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이 사건 소를 각하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원고는 재단법인 B(이하 ‘이 사건 재단’이라 한다)<2>의 사업경영담당자이자, 재단법인 이사회의 유일한 상근이사로 사업장의 업무 총괄을 담당하던 자이다.
원고와 같은 사업장 소속 근로자 C(이하 ‘진정인’이라 한다)은 2021. 6. 3. 퇴근 후 원고와 동료 D, E과 함께 천안시 동남구 F에 위치한 G식당에서 회식을 하였는데, 회식을 마친 후 원고가 ① 자신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린 뒤, 손을 내리면서 팔뚝을 쓰다듬었고, ② 자신의 등을 토닥이며 오른손으로 자신의 허리를 감쌌다는 취지로 피고에게 직장 내 성희롱 진정서를 제출하였다.
피고는 2021. 9. 24. 이 사건 재단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조사결과 통지 및 시정지시’라는 제목 아래, 위 ①은 성희롱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위 ②는 성희롱이 성립한다고 판단된다는 취지로 직장 내 성희롱 조사결과를 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 한다)하면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4조 제5항에 따라 원고에게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시정지시(이하 ‘이 사건 시정지시’라 한다)하면서 취업규칙에 따라 행위자에 대한 조치를 이미 하셨다면 관련 자료를 2021. 10. 8.(금)까지 이메일로 제출하시기 바란다는 취지의 서면을 보냈다.
이 사건 재단은 2021. 8. 26. 이사회(징계위원회)를 거쳐 원고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고, 원고는 2021. 9. 7. 의원면직을 하였다. 이 사건 재단은 2021. 9. 29. 피고에게 위와 같은 조치 결과를 제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소의 적법 여부
당사자의 주장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진정인과 신체를 접촉한 사실이 전혀 없고, 설령 신체접촉이 있었다고 인정되더라도 위로와 격려의 의미로 접촉한 것이다. 사건발생 전 현장 CCTV 영상, 사건발생 후 현장에 온 대리기사 H의 사실확인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목격한 E(회식 동석자)의 참고인 진술 등에 비추어 보면 진정인의 주장은 믿기 어렵다. 피고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결정적인 근거는 참고인(목격자) D의 진술인데, 당시 목격자는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30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구토를 하고 있었고, 야간에 비가 오고 있었고, 우산을 쓴 상태여서 원고의 행동을 제대로 볼 수 없었으므로, 위 목격자의 진술도 신뢰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행위 일부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이 사건 통지는 성희롱결정으로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피고의 본안전항변
이 사건 통지는 그 자체로 권리를 부여 또는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아닌 ‘관념의 통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처분’에 해당하지 않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 사건 통지의 상대방은 이 사건 재단이고, 원고는 제3자이므로 원고적격도 없다. 진정인은 피고에 직장 내 성희롱을 진정 신고함과 동시에 충청남도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에도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였고, 이 사건 재단은 충청남도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의 성희롱 판단 결과에 따라 원고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조치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시정지시와 원고의 징계조치는 무관하여 피고의 이 사건 통지가 취소되더라도 원고에게 회복될 법률상 이익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통지가 행정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항고소송의 대상인 ‘처분’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한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행정청의 행위가 항고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는 추상적·일반적으로 결정할 수 없고, 구체적인 경우에 관련 법령의 내용과 취지, 그 행위의 주체·내용·형식·절차, 그 행위와 상대방 등 이해관계인이 입는 불이익 사이의 실질적 견련성, 법치행정의 원리와 그 행위에 관련된 행정청이나 이해관계인의 태도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11. 18. 선고 2008두16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본 사실관계에 앞서 든 증거 및 관계 법령에 비추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통지는 그 자체로 권리를 부여 또는 제한하거나 의무를 부담시키는 것이 아닌 ‘관념의 통지’에 해당하는 것에 불과하고,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라고 볼 수 없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은 ‘사업주는 제1항에 따른 신고를 받거나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조 제5항은 ‘사업주는 제2항에 따른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이 확인된 때에는 지체 없이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이 경우 사업주는 징계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그 조치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은 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39조 제2항 제1의4호, 제1의6호, 제4항은 사업주가 제14조 제2항 전단을 위반하여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지 아니한 경우와 제14조 제5항 전단을 위반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 고용노동부장관이 사업주에게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재단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위 조사 결과 직장 내 성희롱 발생이 확인된 경우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1항에 따라 행위자인 원고에 대하여 징계나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일 뿐, 피고의 이 사건 통지로 인하여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여부가 바로 확정된다거나 이 사건 통지로 인하여 비로소 원고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하는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의 내용은 진정인이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원고의 행위 중 일부 행위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한 피고의 의견을 통지한 것에 불과하다.
또한 이 사건 통지 및 시정조치의 내용을 보면, 진정인이 성희롱이라고 주장하는 원고의 행위 중 일부 행위에 대하여 직장 내 성희롱으로 판단됨을 전제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에 따라 행위자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하시기 바랍니다. 취업규칙에 따라 행위자에 대한 조치를 이미 하셨다면 관련 자료를 2021. 10. 8.(금)까지 이메일로 제출하시기 바랍니다.’, ‘위 시정기간 내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을 시, 벌칙조항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2항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 규정에 의하면 이 사건 재단이 행위자인 원고에게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할 경우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일 뿐, 이 사건 통지를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시정지시를 이행하지 아니함으로 인하여 비로소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로 인하여, 이 사건 재단이 반드시 이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가 직접 발생한다거나 이 사건 통지에 따른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고 해서 어떠한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 관계 법령에 근로감독관이나 지방고용노동관서의 장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여 이를 사업주에게 통지하거나 사업주에 대하여 시정지시를 하고 그 시정지시를 위반한 경우 과태료 등의 제재적 처분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규정 또는 성희롱결정통지나 시정지시를 받은 사업주에 대하여 그에 따라야 할 의무를 부과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구 근로감독관집무규정(2021. 10. 25. 고용노동부훈령 제37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40조 제1항은 ‘감독관은 신고사건(고소ㆍ고발 및 범죄인지 사건은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조사결과 법 위반사실이 확인되었을 때에는 별표 3 및 별표 4의 위반사항 조치기준에 따라 처리하여야 한다. 다만, 본부에서 위반사항과 조치해야 할 내용 등을 고려하여 별도의 조치기준이 시달된 경우에는 이에 따른다. 또한, 법 위반사항에 대한 시정지시는 지체 없이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별표 3]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5항 위반의 경우 사업주에게 시정기간을 25일 이내로 정하여 시정지시를 하되 기한 내에 시정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기준법이나 남녀고용평등법 등 상위 법령에 근로감독관으로 하여금 위반 사업주에 대하여 시정지시를 하거나 그 시정지시 위반에 대하여 제재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은 없다. 그럼에도 위 근로감독관집무 규정이 위와 같이 규정하고 있는 것은, 근로자의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함과 아울러 사업주에 대하여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2항 제1의6호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기에 앞서 그 위반사항을 자율적으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일 뿐이지, 시정지시 위반에 대하여 별도의 제재를 부과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즉, 사업주가 기한 내에 위반사항을 시정하지 않으면 결국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2항 제1의6호에서 정한 ‘제14조 제5항 전단을 위반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하게 되므로, 남녀고용평등법에 근거하여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고, 시정지시 위반 자체를 이유로 별도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를 전제로 한 이 사건 시정지시도 행정지도 또는 권고에 불과할 뿐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9조 제3항 제6호는 고용노동부장관이 제31조 제1항에 따라 사업주에게 보고와 관계 서류의 제출을 명령하였음에도 이를 거부한 자에 대하여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통지 및 시정지시에는 ‘취업규칙에 따라 행위자에 대한 조치를 이미 하셨다면 관련 자료를 2021. 10. 8.(금)까지 이메일로 제출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어, 이 사건 시정지시가 위 규정상 보고명령 또는 제출명령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사건 통지 및 시정지시에 기재된 위 문구는 그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이 사건 재단이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하였음에도 이를 피고에게 통지하지 않음으로써 피고가 위반사항이 해소되었음을 알지 못한 채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독자적으로 이 사건 재단에 보고와 관계 서류의 제출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통지 및 시정지시의 내용이 남녀고용평등법 제31조 제1항에서 정한 ‘보고명령’ 또는 ‘제출명령’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원고적격의 존부
관련 법리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라 하더라도 당해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당한 경우에는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그 당부의 판단을 받을 자격이 있고, 여기에서 말하는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은 당해 처분의 근거 법규 및 관련 법규에 의하여 보호되는 개별적․직접적․구체적 이익을 말한다(대법원 2006. 7. 28. 선고 2004두6716 판결,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4두5316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통지의 직접 상대방은 원고가 아닌 이 사건 재단이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시정지시로 인하여 법률상 보호되는 이익을 침해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이 사건 시정지시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원고적격이 있다고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재단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4조 제2항에 따라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지체 없이 그 사실 확인을 위한 조사를 하여야 하고 제14조 제5항에 따라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일 뿐, 이 사건 통지로 인하여 비로소 그와 같은 의무를 부담하는 것이 아니고, 원고에 대한 3개월의 징계처분도 이 사건 통지로 인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재단이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조치를 함으로 인한 것이다.
한편 원고는 이 사건 통지 자체로 인하여 원고의 인격권이나 재판받을 권리 등이 침해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관념의 통지에 불과한 이 사건 통지로 인하여 곧바로 원고의 인격권 등이 직접적으로 침해되었다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는 징계처분에 대하여 별도의 소를 제기하여 다툴 수 있으므로, 이 사건 통지에 관하여 직접 다툴 수 없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재판받을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소의 이익 존부
관련 법리
일반적으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항고소송에서 소의 이익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처분의 효력이 존재하여 권리침해의 상태가 계속되거나 취소를 통하여 원상회복이 가능하여야 한다. 행정처분이 집행을 마쳐 목적을 달성한 경우에는 그로써 이후의 법적 효과는 소멸하므로 처분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도 소멸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다(대법원 1995. 7. 28. 선고 95누2623 판결 등 참조). 그리고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는 그 처분에 의하여 발생한 위법상태를 배제하여 원상으로 회복시키고 그 처분으로 침해되거나 방해받은 권리와 이익을 보호․구제하고자 하는 소송이므로, 비록 처분을 취소한다 하더라도 원상회복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처분의 취소를 구할 이익이 없다(대법원 1996. 11. 29. 선고 96누9768 판결, 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5두10835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에 의하면 진정인은 피고에게 직장 내 성희롱 진정 신고를 함과 동시에 충청남도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에도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하였고, 이 사건 재단은 피고의 이 사건 통지 외에도 충청남도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결정 등을 고려하여 이사회(징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원고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으며 이후 원고는 의원면직되었는바, 이 사건 통지가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위 징계처분이 위법해진다거나 취소되는 것은 아니므로, 원고가 위 징계처분을 다툴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통지의 취소를 구할 소의 이익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있다.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소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태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