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판결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18. 12. 19. 선고 2018가합102620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 사실

가.

원고는 청구취지 제1항 기재 점포에서 'G'(이하 '원고 미용실'이라 한다)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친 사람이고, H은 원고의 남편으로 원고 미용실을 실제 운영하는 사람이다(원고와 H은 원고 미용실을 함께 운영하며 경제적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원고와 피고들 모두 양자를 특별히 구분하고 있지 않으므로 이하 모두 '원고'라 한다).

나.

피고 B은 2011. 1. 13.부터 2018. 2. 28.까지 원고 미용실의 미용사로, 피고 C는 2012. 6.경부터 2017. 8. 31.까지 원고 미용실의 미용사 및 미용 보조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7. 4. 1. 피고들과 사이에 자유직업(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 이 사건 계약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도급인 원고와 피고들은 업무의 효율적 완성을 위하여 다음과 같이 자유직업계약서(민법상 업무도급계약)를 체결한다.

제4조(도급형태)

①

피고들은 자유계약에 의한 헤어디자이너로서 시업, 종업은 자유로우며 고객들의 방문시간에 맞추어 업무를 할 수 있다.

②

업무수행과정은 각자가 자유롭고 독창적으로 수행하며, 헤어디자이너는 독자적인 기술 및 능력에 따라 고객들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제6조(도급금액 및 지연손해금)

도급금액의 형태는 매출액(부가세 10%제외)의 40%(피고 C는 33%)로 정한다.

제9조(경업금지)

피고들은 원고와의 계약 종료 후 적어도 2년간 원고 미용실 반경 500미터 내에는 개점(본인 명의 개점 또는 타인 명의로 하더라도 본인이 실질적으로 경영·운영에 참여하는 것을 포함)할 수 없으며, 기일 경과 후 개점하더라도 제2항에서 본인이 사용하였던 개인브랜드는 절대 사용할 수 없다.

다.

피고들은 원고 미용실에서 퇴직한 후 2018. 3. 7. 청구취지 제2항 기재 점포에서 'F'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미용실 영업을 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미용실'이라 한다). 이 사건 미용실은 원고 미용실에서 직선거리로 약 276미터 떨어져 있다. 피고들은 부부 사이다.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피고들은 이 사건 계약 제9조(이하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라 한다)에 따라 퇴직 후 2년간은 원고 미용실 반경 500미터 이내에서 미용업을 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들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위반하여 이 사건 미용실을 개업하여 운영하고 있으므로, 원고는 이 사건 미용실 영업의 폐지를 구한다.

나.

피고들

1)

피고들은 원고 미용실에서 근로자로 일하던 중 이 사건 계약의 내용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원고가 작성을 요구하기에 일괄적으로 맨 뒷장에 서명하였을 뿐이고, 이 사건 계약서에는 간인도 되어있지 않다. 이 사건 계약서는 진정성립을 인정할 수 없어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의 효력을 주장할 수 없다.

2)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근로자인 피고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것으로 근로기준법 제15조에 반하거나, 피고들의 직업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는 것으로 무효다.

3)

원고는 피고들이 이 사건 미용실을 개업했을 때 개업축하금을 건네는 등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 위반을 전혀 문제 삼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피고 C가 원고를 상대로 미지급 퇴직금을 청구하자 이 사건 소송에 이르게 된 것으로, 원고의 이러한 행동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 모순된 거동으로 부당하다.

3.

판단

가.

이 사건 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관하여

피고들이 이 사건 계약서에 직접 서명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사문서는 본인의 서명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므로(민사소송법 제358조), 이 사건 계약서의 진정한 성립은 추정되고, 위 추정을 뒤집을 만한 자료가 없다.

한편 성립이 진정한 것으로 인정되는 처분문서는 그 내용을 부정할 만한 분명하고 수긍할 수 있는 이유가 없는 한 그 내용이 되는 법률행위의 존재를 인정하여야 하므로(대법원 1981. 6. 9. 선고 80다442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계약서 및 그 내용인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은 당사자 사이에 유효하게 성립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이에 관한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근로기준법에 반하여 무효라는 주장에 관하여

1)

피고들을 원고의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

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0. 4. 15. 선고 2009다99396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이 사건 계약서에는 피고들이 자유계약에 의한 미용사로서 시업과 종업이 자유로우며 고객들의 방문시간에 맞추어 업무를 할 수 있다고 정한 사실은 앞서 본 것과 같다. 그러나 을 2, 3, 4, 5, 7, 8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① 원고는 피고들의 복장, 휴무, 근무시간, 명절연휴, 휴가에 관한 '매장규정'을 두어 피고들로 하여금 준수하게 한 사실, ② 원고는 피고들이 시술한 고객의 시술내역 가격, 할인 여부 등을 기록에 남기도록 하고, 시술 고객을 대상으로 사후관리에 대한 문자를 발송하고 시술 결과에 대한 불만사항에 대한 책임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고객관리규정'을 두어 피고들로 하여금 준수하게 한 사실, ③ 원고는 피고들이 원고 미용실에서 매장 내 통일된 용어를 사용하게 하고 지각, 무단 외출, 존칭어 사용 위반 등의 경우 벌금을 정하는 내용 등의 '가게규정'을 두어 피고들로 하여금 준수하게 한 사실, ④ 피고들은 원고 미용실 출퇴근 기록을 작성한 사실, ⑤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전후를 불문하고 피고들의 업무 내용, 준수사항이나 보수 지급액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 점을 알 수 있다.

위 인정 사실 및 사정에 의하면 이 사건 계약서 작성 전후와 무관하게 피고들은 원고 미용실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원고의 근로자로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계약의 형식 및 도급적 성격을 드러낸 문구가 기재되어 있다는 점이나 피고들이 매출액과 연동하여 보수를 받았다는 사정으로는 위 인정을 뒤집기 어렵다.

2)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이 근로기준법 제15조를 위반하여 무효인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15조는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이어서 피고들의 퇴직 후 법률관계를 규정한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적용하기 어렵다. 이에 관한 피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다.

원고의 영업폐지 청구가 금반언의 원칙에 반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하는 것이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주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그러한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 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대법원 2001. 7. 13. 선고 2000다5909 판결).

2)

판단

갑 14, 을 10의 각 기재, 을 23의 재생 결과, 앞서 든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원고는 피고 B이 원고 미용실을 퇴직하기 전인 2018. 2. 3. 피고 B에게, '마무리 잘하고 추려낼 손님들은 추려내었느냐, 고객 중 50% 정도만 따라가도 많이 따라가는 것이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 ② 피고들이 이 사건 미용실을 개업한 직후인 원고를 찾아온 2018. 3. 15. 원고는 피고들에게, 이 사건 미용실에 인사차 방문할 예정이며 축하 명목으로 일정한 돈을 건네겠다고 한 사실, ③ 원고와 피고 C 사이에 피고 C의 미지급 퇴직금에 관한 다툼이 있었는데, 2018. 3.경 원고는 피고들에게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취지로 말한 사실, ④ 피고 C는 2018. 4. 14. 원고와 사이에 합계 500만 원의 퇴직금을 수령하기로 하고 원고에게 제기하였던민·형사상 청구 일체를 취하한다는 취지로 합의한 사실, ⑤ 원고는 2018. 4. 19.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들은 원고 미용실을 퇴직하기 전부터 원고 미용실을 퇴직하고 개업할 것을 준비하고 있었고 원고도 이를 알고 있었으므로, 피고들이 이 사건 미용실을 개업하기로 마음먹은 자리가 원고 미용실로부터 500미터 이내에 위치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피고가 이 사건 미용실을 개업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고객이탈 등 원고의 손해에 대해서도 소극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있을 뿐이고, 피고의 개업 준비과정에서 이 사건 미용실의 개업 위치가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에 반한 것이라는 언급은 전혀 없었으며, 오히려 이 사건 미용실 개업 이후에는 축하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그렇다면 원고는 적어도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문제 삼으면서 피고들에게 이 사건 미용실의 영업 폐지를 청구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를 피고들에게 부여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객관적으로도 피고들이 그러한 신뢰를 갖게 된 것이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미용실 개업 전에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문제 삼아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원고가 이후 다시 이 사건 미용실의 영업폐지를 청구하는 것은 모순된 거동에 해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 또는 금반언의 원칙에반한다고 봄이 상당하다(설령 원고가 피고들에게 이 사건 경업금지약정을 문제 삼지 않거나 이 사건 미용실 개업을 축하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게 된 동기가 피고 C와 사이에 있었던 퇴직금 지급 다툼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4.

결론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홍기(재판장) 김성대 여규호

각주1) 제15조(이 법을 위반한 근로계약)

①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한하여 무효로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무효로 된 부분은 이 법에서 정한 기준에 따른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