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4. 12. 12. 선고 2023구합202180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L생활관의 설치와 운영

1)

피고보조참가인 사회복지법인 B(이하 ‘참가인 법인’이라 한다)은 사회복지사업법 등에 의거 지역사회복지 증진의 목적으로 1976. 6. 26. 설립되어 그 산하에 아동복지사업, 노인복지사업, 가족‧지역사회 복지사업, 정신장애인 복지사업, 노숙인 복지사업 등 5개 사업 부문을 두고, 아동양육시설(D), 노숙인재활시설(E), 정신요양시설(F), 노인의료복지시설(G요양원), 노인주거복지시설(H양로원), 종합사회복지관(I복지관), 노숙인자활시설(J지원센터), 재가노인복지시설(K복지센터), 자립지원시설(L생활관, 이하 ‘이 사건 시설’이라 한다), 어린이집(M어린이집), 수익사업(I복지관 아동‧심리발달지원센터) 등 11개의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

참가인 법인의 정관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3)

이 사건 시설의 운영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나.

원고의 1차 및 2차 근로계약 체결

1)

원고는 2021. 6. 1. 이 사건 시설에 근무하기로 하면서, 근로계약기간 2021. 6. 1.부터 2022. 5. 31.까지, 근로시간 12시간 격일제로 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이하 ‘1차 근로계약’이라 한다) 그 무렵부터 이 사건 시설에서 상담지도원으로 근무하였다. 원고가 체결한 위 1차 근로계약서의 모두 부분에는 ‘L생활관장과 원고는 다음과 같이 근로계약을 체결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사업주’란에는 ‘시설명 : L생활관, 주소 : 충북 청주시 흥덕구 N, 대표자 O’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갑 제55호증).

2)

원고는 2022. 3. 9. 근로계약기간을 2022. 6. 1.부터 2023. 5. 31.까지로 1년간 연장하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2차 근로계약’이라 한다). 위 근로계약서에도 마찬가지로 그 모두 부분에는 ‘L생활관장과 원고는 다음과 같이 근로계약을 체결한다.’고 기재되어 있고, ‘사업주’란에는 ‘시설명 : L생활관, 주소 : 충북 청주시 흥덕구 N, 대표자 O’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갑 제56호증).

다.

이 사건 시설의 시설장 O의 해임

1)

참가인 법인은 2022. 2. 8. 이 사건 시설의 장이었던 O을 2022. 3. 14. 자로 해임하는 결정을 하였고, 2022. 4. 1. 이 사건 시설의 장으로 P을 임명하였다.

2)

O은 위 해임 결정에 대하여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7. 12. O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도 마찬가지로 이유로 2022. 10. 21. O의 재심청구를 기각하였다.

라.

근로계약 변경 요구 및 근로계약 종료 통보

1)

이 사건 시설의 신임 관장 P은 2022. 4. 초경 원고에게 실 근로시간을 근무일 09:00부터 익일 09:00까지로 변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근로계약의 변경을 요구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2022. 4. 13. 참가인 법인의 대표이사 Q에게 이미 유효하게 체결한 근로계약을 변경하려는 것은 부당하다고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근로계약서 부당변경요구 거부서’를 보냈다.

2)

P은 2022. 4. 30. 원고에게 1차 근로계약이 2022. 5. 31. 자로 기간만료로 종료된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마.

재심판정의 경위

1)

원고는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2022. 8. 17.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12. 19. 이 사건 시설의 장은 이 사건 시설의 운영, 인사, 회계 등 전반에 걸친 사항을 참가인 법인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행사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은 이 사건 시설의 장이고, 참가인 법인은 원고의 사용자라고 볼 수 없어서 참가인 법인은 피신청인 당사자 적격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2)

이에 원고가 2023. 1. 26.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3. 21. 충북지방노동위원회와 같은 사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 55, 56호증, 을가 제1, 12 내지 15호증, 을나 제29, 4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여부

가.

참가인 법인이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실질에 있어서 근로자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업무의 내용이 사용자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취업규칙·복무규정·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 있어서도 사용자로부터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지휘·감독을 받는지 여부, 사용자에 의하여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지정되고 이에 구속을 받는지 여부,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의 소유관계,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상적(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져 있는지 여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의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 등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인정하여야 하는지 여부, 양 당사자의 경제·사회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어떤 근로자에 대하여 누가 근로기준법 제32조, 제36조 소정의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인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계약의 형식이나 관련 법규의 내용에 관계없이 실질적인 근로관계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고, 이때에도 위와 같은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6도300 판결).

2)

앞에서 인정한 사실 및 앞에서 본 각 증거, 갑 제12호증, 갑 제68호증, 갑 제80호증, 갑 제82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참가인 법인으로서 참가인 법인이 원고의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시설은 법인이 아닐 뿐만 아니라 비법인사단이나 비법인재단도 아닌 영조물에 불과하므로, 권리의무의 주체로서 근로계약과 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피고의 주장대로라면 O이 개인의 지위에서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O이 해임된 이후 이 사건 시설의 신임 관장으로 선임된 P이 원고에게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의 변경을 요구할 이유가 없는바, P은 O의 해임과 무관하게 원고가 이 사건 시설에 계속하여 근무하는 근로자임을 전제로 근로계약의 변경을 요구한 것이다.

나)

참가인 법인은 2021. 1. 26. H양로원 원장이었던 O을 이 사건 시설의 장으로, 이 사건 시설의 장이었던 R을 H양로원 원장으로 인사발령하였는데, 이와 같이 참가인 법인 산하 시설의 원장, 관장은 참가인 법인의 인사발령에 따라 상호 소속이 변경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원고의 근로계약서 상 참가인 법인의 표시가 없고, ‘사업주’ 란에 ‘시설명 : L생활관, 대표자 O’이라고 기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위 표시는 원고가 채용되어 실제 근무할 장소를 기재한 것으로 선해하여야 하고, O이 참가인 법인을 대리하여 위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시설의 운영규정 제23조에 의하면 이 사건 시설의 장의 임면은 참가인 법인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의결을 받아 임면하고, 직원의 임면은 이 사건 시설의 장이 임면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참가인 법인이 2021. 6. 14. O에게 보낸 공문에는 “귀하는 L생활관의 시설장으로서 시설종사자에 대한 채용 및 근로조건 결정권, 시설종사자에 대한 지휘감독권, 청주시로부터 결정된 예산에 대한 집행권의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라고 기재되어 있는바, 참가인 법인에 의하여 임명된 이 사건 시설의 장은 직원의 임명에 있어서 참가인 법인을 대리할 권한이 있는 것이다.

라)

참가인 법인 산하의 11개 시설은 각기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데, 각 사업 특성에 맞는 운영방식, 근로관계의 내용과 형태 등을 반영하여 독립적인 운영규정과 취업규칙을 두고, 각 시설의 장이 참가인 법인을 대리하여 해당 시설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채용, 징계, 근태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필요성이 있는바, 이 사건 시설이 독립적인 운영규정과 취업규칙을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시설의 장이 개인적인 지위에서 원고를 채용하였다고 볼 것은 아니다.

마)

참가인 법인에 대한 정기 회계감사의 일환으로 이 사건 시설에 관한 감사가 이루어지고, 2021년도 정기 회계 감사결과의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시설의 종사자 채용 시 인사위원회의 구성, 종사자의 경력, 범죄전력 조회, 종사자의 시간외 근무 관리 등 종사자에 관한 관리가 포함되어 있다.

바)

나아가 이 사건 시설의 운영규정 제1조(목적)는 참가인 법인이 이 사건 시설을 설치 운영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 점, 청주시는 이 사건 시설 운영 관련 행정처분을 참가인 법인에 대하여 한 점, 참가인 법인 산하 다른 시설인 G요양원 소속 근로자가 참가인 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과 관련하여 참가인 법인이 화해하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이 사건 시설과 관련된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참가인 법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사)

참가인 법인의 정관 제8조에 의하면, 참가인 법인의 회계는 법인 일반 회계와 시설운영에 속하는 시설회계, 수익사업에 속하는 수익사업회계로 구분하고(제1항), 법인 일반회계, 수익사업회계는 대표이사가 집행하고 시설회계는 그 시설의 장이 각각 집행한다(제2항)고 규정하고 있는데, 참가인 법인의 회계가 산하 시설들의 회계와 구분되어 있는 것은 각기 다른 사업을 개별적으로 운영하는 산하 시설 별로 수입‧지출을 관리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사건 시설은 청주시에 보조금을 신청할 때에 직접 이 사건 시설의 명의로 신청하여 수령하였으나 이는 절차적 편의성 및 보조금 지급 요건에 관한 정보를 당해 시설이 가장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인바,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참가인 법인이 원고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볼 수는 없다.

나.

이 사건 통보의 적법여부

1)

2차 근로계약의 유효 여부

가)

관련 법리

대리인이 대리권의 범위 안에서 본인을 위한 것임을 표시한 의사표시는 직접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생기는 것이 원칙이나, 대리인이 실질적으로 오직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행하여져 대리권의 남용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그러한 효과가 본인에게 귀속되지 아니할 수 있고, 이러한 대리권 남용 행위를 제3자에게 대항하려면 계약상대방이 이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1. 12. 22. 선고 2011다6466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에서 인정한 사실 및 앞에서 본 각 증거, 을나 제23호증 내지 을나 제27호증의 각 기재, 증인 S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O이 참가인 법인을 대리하여 원고와 사이에 체결한 2차 근로계약은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1)

O은 참가인 법인을 대리하여 원고와 사이에 2022. 3. 9. 2차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참가인 법인은 이미 2022. 2. 8. O을 이 사건 시설의 장에서 2022. 3. 14. 자로 해임하는 결정을 한 상태로서, O은 자신에 대한 해임의 효력이 발생되기 불과 5일 전에 원고와 2차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심지어 원고의 1차 근로계약 기간의 만료일은 2022. 5. 31.까지로서, 위 체결 당시에는 원고의 근로기간이 약 3개월이나 남아있는 상태였다. 2차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시작일은 2022. 6. 1.인바, O은 자신과 함께 근무하지도 않을 기간에 해당하는 근로계약을 기존 근로계약의 만료일보다 3개월이나 앞당겨 체결한 것으로서 그 체결 시점이 매우 이례적이고, 원고에 대한 2차 근로계약을 후임자가 아닌 O 본인이 곧바로 체결하였어야 할 별다른 합리적인 이유를 찾을 수 없다.

(2)

원고는 매년 변경되는 임금 적용기간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인데 원고는 2022. 1. 1.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여 2022. 3. 9. 갱신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1차 근로계약에서도 원고의 임금을 특정 액수로 정하지 않고 ‘청주시 사회복지생활시설 종사자 인건비 지원기준에 의한다.’고 하였던바, 상승된 임금을 반영하기 위하여 굳이 근로계약을 갱신하였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2차 근로계약 상 계약기간의 시작일 역시 2022. 1. 1.가 아닌 1차 근로계약 종료일 다음인 2022. 6. 1.라고 정한 점에서도 임금 적용기간을 맞추기 위하여 2차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은 수긍하기 어렵다.

(3)

원고는 1차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 사건 시설에 근무하기 시작한지 두 달여 만인 2021. 8. 18. 참가인 법인의 대표이사 Q 및 이사들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소하였다. 고소의 주된 내용은 참가인 법인이 H양로원장으로 근무하던 O을 이 사건 시설의 장으로 인사이동 하였는데, 이는 공개채용 방식의 시설장 교체가 아니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수령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하여 참가인 법인의 자금으로 2020년 3월부터 월 7,000,000원에 이르는 O의 급여를 부담함으로써 참가인 법인의 재정 안정성과 건전성이 악화되었다는 것이었다.

(4)

그런데 이 사건 시설에 근무하기 시작한 지 두 달 남짓 밖에 되지 않은 원고가 위와 같이 참가인 법인의 대표이사와 이사들을 고소할 별다른 동기나 이유를 찾기 어렵다. 원고는 참가인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이와 같은 고소를 했다고 주장하나, 원고는 참가인 법인과 기존의 어떠한 연관도 없었고, 대표이사 등의 배임적 행위로 원고의 급여가 지급되지 못하거나 달리 원고의 근무조건이 악화되는 상황도 아니었는데, 채용된 지 두 달 밖에 되지 않은 근로자인 원고가 참가인 법인의 이익을 지키기 위하여 그러한 고소를 하였다는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5)

한편 O은 2021. 1. 15. 이 사건 시설의 장으로 선임되었는데, 2021. 2. 9. 참가인 법인 대표이사를 G요양원 소속 근로자에 대한 시간 외 근무수당 미지급 혐의로 고소하고, 2021. 7. 14. O 자신에 대한 시간 외 근무수당 미지급 혐의로 위 대표이사에 대하여 진정을 제기하는 등 선임 직후부터 참가인 법인과 지속적인 갈등이 있어왔던바, 오히려 원고는 O의 지시에 따라 O을 사실상 대리하여 위와 같은 고소를 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6)

위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O은 자신이 해임되어 이 사건 시설의 장에서 곧 물러날 상황에 처하자 자신의 지시에 따르던 원고로 하여금 이 사건 시설에서 계속 근무하도록 하면서 향후 참가인 법인과의 분쟁에서 필요할지 모르는 자료의 수집이나 내부적인 정보 확보 등의 목적으로 2차 근로계약을 해임 직전에 무리하게 앞당겨 체결한 것으로 보인다.

(7)

나아가 원고는 O과 참가인 법인 사이의 갈등관계에 관여되어 O의 이익을 대변하였고, 원고 역시 2차 근로계약 체결 당시 O에 대한 해임이 결정되어 며칠 후 O이 이 사건 시설의 장에서 해임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까지 더하여 보면, 원고는 O이 실질적으로 오직 자신의 이익을 꾀할 목적으로 참가인 법인을 대리하여 원고와 사이에 2차 근로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2)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

가)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두12528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앞에서 인정한 사실 및 앞에서 본 각 증거, 갑 제37호증, 갑 제54호증의 3, 을나 제3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게 참가인 법인과의 근로계약에 대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1)

이 사건 시설의 취업규칙은 근로계약기간에 관하여 3개월의 수습기간을 둘 수 있다는 내용 외에는 구체적인 계약기간이나 계약의 갱신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원고가 체결한 1차 근로계약서에도 계약기간을 2021. 6. 1.부터 2021. 5. 31.까지로 정하였을 뿐 계약 갱신에 관한 내용을 약정하지 않았다. 한편 이 사건 시설에서 관리하는 원고의 근로자명부 중 ‘근로계약갱신일’ 란에 ‘매년 갱신’이라고 기재되어 있으나, 위 근로자명부는 사용자가 근로자의 인사관리의 편의를 위하여 작성‧보관하는 것으로서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의 일부를 구성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2)

원고가 체결한 1차 근로계약은 원고와 참가인 법인 사이에 최초로 체결된 것이고, 이전에 어떠한 근로계약이 체결되거나 갱신된 적도 없다.

(3)

원고가 이 사건 시설에서 수행하는 업무의 범위에는 시설 운영 전반에 관한 행정 업무 뿐 아니라 입소자들에 대한 상담 및 관리, 감독, 고충처리 업무가 포함되는데, 이와 같은 업무의 특성 상 입소한 아동‧청소년들과의 관계 형성 등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근로계약 만료 시 근로자를 교체할 필요성도 인정할 수 있다. 실제로 원고는 이 사건 시설에서 근무하면서 입소 아동‧청소년들과 사이에서 원만한 관계 형성이나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환자에 대한 관리나 청소, 생필품 제공 업무를 적절히 수행하지 아니하여 입소 아동‧청소년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4)

원고는 이 사건 시설에 채용된 다른 근로자들의 계약은 갱신되어 왔으므로 원고에게도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있다고 주장하나, 1차 및 2차 근로계약에 따른 원고의 근로형태는 12시간 격일제인 반면, 2019년부터 이 사건 시설에 채용된 원고를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의 근로형태는 24시간 격일제인바, 원고는 근로계약이 갱신되었다는 기존의 다른 근로자들과는 근로형태가 다르므로 이들의 근로계약이 갱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당연히 갱신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3)

소결론

따라서 참가인 법인과 원고의 근로관계는 2022. 5. 31. 계약기간 만료로 종료되었으므로, 이 사건 통보는 위 종료 사실에 대한 안내에 불과하고,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를 의미하는 해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선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원고에 대한 사용자를 이 사건 시설의 장이라고 판단한 것은 잘못되었으나, 결론적으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재심판정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한다.

판사 최병준(재판장) 유가형 이호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