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등법원판결

대전고등법원 2026. 4. 15. 선고 2025나1135 판결

주문

1.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위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하고, 산업재해보상보험을 '산재보험'이라 한다)에 의하여 설립되어 고용노동부장관으로부터 산업재해보상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특수법인이고, 피고들은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상속인들로, 피고 A은 망인의 배우자, 피고 B는 망인의 아들이다.

2)

유한책임회사 D(이하 'D'라 한다)는 아웃소싱 컨설팅 및 아웃소싱 공급업, 화물운송업, 화물알선 및 주선업, 물류서비스 및 용역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주이고, 망인은 D의 업무집행자였으며, 망 E(이하 '재해근로자'라 한다)은 D의 직원으로 D가 관리하던 J택배 L터미널에서 야간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망인의 재해근로자에 대한 불법행위

1)

D는 2017년경 J 주식회사(이하 'J택배'라 한다)와 사이에, D가 J택배 L터미널등에서 택배물류 상·하차 및 분류작업 등을 수행하고 J택배로부터 용역수수료를 지급받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였다.

2)

추석 연휴를 앞둔 2021. 9. 초순경부터 택배 물량이 증가하였고, 재해근로자가 근무하던 J택배 L터미널에서 미하차 물량이 발생하였다.

3)

망인은 재해근로자가 이전에 인건비를 횡령하였던 적이 있다고 의심하였고, 위와 같이 택배 물량이 증가하는 시점에도 인건비를 횡령하거나, 현장소장으로서 인력관리를 소홀히 하여 미하차 물량이 더욱 늘어났다고 생각하였으며, 미하차 물량 증가에 대처하기 위하여 추가 인력을 투입하여 이미 상당한 금액이 지출된 상태에서, J택배로부터 미하차 물량에 관한 거액의 손해배상책임을 추궁당하여 극심한 손실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였다.

4)

망인은 2021. 9. 16. 05:05경 야간 현장소장이었던 재해근로자가 근무 중이던 물류센터에 들러 재해근로자와 함께 D가 위치한 대전 동구 H에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I 커피숍<1>으로 이동하였고, 05:44경에서 05:47경 사이에 그 커피숍에서 재해근로자와 위와 같은 미하차 물량의 발생과 대책 등에 관한 대화를 나누던 중 미리 준비한 골프채와칼로 재해근로자를 공격하여 살해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5)

망인은 이 사건 사고 직후 같은 장소에 놓인 모형 나무에 목을 매어 자살하였고, 망인의 사후 망인의 옷에서 '믿고 따라준 직원들에게 미안하다. 총 책임자로 내 방식대로 책임을 다하고 간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라고 기재된 유서가 발견되었다.

다.

원고의 보험급여 지급

원고는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재해근로자의 상속인에게 유족보

상일시금 196,271,760원, 장례비 13,034,840원, 합계 209,306,600원(= 196,271,760원 +13,034,840원)을 지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4 내지 6, 8 내지 10호증, 을 제4, 6 내지 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재해근로자에게 유족보상일시금 196,271,760원, 장례비 13,034,840원, 합계 209,306,600원의 보험급여를 지급하였고, 망인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2>이 규정한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에 해당한다. 따라서 망인의 상속인들인 피고들은 재해 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 행사할 수 있는 원고에게 구상금으로 위에서 본209,306,600원 중 201,271,760원(= 피해자의 일실수입 317,392,504원과 원고가 지급한 유족보상일시금 196,271,760원 중 적은 금액인 196,271,760원 + 재해근로자의 적극적 손해액 5,000,000원과 원고가 지급한 장례비 13,034,840원 중 적은 금액인 5,000,0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망인이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가.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인지 또는 같은 항 단서에서 말하는 '보험가입자인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인지는, 재해근로자에 대하여 불법행위 등을 한 사람(이하 '가해자'라 한다) 중 누구에 대해서까

지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지, 다시 말하면 보험급여액의 한도 내에서 재해근로자에 대한 최종적인 보상책임을 공단이 부담할지의 문제이다.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과 단서는 '제3자'의 범위나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행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으므로, 법원은 산재보험제도의 성격과 목적,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의 입법취지 및 그 전체 내용과 구조, 산재보험의 운용과 재정 부담, 형평의 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이를 합리적으로 해석 · 적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 본문에 따른 대위권의 행사 범위는 보험료 부담관계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들 또는 노무제공자들이 동일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업무상 재해에 관한 공동의 위험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즉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동일한 '위험'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제87조 제1항 본문의 제3자의 범위를 파악함이 타당하다. 이와 같이 위험을 공유하고 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한 가해자와 그 사용자는 보험급여를 한 공단이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상대방인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대법원 2026. 1. 22. 선고 2022다21404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사실상 보험가입자(사업주)에 준하는 지위에 있거나, 재해근로자와 동일한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동일한 위험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구상권 행사의 대상인 '제3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①

재해근로자의 상속인이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보험급여는 D가 가입한 보험에 관한 것으로 그 보험가입자(사업주)는 D이고, 망인은 보험가입자(사업주)에 해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피고는 D를 대표하여 D의 업무를 집행할 권한을 갖는 사람이었으므로, 사실상 보험가입자(사업주)인 D와 동일시될 수 있는 지위에 있었다. 보험가입자(사업주)가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망인이 제3자로서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②

망인이 J택배 L터미널 운영 등 물류운영 업무에 관하여 D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재해근로자와 함께 J택배 L터미널에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해당 업무와 관련하여서는 재해근로자와 동료 근로자 유사한 관계에 있었다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를 동료 근로자의 가해행위로 인한 업무상 재해에 준하는 것이라고 보더라도, 재해근로자와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근무하던 관계에 있던 망인은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동일한 위험을 공유하는 사람으로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제3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③

이 사건 사고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형태의 고의의 불법행위여서, 이러한 경우까지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하는 위험이 발현된 것으로서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들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업무관계는 사용자, 기업조직 내에서 동료 근로자 및 고객 등 제3자와 형성하는 사회적 관계의 형태로 전개되는데, 그러한 관계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갈등이 표출됨에 따라 언제든지 물리적 · 정신적 폭력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 망인은 J택배 L터미널 운영과 관련하여 현장소장인 재해근로자에 대한 지시·관리 업무도 담당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 직무의 내용과 성질상 재해근로자와의 감정적 마찰·분쟁의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었다.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재해근로자의 업무 소홀이나 불법행위 등을 의심하면서 재해근로자와 대량의 미하차 물량 발생의 원인과 대책 등을 논의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업무상 내재된 감정적인 마찰이 주된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업무관계에서 기인한 갈등과 다툼이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난 것이라는 점에서, 이 사건 사고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한 것으로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있다. 원고도 이 사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재해근로자의 상속인에게 유족보상일시금 등을 지급하였다.

④

나아가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위험의 발현 양상에 따라서는 가해자인 망인이 동일 내지 유사한 업무상 재해를 입을 가능성도 있었던 점에서, 재해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한 것이지만 가해자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 없는 편면적인 위험이어서 망인과 재해근로자가 위험을 '공유'하는 관계에 있지 않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⑤

위에서 본 현재의 산재보험법 규정과 법리에 따르면,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된 위험을 공유하는 관계에 해당한다면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구상권 행사의 상대방인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보아야 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된 위험이기는 하되 그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거나, 그 위험이 현실화할 경우 가해자에 대한 비난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등의 이유로 이와 달리 보기는 어렵다.

⑥

재해근로자가 동료 근로자의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등 불법행위로 자살하였고,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여 재해근로자의 유족에게 산재보험법에 따른 보험급여를 지급한 후 가해자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구한 사안에서, 대법원은 동료 근로자에 의한 가해행위로 다른 근로자가 재해를 입어 그 재해가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경우 그 동료 근로자는 '보험가입자인 사업주와 함께 직간접적으로 재해 근로자와 산재보험관계를 가지는 사람'으로서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서 정한 '제3자'에서 제외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는데(대법원 2022. 8. 19. 선고 2021다263748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판단은 앞서 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제시한 새로운 법리에 따르더라도 달라진다고 보기 어렵다. 그 대법원 판결들이 일치하여 판시하는 바와 같이, 동료 가해자의 가해행위는 마치 사업장 내 기계기구 등의 위험과 같이 사업장이 갖는 하나의 위험이므로 공단이 최종적인 보상책임을 지는 것이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적 또는 책임보험적 성격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⑦

이 사건 사고를 사업 또는 사업장에 내재된 위험이 현실화된 것이라고 본다고 하여 살인이 업무관계에서 '통상적인' 위험이라는 의미로까지 확대 해석할 것은 아니고, 살인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범죄행위임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은 이 사건 사고의 특성 내지 성격과 별개로, 같은 사업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 사이의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업무상 재해의 경우를 포함한 구상권 행사 제한의 기준과 범위는, 산업과 사회 전체가 업무상 재해의 위험을 분담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갈등과 비용을 줄여 안정적인 산업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산재보험제도 내에서, 그 재원을 누구에게 얼마나 부담시킬지에 관한 산재보험의 운용의 문제로서 접근하고 이해되어야 한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피고들의 항소를 받아들여 제1심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대한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신동헌(재판장) 신예슬 신철민

각주1) 해당 커피숍은 코로나19로 영업을 하지 않고 D 등 직원들만 이용하는 곳으로, 사건 당시에는 내부에 아무도 없었다.

각주2) 산재보험법 제87조(제3자에 대한 구상권) ① 공단은 제3자의 행위에 따른 재해로 보험급여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한도 안에서 급여를 받은사람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代位)한다. 다만, 보험가입자인 둘 이상의 사업주가 같은 장소에서 하나의 사업을 분할하여 각각 행하다가 그 중 사업주를 달리하는 근로자의 행위로 재해가 발생하면 그러하지 아니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