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에 대한 형의 선고를 유예한다.
피고인 B는 무죄.
이유
범죄사실(피고인 A)
피고인들은 C조합의 대의원이고, 피해자 D는 같은 조합의 선거관리위원장이다.
누구든지 통신비밀보호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우편물의 검열ㆍ전기통신의 감청 또는 통신사실확인자료의 제공을 하거나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2020. 4. 28. 14:00경 충남 예산군 E에 위치한 예산군청 F 상담실에서 그곳 공무원인 G에게 C조합의 규약 변경안 가결이 정당하였는지 여부를 피해자에게 확인해달라고 요청하고, 피고인 A은 G가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스피커폰으로 대화하자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상태에서 G와 피해자의 약 4분 46초 동안의 대화를 녹음하였다.
이로써 피고인 A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였다.
사건정보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
판결
사건
2020고합69
판결선고
2021. 4. 15.
증거의 요지
증인 G의 법정진술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 A의 진술기재
D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녹취록, 카카오톡내역, 통화녹음파일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제3조 제1항 본문(징역형과 자격정지형 필요적 병과)
작량감경
형법 제53조, 제55조 제1항 제3호, 제5호
선고유예할 형
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
선고유예
형법 제59조 제1항 본문, 제2항(아래 양형의 이유 중 유리한 정상 참작)
양형의 이유
법률상 처단형의 범위: 징역 6개월 이상 5년 이하 및 자격정지 1년<1> 이상 2년 6개월 이하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아니하다.
선고형의 결정: 선고유예(징역 6개월 및 자격정지 1년)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 A이 대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채 이를 녹음하였다는 것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보장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사회적 상황 등을 감안하면 그 죄책이 가볍다고 할 수 없고, 피해자 또한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피고인 A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점, 이 사건 범행은 대화 당사자 중 한 명인 G의 동의를 받은 상태에서 그가 피해자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는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범행의 수단과 방법에 비추어 비난가능성이 비교적 낮은 점, 피고인이 위 녹음에 이른 경위나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고 녹음된 대화 또한 사생활의 침해 우려가 크지 않은 내용이었던 점, 이 사건 처벌조항이 국가기관 등에 의한 ‘우편물의 검열 또는 전기통신의 감청’과 사인에 의한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 또는 청취’를 행위 태양이나 죄책 경중의 구별 없이 동일하게 1년 이상이라는 징역형의 하한과 자격정지형의 필요적 병과로 정하여 규율하고 있어 책임원칙 및 비례원칙에 입각해 볼 때 양형상 고려할 측면도 있는 점, 피고인에게 소액의 벌금형 외에 별다른 처벌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가족관계, 범행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공판과정에 나타난 여러 양형요소들을 모두 고려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피고인 B)
피고인 B에 대한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 B는 판시 범죄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 A과 공모하여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였다
판단
형법 제30조의 공동정범은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하는 것으로서, 공동정범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주관적 요건으로서 공동가공의 의사와 객관적 요건으로서 공동의사에 기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사실이 필요하고, 공동가공의 의사는 타인의 범행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아니하고 용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공동의 의사로 특정한 범죄행위를 하기 위하여 일체가 되어 서로 다른 사람의 행위를 이용하여 자기의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어야 한다(대법원 2008. 4. 10. 선고 2008도1274 판결 참조). 그리고 공모자 중 구성요건 행위 일부를 직접 분담하여 실행하지 않은 자라도 경우에 따라 이른바 공모공동정범으로서의 죄책을 질 수도 있는 것이기는 하나, 이를 위해서는 전체 범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 역할이나 범죄 경과에 대한 지배 내지 장악력 등을 종합해 볼 때,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대법원 2009. 6. 23. 선고 2009도299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따라 살피건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B가 피고인 A과 위 공소사실 기재 범행을 공모하였다거나 피고인 A의 녹음행위를 기능적으로 지배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공동가공의 의사 부족
피고인 B는 수사기관에서부터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 ‘C조합의 사무국장이자 선거관리위원장인 피해자가 재적조합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노동조합 규약을 변경할 수 있다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16조 제2항을 위반하여 출석조합원 과반수의 찬성만으로 위 조합의 규약 변경안을 가결 선포하였다. 피고인들이 이에 항의하자 피해자가 주무관청인 예산군청의 공무원으로부터 조합규약 변경절차에 대하여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하여 피고인 A과 함께 G를 찾아가게 되었고, G가 확인서를 써주기는 곤란하니 피해자와 통화를 하여 출석조합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말해주겠다고 하여 G에게 피해자와의 통화를 직접 녹음해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G가 녹음 방법을 알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 때 옆에 있던 피고인 A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통화를 녹음하겠다고 말한 뒤 G의 동의 아래 G와 피해자 사이의 스피커폰 통화 내용을 녹음하였을 뿐 자신이 피고인 A에게 녹음을 지시하거나 사전에 녹음하기로 상의한 적이 없다.’라고 일관되게 진술하였고, 피고인 A의 수사기관 및 법정진술도 이와 부합한다.
위와 같은 피고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들이 G를 찾아갔던 당초 목적은 피해자에게 보여줄 확인서를 받기 위함이었을 뿐 G가 확인서를 써주는 대신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피고인들이 요청하는 내용을 구두로 말해줄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설령 피고인들이 이를 예상할 수 있었다고 해도 G가 스스로 그 통화를 녹음하는 것에서 나아가 G 및 피해자가 스피커폰으로 통화하면 피고인들이 그 통화를 직접 녹음하게 되는 상황까지 예상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인 A이 자신의 휴대폰으로 G와 피해자 사이의 통화를 녹음할 당시 피고인 B가 적극적으로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들 사이에 암묵적으로 타인 간의 대화 녹음행위에 대한 의사의 결합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는 부족하다.
기능적 행위지배 결여
피고인 B가 G와 피해자 사이의 통화를 녹음하지 않았고, 피고인 A에게 위 통화를 녹음하라고 지시한 사실도 없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인들 사이의 진술이 일치한다. 피해자 또한 수사기관에서 ‘G와의 통화가 누구에 의해 어떻게 녹음된 것인지는 모르겠다.’라고 진술하였다.
G는 경찰 조사에서 처음에는 ‘피해자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했던 사람을 정확히 모른다.’라고 진술하였다가 경찰관이 피고인들의 운전면허대장 사진을 보여주고 나서야 ‘피고인 B가 녹음한 것 같다.’라고 진술하였는데,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경찰 조사 당시 착오로 진술하였고 직접 녹음행위를 한 것은 피고인 B가 아니라 피고인 A이었다.’라고 정정 진술하였다.
피고인 B가 피고인 A과 함께 G를 찾아가 그에게 피해자와의 통화를 직접 녹음해 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인정되나, 대화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과의 통화를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므로 이를 이 사건 범행에 대한 본질적인 기여라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인들은 C조합의 대의원들로서 동등한 지위에 있고 나이는 오히려 피고인 A이 더 많은바, 피고인 B가 피고인 A을 지배 내지 장악하여 그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
피고인 B가 피고인 A으로부터 G와 피해자 사이의 통화 녹음파일을 전달받지도 않았다는 점에 관하여 피고인들은 물론 위 녹음파일을 피고인 A으로부터 전달받아 다른 조합원들에게 공개한 H 사이에 진술이 모두 일치한다.
결론
따라서 피고인 B에 대한 위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아니한다.
판사 성기권(재판장) 김재현 박광선
각주1) 자격정지형은 형법 제55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감경하더라도 형법 제42조, 제44조 제1항, 제45조 단서에 비추어 1년 미만으로 감경할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