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방법원판결

대전지방법원 2025. 4. 24. 선고 2023나223131 판결

손해배상(기)

주문

1.

제1심판결의 피고 D, E에 대한 부분 중 아래에서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 D, E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7,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9. 12. 31.부터 2025. 4. 24.까지는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돈을 지급하라.

2.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 중 원고와 피고 B, C 사이에서 생긴 부분은 원고가 부담하고, 원고와 피고 D, E 사이에서 생긴 부분의 9/10는 원고가, 나머지는 위 피고들이 각 부담한다.

4.

제1항 중 금전 지급 부분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1.

전제되는 사실관계

가.

피고 B은 1986. 3.경부터 학교법인 F 소속 G대학교 사범대학 가정교육과(이하 ‘가정교육과’라 한다) 교원으로서 식생활 분야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당시 일반정년과정 전임교원 정교수로서, 2018. 9.경부터 2020. 8.경까지 사범대학장을 겸임하였다.

피고 C는 2005년경부터 가정교육과 교원으로서 가정과(科)교육 및 의생활 분야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당시 일반정년과정 전임교원 정교수로서, G대학교 인력개발처장을 겸임하였다.

피고 E는 2011년경부터 가정교육과 교원으로서 가족생활 분야를 담당하였다. 이 사건 당시 일반정년과정 전임교원 부교수로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및 2019년 학과장을 겸임하였다.

피고 D는 2012년경부터 가정교육과 교원으로서 주생활 분야를 담당하다가 2015년경 일반정년과정 전임교원으로 임용되어 이 사건 당시 부교수로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학과장을 겸임하였다.

나.

G대학교는 사범대학교 교원대학 양성평가에서 전임교수 확보율이 평가지표가 되면서 가정교육과에 정원 5명의 전임교원을 확보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 발생하였고, 피고 C가 의생활 분야뿐만 아니라 가정과(科)교육 분야도 겸임하고 있어, 의생활 분야에 대한 전임교원을 보강하기 위하여 교원양성기관 재평가 대비 교원 초빙계획에 따라 2011. 1. 31. 원고를 가정교육과의 의생활 분야 초빙교수로 채용하였다. 이후 원고는 2012. 1. 30. 비정년과정 전임교원 조교수로 임용되었고, 2020. 3. 1.부터 현재까지 비정년과정 전임교원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다.

원고는 피고 C와 사이에 의생활 분야의 분담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고, 원고보다 늦게 채용된 피고 D가 2015년경 일반정년과정 전임교원으로 임용되면서 피고 D 뿐만 아니라 당시 학과장이던 피고 E와도 갈등을 빚기 시작하였다.

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익산지청의 직장 내 괴롭힘 재발방지를 위한 권고

1)

원고는 2020. 2. 14.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익산지청에 G대학교 총장 I를 피진정인으로 하여, 피고들이 원고에게 행한 일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한다는 진정을 제기하였다.

2)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익산지청은 2020. 4. 29. 및 2020. 8. 5. G대학교에 원고의 진정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된 직장 내 괴롭힘 재발방지를 권고하면서 그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계획을 제출하라는 내용의 안내를 하였다.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2, 3, 21 내지 23, 26, 38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

피고들은 원고에 대하여 ① 가정교육과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② 원고의 인격권 또는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였을 뿐만 아니라, ③ 고등교육법 제15조 제2항에 의하여 인정되는 원고의 교원으로서의 임무수행 등을 위법하게 침해하였다.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음은 경험칙상 분명하므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6,000만 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3.

관련 법리

가.

근로기준법이 2019. 1. 15. 법률 제16270호로 개정되면서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이하 ”직장 내 괴롭힘“이라 한다)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 관한 근거 규정이 제76조의2로 신설되었다. 그리고 위 개정법률의 부칙 제1조는 개정법률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하였다.

나.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 규정이 신설되어 2019. 7. 16.부터 시행되기 이전에 어린이병원의 외래진료교수이자 어린이병원 후원회의 이사인 가해자가 어린이병원 후원회의 계약직 직원인 피해 근로자에 대하여 2015. 4. 3.부터 2015. 10.경까지 사이에 신체적·언어적 성희롱 외에 피해 근로자의 엉덩이를 폭행하고 어깨를 밀치거나 상습적으로 모욕한 행위 등을 한 사안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면, 이는 위법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여 피해 근로자에 대한 민사상 불법행위책임의 원인이 된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21. 11. 25. 선고 2020다270503 판결 참조).

4.

피고들의 원고에 대한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에 대하여

가.

인정사실

1)

G대학교의 ‘교원인사규정’에 의하면 전임교원은 정년과정 전임교원과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으로 구분되고(제2조 제1항 제1호), 정년과정 전임교원의 직위는 교수, 부교수, 조교수로 하며(제4조),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은 강의를 주목적으로 하는 강의전담교원과 산학협력을 주목적으로 하는 산학협력교원을 말하되(제2조 제3항), 강의전담교원의 인사에 관한 사항은 ‘강의전담 비정년과정 전임교원 인사규정’으로 따로 정하도록 규정(제3조 제2항)하고 있다.

2)

G대학교의 ’구 강의전담 비정년과정 전임교원 인사규정(2017. 2. 21.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에 의하면 강의전담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은 강의를 주목적으로 임용되는 자로서(제2조), 최초 임용 시 2년으로 하되 2년 이내의 단위로 재계약할 수 있고(제6조), 최초 임용 8년이 경과한 후 부교수까지 승진할 수 있으며(제12조 제1항), 원칙적으로 소속 학과 또는 학부의 교수회의에 참여하거나 보직을 수행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교수 간 협의에 따라 교수회의에 참여하거나 학과 또는 학부의 보직을 수행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제16조 제1항, 제2항).

3)

G대학교가 2017. 2. 21. 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강의전담 비정년과정 전임교원 인사규정’에 의하면, 최초임용 6년이 경과한 후 부교수까지 승진할 수 있고(제12조 제1항), 기존의 ‘소속 학과 또는 학부의 교수회의에 참여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교수간 협의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는 제16조 제1항의 규정은 삭제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6호증, 을가 제4호증, 을나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나.

판단

피고들의 가정교육과 학과장 또는 사범대학장 또는 G대학교 인력개발처장 등의 직위, 정년과정 전임교원은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에 비하여 직급, 승진, 계약기간, 보직수행 등에 있어 우위에 있는 점, 게다가 가정교육과 내 전임교원 5명 가운데 피고들 4명은 정년과정 전임교원인데 비하여 원고만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들은 가정교육과라는 직장에서 원고에 대한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에 있다고 인정된다.

5.

개별 행위에 관한 판단

가.

교수회의 및 학과 행사 참여 배제에 대하여

1)

인정사실

가)

가정교육과 학과장은 학사관리, 학생 지원 등 업무를 담당하고, 그 업무 수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교수회의를 개최해 왔다.

나)

원고는 비정년과정 전임교수로 임용된 2012년도부터 2015. 10.경까지 교수회의와 졸업사진 촬영, 졸업식, 현장체험학습, MT 등 각종 학과 행사에 참석해 왔다.

다)

피고 E는 학과장으로 재직하던 2015년 ‘피고 D가 정년과정 전임교원으로 임용된 이후 원고가 스스로 같이 식사하는 것도 힘들고 개강·종강 모임 등 학과 식사자리에 오기 싫다고 한 적이 있고, 원고가 비정년과정 교수의 위치 설정에 잘못이 있어 여러 가지 이유로 업무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에게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고하였고, 이후 교수회의와 학과 행사 일정을 안내하지 않았다. 2017~2018년 학과장으로 재직한 피고 D 역시 원고에게 교수회의와 학과 행사 일정을 안내하지 않았다.

라)

이에 원고는 그 이후부터 2019. 12. 23. G대학교 인권센터에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식 조사를 요청한 후에 개최된 2019. 12. 27.자 교수회의에 참석하기 전까지는 교과시간표를 작성하기 위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 교수회의와 각종 학과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0, 18 내지 22, 28, 42, 60, 61호증, 을가 제3호증, 을나 제6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2)

판단

가)

위 인정사실 및 위 증거와 갑 제6, 64 내지 73, 78호증, 을나 제4, 5, 11, 13호증의 각 기재, 당심 증인 S의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D, E는 교수회의 및 학과 행사에 원고의 참여를 배제함으로써 5명으로 구성된 가정교육과 전임교원 사회의 공식 모임에서 원고만을 배제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평가하기 충분하다.

(1)

가정교육과 교수회의는 교과시간표 작성 등과 같이 원고의 협의가 필요하여 원고에게 관련 교수회의 개최가 통지된 경우를 제외하더라도, 매월 1회 정기적으로, 그리고 안건이 있을 때마다 비정기적으로 수시 개최되었다.

(2)

원고는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으로 임용된 2012년경 이래 2015. 10.경까지 교수회의와 각종 학과 행사에 참석하다가, 당시 학과장이던 피고 E의 위 권고에 따라 교과시간표를 작성하기 위한 경우 등을 제외하고는 교수회의 및 현장체험학습과 같은 학과 행사의 일정을 전달받지 못하였고, 피고 D가 학과장으로 재직한 2017~2018년을 거쳐 다시 피고 E가 학과장으로 재직한 2019년까지 같은 상황이 지속, 반복되었다.

(3)

졸업사진 촬영은 G대학교 학생복지처장이, MT는 학생회가 각 주관하나, 피고 E는 학과장으로서 원고에게 직접 졸업사진 촬영 등 학과 행사에 참여하지 말라고 말하였다.

연 1회 현장체험학습의 경우, 학생회가 주관하더라도 학과장의 지도와 지도교수의 참여 하에 이루어지므로, 지도교수의 범위를 정하는 데 학과장의 관여가 당연히 있었을 것으로 판단되고, 이에 따라 그 일정은 교수회의에서 공지되었으며, 피고들은 모두 지도교수로 참여하였다.

(4)

2017. 2. 21. 강의전담 비정년과정 전임교원 인사규정이 개정되어 교수회의에 참석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이 삭제되었고 위와 같이 개정된 위 인사규정 제15조는 ‘강의전담교원은 임용기간 중 G대학교 정년과정 전임교원에 준하는 책임과 신분을 보유한다’고 정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상황은 계속되었다.

(5)

원고와 피고들은 모두 강의에 종사하는 전임교원으로서 그 재직기간이 정년인지 아니면 비정년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인데, 학과장의 학사관리, 학생 지원 등 업무 수행에 필요한 교수회의나 학생 지도 업무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각종 학과 행사에 있어 그 참여 여부를 달리 정할 업무상 필요를 인정할 수 없다.

피고 E가 제시한 원고에 대한 참여 배제 이유에 의하더라도, 이는 업무에 비협조적인 원고를 배제하여 피고들의 협의․소통상 편의를 얻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원고가 업무에 비협조적이라 하더라도 교수회의는 구성원의 총의를 모으기 위한 것인바, 여기에서 비협조적인 구성원을 배제하는 것은 회의를 위하여 필요하지 않고 오히려 회의 본연의 목적과 배치된다.

이는 합리적 이유 없는 불리한 조치로서 차별적 행위에 해당하기도 한다.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킬 의도를 가지고 위 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행위로 원고가 정신적 고통을 받았거나 근무환경이 악화되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평가할 수 있다.

(6)

이와 같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참여 배제는 원고로 하여금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으로서 소외감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었다고 평가하기 충분하다.

(7)

비록 구 ‘강의전담 비정년과정 전임교원 인사규정’이 2017. 2. 21. 개정되기 전 ‘원칙적으로 소속 학과 또는 학부의 교수회의에 참여할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교수 간 협의에 따라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원고는 2015. 10.경까지 교수회의에 참석하였고, 원고가 이후 교수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위 규정 때문이 아니라 피고 E의 원고에 대한 위 불참 권고가 계기가 된 것이므로, 위 구 인사규정이 원고에 대한 교수회의 참여 배제를 새삼스레 정당화하는 사유가 될 수는 없다.

가정교육과와 달리 다른 학부 또는 학과, 예를 들면 조형예술대학 미술과,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영어교육학과, 수학정보통계학부, 건축학과, 화학융합공학과, 고고미술사학과의 경우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이 교수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학부 또는 학과마다 교원의 구성 등 사정이 다르다고 하더라도, 다른 다수 학부 또는 학과의 관행은 가정교육과의 비정년과정 전임교원에 대한 교수회의 참여 배제가 적정 범위를 넘는 것으로서 정신적 고통을 가하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것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참고가 될 수 있다.

(8)

비록 학과장이 일부 교수회의 결과를 원고에게 전달해 준 사실은 있으나, 교수회의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하고 집단의 의사를 형성하는 데 참여할 기회를 부여받는 것과 그 결과만을 전달받는 것 사이에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9)

비록 원고가 2019. 10. 10. 당시 학과장인 피고 E에게 “내일 교수회의가 있다고 조교에게 들었다. 규정에 근거하여 교수회의는 물론이고 학과 행사며 졸업식, 심지어 졸업사진 찍을 때도 참석하지 말라고 당시 학과장이었던 피고 E가 직접 말씀 하신 것 기억하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지난 4년 동안 교과시간표를 정할 때를 제외하고 교수회의며 행사에 참여한 적이 없다. 그리고 지난번 회의에 참석해서 느꼈지만, 회의를 한 것인지, 아니면 회의를 다한 후에 통보를 한 것인지, 출석부를 가져오지 않은 원고에게 성토 모임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고,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굳이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회의에 참석하여 얼굴을 붉히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4년 동안 해 왔던 대로 정년 전임교수님들이 회의와 학과 행사를 하고, 원고는 강의전담교수로서 자신의 일에 충실하도록 하겠다.”라는 메일을 보낸 사실은 있으나, 진정한 취지는 그간의 교수회의 및 학과 행사 참여 배제와 지난 교수회의 분위기에 대한 항의로 보아야 할 것이지, 이를 들어 원고가 먼저 교수회의 및 행사 불참 의사를 자진하여 진지하게 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게다가 위 메일을 보낸 시기는 원고에 대한 참여 배제가 문제된 기간의 마지막 무렵이다.

나)

한편,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당시 학과장직을 맡지 않은 피고 B, C가 원고에 대한 교수회의 및 학과 행사 참여 배제 행위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위 피고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소극적으로 묵인하였다고 볼 수도 있으나, 피고 B이 당시 사범대학장을 겸임하였다거나 최연장자라거나 피고 C가 G대학교 인력개발처장을 겸임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위 피고들에게 가정교육과 내의 위와 같은 관계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할 작위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위법하다고 평가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 B, C에 대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실습기자재 신청 방해행위에 대하여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강의에 필요한 실습기자재를 과학관에 직접 신청할 수 있어 G대학교 과학관에 공업용 재봉기 10대를 실습기자재로 신청하였다. 그럼에도 피고들은 2018. 4.

23.

원고에게, 신청한 ‘공업용 재봉기 10대’의 수량을 ‘4대’로 변경하도록 강요하였다.

2)

판단

갑 제7, 8, 2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가 2018. 4. 10. ‘실험실습용 물품(기기, 비품) 현황조사표’의 ‘미비한 물품 현황 작성’란에 ‘공업용 재봉기 10대’를 기재하여 제출한 사실, 피고 C, D는 원고에게 ‘10대’를 ‘4대‘로 수정하도록 하여 원고가 2018. 4. 23. 공업용 재봉기의 적정수량을 ’4대‘로 수정하여 ‘실험실 습용 물품(기기, 비품) 현황조사표’를 다시 제출한 사실, 이후 가정교육과에서 ‘실험실 습용 물품(기기, 비품) 현황조사표’를 사범대학 교학과에 제출하면서 ‘기타 실험실습교 과목 수업을 진행하는 데 불편사항 및 건의사항 작성’란에 원고가 작성하였던 내용 일부를 삭제한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한편, 을가 제5, 6호증, 을나 제29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실습기자재의 구입 등 업무는 G대학교 과학관 운영관리과에서 주관하는 사실, 이에 위 과학관은 2018. 4. 5. ‘2018년 실험실습용 물품(기기, 비품) 현황조사’를 실시하여, 각 단과대학 교학과에 공문을 보내어 ‘2018학년도 학부생들의 원활한 실험실습 교육을 위하여 실험실습실의 미비한 사항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실험실습교과목 별로 미비한 사항은 붙임의 실험실습용 물품(기기, 비품) 현황조사표에 작성하고, 각 단과대학 교학과에서는 학부별로 취합하여 2018. 4. 25.까지 공문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안내한 사실, 위 과학관의 ‘실험실습용 기기 신청방법’에 의하면, 각 교수는 실습기자재 신청서를 학과로 제출하고 학과에서는 우선순위를 정하여 총괄표를 작성한 다음 단과대학 교학과에 제출하며 단과대학 교학과는 과학관에 보내는 사실, 위 절차에 따라 원고가 위 ‘실험실습용 물품(기기, 비품) 현황조사표’를 가정교육과에 제출한 사실, 원고가 신청한 공업용 재봉기는 의복구성실습실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의복구성실습실에 관련된 실험실습 교과목이 여럿이고 원고뿐만 아니라 피고 C, D도 해당 과목의 담당교수여서, 세 사람이 각 제출한 ‘실험실습용 물품(기기, 비품) 현황조사표’의 내용을 모두 모아 의복구성실습실의 ‘실험실습용 물품(기기, 비품) 현황조사표’가 다시 총괄 작성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가정교육과에서는 각 교수가 신청한 실습기자재의 우선순위를 정하여 총괄표를 작성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원고가 내세우는 사정이나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 C, D가 총괄표 작성 과정에서 원고로 하여금 공업용 재봉기의 신청 수량을 변경하도록 하거나 불편사항 및 건의사항 기재를 일부 삭제한 것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는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거나 원고의 인격권 또는 인격적 법익, 고등교육법에 의하여 인정되는 교원으로서의 임무수행 등을 침해하였다고 단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의 강의과목 부당 변경행위, 교육과정 개편 요구 묵살에 대하여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2017. 10. 24.부터 자신의 담당과목에 대한 교육과정의 개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은 원고의 교육과정 개편 요구를 교수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묵살하였다. 나아가 피고들은 2019. 12. 16. 원고를 배제하고 교수회의를 하여 원고가 반대의사를 표시하였음에도 원고의 강의과목 중 ‘패션마케팅 실무’라는 실습과목을 ‘패션디자인’이라는 이론수업으로 변경하였다.

2)

인정사실

가)

원고는 2과목의 실습과목(의복디자인과 구성실습, 패션마케팅 실무)을 담당하였다.

나)

피고들은, ① 2019. 11. 7. 가정교육과 교수회의를 개최하여 학부 3학년에 실습과목이 3과목 배정되어 있어 3학년 학생들의 수업 부담이 과중하고, 수업시간표 편성시 1, 3학년 오전수업 배정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되고 있으며, G대학교의 재정적 상황으로 매년 실험실습비가 감축되고 있어 각 파트 실습과목을 1과목으로 한정하여 운영하기로 결정하였고, ② 2019. 12. 11. 교수회의를 개최하여 원고가 담당하고 있는 2개의 실습과목 중 패션마케팅 실무를 주 3시간 이론수업으로 변경하는 교육과정 개편안을 논의하였다.

다)

당시 가정교육과 학과장이었던 피고 E는 원고에게 실습과목인 패션마케팅 실무를 주 3시간 이론수업으로 변경하는 것이 가능한지 문의하였고, 이러한 교육과정 개편안에 대하여 원고는 피고 E에게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였다.

특히 원고는 2019. 12. 16. 피고 E에게 ‘타대학교 가정교육과의 경우 의생활분야 실습과목이 2과목씩 운영되고 있다. 원고가 이론수업을 맡는다면, 임용고시를 감안하여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의복재료와 관리가 적절한 만큼, 피고 C가 의복재료를, 원고가 의복관리를 각 강의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다. 패션마케팅 실무는 원고가 초빙교수로 발령받을 때부터 실습과목이었고, 원고로서는 피고들과 달리 기초전공과목이 존재하지 않아 이론수업으로 변경한다면 패션마케팅 실무를 기초전공과목으로 변경하여야만 형평에 맞는다. 실험실습비가 부족하면 원고가 적은 실험실습비로 두 과목을 유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학생들 역시 실습과목을 더 배우고 싶다고 요청을 하는 시점에 실습과목을 늘리지는 못하더라도 줄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패션마케팅 실무는 패션디자인 실습으로 명칭만을 변경하고, 패션디자인 실습은 2학년 1학기, 의복디자인과 구성실습은 2학년 2학기로 변경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라는 의견을 이메일로 보냈다.

라)

피고들은 2019. 12. 16. 교육과정 개편에 관한 교수회의를 개최하여, 다음과 같은 사유로 당초 논의한 대로 원고가 담당하고 있는 실무과목인 ‘패션마케팅 실무’(주 4시간)를 이론수업인 ‘패션디자인’(주 3시간)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교육과정 개편을 의결하였다.

<생략>

마)

피고들은 2019. 12. 27. G대학교 교무처장 H의 중재로 원고가 참여한 상태에서 교수회의를 개최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결의를 하였다.

<생략>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4, 16, 20, 34, 46, 54호증, 을나 제2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3)

판단

가)

원고가 2017. 10. 24.부터 교육과정의 개편을 지속적으로 요구하였으나 피고들이 이를 교수회의에 상정하지 않고 묵살하였다는 주장에 대하여 보건대,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사실이 있다거나 그러한 사실이 있더라도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나)

피고들은 원고가 사전에 반대 의견을 제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19. 12. 16. 원고를 참석시키지 않은 채 교수회의에서 원고의 실습과목 중 ‘패션마케팅 실무’(주 4시간)를 이론수업인 ‘패션디자인’(주 3시간)으로 변경하기로 결의하였다.

그러나 사전에 원고에게 그 취지를 설명하고 원고에게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였으며, 위와 같은 교육과정 개편의 배경이나 내용은 업무상 필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원고에게만 불리한 내용이라 단정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도 위 교육과정 개편에 대하여 원고가 이의를 제기하여 G대학교 교무처장 H의 중재로 원고와 피고들이 참여한 교수회의가 개최되었고, 그 교수회의에서 위 교육과정 개편이 철회됨으로써 결과적으로 2020학년도에 원고가 담당한 실습과목인 ‘패션마케팅 실무’가 이론수업으로 변경되지 않았다. 경위가 이와 같은 이상, 피고들이 원고의 실습과목 ‘패션마케팅 실무’를 이론수업인 ‘패션디자인’으로 변경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위와 같은 내용의 교수회의 결의가 이루어지기도 하였고 그 교수회의에 원고의 참여가 배제된 바 있으나, 이는 앞서 본 ‘교수회의 참여 배제’의 일환으로 포섭되고, 이와 별도로 원고의 강의과목을 부당하게 변경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6.

위자료의 액수 등

가.

위자료의 액수

피고 D, E는 원고에게 위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원고와 위 피고들 사이의 관계, 직장 내 괴롭힘의 내용, 그 정도와 지속기간, 원고 역시 갈등의 원인을 상당히 제공하였다고 보이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위자료를 7,000,000원으로 정한다.

나.

피고 D, E의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 D, E는 이 사건 소 제기 3년 전인 2017. 11. 3.까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은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주장하나, 위와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는 지속적․반복적으로 이루어진 일련의 행위로서 원고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므로 그 종료시점에 손해가 현실화되어 피해자가 손해를 알았다고 봄이 타당하다. 위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7.

결론

피고 D, E는 공동하여 원고에게 7,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이 사건 불법행위일 이후로서 원고가 구하는 바에 따라 2019. 12. 31.부터 위 피고들이 이 사건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타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4. 24.까지는 민법이 정한 연 5%의,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정한 연 12%의 각 비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원고의 피고 D, E에 대한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어 인용하고 위 피고들에 대한 나머지 청구 및 피고 B, C에 대한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바, 제1심판결 중 피고 D, E에 대한 부분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와 같이 지급을 명하는 금액에 해당하는 원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나머지 항소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

판사 윤지숙(재판장) 신일수 설승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