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 6. 30. 원고와 B종교단체 C사 사이의 D 부당해고구제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의 지위
원고는 1988. 9. 9. B종교단체으로부터 승려증을 발급받은 사람으로서, B종교단체 C사(이하‘ C사’라 한다)에서 ‘E’이라는 법명으로 예불(禮佛)업무에 종사하였다.
C사는 B종교단체의 제6교구 본사로서 상시 약 20명의 근로자를 사용(使用)하는 종교단체이다.
예불에 관한 일반 지식
예불은 사찰에서 매일 조석으로 집전되는 의식으로서, 이른바 삼보(三寶)에 해당하는 불(佛), 법(法), 승(僧)에 경의를 표하는 일체의 행위 동작을 총칭하는 개념이다. 예불 절차는 오랜 기간에 걸쳐 정형화되었고, 이에 따라 C사를 포함하여 B종교단체 소속의 대부분의 사찰에서 이루어지는 예불의 절차는 대동소이하다.
한국불교의 전통 예법에 따르면, 예불은 매일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새벽예불과 저녁예불로 나뉘어지며, 예불의 집전은 통상적으로 노전(또는 부전) 소임을 맡은 승려가 담당하고, 경우에 따라 그 중 예불 전(前)의례 부분은 학승이 집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불 본(本)의례에서 이루어지는 암송은 노전 승려가 하는 부분과 본의례에 참여한 승려가 함께 하는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조석예불 외에 부처에게 마지(밥)를 올리는 ‘사시불공’을 예불로 보기도 하나, 통상 예불보다는 불공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다만, 불교 의례상 사시불공에서도 발원문을 염송하는 절차가 포함되므로, 노전 또는 부전소임을 맡은 승려가 이를 담당하게 된다.
예불은 예경의 몸짓에 불보살을 찬탄하는 예찬문과 송주염송(誦呪念誦)의 과송절차가 수반되고, 사물, 목탁, 소종 등 일정한 법구의 사용이 행하여지며 의례의 전후로 다른 의식들인 일도량석(一道場釋), 종송(鍾頌), 조석송주, 축원 등이 연결되어 하나의 정형화된 의례군을 형성하고 있다.
예불 전의례에는 도량석과 종송이 있다. 도량석은 절에서 매일 새벽에 행하는 의식으로 기상시간을 알리고 도량을 결계하여 청정하게 하는 의식이다. 부전 또는 노전 소임의 승려가 먼저 기상하여 불전에 향과 등불을 켜고 3배한 뒤에, 목탁을 들고 법당 앞으로 나와서 얕은 소리로부터 높은 소리로 세 번 거듭 올려친 뒤, 천수경이나 사대주를 외우는 방법으로 천천히 목탁을 치면서 도량을 순방한다. 그러면 함께 공부하는 수행자들이 그 소리를 듣고 일어나 세수하고 법당에 모여 예불준비를 하게 된다. 도량석이 끝나면 곧 종송이 시작된다. 종송은 아침종송의 경우 집전자가 도량석이 끝나기 전에 미리 법당 안 종틀 앞에 앉아서 도량석 목탁이 끝맺음을 할 때 먼저 종틀을울리고 종을 법도에 맞게 울리는 것이다. 종칠 때 외우는 종송은 아침에는 게송(偈頌), 진언(眞言)에 장엄염불을 곁들여 외우고, 저녁에는 게송과 진언만을 외운다. 이후 법당 밖 종루에 있는 불전사물(범종, 법고, 목어, 운판)이 울리게 된다. 사물의식이 끝나면 법당에서는 금고가 5번 울리고, 예불 본의식이 시작된다.
예불 본의례는 불전에서 집전하는 예불로서 상단예불과 축원, 중단예불로 이루어져 있다. 아침예불은 상단예불(이른바 ‘칠정례’라 한다)과 축원, 중단예불 또는 반야심경 독송으로, 저녁예불은 상단예불, 중단예불 또는 반야심경 독송으로 이루어져 있다.
‘노전’ 승려 모집 사례
인터넷 홈페이지 ‘F’에는 불교에 관한 구인광고가 이루어지고 있고, 그 중에는 사찰 내에서 기도업무에 종사하는 ‘노전’ 또는 ‘부전’ 승려를 모집하는 구인광고가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러한 구인광고에는 ‘월 보시 280만 원’ 또는 ‘보시금 협의’, ‘월 휴가 3박 4일’, ‘개인방사 제공’, ‘4대보험 가입’ 등을 비롯하여 기도업무에 따른 유무형적 경제적 대가를 지급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원고의 업무내용
원고는 2018. 11. 22.부터 2019. 11. 4.까지 C사에서 기거하면서 B종교단체의 종무원법에 따른 교역직 종무원인 ‘노전’(또는 부전)의 소임을 맡아 불교의 전통 예법에 따라 예불을 하였다.
C사에서 예불은 새벽예불(오전 4시~오전 5시 20분), 사시예불(오전 10:00~오전 11시), 저녁예불(오후 6시~ 오후 7시)로 나뉘어 이루어졌다.
원고에 대한 금전지급 내역
C사는 2018. 12. 24.부터 2019. 10. 25.까지 매월 23 내지 25일에 원고에게 1,800,000원을 송금하였고, 노전으로서의 소임이 종료된 2019. 11. 15.경에는 원고에게 581,000원을 송금하였다.
원고의 업무종료 경위
C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절차에서 원고가 2019. 11. 1. 및 2019. 11. 2.경 두 차례 범종 타종과 새벽 예불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2019. 11. 4. 원고로 하여금 기도스님으로서의 소임을 면하게 하였다고 진술하였다.
재심판정의 내용
원고는 2019. 12. 3.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C사로부터 부당해고를 당하였다는 이유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3. 31.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였다(G). 원고는 이에 따라 2020. 4. 29.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6. 30. 다음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D).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호증, 갑 제6호증, 갑 제7호증, 을 제1호증, 을 제3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 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원고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C사 등 B종교단체 소속 사찰들은 전통적인 불교 예법에 따라 매일 일정한 시간에 새벽예불(오전 4시~오전 5시 20분), 사시불공(오전 10:00~오전 11시), 저녁예불(오후 6시~ 오후 7시)을 거행하고 있고, 원고는 매일 위와 같은 시각에 불교의 예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예불을 집전하면서 법구를 사용하거나 불경을 염송하였으며, C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범종을 타종하지 않았다거나 새벽예불을 집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원고를 기도 소임에서 해임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므로, 업무내용과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가 사전에 정하여져 있고, 원고가 스스로의 의사에 따라 이를 변경할 수 없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업무내용, 근무시간 및 근무장소에 대하여 사용자로부터 지시를 받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는 C사에서 기거하며 업무를 시작한 때부터 이를 종료할 때까지 매월 정기적으로 C사로부터 월 180만 원을 지급받았다. 피고는 C사가 원고에게 지급한 월 180만 원이 종무원법 및 승려법에 따라 사찰 내에 기거하는 것이 허락된 승려에게 지급하는 생활보조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와 동시에 사찰 내 승려들이 맡은 소임에 따라 그러한 생활보조비의 액수가 다르다는 점 및 원고가 예불 소임을 맡은 점을 감안하여 위와 같은 액수의 금원이 지급되었음은 인정하고 있다. 또한 다수의 사찰에서는 실제로 노전 또는 부전 소임의 승려를 모집하면서 그에 대한 대가로 일정한 금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구인공고를 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예불 업무를 집전하는 대가로 C사에 기거하는 것을 허락받고 월 180만 원을 지급받았다고 봄이 상당하다. 설령 피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사찰 내 기거하는 승려의 자격으로 ‘생활보조금’을 지급받았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사찰 내 기거하는 승려는 맡은 소임에 따라 그러한 ‘생활보조금’의 액수에 차이가 있으므로 결국 원고에게 지급한 생활보조금은 순수한 생활보조금에 해당하는 부분과 원고의 소임인 예불 집전 업무에 대한 대상적 성격을 가진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고, 적어도 그러한 한도 내에서 원고가 받은 금원 중 일부가 근로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음은 충분히 인정된다.
원고는 오랜 기간 형성된 불교의 전통 예법이 정하는 절차와 방법에 따라 조석예불과 사시불공을 하였다. 원고가 집전한 예불은 C사 내에서 다수의 승려와 불교신자들의 참여 하에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집단적 종교의식(儀式)으로서, 원고는 다수의 사람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매일 일정한 시각에 정해진 방식으로 예불을 하여야 하고, 편의에 따라 전부 또는 일부를 생략하거나 개인적인 종교의식으로 대체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예불을 집전하거나 예불에서 불경 등을 염송하는 행위가 원고 개인의 종교적 수양에 기여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예불 업무는 기본적으로 C사의 지시 하에 해당 종교단체 본연의 목적에 기여하기 위한 단체적 종교활동의 일환으로서 행하여진 것이므로, 이를 가리켜 개인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종교적 수양 또는 수행행위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따라서 원고의 예불업무는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3호가 정하는 정신노동 및 육체노동 모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피고가 들고 있는 반대사실 내지 사정만으로는 앞서 인정한 사실을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반증도 없다.
원고를 제외한 나머지 C사 소속 근로자들이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등을 포함한 이른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던 반면에 원고는 건강보험을 제외한 나머지 사회보장제도에 근로자로서 가입된 사실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가정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았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원고가 각종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대우받은 사실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원고의 채용이 구인광고를 통하여 이루어졌는지 혹은 지인의 소개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는 원고의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함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구인광고를 통하여 채용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부당하다.
원고가 자신의 업무에 관하여 C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거나,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는 사정의 존재가 원고의 근로자성을 인정하는 것과 모순된다고 보기 어렵고, 달리 근로자성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도 없다. 라) 원고가 예불업무를 수행하면서 그러한 업무의 방법과 내용 등에 대하여 C사로부터 구체적인 지시를 받았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으나, 반드시 업무의 방법과 내용을 사용자가 지정하거나 구체적으로 지시 또는 감독하는 경우에만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령, 현대 사회에는 ‘업무의 종속성’이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공장 노동자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근로형태가 존재하고 있고, 심지어 의사와 같이 업무의 구체적 내용에 대하여 지시를 받지 아니하는 사람의 경우에도 근로자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업무내용과 근무시간 및 장소가 사전에 지정되어 있는 이상 그러한 사정만으로도 원고의 업무가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음은 충분히 드러난다.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방 또는 쌍방이 순수 종교인이거나 종교적 활동을 원인으로 사무(업무) 처리에 관한 인적관계가 형성되는 경우에 그와 같은 종교적 성질 때문에 그 관계를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로 평가하는 것이 한층 더 어려워질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종교적 성질을 고려하더라도, 앞서 본 규정 및 법리에 따라 근로관계로 평가할 수 있는 이상, 근로관계의 일방 또는 쌍방이 순수 종교인이라거나 종교적 활동을 원인으로 근로관계가 형성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된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그럼에도 피고는 원고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잘못 판단함으로써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으므로, 위와 같은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신동헌(재판장) 송진호 백승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