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3. 11. 15. 선고 2021가단129623 판결

주문

1.

피고는 원고에게 24,226,770원 및 이에 대하여 2021. 8. 26.부터 2023. 11. 15.까지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 라.

2.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85%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4.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는 일용직 근로자이고, 피고는 전기공사업, 통신공사업 등을 주 업종으로 영위하는 주식회사이다.

나.

원고는 2020. 6. 5. 피고와 사이에 'C공사'와 관련하여 송전전공, 송전활선전공, 특별인부, 보통인부 등을 직종으로 하고 일금(日金)을 450,000원으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다.

원고는 위 근로계약에 따라 근로를 하던 도중, 2020. 6. 15. 16시경 50m 높이의 철탑에서 전력선 공중이동작업(이하 '이 사건 작업'이라 한다)을 하던 중 원고가 의지하던 전력선에 감겨 있던 고장력 섬유 로프(이하 '이 사건 고장력 로프'라고 한다)가 전력선의 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끊어지면서 중심을 잃고 남아 있는 2개의 전력선 위로 추락 및 충돌하며 그대로 원고의 몸이 전력선에 걸치는 상태가 되었고, 그 과정에서 무릎 부위에 충격을 받아 상해를 입는 업무상 재해를 당했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위 사고로 인해 원고는 우슬관절 전방십자인대, 후방십자인대, 내측측부인대 파열 및 우슬관절 전후방 불안정성 병명으로 2020. 8. 24.부터 2020. 10. 31.까지 69일간 D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았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업무상 재해와 관련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보험급여를 신청하여 장해급호 10급 14호를 인정받아 장해급여 일시금 67,178,720원, 휴업급여(요양기간 2020. 6. 16. ~ 2021. 6. 1.) 50,275,340원, 요양급여 5,437,760원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 을 제3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 전 항변

가.

피고는 원고와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면서, '지시 및 안전작업수칙 위반으로 재해를 당했을 경우 피고를 상대로 일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부제소 약정을 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는 원고의 안전작업수칙 위반에서 비롯되었으므로 원고의 청구는 위 부제소 약정에 위반하여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나.

이에 보건대,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이 사건 계약서에 첨부된 '안전 및 보안 서약서'에 '만약 지시 및 안전작업수칙 위반으로 재해를 당했을 경우 귀사에 일체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이나 기타 여하한 청구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는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안전작업수칙 위반을 이유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워, 원고의 이 사건 청구가 위 부제소 약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책임의 발생

1)

피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철탑 위에 앉아서 전선 이설 작업을 하다가 원고의 작업방법 위반 내지는 실수로 이 사건 사고에 이른 것으로, 피고는 사고 당일 사고가 있기 전 작업책임자 E을 통해 오전과 오후 각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고, 보호구로 안전모, 턱끈, 안전조끼 등을 지급했으며, 안전장비도 모두 규격품에 맞는 정품으로 지급했고, 충분한 작업인원을 배치하고 신호수의 신호 아래 일사불란하게 작업을 실시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따라서 피고에게 이 사건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될 수 없다.

2)

판단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갑 제11 내지 14호증, 을 제1, 2, 4, 6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증인 F의 일부 증언, 증인 G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작업은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철탑을 신설하고, 기존에 설치된 구 철탑에 있던 고압 전력선을 신철탑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주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각 철탑은 12개의 전력선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전력선들은 높이별로 4가닥씩 모여서 제일 위의 4가닥을 A상, 중간의 4가닥을 B상, 제일 아래의 4가닥을 C상으로 칭하며, 원고는 C상에서 작업 도중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② 당시 원고는 섬유 로프 재질로 된 이 사건 고장력 로프를 전력선에 건 뒤 이 사건 작업을 수행하던 중 고장력 로프가 전선에 쓸리며 마모되어 끊어지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③ 고장력 로프는 섬유로 된 것과 와이어로 된 것 두 종류가 있는데 섬유 로프는 와이어 로프에 비해서 유연하고 가벼운 반면 그 내구성과 강도가 낮고, 와이어로 된 것은 섬유 로프보다 무겁고, 잘 구부러지지 않아 섬유 로프와 같이 직접 전력선에 걸치는 것이 아니라 쇠로 된 도르래와 같은 매개체를 통해 전력선과 와이어 로프를 연결시켜 작업을 하는 점, ④ 통상 A상과 B상의 경우 그 높이가 높아 전력선과 지상과의 거리가 충분해 전력선을 충분히 느슨하게 하여 장력을 완화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에 전력선의 장력이 고장력 로프에 많이 가해지지 않아 로프가 버틸 수 있지만, C상의 경우 해당 전력선과 지상과의 이격거리가 낮아 장력을 A상과 B상에 비해 충분히 낮출 수 없고, 이에 따라 고장력 로프에 전달되는 전력선의 장력이 A상과 B상에 비해 훨씬 커서 로프가 터지거나 끊어질 위험성이 더 높은 점, ⑤ 피고는 원고에게 와이어가 아닌 섬유로 된 이 사건 고장력 로프를 제공했고, 이에 원고는 위 고장력 로프를 사용해 C상에서 전선이동작업을 하던 중 지상에서 엔진작업을 통해 전력선의 장력 완화를 조절하던 F 송전가선 팀장에게 무전으로 '스톱'이라고 말한 점, ⑥ 이에 엔진장을 맡은 F은 당시 원고의 작업 현장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비록 자신이 느끼기에 아직전력선의 장력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였으나 일단 원고의 요청에 따라 전력선 장력 완화를 멈춘 점, ⑦ 그와 같이 F이 엔진풀러(Engine Puller) 작업을 한 후 얼마 되지 않아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점, ⑧ F 팀장은 당시 약 40년 이상 이러한 송전탑 전선작업 등에 종사해오면서 이 사건 작업을 총지휘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는 와이어 로프에 비해 내구성이 떨어지는 섬유 재질로 된 이 사건 고장력 로프를 이용해 원고로 하여금 작업을 하게 하고, 비록 원고가 순간적인 판단 불찰로 해당 전력선의 장력이 충분히 완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장력 완화를 그만 할 것을 요구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 오랜 경력을 보유하고 이 사건 작업을 지휘하고 있었던 F 팀장으로서는 원고에게 좀 더 장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노력하였어야 하나 그러한 의무를 해태한 채 만연히 이 사건 작업 현장이 보이지도 않는 곳에서 원고의 말에만 의존한 채 장력 조절을 그쳐 결국 이 사건 사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F 팀장의 사용자인 피고에게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사용자책임이 인정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

책임의 제한

다만, 원고로서도 특히 전력선의 장력을 충분히 완화해 주기 어려워 더욱 주의를 요하는 C상에서 전선작업을 하고 있으면,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고장력 로프의 상태를 확인하면서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비추어 작업 상황을 잘 살피며 전력선의 장력 조절 등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작업에 임하였어야 함에도 이를 해태한 것으로 보이고, 이러한 원고의 주의의무 위반이 이 사건 사고의 발생과 손해의 확대에 기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주의의무 위반의 정도 및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과실을 40%로 보고, 이에 따라 피고의 과실을 60%로 제한한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손해액의 현가 계산은 월 12분의 5%의 비율에 의한 중간이자를 단리로 공제하는 호프만식 계산법에 따르고, 계산의 편의상 기간은 월 단위로 계산함을 원칙으로 하되, 마지막 월 미만 및 원 미만은 버린다. 또한 아래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에 대한 당사자의 주장은 배척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앞서 본 증거들, 이 법원의 H병원장에 대한 신체감정촉탁 결과, 이 법원의 근로복지공단 유성지사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경험칙, 변론 전체의 취지

가.

재산상 손해

1)

일실수입

가)

기초사항

나)

장해율: 맥브라이드 노동능력 상실율 슬관절 Ⅳ-1-2, 10% 영구장해

다)

입원기간: 2020. 8. 24. ~ 2020. 10. 31.(69일, 단, 계산의 편의를 위해 사고 일부터 69일까지인 2020. 8. 22.까지를 입원일로 봄)

라)

소득: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이 산정한 최종적용평균임금인 일 334,905원을 적용(갑 제5호증)

마)

일실수입 계산(합계액: 원)

2)

손익상계(과실상계 전 공제)

가)

피고는 원고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수령한 각종 보험급여가 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므로 보건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87조의 문언과 입법 취지, 산업재해보상보험(이하 '산재보험'이라 한다) 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 재해근로자(유족 등 보험급여 수급자를 포함한다)와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라 한다) 및 불법행위자 사이의 이익형량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공단이 제3자의 불법행위로 재해근로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산재보험법 제87조 제1항에 따라 재해근로자의 제3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할 수 있는 범위는 제3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하여 보험급여 중 제3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된다. 따라서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위할 수 없으며 이는 보험급여 후에도 여전히 손해를 전보받지 못한 재해근로자를 위해 공단이 종국적으로 부담한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이 본다면 산재보험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은 재해근로자가 제3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 재해근로자의 손해배상청구액은 보험급여와 같은 성질의 손해액에서 먼저 보험급여를 공제한 다음 과실상계를 하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3. 24. 선고 2021다24161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손해배상은 손해의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피해자로 하여금 근로기준법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휴업급여나 장해급여 등을 이미 지급받은 경우에 그 급여액을 일실수입의 배상액에서 공제하는 것은 그 손해의 성질이 동일하여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는 것 사이에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피해자가 수령한 휴업급여금이나 장애급여금이 법원에서 인정된 소극적 손해액을 초과하더라도 그 초과부분을 기간과 성질을 달리하는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것은 아니며, 휴업급여는 휴업기간 중의 일실수입에 대응하는 것이므로 그것이 지급된 휴업기간 중의 일실수입 상당의 손해액에서만 공제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2. 6. 14. 선고 2010다77293 판결 참조).

나)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인정사실 및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면, ①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에게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요양급여로 5,437,360원, 휴업급여로 50,275,340원, 장해급여로 67,178,720원을 각 지급한 점, ② 일실수입(소극적 손해) 중 휴업기간 즉, 요양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은 21,087,621원(= 11,643,721원 + 6,443,900원)에 해당하는 점, ③ 위 요양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해당하는 일실수입 합계액은 94,223,338원인 점 등이 인정된다. 이에 따라, 위 휴업급여에 대응되는 위 요양기간 동안의 일실수입액 21,087,621원에서 위 휴업급여를 공제하면 0원이 되고, 위 장해급여에 대응되는 위 요양기간 이후의 일실수입액 94,223,338원에서 위 장해급여를 공제하면 27,044,618원(= 94,223,338원 - 67,178,720원)이 되며, 위 요양급여에 대응하는 치료비(적극적 손해)는 0원이므로 이에서 위 요약급여를 공제하면 잔액은 없다. 이에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3)

과실상계

○

재산상 손해액 합계: 27,044,618원(= 0원 + 위 27,044,618원 + 0원)

○

과실상계 후 재산상 손해액 합계: 16,226,770원<1>(= 27,044,618원 × 0.6)

나.

위자료

이 사건 사고의 경위, 원고 및 피고의 각 과실 내용 및 정도, 원고와 피고와의 관계, 원고의 부상과 후유장해의 부위 및 정도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위자료로 원고에게 8,000,000원을 정한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는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으로 원고에게 24,226,770원(= 16,226,770원 + 8,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이 사건 소장 부본이 피고에게 송달된 다음날인 2021. 8. 26.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한 이 판결 선고일인 2023. 11. 15.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우근

각주1) 원 미만 절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