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천안시 동남구 B에 있는 C병원의 대표로서 상시근로자 약 135명을 사용하여 병원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을 경우에는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하여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서 2012. 8. 13. 부터 2018. 8. 31. 까지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D의 2014년 5월분 임금(연장근로수당) 347,565원을 비롯하여 별지 체불금품 산정 내역과 같이 임금 합계 11,314,124원을 당사자 사이의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법리
근로시간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근로계약에 따른 근로를 제공하는 시간을 말하고, 휴게시간이란 근로시간 도중에 사용자의 지휘·감독으로부터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작업시간 도중에 실제로 작업에 종사하지 않는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근로자의 자유로운 이용이 보장되지 않고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시간은 근로시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 근로계약에서 정한 휴식시간이나 대기시간이 근로시간에 속하는지 휴게시간에 속하는지는 특정 업종이나 업무의 종류에 따라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다. 이는 근로계약의 내용이나 해당 사업장에 적용되는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의 규정, 근로자가 제공하는 업무 내용과 해당 사업장의 구체적 업무 방식, 휴게 중인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의 간섭이나 감독 여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휴게 장소의 구비 여부, 그 밖에 근로자의 실질적 휴식이 방해되었다거나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있는지와 그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안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3다28926 판결 등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 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인은 C병원의 대표이고, D은 2012. 8. 13. 경부터 2018. 8. 31. 경까지 C병원에서 근무한 자로서 운전업무 등을 하여왔다.
D은 2014. 1. 경부터 2017. 7. 말경까지 격주 금요일에 야간 당직근무를 하였고, 위 야간 근로에 대하여 8시간에 해당하는 수당을 지급받았다.
검사의 주장 및 D의 진술
D은 금요일 야간 근무 시 17:00부터 다음 날 08:00까지 15시간을 근무하였음에도 8시간의 야간 근로 수당만을 지급받았을 뿐이므로, 피고인은 7시간에 해당하는 야간 근로 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D이 야간 근로수당을 지급받은 8시간을 넘어서 근로를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설령 8시간을 넘어 일부 근로를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부분 수당의 지급 여부에 대하여는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대하여 다툴 여지가 상당하다고 보여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D이 금요일 17:00부터 18:00에 근로한 것으로 보아야 할지 또는 이를 휴게시간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하여 살펴본다. C병원은 매일 17:00부터 18:00까지 직원들에게 저녁 식사를 제공하여 왔고 D도 야간 당직 근로를 할 때 병원에서 식사를 한 것으로 보여 위 시간은 원칙적으로 저녁 식사 시간인 점, D의 주된 업무는 출퇴근 차량 운행인데 직원들의 퇴근 차량은 18:00부터 운행이 시작된 사실, 출퇴근 차량 운행을 위하여 미리 준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1시간 내지 그에 상응하는 시간에 이른다고 볼만한 근거는 없는 점, 위 시간 동안 D에게 근무를 지시·감독하였던 사람이 있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야간 당직자 (기사) 업무 매뉴얼(증거기록 205쪽)에는 근무시간으로 '오후 17시경 출근'이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D이 작성한 것이고 야간 근무를 담당한 E은 이 법정에서 야간 근무는 오후 6시에 시작한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금요일 17:00부터 18:00 사이는 식사시간으로 휴게시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D의 야간 근무의 주된 업무는 직원들 출퇴근 차량 운행이라고 보이고, C병원의 출퇴근 배차표(증거기록 232쪽), 증인 D, E의 각 법정진술 등을 종합하여 보면, 직원들 출퇴근 차량 운행에는 18:00경부터 19:40경까지, 21:10경부터 21:45경까지, 22:30경부터 23:30경까지, 04:30경부터 08:00경까지의 합계 약 6시간 45분이 소요된다고 보인다.
한편, D은 야간에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이를 후송하여야 하고 이러한 업무가 상당히 자주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있으나, 야간에 응급환자를 후송한 횟수에 대한 D의 진술은 1년에 10회 이상 된다고 하다가(증인 D에 대한 증인신문 녹취록 8쪽), 구급차 운행일지 상 10 내지 20회 정도 된다는 것으로 번복되는 등(위 녹취록 20쪽) 진술이 정확하지 아니하고 사실을 과장하여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실제로 D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출동 및 처치 기록지에 의하면, 격주 금요일 야간 근무 중 응급상황으로 환자를 후송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내용은 존재하지 아니하여(증거기록 85 내지 100쪽에 있는 기록지들에 의하면, 후송 내역이 야간 시간대가 아니거나 야간 시간대이더라도 금요일이 아니다), 이 부분에 대한 D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오히려 C병원은 재활병원으로서 응급환자가 거의 없었다고 보여, 응급환자 후송 내지 이를 위하여 대기한다는 점을 들어 17:00경부터 08:00경까지 모두 근로한 것이고 휴게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아울러 D은 출퇴근 차량 운행 외에도 나머지 시간동안 산소통 체크나 엘리베이터 운행 체크, 병원 잠금장치 확인 등의 업무를 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D과 동일하게 야간 근무를 하는 증인 E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이러한 업무는 짧은 시간이 소요될 뿐이라고 진술하고 있고, 그 업무의 성격상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거나 상당한 시간동안 지속적으로 할 업무는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D은 이 법정에서 산소가 떨어지거나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는 일이 1년에 20여회 된다고 진술하다가 이후 총 20여회 정도라도 번복한 점, D이 수사기관에 제출한 자료를 면밀히 살펴보더라도 산소통이 교체된 일은 1회가 발견될 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D의 위 진술은 과장된 진술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따라서 위와 같은 업무를 한다고 하여 17:00경부터 08:00경까지 모두가 근로시간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D의 야간 근무 당시 간호사를 제외하면 혼자서 근무하였고, 상급자 또는 업무를 지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별도로 당직자를 위한 당직실 등의 취침시설이 존재하지는 아니하나, 간이접이식 침대와 TV가 원무과에 있었다고 보이고, 야간 근무를 한 증인 E의 법정진술에 의하면 22:00경 내지 23:00경부터 04:00경까지는 위 침대에서 TV를 보거나 잠을 자도되고 실제로 보통 잠을 잤다고 진술하고 있다. 실제로 23:30경부터 04:30경까지는 별다른 업무가 존재하지 아니하여 휴식을 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야간 근무 동안의 주된 업무인 직원들 출퇴근 차량 운행, 운행 준비(탑승자와의 연락 등), 그 외에 잠금장치 확인, 산소통 체크 등의 부수 업무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야간 근로시간이 8시간을 초과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 한다.
판사 김재남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