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 B는 2011. 7. 13. C로부터 경남 창녕군 D 대 3,144m², 경남 창녕군 E 대 1,252m² 및 위 지상 건물(병원, 이하 위 토지와 건물을 합하여 '이 사건 각 부동산' 또는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을 26억 5,000만 원(계약서상 매매대금은 21억 원)에 매수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피고 B는 2012. 7. 16. F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과 별지 기재 각 부동산을 42억 원에 매도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체결하였으나 그 계약은 2013. 11.경 해제되었다. 한편, 이 사건 병원을 사실상 운영하여 온 원고는 2013. 11. 1. 피고 B와 F 사이의 위 매매계약을 전제로, 매매대금 일부에 대한 투자자이자 실질적 매수인인 G와 이 사건 병원 공동 운영에 관한 이행약정서를 작성하였다.
피고 B는 2013. 10. 7. H과 이 사건 각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2013. 11. 26. H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피고 B는 2014. 1. 22. 별지 기재 각 부동산을 피고 주식회사 골든웰산업(이하 '피고 회사'라 한다)에 증여하고 같은 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원고와 피고 B 명의의 2011. 8. 22.자 이행약정서(갑 제1호증, 이하 '이 사건 약정서'라 한다)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내지 3, 8호증, 을 제1 내지 4, 11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청구원인에 관한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 B는 이 사건 약정 제12조를 위반하여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고 H에게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도하였으므로 이 사건 약정 제7조 제2항에서 정한 금액의 두 배를 위약금으로 지급하여야 한다. 그 금액은 3,863,350,400원[= {토지 부분 5억 원 + (자산 5,513,350,400원 - 부채 2,650,000,000원)/2} × 2]인데, 원고가 피고 B에 대한 위 채권 중 5억 원을 제3자에게 양도하였으므로 원고가 피고 B에게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3,363,350,400원이고, 그 중 일부인 15억 원만 우선 구한다.
한편, 피고 B는 위와 같이 원고에 대하여 위약금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일한 부동산인 별지 기재 각 부동산을 피고 회사에 증여하였으므로 이는 사해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들에 대하여 별지 기재 각 부동산에 관한 증여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구한다.
판단
피고 B는 이 사건 약정서를 작성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므로, 먼저 이 사건 약정서의 진정성립 인정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사문서에 날인된 작성 명의인의 인영이 그의 인장에 의하여 현출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고, 일단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따라 그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나, 그와 같은 인영의 진정성립, 즉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이라는 추정은 사실상의 추정이므로, 인영의 진정성립을 다투는 자가 반증을 들어 날인행위가 작성 명의인의 의사에 따른 것임에 관하여 법원으로 하여금 의심을 품게 할 수 있는 사정을 증명하면 그 진정성립의 추정은 깨진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5912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처분문서는 진정성립이 인정되면 그 기재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이상 문서의 기재 내용에 따른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성명의인의 인영에 의하여 처분문서의 진정성립을 추정함에 있어서는 신중하여야 하고(대법원 2002. 9. 6. 선고 2002다34666 판결 등 참조), 특히 처분문서의 소지자가 업무 또는 친족관계 등에 의하여 문서명의자의 위임을 받아 그의 인장을 사용하기도 하였던 사실이 밝혀진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다(대법원 2014. 9. 26. 선고 2014다29667 판결 등 참조).
갑 제1호증, 을 제1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약정서에 날인된 피고 B의 인영이 피고 B의 인감에 의한 것인 사실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약정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그러나 갑 제8호증, 을 제3, 7, 8, 15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증인 M의 증언, 이 법원의 마산세무서에 대한 사실조회결과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약정서에 나타난 피고 B의 인영이 피고 B의 의사에 따라 날인된 것인지에 관하여 의문이 있어 이 사건 약정서는 그 진정성립 추정이 유지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2011. 10. 18. 피고 B의 대리인으로 이 사건 병원 부속 장례식장에 관한 사업자등록신청을 하면서 신청서에 피고 B의 인감을 날인하고 피고 B의 신분증 사본을 첨부하였다. 이처럼 원고는 피고 B를 대신하여 병원 업무를 처리하여 왔고, 그와 관련하여 피고 B의 인감과 신분증 사본을 소지하는 것이 가능한 지위에 있었다.
이 사건 약정서에 기재된 원고와 피고 B의 권리·의무의 내용이 원고에게 지나치게 유리하고 피고 B에는 불리하여 거래관념상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내용이 많다. 즉, 이 사건 약정서에 따르면 피고 B는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출연하는 외에 현금 20억 원을 출자하고 이 사건 병원 관련 모든 대출의 명의자가 되며 일체의 자금 투입을 책임져야 하는 반면, 원고에 대하여는 병원 관련 업무를 책임지는 것 외에 특별한 출자의무를 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피고 B와 동일한 지분을 가지며 탈퇴시에는 자산과 부채 차액의 50% 외에 5억 원을 더 지급받음으로써 오히려 피고 B보다 더 많은 이익을 받아가도록 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병원 부지와 관련하여 5억 원을 취득해야 하는 근거에 대하여 원고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피고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의 원고 증언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병원과 관련하여 원고가 부담한 것은 10년 동안의 전기요금과 세금 등이고 그 액수는 몇 천만 원 정도이다).
이 사건 병원 공동 운영을 위하여 원고가 G와 작성한 이행약정서 내용과 비교하여 보아도 이 사건 약정에서 피고 B의 지위는 현저히 약화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원고와 G 사이의 약정서에서는 현금출자자 G에게 병원 개원 전에 투자금을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반면, 이 사건 약정서에 따르면 피고 B는 ① 병원 개원 후 ② 입원 환자가 100명 이상일 때 ③ 원고와 협의하여 출자금 20억 원 중 10억 원을 반환받을 수 있을 뿐이고 나머지 10억 원은 탈퇴시 비로소 반환받을 수 있다. 또한 원고와 G 사이의 약정서에는 탈퇴시 원고에게 이 사건 병원 부지 관련하여 5억 원을 지급한다는 내용도 없다.
이 사건 약정서 작성 경위에 관한 원고의 진술은 객관적 증거 및 증인 M의 증언과도 배치되어 납득하기 어렵다.
원고는 피고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 M과 초안(이 사건의을 제3호증)을 작성해서 이 사건 약정서 작성 1주일에서 10일 정도 전에 피고 B에게 직접 갖다 주었고, 피고 B가 2011. 8. 22. 위 초안을 들고 원고에게 와 다방에서 함께 수정하며 작성하였다고 진술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약정서의 초안이라고 주장한 을 제3호증(이행약정서)은 계약 당사자가 원고와 M이고 위 두 사람이 이 사건 병원을 공동 운영한다는 내용이어서 기재 내용 자체로 보아도 피고 B에 대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M도 이 법정에서 '을 제3호증은 피고 B가 이 사건 병원을 원고에게 팔았을 때 원고와 M 사이에 병원 운영을 이렇게 하자는 것을 적어놓은 약정서로 피고 B와는 관계가 없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또한 을 제3호증에는 앞서 본 원고에 대한 5억 원 지급 약정이 없는바, 피고 B의 수정을 거쳐 완성되었다는 이 사건 약정서에 오히려 원고 작성 초안에는 없는 피고 B에게 불리한 내용이 추가되었다는 것도 비합리적이다.
이 사건 약정서의 내용은 증인 M이 증언한 피고 B의 계획과도 다르다. M은 이 법정에서 '(피고 B는) 병원을 운영하기로 한 게 아니고 수리해서 팔고 나오기로 한 것이다. 못 쓰는 병원을 싸게 사서 수리해서 땅과 같이 팔 목적이었지 병원을 운영할 목적이 아니었다. 그런데 병원을 팔려고 하니 의료재단법인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해서 재단법인을 설립하고 팔려고 한 것이다'는 취지로 증언하였으나, 이 사건 약정서는 원고와 피고 B의 의료법인 설립 및 이 사건 병원 공동 운영을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피고 B가 원고에게 2011. 8. 24. M을 통하여 500만 원, 2011. 9. 9. 피고 B의 이름으로 500만 원을 송금한 사실은 있으나(갑 제7호증), M이 피고 B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사건에서 참고인 진술시 '원고에 대한 임금은 제가 정했고 구두로 피고 B에게 얘기하여 허락을 받았다'고 진술한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에게 월급 명목으로 500만 원씩 지급한 것이 이 사건 약정서에 기하여 한 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설령 이 사건 약정서의 진정성립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이 사건 약정 제12조의 '원고의 동의, 합의 없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매매했을 때'라는 문구가 원고의 동의, 합의가 이 사건 부동산 매매 자체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매매 상대방에 대한 것까지도 포함한다고 해석되지는 않는다. 이 사건 약정은 병원 매각을 통한 수익 취득이 아닌 이 사건 병원의 공동 운영이 목적이므로, 약정의 목적 달성 여부와 직결되는 이 사건 각 부동산 처분 자체에 대한 동의를 규정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계약 당사자들의 객관적 의사에 부합한다. 오랜 기간 동안 이 사건 병원을 사실상 운영해온 원고로서는 누구에게 이 사건 병원을 처분하는가(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사람에게 처분하는지 여부)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보이나, 그러한 원고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위 조항을 두었다고 인정하려면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을 운영해온 과정, 이 사건 각 부동산을 C를 통해 매수하여 피고 B에게 매도하게 된 경위와 동기, 목적 등을 피고 B도 충분히 인지하고 계약에 참여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어야 할 것인데, 이에 관하여는 별다른 자료가 없다.
한편, 원고가 피고 B와 F 사이의 이 사건 각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을 전제로 G와 이 사건 병원 공동 운영에 관한 약정을 새로이 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는 것 자체에 대하여는 원고의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매매 상대방 등 구체적인 처분 조건에 대한 원고의 동의가 없었다고 하여, 피고 B가 F과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가 다른 사람과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이 사건 약정 제12조 위반이라고 할 수는 없다.
결국, 이 사건 약정 제12조에 기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위약금채권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으므로, 원고의 피고 B에 대한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피보전권리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이를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청구 또한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원(재판장) 안지열 이영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