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의 설치·운영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회복지법인으로, 대전 중구 B에 있는 ‘C’(이하 ‘이 사건 시설’이라 한다)를 운영하고 있다.
D는 2017. 6. 1.경부터 이 사건 시설에서 시설장으로 근무하다가 2019. 12. 16. 원고의 대표이사에 취임하였고, 그 사실이 2019. 12. 26. 법인등기부등본에 등재되었으며, 현재까지 원고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D는 2020년에 총 11.5일의 연차 유급휴가를 썼다.
피고는 2021. 11. 10. 원고에 대하여, 수가가감율 적용 착오로 인하여 장기요양급여비용이 과다지급되었다는 이유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43조에 따라 총 18,448,690원의 장기요양급여비용을 환수하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처분의 적법 여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원고의 주장 요지
구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세부사항(2021. 4. 20. 요양기준실 공고 제202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2조(이하 ‘이 사건 공고 조항’이라 한다)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이 없는 내부적 지침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사건 공고 조항은 구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2020. 12. 21. 보건복지부고시 제2019-30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가 위임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유급 연차휴가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제60조를 위반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므로, 무효이다.
D는 대표이사에 취임한 후에도 시설장의 지위를 그대로 겸하면서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한 것이고, 원고는 매월 피고에게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하면서 D의 휴가사용내역을 보고하였는데, 피고가 이에 대한 아무런 지적 없이 급여비용을 지급 하고 나서 한참 지난 뒤에 과거의 휴가 사용을 문제삼는 것은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설령 D의 휴가 사용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환수대상이 되는 급여비용은 D가 이 사건 공고 조항을 위반하여 휴가를 사용한 일수에 상응하는 부분에 한정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D가 휴가를 사용한 달에 D와 가산복지사 2명에게 지급된 급여비용을 전액 환수하였는바,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한다.
판단
이 사건 공고 규정의 효력
구 노인장기요양보험법(2020. 12. 29. 법률 제1777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9조 제3항은 ‘재가 및 시설 급여비용의 구체적인 산정방법 및 항목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규칙 제32조는 ‘재가 및 시설 급여비용은 장기요양 등급, 급여제공일수 등을 기준으로 산정하도록 하면서 세부적인 산정기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여 고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고시는 위 법 및 시행규칙의 위임에 따라 급여비용의 가산 또는 감액을 위한 기관유형별·직종별 인력배치기준, 근무인원 수 산정방법에 관한 일반기준 등을 정하면서 근무인원 수 산정 시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 내지 6항에 의한 연차 유급휴가 등 피고 이사장이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제51조 제4항), 이에 따라 이 사건 공고 조항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 내지 6항에 의한 연차 유급휴가는 1일 최대 8시간을 근무시간에 산입하며 근로기준법에 의한 연차 유급휴가가 적용되지 않는 대표자인 시설장의 휴가는 연간 5일 이내에서 1일 최대 8시간을 근무시간에 산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호 가.목 및 바.목).
이처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이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그 법령내용의 구체적 사항을 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면서 그 권한행사의 절차나 방법을 특정하고 있지 않은 관계로 보건복지부장관이 행정규칙인 고시의 형식으로 그 법령의 내용이 될 사항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는 경우, 위 고시규정은 행정규칙이 갖는 일반적 효력으로서가 아니라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규정의 효력에 의하여 그 내용을 보충하는 기능을 갖게 된다 할 것이므로 당해 법령의 위임한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것들과 결합하여 대외적인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대법원 2013. 4. 11. 선고 2012두265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이 사건 고시의 위임에 따라 피고 이사장이 정한 이 사건 공고 조항 역시 더욱 세부적인 기준을 정한 것으로서 상위명령의 위임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이와 결합하여 대외적으로 구속력이 있는 법규명령으로서의 효력을 가진다.
따라서 이 사건 공고 조항이 내부적인 사무처리지침을 정한 것에 불과하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신뢰보호의 원칙 위반 여부
일반적으로 행정상의 법률관계에 있어서 행정청의 행위에 대하여 신뢰보호의 원칙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첫째 행정청이 개인에 대하여 신뢰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여야 하고, 둘째 행정청의 견해표명이 정당하다고 신뢰한 데에 대하여 그 개인에게 귀책사유가 없어야 하며, 셋째 그 개인이 그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어야 하고, 넷째 행정청이 위 견해표명에 반하는 처분을 함으로써 그 견해표명을 신뢰한 개인의 이익이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되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위 견해표명에 따른 행정처분을 할 경우 이로 인하여 공익 또는 제3자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어야 한다(대법원 2001. 9. 28. 선고 2000두8684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피고가 일단 원고 대표이사의 휴가 과다사용을 지적하지 아니한 채 장기요양급여비용을 지급하였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원고가 급여 가산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를 향후에도 문제삼지 않겠다는 취지의 공적인 견해표명을 하였다고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원고가 피고의 견해표명을 신뢰하고 이에 상응하는 어떠한 행위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이는 피고가 D를 포함한 원고 직원들의 휴가 사용내역을 미리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고려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과잉금지의 원칙 위반 여부
이 사건 고시 및 공고 조항은 장기요양급여비용 가산 요건 구비 여부의 판단에 필요한 근무인원 수의 산정방법, 즉 일정하고 양호한 노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시설 인력의 총량 산출방법을 정하면서 인력이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한 경우에도 일정한 범위에서 근무한 것으로 의제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한 것일 뿐, 재가노인복지시설의 시설장을 겸직하고 있는 시설운영 법인 대표자의 유급휴가 자체를 금지하는 규정이 아니다.
즉, 재가노인복지시설 운영 법인의 대표자는 법인의 내부규정 등에 따라 유급휴가를 사용하되 장기요양급여비용 가산을 포기하거나, 자신이 시설장을 겸직하지 않고 별도의 시설장을 두는 등의 선택을 할 수 있다[후자의 경우 시설장은 대표이사가 일반적으로 담당하는 행정업무 등에서 벗어나 시설의 관리 업무 등에 더욱 충실할 수 있게 되며(하나의 법인이 복수의 시설을 운영하는 경우를 상정하면 더욱 그렇다), 이처럼 국가가 보조금, 급여 등의 지급 또는 가산 요건과 관련하여 인력의 겸직을 제한하는 사례는 재가노인복지시설이 아닌 다른 경우에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다 이 사건 고시 및 공고 조항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유지와 건전한 운영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점까지 함께 고려하면, 이 사건 고시 및 공고 조항, 그리고 이에 따른 이 사건 처분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여 원고 대표이사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용덕(재판장) 이정호 김다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