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판결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9. 4. 18. 선고 2018가합454 판결

주문

1.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을 각하한다.

2.

피고는 원고에게 14,904,000원을 지급하라.

3.

원고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4.

소송비용 중 30%는 원고가, 70%는 피고가 이를 각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C주유소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이고, 원고는 2016. 5. 25.경부터 2018. 4. 27.까지 위 C주유소에서 주유원으로 근무하였던 사람이다.

나.

원고와 피고는 처음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 약정에 근거하여 근로관계를 유지해오다가 2017. 1. 1. 임금, 근로시간, 계약기간 등이 규정되어 있는 1장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다.

원고와 피고는 2018. 1. 1. 최저시급 인상 등을 감안하여 월급을 185만 원으로 인상하되, 그 외의 조건(12개월의 계약기간 및 갱신 관련 규정 등)은 모두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하고, 전년도과 같은 양식의 1장짜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였다. 한편, 위 계약서 제5조에 "기타 근로조건은 피고 회사의 취업규칙 및 통상관례에 따른다."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피고가 운영하는 C주유소에는 취업규칙이나 그러한 내용이 기재된 별도의 문서 등이 없었다.

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 부산북부지청 소속 근로감독관 D은 2018. 3. 23. 위 C주유소에 노동관계법령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임검을 실시하였고, 그 과정에서 피고에게 '①근로자 E의 주휴수당 59,480원을 지급하지 않은 점, ②근로계약서 체결 시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휴급휴가 등 주요 근로조건을 명시·교부하여야 한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이를 바로잡아 그 결과를 2018. 4. 2.까지 보고하라는 취지의 시정지시를 하였다.

마.

이에 따라 피고는 2018. 3. 26. 근로자인 원고, E, F에게 다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면서 작성일자를 2018. 3. 1.로 소급하여 기재한 아래와 같은 1장짜리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였고, 해당 계약서에 원고의 서명을 받았다.

바.

피고는 위와 같이 새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로 그 날 원고에게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부족, 고객과의 잦은 마찰 등을 이유로 2018. 4. 27.자로 원고를 해고한다고 서면으로 통지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해고의 경우, 원고와 피고가 2018. 3. 26. 새로 작성한 근로계약서 제10조에 따라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피고가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으므로 이는 무효이다. 피고가 제시하는 해고 사유는 사실과 다르거나 실질적인 해고 이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원고가 2018. 3. 10. 피고가 제안한 급여 축소신고에 대해 반대하고, 2018. 3. 23. 근로감독관의 임검 당시 휴게시간 활용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앙심을 품고 정당한 이유 없이 원고를 해고하였다.

나.

피고의 주장

원고와 피고가 2018. 3. 26. 새로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근로감독관이 지적한 '근로조건(휴게시간 등) 명시' 등을 바로잡기 위해 작성된 것일 뿐이다. 영세사업자인 피고가 위 근로계약서 제10조를 통해 고용의 유연성을 포기하고 해고에 있어서도 엄격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일이고 이를 의도하지도 않았다. 피고뿐만 아니라 원고를 비롯한 다른 근로자들도 '임금과 근로조건(휴게시간 등) 부분'의 변경 외에 다른 변동사항은 없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어서는 아니된다. 한편, 새로 작성된 2018. 3. 26.자 근로계약서 제1조에 의하면 기간의 종기가 정해져 있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민법 제660조(기간의 약정이 없는 고용의 해지통고) 제1항이 적용되어야 하고, 따라서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적법하다.

3.

주요 쟁점에 대한 판단

가.

이 사건 해고를 규율하는 법원(法源)

이 사건의 선결 쟁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사건 해고에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먼저 이 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1)

피고가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C주유소를 운영하는 개인사업자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근로기준법상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같은 법 제23조 제1항이 적용되지 않고, 이 경우 근로계약의 해지에 대하여는 민법의 고용 관련 규정 등이 적용된다(대법원 2008. 3. 14. 선고 2007다1418 판결 등 참조).

(2)

먼저, 원고의 주장과 같이, 2018. 3. 26. 자 근로계약서 제10조에 따라 원고와 피고가 해고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적용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을 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살피건대, 2018. 3. 26.자 근로계약서 제10조가 "이 계약에 정함이 없는 사항은 근로기준법령에 의함"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해당 근로계약서에 '해고'에 관한 규정이 전혀 없는 사실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갑 제1호증, 을 제4, 5, 6호증의 각 기재와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위와 같은 계약서의 기재만으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관계에도 해고의 제한, 절차 등을 정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

2018. 3. 26.자 근로계약서는 약 3일 전에 임검을 나온 근로감독관의 지적사항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에서 작성된 것이다. 그 결과, 원고와 피고 모두 실제 변경내용은 '임금(1만 원 감액)과 근로조건(휴게시간 등) 명시'의 2가지 사항에 국한되는 것으로만 이해하고 있었고, 계약서 작성 당시에도 위 사항 이외에는 별다른 이야기를 주고받지 않았다. 특히, 2018. 3. 26.자 근로계약서의 문언을 그대로 따른다면, 근로계약기간이 종래 '12개월'에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것'으로 바뀌는 중요한 변경이 있는 것임에도, 원고와 피고 모두 이에 대하여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결국 2018. 3. 26.자 근로계약서 작성 당시 위 2가지 사항의 변경에 대하여만 원고와 피고 간에 서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

피고가 자신의 사업장은 상시 3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고 있어 해고 등과 관련하여 근로기준법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18. 3. 26.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면서 향후 해고의 제한과 절차 등에 관하여 엄격한 근로기준법을 전면적으로 적용하기로 약정할 특별한 사정이나, 원고를 비롯한 다른 근로자들과 그러한 협의를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전혀 없다.

○

위 1장짜리 근로계약서는 표준근로계약서와 같은 형식으로 제10조도 상용구처럼 미리 인쇄되어 있었던 조항에 불과하다. 또한, 피고는 2018. 3. 26. 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같은 날 원고에게 해고를 통지하였다.

따라서 원고와 피고가 이 사건 근로계약에도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을 적용하기로 약정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3)

다음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18. 3. 26.자 근로계약서 제1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으로 변경된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위 (2)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은 사정들, 즉, 2018. 3. 26.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된 경위와 그 내용, 2018. 1. 1.자 근로계약서와 위 2018. 3. 26.자 근로계약서의 실제 내용상의 차이, 2018. 3. 26.자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당시 원고와 피고의 공통된 인식과 의사, 원고의 경우 같은 날 새로운 형식의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곧바로 해고 통지를 받게 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2018. 3. 26.자 근로계약서의 경우, 최소한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관계를 규율함에 있어서는 당사자들이 그 내용 변경에 관하여 서로 명확하게 인식하고 실질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이는 '임금과 근로조건 명시'의 2가지 사항에 대하여만 그 효력이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원고와 피고가 서로 변경을 의도하고 의사가 합치된 위 2가지 사항 이외의 다른 근로조건 등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존의 2018. 1. 1.자 근로계약서에 따라 규율된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12개월로 기간이 정해진 계약이라고 보아야 한다.

(4)

피고는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자로서 근로기준법상 취업규칙에 관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2018. 1. 1.자 근로계약서 등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취업규칙이나 이에 관한 별도의 규정 등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민법 제661조에 따라 규율되어야 한다.

나.

이 사건 해고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판단

민법 제661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각 당사자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해고의 적법성 여부는 이러한 부득이한 사유가 존재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된다. 민법 제661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득이한 사유'라 함은 고용계약을 계속하여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경우를 말한다(대법원 2004. 2. 27. 선고 2003다51675 판결 등 참조).

피고는 이 사건 해고 사유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 부족, 고객과의 잦은 마찰 등'을 들고 있다. 살피건대, 을 제1, 2, 3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가 G로부터 고객 불만 접수 사례에 관한 통지를 받은 점, 주유소 옆에 위치한 상가의 주인이 '원고와 고객 간의 실랑이를 목격한 일' 등에 관한 확인서를 제출하고 있는 점 등은 인정된다. 그러나, 위 증거들에 언급된 사례의 발생 시점과 내용 등에 관한 구체성이 매우 부족한 점, 원고는 위 사례들이 대체로 2018. 1. 1. 재계약을 통해 1년간 근로계약을 연장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고, 실제로 자신이 잘못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취지로 다투고 있는데, 위와 같은 구체성의 부족 등으로 인해 사실관계 등을 명확하게 확정하기 어려운 점, 원고가 2016. 5.경부터 피고의 주유소에서 계속 근무를 해왔던 점, 해당 사례들의 내용과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 증거들만으로 원고와 피고가 체결한 고용계약을 계속 존속시켜 그 이행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피고의 위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는 부적법하여 무효이다.

다.

이 사건 근로계약의 존속기간

이 사건 근로계약기간 등은 2018. 1. 1.자 근로계약서에 따라 규율되어야 하고, 위 계약서 제4조에 따라 12개월로 그 근로기간이 정해져 있는 계약이라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런데 피고가 2018. 3. 26. 원고에게 서면으로 해고를 통지한 점, 원고가 2018. 7. 16. 이 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자 피고가 변론과 준비서면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원고와의 근로계약관계를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명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이 사건 근로계약이 위 계약서 제4조 제2항에 따라 자동으로 갱신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2018. 12. 31.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

4.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직권으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이 적법한지 여부에 관하여 본다.

해고무효확인의 소는 근로계약상의 지위 회복을 목적으로 하므로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 다른 사유로 해당 근로관계가 종료되어 근로자의 지위를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무효확인을 구할 확인의 이익이 없다(대법원 2004. 7. 22. 선고 2002다57362 판결 등 참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해고 자체는 부적법하여 무효이나, 피고의 이 사건 해고 통고와 소송과정에서의 피고의 의사표시 등에 비추어 볼 때 결국 위 근로계약은 갱신되지 못하고, 2018. 12. 31.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해고무효확인청구는 과거 법률관계의 확인을 구하는 것에 해당하고 피고와의 근로계약에 따른 원래의 지위나 신분을 회복하기 위한 유효하고도 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은 확인의 이익이 없으므로 부적법하다.

5.

임금지급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사용자의 부당한 해고처분이 무효이거나 취소된 때에는 그동안 해고자의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계속되고, 해당 기간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것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인한 것이므로 근로자는 민법 제538조 제1항에 의하여 계속 근로하였을 경우에 받을 수 있는 임금 전부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대법원 2012. 2. 9. 선고 2011다20034 판결 참조).

이 사건의 경우에도 해고가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가 없었더라면 원고가 지급받았을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일 이후인 2018. 4. 28.부터 근로기간 종료일인 2018. 12. 31.까지 매월 1,840,000원의 비율로 계산한 미지급 임금의 합계액인 14,904,000원[1,840,000원 × (8 + 3/30)]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6.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소 중 해고무효확인 청구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임금지급청구 부분은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양재호(재판장) 정예지 김현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