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는 C법에 따라 과학기술 연구 및 교육을 위해 설립된 법인이고, 원고는 피고의 2019년도 학연지원직 직원 신규채용절차에 따라 임용되어 2020. 1. 1.부터 2020. 6. 30.까지 피고 상담센터에서 상담연구원으로 근무한 사람이다.
이 사건 공고 및 임용
피고는 2019년 하반기경 ‘2019년 학연지원직(무기계약직) 직원 채용 공고’(이하 ‘이사건 공고’라 한다)를 하고, 위 공고에 따라 서류·필기·실무면접·최종면접 전형을 실시한 후, 2020. 1. 1.자로 원고를 포함한 23명을 학연지원직 직원으로 신규임용하였다.
근로계약의 체결
원고는 피고와 사이에 2020. 1. 1.자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상담센터에서 근무를 시작하였다.
이 사건 근로계약 ‘계약기간은 2020. 1. 1.부터 퇴직시까지로 한다. 신규임용자의 수습기간은 초임계약기간 중 처음 6개월로 한다’고 정하고 있다(제1조).
이 사건 심의계획의 공지
피고는 2020. 5. 8.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학연지원직 수습해제 심의계획’(이하 ‘이 사건 심의계획’이라 한다)을 공지하였다.
이 사건 위기상황의 발생
원고는 2020. 4. 17. 및 4. 23. 상담센터에서 피고의 학생 D과 우울 문제 등으로 상담을 진행하였다.
D은 2020. 4. 24. 자취방에서 1차 자살시도를 하였고, 2020. 5. 7. 16:20경 피고행정동 근처에서 칼로 손목을 그으려는 2차 자살시도(이하 2차 자살시도를 ‘이 사건 위기상황’이라 한다)를 하였다. 이 사건 위기상황 당시 피고 캠퍼스 폴리스가 상담센터에 상황을 전달하여 부서장인 E, 책임 상담연구원 F, 해당 주의 당직 상담사이자 담당 상담자인 원고가 현장에 출동하였다.
17:10경 현장에 도착한 E, F, 원고는 D을 안정시킨 후, 원고와 D은 캠퍼스 폴리스 차량을 타고, E과 F은 도보로 상담센터로 이동하였다. 원고와 D은 상담센터에 도착하여 상담실에서 상담을 진행하였고, 상담센터 내 상담사들도 위기상황 대처와 상황공유를 위해 남아있다가 18:50경 퇴근하였다.
19:45경 D의 보호자인 이모부가 현장에 도착하였고, 이를 알게 된 D은 원고와 상담을 하던 도중 흥분하여 상담센터 밖으로 뛰쳐나갔고, 상담사 G가 D을 진정시킨 후 귀가조치 하였다.
중간평가의 실시
이 사건 심의계획에 따라 2020. 5. 11.부터 5. 15.까지 원고의 2020. 1. 1.부터 2020. 4. 30.까지의 근무기간에 대하여 E과 동료 상담사 4명이 중간평가를 실시하였다. 위 평가에서 원고는 다음과 같은 점수(각 항목당 7점 만점, 소속 부서장 및 동료들의 평가결과의 평균값)를 받았다. 원고의 점수 평균은 5.4로 평가대상자 23명 중 17번째에 해당한다.
위 중간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E은 2020. 6. 1. 원고와 면담을 실시하였다.
최종평가의 실시 및 직권면직 의결
2020. 6. 17. 개최된 학연지원직 수습해제위원회에서 학연지원직 23명에 대한 수습해제 여부가 심의되었다. 위 위원회에서 E은 원고에 대하여 ‘고과점수 합계: 77점(100점 만점), 고과등급: C, 직무적격여부: 부적격’ 평가를 기재한 인사고과표를 제출하였다. C등급의 경우 참석위원 2/3 이상이 의결하여야 수습해제 될 수 있는데, 원고는 참석위원 6명 중 6명으로부터 부적격 표를 받아 직무 부적격자로 평가되었다.
2020. 6. 25. 개최된 학연지원직 인사위원회에서 직무 부적격자로 평가된 수습대상자에 대한 직권면직 여부가 심의되었다. 위 심의과정에서 E, F이 출석하여 의견을 진술하고 인사위원회 위원과 질의·응답을 하였으며, 원고도 출석하여 의견 진술과 질의·응답을 하였다. 위 심의과정 이후 인사위원회 위원들의 무기명 투표 결과, 원고에 대하여 참석위원 6명 중 6명의 찬성으로 직권면직이 의결되었다.
피고는 2020. 6. 29. 원고에게 다음 내용의 직권면직 통지서(이하 ‘이 사건 통지서’라 한다)를 교부하고, 2020. 6. 30.자로 직권면직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직권면직’이라 한다)을 하였다.
피고의 학연지원직 인사관리규정 중 이 사건 관련 내용은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호증, 을 제1 내지 16호증(이하 가지번호 포함), 22, 2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요지
원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정식채용 이후 수습기간을 두는 내용의 계약으로서, 이 사건 직권면직이 유효하려면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피고는 이 사건 위기상황에 대한 원고의 대응만을 근거로 최종평가에서 원고에게 부적격 점수를 부여하고 이 사건 직권면직을 한 것으로 추측되나, 원고의 대응이 이 사건 통지서에 기재된 것처럼 부적절하지도 않았고, 원고의 상담실적, 중간평가 결과, 내담자와 1대1로 이루어지는 상담업무의 특성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직무수행능력이나 태도가 부족하다는 타 상담사들의 평가와 이를 기초로 한 최종평가 점수도 객관적이지 못하다. 이 사건 직권면직은 근로기준법 제23조의 정당한 이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무효이고, 설령 이 사건 근로계약의 성격이 시용계약이라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직권면직은 합리적 이유 없이 이루어진 것이므로 무효이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직권면직이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직권면직의 무효 확인 및 복직시까지 원고의 임금 상당액의 지급을 구한다.
피고
이 사건 근로계약은 시용계약으로써 해약권유보부 근로관계에 해당하고, 이 사건 직권면직은 원고의 직무수행능력 및 태도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한 결과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서 사회통념상 상당하다.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의 성격에 관하여
시용계약이란 본계약 체결 전에 사용자가 일정기간 동안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여 본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서 일종의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이다(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3다50580 판결 등 참조).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실들, 즉 ① 이 사건 공고는 ‘수습기간’에 대하여 ‘임용 후 6개월 동안 수습기간을 두며, 인사고과 결과 직무부적격자로 평가된 경우 직권면직할 수 있음’이라고 명시하고 있는 사실, ②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신규임용자의 수습기간은 초임계약기간 중 처음 6개월로 한다’고 기재되어 있고(제1조), 인사발령문에도 ‘수습기간: 2020. 1. 1. ~ 2020. 6. 30.(6개월)’이라고 명시되어 있는 사실, ③ 피고는 이 사건 심의계획을 통해 신규임용자들에 대하여 중간평가 및 최종평가를 실시한 후 수습해제 여부가 심의·의결된다는 것을 알린 사실, ④ 중간평가 이후 2020. 6. 1. 실시된 원고와 E의 면담에서도 원고는 계약이 종료될 경우의 심정이나 향후 방향을 묻는 E에게 ‘솔직히 6월 말까지 수습 기간이기에 긴장이 된다’고 대답하는 등 원고도 수습기간이 끝나고 평가결과에 따라 면직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고 있었던 사실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은 일종의 해약권유보부 근로계약인 시용계약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직권면직의 효력에 관하여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본 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위 대법원 2002다62432 판결, 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3다5955 판결 등 참조).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 을 제24호증의 기재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직권면직은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다.
이 사건 직권면직은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부서장의 수습해제 인사고과표 및 종합의견 작성 → 수습해제위원회에서 직무 부적격 여부 심사 → 직무 부적격자에 대한 인사위원회 개최 → 인사위원회의 심의·의결 → 이 사건 직권면직
이 사건 직권면직의 기초가 되는 자료는 부서장 E이 작성한 수습해제 인사고과표 및 종합의견으로 보인다. E은 원고에 대하여 ‘직무수행능력(대인관계능력, 기획창의력, 추진력, 업무지식, 이해력): 39(50점 만점), 직무수행태도(책임감, 협조성, 성실성,적극성, 규범준수, 자기계발): 23(30점 만점), 직무수행업적(업무목표달성도, 업무의 양/수준, 업무개선효과, 업무추진노력도): 15(20점 만점)’으로 합계 77점을 부여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종합의견’란에서 ‘상담업무의 특성상 내실에서 1대1 상담이 이루어지므로 상세한 직무평가를 수행하기 어려워, 부서원들의 중간평가 점수를 환산하여 위 점수로기재하였다’고 밝히고 있고, 원고가 받은 중간평가 점수[직무수행능력 부문 합계 27.6(35점 만점), 직무수행태도 부문 합계 32.2(42점 만점), 직무수행업적 부문 합계 15.8(21점 만점)]를 위 인사고과표 기준으로 환산하면 실제로 위와 같은 점수가 된다.
본래 수습해제 최종 심의는 최종평가 결과만을 기준으로 하여야 하나, 중간평가 결과도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고(이 사건 심의계획 참조), 상담업무의 특성상 부서장 단독으로 인사고과표를 작성하는 것에 비해 오히려 다수의 부서원들의 평가 결과를 참조하는 것이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점, 이 사건 중간평가는 행위기준고과법(BARS)을 사용하여 피평가자의 실제 행동을 관찰하고, 각 평가항목과 해당 범주별로 상세한 행동묘사문을 예시로 제공하여 평가자로 하여금 피평가자의 구체적 업무관련 행동을 측정하여 평가의 객관성,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한 점, 이 사건 중간평가는 이 사건 자살시도 발생 이전 근무기간까지를 평가대상으로 하고 있어 원고에게 불리하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중간평가 점수를 환산하여 인사고과표 점수를 부여한 것이 객관성이나 합리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원고는 자신의 중간평가 점수가 우수하였고 그에 비하여 최종평가 점수가 낮아 최종평가가 불합리하다는 취지의 주장도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의 중간평가 점수를 환산하여 최종평가인 인사고과표 점수를 부여하였고, 원고의 중간평가 점수도 평가대상자 23명 중 17번째로 하위권이었다).
E은 추가로 원고의 동료 상담사 4인의 의견을 취합하여 이를 수습해제 인사고과표의 ‘종합의견’란에 기재하였는데, 위 상담사들은 원고에 대하여 공통적으로 부적격 의견을 표시하였다. 복수의 평가자가 원고에 대하여 한 평가가 부적격이었다는 점도 E의 부적격 의견에 영향을 주었던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점 역시 객관성이나 합리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원고는 타 상담사들의 업무평가는 내밀하게 이루어지는 상담업무의 특성상 그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내담자와의 상담시간에 대한 평가는 1대1 비공개 상담에 대한 것이어서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치 않은 측면도 있다. 그러나 업무역량이나 태도에 대한 평가는 내담자와의 상담시간 외의 근무시간 중에서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고, 이 사건 위기상황과 같은 경우에는 직접적인 파악도 가능하였던 점 등을 모두 종합하면, 평가결과의 신뢰성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 통지서에는 면직사유에 관하여 이 사건 위기상황에 대한 원고의 대응에 비추어 직무수행능력과 직무수행태도가 부적절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위 기재를 근거로 이 사건 직권면직이 이 사건 위기상황에 대한 평가만을 근거로 하고 있고, 수습기간 전반에 대한 합리적 평가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나, ① 위 내용은 수습기간 동안 원고의 직무능력과 업무태도를 평가함에 있어서 주요하게 참고한 내용을 기재한 것으로 보이고 위 기재사항만이 인사고과평가의 대상이 된 것은 아닌 점, ② 피고는 학생들의 자살 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이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자살예방 활동을 진행하는 한편, 자살 위기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위기대응팀을 구성하여 이에 대응하고 있고, 상담센터에서도 주별로 당직 상담사를 두어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등 이 사건 위기상황과 같은 상황에 대한 상담사의 대처능력이 업무능력 평가에 주요한 요소가 된다고 볼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직권면직의 주요한 참고 요소로 이 사건 위기상황에 대한 원고의 대처를 반영한 것이 객관성이나 합리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
원고는 이 사건 위기상황 대처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이고 임의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① 이 사건 위기상황 당시 상담센터의 E, F이 함께 출동하여 위기상황 대처를 상당 부분 함께 하였고, E과 F은 D의 이모부에 대한 원고의 태도, D의 부모에 대한 원고의 전화 태도를 직접 경험하고 강압적이고 부적절하다고 평가하였던 점, ② 이 사건 위기상황은 주간에 일어나 타 상담사들도 위기상황 상태와 대응에 관하여 협의하기 위하여 남아있었고, 이 때 타 상담사들은 상황대처나 상황공유에 대한 원고의 태도를 직접 경험하고 부정적인 평가를 하였던 점, ③ 원고와 상담을 하던 도중 D이 흥분하여 상담센터 밖으로 뛰쳐나갔고, 이를 원고 대신 상담사 G가 진정시켜 귀가조치시켰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이 사건 위기상황 대처에 대한 평가가 주관적이거나 임의적이어서 상당성을 잃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결
따라서 이 사건 직권면직이 무효라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고, 이와 다른 전제에서 복직시까지의 임금 상당액을 구하는 청구도 마찬가지로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
판사 신혜영(재판장) 박서우 송현섭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