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및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피고인 B, C]
피고인들은 무죄.
피고인들에 대한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피고인 D 주식회사]
피고인을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 중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 중 무죄 부분의 요지를 공시한다.
사건정보
대전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고단4591
판결선고
2023. 6. 15.
범죄사실
피고인 A은 대전 대덕구 E 소재 D 주식회사 공장의 공장장이며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다.
피고인 D 주식회사는 성남시 분당구 F에 본사를 두고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1941. 5. 10. 설립된 법인으로서, 대전 대덕구 E 소재 대전공장에서 상시근로자 약 2,400명을 사용하여 타이어 및 튜브 제조업을 운영하는 법인 사업주이다.
피고인 A
피고인은 2020. 11. 17.부터 2020. 12. 18.까지 위 공장에서 실시된 안전 관련 정기 및 특별감독 결과, 사업주는 근로자가 작업장에서 넘어지거나 미끄러지는 등의 위험이 없도록 작업장 바닥을 안전하고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여야 함에도, 위 공장 안에 있던 14호 중이층 감속기 오일 순환 펌프 바닥을 청결한 상태로 유지하지 않아 근로자가 넘어질 위험에 있게 한 것을 비롯하여 총 274회에 걸쳐 별지 범죄일람표 기재와 같이 안전조치의무, 보건조치의무,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1>
피고인 D 주식회사
피고인은 그 사용인인 A이 제1항 기재와 같이 그 업무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보건조치의무, 도급에 따른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제1회 공판조서 중 피고인들의 진술기재
특별사법경찰관이 작성한 G에 대한 진술조서
각 확인서(증거목록 순번 99~126번), 감독결과보고, 정기감독 및 특별감독결과 산안법위반사항에 대한 조치 결과 제출(최종)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피고인 A: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1항, 제2항, 제3항(안전조치의무 미이행의 점),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168조 제1호, 제39조 제1항(보건조치의무 미이행의 점), 구 산업안전보건법(2021. 5. 18. 법률 제181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2조, 제64조 제1항(도급인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 구성 및 운영 미이행의 점), 구 산업안전보건법(2021. 8. 17. 법률 제184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2조, 제64조 제2항(도급인의 작업장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점검 미이행의 점), 벌금형 선택
피고인 D 주식회사: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제168조 제1호, 제38조 제1항, 제2항, 제3항(안전조치의무 미이행의 점), 각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제168조 제1호, 제39조 제1항(보건조치의무 미이행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구 산업안전보건법(2021. 5. 18. 법률 제1818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2조, 제64조 제1항(도급인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협의체 구성 및 운영 미이행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구 산업안전보건법(2021. 8. 17. 법률 제184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2조, 제64조 제2항(도급인의 작업장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점검 미이행의 점)
경합범가중
피고인들: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노역장유치
피고인 A: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가납명령
피고인들: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위반행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횟수가 많으나, 지적사항에 대한 시정이 완료된 점 등을 고려하여 형을 정한다.
무죄 부분
Ⅰ. 공소사실
피고인 A은 대전 대덕구 E 소재 D 주식회사 공장의 공장장이며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고, 피고인 B은 위 공장의 안전, 보건관리 총괄 부서인 안전환경팀 팀장으로 안전환경팀에 소속된 안전관리자로 하여금 위험성평가에 관하여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보좌하고 관리감독자에게 지도, 조언하게 해야 하며, 매년 실시하는 안전보건경영계획 수립시 작업 중 발생할 수 있는 유해, 위험요인이 위험성평가에 반영되지 않았을 경우 관리감독자에게 위험요소로 선정해 위험성평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도 및 조언을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또한 피고인 C은 피해자 H(46세)이 소속되었던 위 공장 제조2팀의 LTR 서브팀장으로 관리감독자 및 팀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겸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D 주식회사는 성남시 분당구 F에 본사를 두고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1941. 5. 10. 설립된 법인으로서, 대전 대덕구 E 소재 대전공장에서 상시근로자 약 2,400명을 사용하여 타이어 및 튜브 제조업을 운영하는 법인 사업주이다.
피고인 A, B, C
피고인들은 2020. 11. 18. 15:30경 위 공장의 성형공정 과정에서 타이어 성형기를 운행하면서 피해자로 하여금 위 타이어 성형기를 이용한 작업을 하게 하였다.
위 공장에서 타이어 성형공정에 사용되는 벨트드럼은 1초당 3회전으로 고속회전하는 기계로, 그 기계의 보강 벨트가 감길 때 감김불량, 꼬임, 끊어짐, 재료소진 등으로 작동 상태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가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위와 같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고속드럼에 몸이나 옷이 끼어 크게 다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위 작업을 총괄하고 안전조치의무가 있는 피고인 A과 위 공정에 대한 안전조치의무가 있는 피고인 B, 피고인 C에게는 각각 매년 2~3월에 실시하는 안전보건경영추진계획 수립 시 벨트드럼의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여 위 드럼에 근로자가 말려 들어갈 위험성은 없는지 여부를 잘 살피고, 담당 근로자가 벨트드럼 측면 안전 센서의 사각지대로 접근해 드럼의 문제를 살필 경우 근로자를 안전하게 보호할 작동 중지 센서 등 안전조치가 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위험성평가를 한 후, 벨트드럼 전체가 덮이도록 덮개나 울 또는 방호망을 설치하거나,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인 위 벨트드럼에 근로자 보호를 위한 안전센서를 설치하여 위 벨트 주변에 사람 등 물체가 감지될 경우 벨트드럼 회전이 즉시 멈추도록 함으로써 벨트드럼 부근에서 작업을 하는 근로자가 위 벨트드럼에 휘말려 다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은 이를 각각 게을리 하여 위와 같은 덮개 등을 설치하거나, 근로자를 위한 안전센서를 설치하지 않은 과실로 피해자로 하여금 2020. 11. 18. 15:27경 위 공장 안의 H1103 4호기 주변에서 작업을 하던 중 그 작업복이 고속으로 회전하는 벨트드럼에 걸리는 바람에 피해자의 몸이 말려 들어가 벨트드럼 주변 금속구조물에 머리를 부딪치게 하였다.
결국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위와 같은 업무상과실로 피해자가 2020. 12. 4. 23:17경 대전 서구 I에 있는 J병원에서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고, 이와 동시에 피고인 A은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피해자를 사망하게 하였다.
피고인 D 주식회사
피고인은 그 사용인인 A이 위와 같이 그 업무에 관하여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함으로써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Ⅱ. 판단
피고인들이 주장
일단 피해자가 사망한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의 경위가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수사기관이 추정한 사고 경위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사고는 피해자가 정상적인 업무 방식이 아닌 돌발행동을 함으로써 발생한 것이다. 피고인 A, B, C의 업무상 과실이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 사실이 없고, 이 사건 사고를 예견할 수도 없었다.
관련 법리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2항, 제3항 위반죄는, 사업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같은 법 제38조 제1항, 제2항, 제3항에 규정된 안전상의 위험성이 있는 작업과 관련하여 산업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하고 있는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는 등 그 위반행위가 사업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성립하고, 위 규칙에서 정한 안전조치 외의 다른 가능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위험성이 있는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위 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도7030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ㆍ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ㆍ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ㆍ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ㆍ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3. 판단
기본적인 사실관계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면 다음 사실이 인정된다.
타이어 제조공정 및 LTR 성형기의 모습 등
타이어 제조공정은 ① 정련 공정(Refining), ② 압출 공정(Extrusion), ③ 압연 공정(Calendering), ④ 비드 공정(Bead), ⑤ 성형 공정(Building), ⑥ 가류 공정(Curing), 검사 공정 및 출하(Inspection) 등 여러 단계의 공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피해자는 1996년 D 대전공장에 입사하여 이 사건 사고 발생일까지 약 24년간 성형 공정에서 LTR(Light Truck) 성형기 운전원으로 근무하였다.
피해자가 사고 당일 작업한 LTR 성형공정 H1103호기(이하 ‘이 사건 성형기’라 한다)는 좌측에는 1차 드럼, 가운데는 BBL 드럼, 우측에는 2차 드럼이 있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매우 간략하게 도식화하면 아래와 같다.
위 그림에서 작업자는 가장 먼저 1차 드럼에서 작업을 한 뒤, 2차 드럼으로 이동하여 폭이 비교적 넓은 벨트를 두 바퀴 감는다. 그 후 작업자가 자동 진행 버튼을 누르면 감아 놓은 벨트 위에 상대적으로 얇은 보강 벨트(Jointless Belt, 일명 JLB)가 자동으로 여러 바퀴 감긴다. 보강 벨트가 자동으로 감기는 사이 작업자는 1차 드럼으로 이동해서 다른 작업을 한다(다른 공정과 1차 드럼 및 2차 드럼에서의 구체적인 작업 내용에 관한 설명은 이 사건의 판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으므로 생략한다).
피해자의 발견 당시 모습 등
피해자는 2020. 11. 18.경 이 사건 성형기의 2차 드럼 아래쪽에 머리를 드럼 앞쪽 방향으로 하여 다친 상태로 누워 있는 모습으로 발견되었고, 119 구급차로 J병원에 이송되어 수술 및 치료를 받던 중 2020. 12. 4. 사망하였다. 2차 드럼의 왼쪽 부분에 피해자의 작업복이 찢어진 채로 걸려 있었고, 보강 벨트가 일부 감겨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고 경위에 관하여
수사기관은, 피해자가 2차 드럼에서 보강 벨트가 감기고 있던 중 문제가 발생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2차 드럼 좌측 측면에서 드럼에 접근했다가 옷이 낀 상태에서 드럼이 회전하는 바람에 피해자의 몸이 성형기 뒤편으로 넘어가면서 머리가 바닥에 부딪치는 등 상해를 입고 사망했다고 추정하였고, 검사도 이러한 사고 경위를 전제로 공소사실을 구성하였다.
피해자의 옷이 일부 찢어진 채로 2차 드럼 좌측에 걸려 있었던 점, 2차 드럼에 보강 벨트가 일부 감겨있던 점, 드럼의 정면에서 접근할 경우 센서가 있어 드럼이 멈추게 되는데, 사고 발생 5시간 30분 후 센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되었고, 사고 발생 당시 센서가 고장났거나 오작동했다고 볼 증거가 없는 점, 드럼 측면에는 센서 사각지대가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사고의 경위에 관한 이러한 추정은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보인다.
한편, 이 사건 사고의 구체적인 경위가 명백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으므로, 위에서 수사기관이 추정한 가능성 외에 다른 가능성도 추측해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수사단계에서는 센서 오작동 가능성도 상정 가능한 사고 원인으로 제시되기는 하였다. 그러나 센서 오작동 가능성은 사고 발생 5시간 30분 후 이루어진 실험에서 센서의 정상 작동이 확인되었을 뿐 달리 이를 뒷받침할 별다른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그밖에 생각해볼 수 있는 다른 원인(예컨대 피해자가 우연히 센서 사각지대로 넘어졌을 가능성 등)도 상상 내지 추측의 영역에서만 존재할 뿐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다. 따라서 아래에서는 사고 경위에 관한 다른 가능성은 배제하고 검사가 공소사실로 구성한 사고 경위에만 기반하여 피고인들의 안전조치의무 위반이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로 한다.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 여부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알 수 있는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는 사업주가 사업을 행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위험, 즉 그 소속 근로자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입을 수 있는 산업재해의 위험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규정한 것으로서, 사업주가 미연에 예방 또는 방지하여야 할 산업재해의 위험은 사업주가 당해 사업과 관련하여 지배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위험에 한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단순히 근로자가 사업장 내에서 위험한 작업을 하던 중 산업재해를 입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곧 그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단정하거나 추정하여 그에 따른 형사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따라서 적어도 사업주에게 근로자로 하여금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되도록 하였거나 이미 발생한 위험을 제거하는 데 소홀히 함으로써 산업재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하도록 방치한 잘못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즉, 근로자로 하여금 사업장 내에서 작업을 하도록 함에 있어 그 작업이 산업재해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음을 인식하였거나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재해의 발생을 사전에 예방 또는 방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만 비로소 사업주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형사책임을 진다고 봄이 타당하고, 사업주에 대하여 이례적인 상황이 발생할 것까지 예상하여 이러한 사고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일이 이에 대비하여 어떤 조치를 취할 것까지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보아야 한다.
피고인 A에게 이 사건 성형기의 드럼에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를 설치하지 않은 데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있는지 본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87조 제1항은 “사업주는 기계의 원동기ㆍ회전축ㆍ기어ㆍ풀리ㆍ플라이휠ㆍ벨트 및 체인 등 근로자가 위험에 처할 우려가 있는 부위에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6항은 “사업주는 선반 등으로부터 돌출하여 회전하고 있는 가공물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덮개 또는 울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이 사건 성형기에 덮개ㆍ울ㆍ슬리브 또는 건널다리가 설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위 규정은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그 취지는 반드시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를 설치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를 설치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원동기ㆍ회전축 등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위험방지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성형기의 작업자는 수시로 드럼에 접근하여 드럼에 감겨 있는 벨트 등 원료 물질을 만지면서 작업을 해야 하므로, 드럼에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를 설치하는 것은 작업의 효율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사건 사고의 조사에 관여한 고용노동부 소속 근로감독관 K, L도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같은 취지로 진술하였고, 이 사건 사고 발생 이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측에서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를 설치하라는 시정지시를 한 적도 없으며, 국내외의 다른 타이어 공장에도 성형기에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가 설치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 성형기 2차 드럼에는 사람이 접근하면 즉시 작동을 멈추는 센서가 설치되었고, 이는 작업자가 드럼을 만지는 등의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를 설치하는 것과 동일한 정도로 원동기ㆍ회전축 등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최선의 장치라고 판단된다(다만 센서의 설치 범위에 관하여는 아래에서 따로 본다). 따라서 이 사건 성형기에 덮개ㆍ울ㆍ슬리브 및 건널다리를 설치하지 않은 것이 그 자체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 A에게 안전센서를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지 살펴본다.
센서의 종류와 관련하여
공소사실에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이 사건 성형기에 설치된 센서의 종류가 그 용도에 적합한 것인가에 관한 논란이 제기되었다.
이 사건 성형기에 설치된 센서는 M 주식회사(이하 ‘M’이라 한다)가 제작한 ‘N’ 모델이다. M 측은 위 제품은 지나가는 물건 및 물체를 감지하기 위한 공장자동화 공정에 사용되는 센서로서, 해당 제품에 관하여 ‘인체를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검출하는 등 작업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안내하고 있고, 이 사건 성형기에 설치된 것과 같은 용도, 즉 인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용도의 센서는 따로 분류하여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이나 그 하위 법령에서는 안전센서의 규격이나 용도에 관하여는 별도로 규정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 사건 사고 후 5시간 30분 후 시행된 시험에서 이 사건 성형기에 설치된 센서는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되었고, 그에 따라 센서의 오작동은 이 사건 사고의 발생 원인에서 사실상 배제되었다. 또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나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감독관청도 이 사건 사고 발생 전은 물론 그 이후에도 센서의 종류에 관하여 공식적으로 시정을 지시한 적은 없다.
결국 이 사건 성형기에 M 측의 판매 분류에 따라 인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용도의 센서에 해당하지 않는 ‘N’ 모델을 안전센서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다.
센서의 설치 범위와 관련하여
이 사건 성형기 중 2차 드럼의 전면에는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가 설치되어 있지만, 2차 드럼의 측면에는 센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피해자는 센서 사각지대 쪽에서 2차 드럼에 접근했다가 작업복이 드럼에 끼면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차 드럼의 측면에 센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성립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2차 드럼의 측면으로 접근하는 작업 방식 자체가 이례적이다. 이 사건 성형기의 표준작업서나 성형기 운전원들의 진술에 의하면 이 사건 성형기의 일반적인 작업 방식은 다음과 같다. 작업자는 1차 드럼에서 몇 가지 작업을 마친 뒤 2차 드럼으로 와서 벨트를 두 겹 두르고(이 때는 드럼이 뒤에서 앞쪽 방향으로 천천히 회전한다), 그 후 자동 버튼을 누르면 드럼이 앞에서 뒤쪽 방향으로 빠르게 회전하며 보강 벨트가 자동으로 감긴다. 이때 작업자는 2차 드럼 앞에 있지 않고 1차 드럼 앞으로 가서 작업을 한다. 그리고 보강 벨트가 감기는 중 재료소진, 꼬임 등 문제가 발생하면 2차 드럼 회전이 자동으로 멈추거나, 멈추지 않는다면 작업자가 수동 버튼을 눌러 2차 드럼 회전을 정지시킨 뒤 드럼 뒤편으로 넘어가 문제를 해결한다. 즉, 보강 벨트가 감기고 있는 2차 드럼의 측면에서 하는 작업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성형기 운전원들 중 일부는 경찰 조사 단계에서 사고 발생 경위가 도무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했다. 검사도, 최초 공소제기 시에는 2차 드럼의 ‘작동상태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해당 근로자가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벨트드럼 옆 TRF(TransformerRing) 홀더 지지대를 밟고 올라가거나 벨트드럼 하단에 있는 풋스위치를 밟고 올라갈 수 밖에 없다’는 것, 즉 보강 벨트 작업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2차 드럼의 측면에서 접근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것을 전제로 공소사실을 구성했다가, 그와 같은 작업방식이 이례적이라는 진술이 나온 증인신문을 거쳐 현재와 같이 공소사실을 변경하기도 하였다.
위와 같은 방식대로 작업할 때 작업자의 동선이 센서 사각지대에 들어갈 가능성은 없다. 이러한 작업 방식 준수를 전제로 안전장치를 설치하였다면 기본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안전조치의무는 이행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통상적인 작업 방식이 아니더라도 작업자들이 충분이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작업 방식이 있다면 이를 대비한 안전조치를 취할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보강 벨트가 감기고 있는 2차 드럼의 측면에서 하는 작업이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웬만한 작업자는 시도조차 하지 않을 만한 위험한 작업 방식이다(피해자의 동료 직원 중 1명만 수사단계에서 그와 같은 작업 방식을 시도해본 적이 있다고 진술했을 뿐 나머지 동료 직원들은 그러한 작업 방식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매일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표준작업서를 작업장에 비치해 두어 작업자들이 이를 참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결국 피고인 A은 예상 가능한 작업 방식의 범위 내에서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정도의 안전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예상 밖의 이례적인 방식의 작업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과거 같은 공장에서 이 사건 사고와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던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피고인 A, B, C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2>
공소사실에 따를 때 이 사건에서 검사가 주장한 업무상 주의의무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사이에는 겹치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앞서 본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를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이 성립하지 않는 이유에 원용할 수 있다.
다음으로 피고인 A 등에게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는지 본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 제1항은 “사업주는 건설물, 기계ㆍ기구ㆍ설비, 원재료, 가스, 증기, 분진, 근로자의 작업행동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한 유해ㆍ위험 요인을 찾아내어 부상 및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의 크기가 허용 가능한 범위인지를 평가하여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이 법과 이 법에 따른 명령에 따른 조치를 하여야 하며, 근로자에 대한 위험 또는 건강장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추가적인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구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2023. 5. 22. 고용노동부고시 제2023-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2항은 위험성평가의 대상으로 “과거에 산업재해가 발생한 작업, 위험한 일이 발생한 작업 등 근로자의 근로에 관계되는 유해·위험요인에 의한 부상 또는 질병의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을 정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성형기 운전원들의 작업 방식에 따를 때 2차 드럼의 회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의 가능성은 차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고, 같은 공장에서 과거에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었으며, 성형기 운전 업무를 담당하는 근로자들이 2차 드럼 측면의 안전센서 사각지대로 인한 위험의 존재를 피고인 A 등에게 언급한 적이 없었다는 사정까지 고려할 때, 이 사건 사고와 같이 2차 드럼의 측면으로 접근하여 발생한 사고는 사고 발생이 ‘합리적으로 예견 가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A 등에게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위험성평가는 사업주가 근로자나 관리감독자들의 의견을 들어 표준작업절차를 정한 뒤 누구라도 그 작업에 대해서는 그에 따라서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통해서 습관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기본적인 목적이지 근로자가 사업주의 권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업할 경우에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까지 고려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증인 L의 법정진술 참조). 따라서 피고인 A 등이 표준적인 작업절차와 다른 방식의 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고까지 하나하나 고려하여 위험성평가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성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
피고인 A 등에게 이 사건 사고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는지 본다.
앞서 본 바와 같이 표준작업서나 성형기 운전원들의 일반적인 작업 방식에 따를 때 2차 드럼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작업 방식은 이를 예상하기 어렵다. 표준작업서 등에 따른 교육도 매일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24년간 성형기 운전원으로 근무한 숙련 노동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피해자가 2차 드럼 측면으로 접근하는 위험한 행위를 할 것이라고 예상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피고인 A 등이 피해자가 2차 드럼 측면으로 접근하여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없다.
소결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A, B, C의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피고인 A의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조치의무 위반이 인정됨을 전제로 한 피고인 D 주식회사의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Ⅲ. 결론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업무상과실치사의 점 및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피고인 D 주식회사에 대한 공소사실 중 근로자 사망과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 피고인 B, C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다. 형법 제58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 A, D 주식회사에 대한 무죄 부분 판결 및 피고인 B, C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판사 유현식
별지
각주1) 공소장에는 ‘안전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만 기재되어 있으나, 직권으로 이와 같이 수정한다. 피고인 D 주식회사에 대한 범죄사실도 같다.
각주2) 이 항에서는 ‘피고인 A, B, C’을 ‘피고인 A 등’이라 표시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