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는 원고 A에게 31,428,571원, 원고 B, 원고 C에게 각 48,703,253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2023. 10. 5.부터 2025. 12. 11.까지는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각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제1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이유
기초사실
당사자 등의 지위
피고는 부산 강서구 E에서 ‘F’이라는 상호로 플라스틱 수지를 사출 및 성형하여 자동차용 컵홀더 등을 제조하는 업체(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를 운영하는 자이다.
소외 G(H생)은 2013년경부터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면서 부장이라는 직함으로 영업과 납품을 담당하여 왔다.
원고 A는 G의 배우자, 원고 B, 원고 C은 G의 자녀들이다.
이 사건 사고의 발생 등
G은 2023. 10. 5. 이 사건 사업장에서 사출성형 원료인 플라스틱 수지 40포대(1포대 당 25㎏, 총 1,000㎏, 이하 ‘원료포대’라고 한다)를 파렛트(pallet)에 올려 섬유로프를 연결한 후 천장 크레인으로 인양하여 보관 장소로 운반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날 17:25경 인양 중이던 원료포대를 매달고 있던 섬유로프가 끊어지는 바람에 아래에서 정리 작업을 하던 G이 원료 포대에 깔리는 사고를 당하였다. G(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부산대학교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2023. 10. 5. 18:27경 가슴 으깸으로 인한 심정지로 사망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고 한다)
피고는 2024. 5. 29. 이 사건 사고와 관련하여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24고단984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업무상과실치사로 기소되었으나 2025. 2. 5.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에 대하여 검사가 부산지방법원 20256노627호로 항소하였는데, 위 법원은 2025. 8. 12. 피고에게 업무상과실 또는 안전조치의무위반이 있었고 그로 인하여 망인이 사망에 이르렀다고 인정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하였다. 위 판결에 대하여 피고가 상고하여 현재 대법원 2025도14236호로 계속 중에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4, 제5호증의 1 내지 4, 제6호증, 제10호증, 제12호증, 제20호증, 제21호증, 을 제1호증의 4, 제7호증의 각 기재 및 영상, 전체의 취지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및 제한
책임의 발생
사용자는 근로계약에 수반되는 신의칙상 부수적 의무로서 피용자가 노무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생명, 신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인적‧물적 환경을 정비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여야 할 보호의무를 부담하고, 이러한 보호의무는 실질적인 고용계약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신의칙상 인정되는 부수적 의무로써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피용자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0다7301 판결 참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참조).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6호증, 제11호증의 1 내지 30, 제12호증, 제16호증의 1, 2, 제21호증, 을 제2호증, 제3호증의 1 내지 3, 제5호증의 2의 각 기재 및 영상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망인의 사용자인 피고로서는 이 사건 사업장의 현황과 중량물 취급 작업의 구체적인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를 해태하였고 그 결과 이 사건 사고가 야기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2항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 제38조 제1항 제11호 및 [별표 4] 제11항에 따르면, ‘중량물의 취급 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당 작업, 작업장의 지형ㆍ지반 및 지층 상태 등에 대한 사전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기록ㆍ보존하여야 하며, 조사결과를 고려하여 추락위험, 낙하위험, 전도위험, 협착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또한 안전보건규칙 규칙 제146조 제1항 제4호는, ‘사업주는 크레인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미리 근로자의 출입을 통제하여 인양 중인 하물이 작업자의 머리 위로 통과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준수하고, 그 작업에 종사하는 관계 근로자가 그 조치를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같은 규칙 제169조, 제63조 제2항 제9호는 ‘사업주는 꼬임이 끊어진 섬유로프나 심하게 손상·부식된 섬유로프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라고 규정하여 사업주로 하여금 크레인 작업 및 로프 등을 사용할 때 취해야 할 구체적인 의무를 특별히 명시하고 있다.
피고 스스로도 이 사건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을 위반하여 망인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지 아니하고, 안전보건규칙 제32조 제1항 제1호를 위반하여 망인을 비롯한 소속 근로자들에 대하여 안전모를 착용하게 하지 아니하였으며, 안전보건규칙 제38조 제1항 제11호를 위반하여 작업에 대한 사전조사 및 작업계획서를 작성하지 아니한 사실을 자인하고 있고, 피고는 2023. 12. 28.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 제3항 위반, 같은 법 제114조 제3항 위반으로 과태료 부과처분을 받았다.
이 사건 사고는 중량물(원료포대) 운반에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은 로프를 사용하여 중량물을 운반하고, 중량물이 피해자의 머리 위에 위치한 상태에서 중량물(원료 포대)을 내려놓을 공간을 확보하기 위하여 정리 작업을 진행하던 중 발생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중량물 운반에 사용할 수 있는 로프, 중량물을 하역하는 경우의 작업 순서(보관장소 정리 포함), 중량물 운반 시 중량물의 추락위험에 따른 안전대책 등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진행하였더라면 사업주인 피고뿐만 아니라 망인도 사고 위험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적절한 조치를 스스로 강구하거나 피고에게 요구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망인이 명시적인 작업계획서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그에 반하여 중량물(원료포대) 운반 작업을 단행하였으리라고 볼 근거 없는 이상 위와 같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사업장에는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많은 원료포대와 제품상자 등이 쌓여 있어 근로자는 비좁은 통로로만 이동할 수 있고, 쌓여 있는 원료포대나 자재상자가 통로로 넘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등 안전장구는 찾아볼 수 없다.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사용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기 위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사고가 피용자의 업무와 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사고가 통상 발생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예측되거나 예측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할 것이고, 그 예측가능성은 사고가 발생한 때와 장소, 사고가 발생한 경위 기타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피고가 위 사고 현장에 임석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중량물 운반할 때 그 하물이 작업자의 머리 위로 통과하지 않도록 하는 출입금지 표지, 작업 제한 구역 설정, 하물을 내려놓을 장소의 정리 등의 통제조치가 전혀 취하여지지 아니한 것은 사실이고, 망인은 원료포대 아래에서 약 5분가량 하역장소를 정리하다가 이 사건 사고를 당하였는데 사업주인 피고로서는 크레인을 사용하여 작업을 하는 경우 반드시 하역장소를 미리 정리하게 하거나 출입을 통제하여 인양 중인 하물이 작업자의 머리 위에 있지 않도록 하는 등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이를 이행치 아니하였다. 피고가 평소 조심해서 근무하자라는 취지로 말한 바 있더라도 피용자인 망인에게 구체적으로 안전‧보호조치를 지시하고 그 지시사항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였다는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피고에게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관한 예측가능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사고 발생 당시 이 사건 사업장에 원료포대 운반에 사용하는 슬링벨트가 있었는지 여부가 분명치 않은 것은 맞다. 그러나 이 사건 사고는 망인이 꼬임이 일부 끊어져 손상․변형되고 기본․최대 사용 하중 표식이 없는 섬유로프를 사용함에 따라 발생하였는데, 위 섬유로프는 평소에도 이 사건 사업장에서 사용되고 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인양 작업 시 하물의 중량에 따라 적절한 로프를 사용할 것을 구체적으로 지시‧감독할 의무가 있고, 그 같은 의무는 망인이 이 사건 사업장에서 약 10년간 근무해 왔다고 하더라도 임의로 생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이와 같은 구체적인 내용의 작업계획서, 안전보건교육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망인이 그에 반하여 중량물(원료포대) 운반 작업을 단행하였으리라고 볼 근거 없는 이상 위와 같은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과 이 사건 사고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피고는 망인을 상속한 원고들에게 위와 같은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 위반을 이유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책임의 제한
앞서 본 사실 및 거시 증거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망인은 장기간 이 사건 사업장에서 근무하며 상당한 경험과 지식을 구비하고 있었으므로 크레인을 사용하여 중량물을 운반함에 있어 통상 수반될 수 있는 위험의 종류 및 그 방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해태한 채 관성적으로 작업에 임한 점 등을 감안하면, 피고로 하여금 원고들이 입은 손해의 전부를 부담하게 함은 형평의 원칙상 부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의 책임을 전체 손해액의 65%로 제한한다.
손해배상의 범위
소극적 손해
망인의 인적사항 및 가동연한
생년월일 : H생
성별 : 남성
이 사건 사고 당시 연령 : 만 58세 10개월 남짓
가동연한 : 만 65세가 되는 2029. 11. 19.까지
소득
이 사건 사고일부터 가동연한인 만 65세까지의 소득 : 월 3,100,000원
생계비 공제 : 일실수입의 1/3
계산
일실수입의 이 사건 사고 당시 현가 계산은 월 5/12푼의 비율로 계산한 중간이자를 공제하는 단리할인법에 의하고, 이에 따라 계산하면 아래 표와 같이 131,479,060원이 된다.
기간일실수입 나. 책임의 제한
피고의 책임비율 65%
소극적 손해 85,461,389원(=131,479,060원 × 65%) 중 원고 A의 상속분 36,626,309원(=85,461,389원 × 3/7, 원 미만 버림, 이하 같다), 원고 B, 원고 C의 상속분 각 24,417,539원(=85,461,389원 × 2/7)
공제
원고 A가 망인의 사망으로 인하여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게 될 유족연금을 유족보상일시금으로 환산한 금액 131,411,800원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의 1 내지 4, 제2호증, 제3호증, 제9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위자료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에 관하여는 사실심 법원이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하여 이를 확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인바(대법원 2022. 11. 26. 선고 2002다43615 판결 참조), 이 사건 사고의 발생 경위, 망인과 원고들의 연령, 가족관계 등 이 사건 변론 전체에 나타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망인의 위자료를 50,000,000원, 원고 A의 위자료를 10,000,000원, 원고 B, 원고 C의 위자료를 각 10,000,000원으로 정한다.
소결
원고 A의 재산상 손해 상속분(36,626,309원)에 위 원고가 지급받게 될 유족보상일시금(131,411,800원)을 공제하면 위 원고에게 더 이상 재산상 손해가 존재하지 아니함은 계산상 명백하므로 위 원고의 손해액은 위자료 상속분 21,428,571원(=50,000,000원 ×3/7)과 자신의 위자료 10,000,000원을 합한 31,428,571원(=21,428.571원 + 10,000,000원)이 된다.
원고 B, 원고 C의 경우 그 손해액은 재산상 손해 상속분 각 24,417,539원에 위자료 상속분 14,285,714원(=50,000,000원 × 2/7) 및 자신의 위자료 10,000,000원을 합한 48,703,253원(=24,417,539원 + 14,285,714원 + 10,000,000원)이 된다.
결국 피고는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으로 원고 A에게 31,428,571원, 원고 B, 원고 C에게 각 48,703,253원 및 위 각 돈에 대하여 이 사건 사고일인 2023. 10. 5.부터 피고가 그 이행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2025. 12. 11.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 그 다음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소정의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각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선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