재 및 원본의 성립의 진정에 관하여 다툼이 있고 사본을 원본의 대용으로 하는 것에 대하여 상대방으로부터 이의가 있는 경우에는 사본으로써 원본을 대신할 수 없으며, 반면에 사본을 원본으로서 제출하는 경우에는 그 사본이 독립한 서증이 되는 것이나 그 대신 이에 의하여 원본이 제출된 것으로 되지는 아니하고, 이때에는 증거에 의하여 사본과 같은 원본이 존재하고 또 그 원본이 진정하게 성립하였음이 인정되지 않는 한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상의 증거가치는 없다. 다만, 서증사본의 신청 당사자가 문서 원본을 분실하였다든가, 선의로 이를 훼손한 경우, 또는 문서제출명령에 응할 의무가 없는 제3자가 해당 문서의 원본을 소지하고 있는 경우, 원본이 방대한 양의 문서인 경우 등 원본 문서의 제출이 불가능하거나 비실제적인 상황에서는 원본의 제출이 요구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지만, 그와 같은 경우라면 해당 서증의 신청당사자가 원본 부제출이 정당하게 되는 구체적 사유를 주장·입증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다66133 판결 등 참조).
한편,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 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따라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그와 같은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자가 반증을 들어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증명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깨진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591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성명의인의 인영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하고(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 등 참조), 특히 처분문서의 소지자가 업무 또는 친족관계 등에 의하여 문서명의자의 위임을 받아 그의 인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던 사실이 밝혀진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
인정사실 등
앞서 든 증거와 을 제3, 15, 37, 51, 55, 56, 57, 60, 61호증의 각 기재, 제1심법원의 대전중앙신용협동조합장에 대한 2010. 10. 22.자 각 사실조회결과 및 환송 전 당심 감정인 J의 필적감정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다음 각 사실과 사정을 알 수 있다.
원고는, 피고가 136,970,000원을 장래의 임금과는 별도로 원고에게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의 '사본'을 갑 제1호증으로 제출하였는데, 피고는 제1심 이래 일관되게 갑 제1호증이 위조되었다고 주장하며 그 성립의 진정을 부인하고 있고, 제1심법원은 2012. 2. 15. 원고에게 갑 제1호증의 원본을 제출할 것을 명하였으나 원고는 대전지방노동청 근로감독과에 제출하였다고 주장하며 당심 변론종결시까지 그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피고의 사무장으로 근무하던 K의 소개로 2003. 10.경부터 변호사인 피고가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 월 급여로 2,500,000원을 받기로 하고 입사하여 사무장으로 근무하다가 2007. 1.경 해고되었다.
갑 제1호증에는 2005. 4. 1. 원고가 피고의 위임장을 소지하고, 대리인으로 발급받은 피고의 인감증명서 사본이 첨부되어 있는데, 원고는 위 날짜에 사용용도가 '통장개설용'으로 된 피고의 인감증명서 5통을 발급받았고, 2006. 5. 18.에도 피고를 대리하여 피고의 인감증명서 2통을 발급받은 사실이 있다.
피고는 원고의 권유로 2005. 7. 11. 대전중앙신용협동조합에 피고 명의 계좌를 신규로 개설한 사실이 있는데, 2005. 10. 25. 위 신용협동조합에 피고 명의의 계좌가 추가로 개설되었다. 피고는 위와 같이 계좌를 추가로 개설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고, 위 신용협동조합에는 추가 계좌의 계좌개설신청서 등 관련 서류들이 보관되어 있지 않으며, 작성일자가 위 추가 계좌의 개설일인 2005. 10. 25.로 되어 있는 신협 전자금융변경신청서상의 피고의 서명은 2005. 7. 11.자 조합원가입신청서상의 피고의 서명과는 필적이 다르다.
원고는 피고의 사무실에 입사하기 전부터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형편으로 통장의 잔고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경우도 가끔 있었다. 그럼에도 원고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하기 전까지는 갑 제1호증을 근거로 피고에게 약정금 등을 지급할 것을 요구한 적이 없었는데, 2007. 4.경 실업급여를 신청하였다가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자 비로소 갑 제1호증과 동일한 근로계약서 사본을 제출하면서 피고를 대전지방노동청에 진정하고, 그로부터 2년 정도 경과한 후 다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갑 제1호증에 첨부된 정산의 사본의 작성 주체가 누구인지, 어떤 방법으로 작성된 것인지에 관한 원고의 진술은 진술 시마다 모순되거나 진술 사이에 일관성이 없으며, 위 정산서에는 피고를 '변'이라 호칭하거나, 피고로부터 받은 급여를 '수입'항목에 기재하여 이를 공제하는 방법으로 정산금을 산출하는 등 피고와 상의하여 작성한 정산서로 보기에는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오류들이 많이 존재한다.
위와 같은 사정들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우선 원고는 갑 제1호증의 원본을 제출하지 아니하였고, 원본 부제출에 대한 정당성이 되는 구체적 사유를 입증하지도 아니하였으므로 갑 제1호증은 그와 같은 내용의 사본이 존재한다는 것 이외에 피고의 약정 사실을 증명하는 증기로서의 가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또한, 원고는 갑 제1호증의 작성일자보다 약 7개월 전에 피고의 인감증명서를 대리로 발급받기도 하였는데, 갑 제1호증에 첨부된 인감증명서는 그와 같이 원고가 대리로 발급받은 인감증명서의 사본인 점, 갑 제1호증에는 견적서, 피고의 신분증, 변호사등록증서, 사업자등록증, 인감증명서의 사본 등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러한 첨부서류들은 피고 사무실 직원인 원고가 손쉽게 입수할 수 있거나 작성할 수 있는 서류들인 반면, 원고는 유독 피고의 약정사실을 가장 손쉽게 증명할 수 있는 피고의 서명은 받지 아니한 점, 갑 제1호증의 작성 주체와 작성 경위에 관한 원고의 진술에 일관성이 없고, 피고와 상의하여 작성하였다는 정산서의 내용에 만일 피고가 알았다면 쉽게 수긍하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오류나 표현들이 다수 발견되는 점, 원고가 피고 사무실에 취업할 당시부터 이 사건 소 제기에 이르기까지의 원고의 경제적 상황, 원고가 피고가 운영하는 사무실에 취업한 동기와 경위, 원고의 피고에 대한 채무이행의 최고 여부, 금전출납부 사본은 원고 스스로 수사기관에 제출한 장부로서 그 기재와 갑 제1호증의 기재가 일부 일치한다고 하여 갑 제1호증의 증거가치가 높아진다고 할 수는 없는 점, 아래 (2)항에서 살펴보는 바와 같이 갑 제1호증에 기재되어 있는 채무 일부의 존재가 인정된다고 하여 진정성립을 인정하기 어려운 갑 제1호증에 기재된 채무 전부를 인정할 수는 없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갑 제1호증에 나타난 피고의 인영이 피고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의 여지가 있고, 오히려 원고가 피고의 인감도장을 도용하여 갑 제1호증을 작성한 것이라는 피고의 주장이 더 설득력이 있다고 할 것이므로, 설령 갑 제1호증이 원본이라 할지라도 그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결국 갑 제1호증의 기재를 이유로 피고가 원고에게 위 정산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그 밖에 위 근로계약서 사본에 첨부된 정산서(앞서 본 바와 같이 그 진정성립도 인정하기 어렵다) 사본과 위 근로계약서 사본에 첨부된, E회사에서 시공(남품)한 사무실공사비 및 물품대금에 관한 15,422,000원짜리 견적서 사본 및 갑 제7호증, 을 제36, 3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E회사의 F이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위 견적서 기재 금원의 지급 청구의 소에서 승소한 사실만 가지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위 정산금을 지급하기로 약정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선재(재판장) 신혜영 이종록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