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의 지위
피고는 F대학교를 설치·운영하고 있는 학교법인이고, 원고들은 F대학교에 재직 중인 교수들이다.
F대학교의 보수체계 변경
피고는 F대학교 개교 이래 F대학교 교원들에 대하여 공무원보수규정 및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을 준용하여 호봉에 따라 본봉을 산정하고 각종 수당을 지급하는 보수체계를 유지하여 왔다(이하 2007. 2. 이전까지 적용되던 위 보수체계를 '호봉제'라 하고, 그에 관한 보수규정을 '구 보수규정'이라 한다).
피고는 2007. 3.경 기존의 자동호봉 승급조항을 삭제하고 성과급을 도입하는 내용으로 보수규정을 새로이 제정하여 구 보수규정을 폐지하면서 2007. 3. 1.부터 위 새로운 규정을 적용하기로 하였고, 위 규정은 2008. 3. 1.자로 다시 제정되었으며 그 후 수차 개정되었다(이하 2008. 3. 1.자로 제정·시행된 보수규정을 '현행 보수규정'이라 하고, 이에 따른 보수체계를 '성과연봉제'라 한다).
현행 보수규정은 보수를 '교직원에게 지급되는 기본연봉, 성과연봉, 부가급, 특별성과급 및 그 밖의 기타 수당을 포함하는 총 연봉액'으로 정의하고(제3조 제1호), 성과연봉을 '2008년 2월 29일 현재의 성과상여급의 연액과 향후 성과평가에 의해 차등 지급하는 비누적성과급'으로 정의하며(제13조), 교원에 대한 성과평가요소를 학과평가 및 개인업적평가로 정하고 있다(제15조 제1항 제1호).
원고들의 임용 및 직급 변동
원고들은 피고로부터 다음과 같이 임용 및 직급 변동에 관한 각 인사발령을 받았다.
<생략>
피고의 임금 지급
피고는 원고들에게 현행 보수규정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여 왔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3, 5호증, 갑 제43호증, 을 제28호증, 을 제35 내지 39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의 주장 요지
원고들
원고들의 보수체계는 2007. 3.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되었는데, 이는 근로자인 원고들에 대한 취업규칙의 불이익한 변경에 해당함에도 피고가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 따른 교원 과반수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위 변경은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구 보수규정에 따라 산정한 임금과 실제 지급한 임금의 차액(2020. 8.부터 2023. 6.까지의 기간 분)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피고
교원인 원고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의 변경은 호봉제 하의 보수총액을 보전한 상태에서 성과급을 신설한 것이므로 불이익한 변경이 아니다.
변경 당시 학내 직원노동조합과의 합의 및 교수협의회와의 협의가 있었으므로 절차적 정당성이 있고,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된다.
원고들은 2008. 3. 1. 현행 보수규정 시행 이후 모두 상위 직급으로 승진임용되었으므로 변경된 보수규정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여 피고와 새로운 임용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원고들은 약 16년간 성과연봉제에 따른 급여를 이의 없이 수령하여 왔으므로 변경된 보수규정을 묵시적으로 추인하였고, 이 사건에 이르러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도 반한다.
피고는 2023. 7. 13. 호봉제 하에서 임용된 교원 중 과반수로부터 현행 보수규정에 관한 사후 동의를 받았으므로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 하더라도 위 동의로 소급적으로 추인되었다.
판단
원고들에게 구 보수규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사용자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함에 있어서 근로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경우에 그 변경으로 기득이익이 침해되는 기존의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변경의 효력이 미치지 않게 되어 종전 취업규칙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지만, 변경 후에 변경된 취업규칙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근로관계를 갖게 된 근로자에 대한 관계에서는 당연히 변경된 취업규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대법원1992. 12. 22. 선고 91다45165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1. 6. 24. 선고 2009다58364 판결 등 참조).
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사립대학 교원은 학교법인의 정관이나 인사규정 또는 임용계약에 재임용 강제조항이 있거나 임용기간은 형식에 불과하고 임용계약이 계속 반복 갱신되어 연쇄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임용의 기대나 재임용 여부에 관하여 합리적 기준에 의한 공정한 심사를 요구할 권리가 있을 뿐, 그와 같은 심사에 의해 재임용되지 않은 이상 임용기간 만료로 교원의 신분은 상실되므로, 재임용 후에는 변경된 취업규칙인 개정된 보수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위 대법원 2009다58364 판결 참조).
한편 대학교원이 상위 직급으로 승진하기 위한 심사를 받는 것을 두고 재임용심사를 받는 것과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거나 대상적 성격의 절차가 부여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상위 직급의 교수로 임용하는 행위는 기존의 임용행위에 기초한 단순한 승진발령행위가 아니라 직명을 달리하는 교원을 임용하는 새로운 신분관계의 설정행위이므로, 대학은 승진의 기준이나 절차를 마련하거나 승진임용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상당한 재량을 가진다(대법원 1997. 12. 23. 선고 97다25477 판결, 대법원 2023. 11. 16. 선고 2019두39888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피고 정관 및 F대학교 교원인사규정의 관련 규정
피고의 정관 및 F대학교 교원인사규정(이하 '이 사건 교원인사규정'이라 한다)은 교원의 임용에 관하여 각 다음과 같이 정한다.
<생략>
원고들의 승진임용에 따른 새로운 근로관계의 형성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면, 원고들은 현행 보수규정의 시행일인 2008. 3. 1. 이후 다음과 같이 상위 직급으로 승진임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즉 원고 A 는 2008. 10. 1. 부교수에서 교수로 승진임용되었고, 원고 B는 2008. 4. 1. 부교수로,2014. 4. 1. 교수로, 2014. 10. 1. 정년보장 교수로 차례로 승진임용되었으며, 원고 C는 2010. 10. 1. 부교수로, 2016. 10. 1. 교수로, 2017. 1. 1. 정년보장 교수로 차례로 승진 임용되었고, 원고 D은 2008. 4. 1. 부교수로, 2014. 4. 1. 교수로, 2017. 7. 1. 정년보장교수로 차례로 승진임용되었다.
앞서 본 법리에 의하면 위 각 승진임용은 직명을 달리하는 교원을 임용하는 새로운 신분관계의 설정행위로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사건 교원인사규정이 정한 조교수, 부교수 및 비정년보장 교수의 임용 기간이 형식에 불과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없고, 오히려 을 제27호증, 을 제3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임기 만료되는 비정년 전임교원에 관하여 재계약 요건의 충족 여부를 심사하여 재임용 여부를 결정해 온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2014. 2. 28.부터 2022. 8. 31. 사이에 전임교원 13명이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하여 퇴직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원고들은 위 각 승진임용을 통하여 현행 보수규정에 따른 변경된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피고와 새로운 근로관계를 갖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원고들에게는 변경된 취업규칙인 현행 보수규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에 대한 원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자신들이 거친 각 직급 변동이 기존 임용계약의 단순한 갱신 또는 호봉 상승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이 부교수, 교수, 정년보장 교수 등으로 거친 각 직급 변동은 직명을 달리하는 교원을 임용하는 새로운 신분관계의 설정행위로서, 동일직급 내에서 근속에 따라 자동 상승하는 호봉 승급과는 그 본질을 달리한다. 더욱이 을 제20, 21, 22호증, 을 제25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원고 B·C·D은 정년보장 교수로 임용받기 위하여 피고 대학 총장에게 본인 명의의 승급심사신청서와 함께 대표 연구성과를 작성·제출하고 피고 대학의 심사를 거친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는 위 각 직급 변동이 원고들의 자발적인 의사에 기초한 새로운 신분관계의 설정행위임을 보여주는 사정이다. 또한 위 정년보장 임용에 관한 각 인사발령통지에는 그 임용 직급이 '정년보장교수(A1)'로, 보수의 지급 방식이 '연봉액'으로, 임용 기간이 '정년까지'로 각 기재되어 있어, 호봉제와 달라진 보수체계의 수용이 문서 자체에 명시되어 있다.
원고들이 위 각 승진 신청을 함에 있어 자유로운 의사 형성을 저해할 만한 강박 등의 사정이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 따라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들은 또한, 피고가 2001. 12. 31. 대통령령 제17470호로 개정된 교육공무원임용령 제5조의2에 따라 정관을 개정하여 계약제로 교원을 임용하였는데, 원고들은 위 개정 당시 이미 임용되어 있던 기간제 교원이었으므로 재임용·승진임용 시에 임용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기존 임용계약과 단절된 새로운 임용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교육공무원임용령 부칙(대통령령 제17470호, 2001. 12. 31.) 제4항은 '제5조의2의 개정규정은 이 영 시행 후 신규채용되는 자부터 적용하되, 이 영 시행 당시 재직 중인 대학교원으로서 임용기간 종료 후 다시 임용되는 자의 경우에는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계약조건을 달리 정하여 임용할 수 있다'라고 정하고 있어, 원고들도 그 임용기간이 종료된 후에는 계약제 교원으로 재임용 내지 승진임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교원인사규정 제13조 제1항은 '교원의 임용은 발령과 임용장의 교부로서 행한다'라고 정하고 있고,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들은 적어도 정년보장 교수로 임용될 때에는 별도의 자발적 신청을 거쳐 피고의 심사를 통과한 후 인사발령을 받았다. 사정이 이러하다면 원고들이 매번 별도의 서면 임용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변경된 근로조건의 수용 자체가 없었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원고들은 이 사건 청구의 주된 근거로 같은 학교의 다른 교원들이 같은 보수규정의 무효를 다툰 사건에 관한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19다282388 판결(원심 대전고등법원 2019. 10. 10. 선고 2018나13484 판결, 이하 '선행 판결'이라 한다)을 원용한다.
그러나 갑 제40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선행 판결의 원고들은 모두 이 사건 보수규정의 시행 이전에 이미 정년이 보장되는 교수로 승진임용을 마친 자들로서, 그 후 같은 직급 내에서의 단순 승급만을 거친 자들임이 인정된다. 즉 선행 판결은 변경된 보수규정의 시행 이후에 새로운 신분관계의 설정행위에 해당하는 승진임용이 없었던 자들에 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변경된 보수규정 시행 이후에 비로소 부교수, 교수, 정년보장교수로의 승진임용을 거듭한 이 사건 원고들에 관한 사안과는 사실관계를 달리한다. 같은 학교의 같은 보수규정의 효력이 문제 되는 사안에서 결론을 달리하게 되는 것은, 앞서 본 1) 가)의 법리상 기존 근로자와 변경 후 신분관계 갱신자를 구별하여 취급하도록 한 합리적 결과이므로, 원고들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피고가 변론종결후 참고자료로 제출한 자료에 의하더라도, 같은 학교의 다른 교원들에 대한 유사한 임금 청구 사건에서 위와 같은 사실관계상의 차이를 이유로 청구를 기각한 대전고등법원 2025. 9. 18. 선고 2024나12147 판결이 선고되어 대법원 2025다217585호로 확정된 바 있다).
원고 A에 관한 별도 판단
원고 A의 경우 다른 원고들과 달리 본인 명의의 승급심사신청서가 별도로 제출되어 있지 아니하나, ① A가 2008. 10. 1. 부교수에서 교수로 승진임용된 사실은 다툼이 없는데 위 승진임용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직명을 달리하는 교원을 임용하는 새로운 신분관계의 설정행위로서 단순한 호봉 상승과는 본질을 달리하는 점, ② 대학 사회에서 교원의 승진은 본인의 자발적 의사와 연구·교육 실적의 제출을 전제로 진행되는 것이 통상이고, 매번 별도의 서면 임용계약서를 갱신 작성하기보다는 인사발령통지의 교부로 임용 절차를 마치는 관행이 통용되고 있는 점, ③ A가 위 승진임용 후 약 12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아무런 이의 없이 교수 직급에 따른 보수를 수령하며 근무하여 온 점을 종합하면, 원고 A 역시 위 승진임용을 통하여 현행 보수규정에 따른 근로조건을 수용하고 피고와 새로운 근로관계를 갖게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소결
따라서 원고들에게는 변경된 취업규칙인 현행 보수규정이 적용되어야 하고, 구 보수규정의 적용을 전제로 한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다.
피고의 나머지 항변에 관한 판단
위 가. 항의 판단으로 원고들의 청구가 이유 없음이 인정되므로 피고의 나머지 항변들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는 없으나, 당사자가 주장한 쟁점들이므로 이에 관하여 부가적으로 본다.
묵시적 추인 항변
피고는 원고들이 약 16년간 성과연봉제에 따른 급여를 이의 없이 수령하여 왔으므로 변경된 보수규정을 묵시적으로 추인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강행규정성에 비추어 보면, 동의 절차의 흠결로 무효인 취업규칙 변경에 대하여 그 후 근로자들이 변경된 임금을 장기간 수령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변경에 대하여 묵시적으로 동의(추인)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5. 7. 11. 선고 93다26168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따라서 이 항변은 받아들이 지 아니한다.
신의칙 또는 실효의 원칙 위반 항변
피고는 원고들이 장기간 성과연봉제에 따른 급여를 수령해 오다가 이 사건에 이르러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실효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취업규칙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을 신의칙위반으로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의 입법 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되므로 원칙적으로 신의칙을 적용할 수 없고, 더욱이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같은 학교 다른 교원들이 제기한 선행 임금 청구 소송의 결과(2023. 4. 13. 선행 판결의 확정)를 기다렸다가 그로부터 비교적 가까운 시점에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 이상, 위 청구가 신의에 반한다거나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이 항변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2023. 7. 13. 자 사후 과반수 동의에 의한 추인 항변
피고는 2023. 7. 13.경 호봉제 하에서 임용된 전임교원 96명 중 51명(과반수)으로부터 현행 보수규정에 관한 사후 동의를 받았으므로 위 동의로 보수규정의 변경이 소급적으로 추인되어 유효하게 되었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을 제3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위 시점에 위 인원으로부터 동의를 받은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동의서 원문에는 '변경규정 효력 발생일: 해당 전임교원(과거에 호봉제로 임용되었던 전임교원 96명) 과반수 동의 시부터'라고 명시되어 있어, 처분문서의 객관적 문언상 위 동의의 효력은 동의 시점 이후 장래에 한하여 발생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사후 동의에 의한 추인의 소급효를 일반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의 쟁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에서 피고가 들고 있는 위 동의는 그 문서 자체의 문언에 비추어 동의 시점 이전에 발생한 임금채권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원고들이 이 사건에서 구하는 임금 차액은 모두 위 동의 시점(2023. 7. 13.) 이전인 2020. 8.부터 2023. 6.까지의 기간 동안 발생한 것이므로, 위 사후 동의는 원고들의 청구를 차단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이 항변 역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하세용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