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5,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2017. 12. 20.부터 2024. 7. 10.까지는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 총비용 중 8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세차장(이하 ‘이 사건 세차장’이라 한다)을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이다. 원고는 망 D(E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여동생이다.
망인은 2013. 6.경부터 이 사건 세차장에 세차원으로 고용되어 근무하였다(최초 입사 시기는 2003. 1.경이지만 입사와 퇴사를 수차례 반복하였다가 2013. 6.경 재입사한 이후로는 계속 근무하였다).
망인은 2017. 12. 20. 이 사건 세차장에서 일하던 중 계속 구토를 하여 집으로 옮겨졌으나 다음 날 08:40경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망인의 사망추정시각은 2017. 12. 20. 22:00경이고, 망인에 대한 부검 결과 사인은 ‘비외상성 뇌실질내출혈’이다.
망인의 모친 F가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자,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였다.
근로복지공단은 2019. 2. 8. 피고에게 피고가 보험관계 성립신고를 게을리 한 기간에 재해가 발생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산재보험료징수법 제26조 제1항 제1호에 근거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급여의 50%에 해당하는 42,565,270원을 징수한다고 통지하였다. 바. 이에 대하여 피고는 망인의 사망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위 징수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대전지방법원 2019구단100280)을 제기하였다. 위 법원은 망인이 추위에 노출된 채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육체적․정신적 부담을 받았고, 그로 인해 발병한 비외상성 뇌실질내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이유로 2020. 12. 10. 피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되었다.
망인의 사망 당시 1순위 상속인은 망인의 모친인 F였다. F도 사망하였는데, F의 사망 당시 상속인은 망인의 딸인 원고가 유일하다.<1>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 11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요지
피고는 망인이 근무하는 이 사건 세차장의 고용주로서, ① 망인에게 최소한의 안전과 휴식이 보장되는 업무환경을 제공할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 또한 ② 망인이 이 사건 당일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상태에서 발견되었는데도 병원이나 119에 연락하지 않았고 치매가 있는 망인의 모친에게 데려다줌으로써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 따라서 피고는 망인에 대하여 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지고, 위자료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피고는 불법행위에 따른 정신적 손해로 망인에게 위자료 5,000만 원, 망인의 모친 F에게 위자료 2,000만 원, 망인의 여동생 원고에게 위자료 1,000만 원을 지급해야 하고, 원고는 망인과 망인의 모친의 위 채권을 순차적으로 또는 직접 상속하였으므로,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8,000만 원(= 5,000만 원 + 2,000만 원 + 1,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판단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따른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근로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하는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 이러한 사용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발생 경위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다278286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의 부수적인 의무로서 근로자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게 근로자가 입은 신체상의 재해에 대하여 민법 제750조 소정의 불법행위책임을 지우기 위하여는, 사용자에게 당해 근로로 인하여 근로자의 신체상의 재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회피를 위한 별다른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음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3. 10. 선고 99다60115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업무환경 미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 을 제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이 사건 세차장을 운영하면서 최소한의 안전과 휴식이 보장되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망인이 비외상성 뇌실질내출혈로 사망하였고, 사망 전 12주간 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52시간을 초과하는 등 업무시간이 상당하긴 하였으나, 이러한 업무가 피고의 위법한 불법행위로 이루어졌다고 볼 자료가 없다. 즉, 망인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위와 같은 근무시간을 달성할 것을 망인게 강요하였다거나, 강제로 근무할 수 밖에 없도록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다.
망인이 한겨울에도 불구하고 추위에 노출된 채 업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세차 업무의 성질상 외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망인도 이를 알고 이 사건 세차장에서 근무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사업장에서 한겨울의 추위를 막기 위하여 사업주에게 법적으로 어떠한 시설이나 장치를 구비하도록 강제하고 있다거나, 피고가 이를 불이행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세차 업무가 없는 경우 이 사건 세차장의 사무실 내지 대기실에서 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피고가 이를 제지하는 등으로 원고의 휴식을 위법하게 보장하지 않았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
원고가 뇌실질내출혈로 사망하기는 하였으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되는 것과 위 재해가 사업주인 피고의 고의나 과실로 발생하였다는 점은 별개의 사안이므로, 피고의 불법행위가 인정되기 위하여는 피고의 위법한 행위가 인정되어야 한다. 그런데 그밖에 다른 사정들을 보아도, 피고의 위법행위가 영향이 되어 원고가 뇌실질내 출혈을 일으켰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다.
사망 당시 보호의무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 발생 여부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들의 각 기재, 증인 G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위 법리에 비추어보면, 피고가 자신의 업장에서 근무 중 피를 보이며 쓰러진 망인을 아무런 조치 없이 치매 증상이 있던 망인의 모친에게 데려다주기만 하는 등으로 망인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케 하여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이에 따른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한다.
망인은 2017. 12. 20. 08:00경 출근한 후 일을 하였는데, 구토를 하거나 차를 후진하다 청소기를 들이받는 등의 행동을 하여 피고는 이 사건 세차장 사무실 소파에 망인을 눕혔다. 그런데 망인이 같은 날 10:00경 소파 밑으로 떨어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사건 당일 이 사건 세차장에서 근무하던 증인 G은 망인이 소파 밑으로 떨어진 것을 알게 된 계기에 대하여, “사무실 안에 있던 손님이 ‘사람이 쓰러졌다’고 해서 뛰어 들어갔고, 망인은 머리를 부딪쳤는지 코, 입에서 피가 났다. 의식은 없었다.”고 진술하였다(증인 G에 대한 녹취서 4쪽). 일반적으로 소파에 누워 있던 사람이 갑자기 바닥에 떨어져 피가 나고 의식까지 없었다면, 어떠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상황으로 보인다.
G은 ‘손님 서너 분이 119 얘기를 하였고, 저도 피고에게 119를 불러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피고는 자신의 차량을 갖다 놓고 망인을 차에 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녹취서 4쪽). 이 사건 세차장 내 다른 손님이나 함께 일하던 직원이 119를 불러야겠다고 말할 정도였다면, 당시 위급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피고는 망인에 대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하여 피고의 아내이자 이 사건 세차장에서 함께 근무하던 H는 ‘119를 부르자는 일은 절대 없었다. 위급하다고 생각했으면 왜 119를 안 불렀겠냐’는 취지로 진술하여(증인 H에 대한 녹취서 6쪽) G과는 상반된 진술을 하였다. 그러나 위 H는 사실상 피고와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자로서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G은 이 사건 세차장에서 약 7개월간 근무한 사람인데, 망인에게 특별히 유리하게 진술하거나, 피고에게 특별히 불리한 진술을 할 동기가 없다. 이 사건에서 중립적인 증인인 G의 진술 신빙성이 더 높고, H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
망인이 이 사건 당일 술에 취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2> 출근 후 얼마 동안은 일을 하였던 상황이다. 그런데 갑자기 세차장 내 소파에서 떨어져 피를 보이며 의식이 없었다면 사업장 내 근로자의 안전을 책임질 지위에 있는 피고로서는 망인의 상태를 의심하고 적어도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었다고 보인다.
피고는 G과 함께 망인을 집에 데려다 줬고, 집 안까지 들어가 피고를 눕혔다. 망인의 집에는 망인의 모친만 있었는데, 피고는 모친에게 망인의 상태에 관하여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다.
망인의 모친은 당시 치매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망인과 인연을 맺은 지 10여 년 가까이 되고, 망인의 출근시 피고가 자주 망인의 집 부근에서 태워 출근하였으며, G의 ‘이 사건 당일 망인의 모친이 평범한 사람 같지 않았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더하여 보면(녹취서 9쪽), 피고는 망인의 모친이 치매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국 피고는 망인의 모친이 망인을 적절히 돌보아줄 수 없음을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피고에 대한 불기소 이유통지서(을 제2호증)의 내용을 고려하면, 망인이 소파에서 떨어져 피를 흘리고 있는 상황에서 피고가 즉시 망인을 병원에 데리고 갔다면 망인이 생존하였을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망인이 근무하는 사업장의 사업주로서, 망인이 당시 상황에서 받을 수 있는 최선의 치료행위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였고, 이러한 점에서는 과실에 의한 불법행위책임이 발생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망인과 망인의 가족이 겪었을 고통의 정도 등과 망인이 즉시 치료받았더라도 생존하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운 점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여러 제반 사정을 참작할 때, 망인에 대한 위자료로 12,000,000원, 망인의 모친인 F에 대한 위자료로 2,000,000원, 망인의 여동생인 원고에 대한 위자료로 1,000,000원을 각 인정한다.
망인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 채권을 F가 단독으로 상속한 사실, F의 사망으로 망인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 채권과 F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 채권을 모두 원고가 단독으로 상속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15,000,000원(= 12,000,000원 + 2,000,000원 + 1,000,000원)과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인 2017. 12. 20.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재 여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4. 7. 10.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위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판결 중 위 인정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은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돈의 지급을 명하며,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오명희(재판장) 손정현 권겸
각주1) 망인의 상속인과 F의 상속인에 관하여 피고가 다투고 있지 않다.
각주2) 부검감정서상 망인의 뇌혈에서 혈중알코올농도는 0.016% 정도였고(갑 제11호증 3쪽), 증인 G도 망인에게서 사건 당일 술 냄새가 났음은 부인하지 않고 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