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한다.
피고인을 벌금 50만 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검사의 항소이유
K과 N의 수사기관 및 원심법정에서의 진술 등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피고인이 K으로부터 3억 원을 받을 당시 채무초과 상태였을 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대출의 가능성이 희박하여 위 돈을 돌려줄 가능성이 없었음에도 이를 임의로 사용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피고인의 편취 범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함에도,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사기의 점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여 판결 전부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으므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여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형을 다시 정하여야 한다.
피고인의 항소이유
피고인이 공소제기 이후 근로자 대표인 D을 통하여 근로자들과 합의를 하고 체불임금을 지급하였으므로(다만, D 외에 다른 근로자들로부터 합의서를 받지는 못하여 D의 확인서, 송금자료 등을 입증자료로 제출하였다), 원심은 이 사건 공소사실 중 근로기준법위반의 점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09조 제2항,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6호에 따라 공소를 기각하여야 함에도 고소취하서를 제출한 D 외에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하였는바,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판단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에 관한 판단
이 부분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종합병원 신축을 위해 H를 설립하여 2008. 7.경 주식회사 I(이하 'I'이라고 한다)과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양산시 J 외 5필지에 종합병원 신축공사를 진행하였으나,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공사대금을 지불하지 못하여 공사가 중단된 이후, 2009. 3. 20. 피해자 K이 운영하는 L 주식회사(이하 'L'이라고 한다)와 기성 공사대금 정산 등의 조건으로 새로운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피고인은 2009. 3. 25. 부산 동래구 M건물 301호에 있는 L 사무실에서 피해자에게 "공사금액이 52억 원이 넘는 큰 공사이기 때문에 임원진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자금능력이 되지 않으면 도급공사를 줄 수 없으니 공사자금 능력 테스트용으로 3억 원을 예치하면 1~2주 내로 돌려주겠다"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사실은 피고인은 피해자가 예치한 돈을 체불 공사대금 지불 등의 용도로 사용할 생각이었으므로 보관하다가 그대로 돌려줄 의사가 전혀 없었고, 당시 이미 9억 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월 3,000만 원에 달하는 H의 운영비조차 조달하기 어려웠고 금융권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은 희박하였으므로 위 돈을 임의로 사용하더라도 갚을 능력도 전혀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부터 같은 날 2억 5,000만 원을, 다음 날인 26.에 5,000만 원을 H 명의의 통장으로 각 송금받았다.
원심의 판단
원심은,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공사금액이 52억 원이 넘는 큰 공사이기 때문에 임원진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자금능력이 되지 않으면 도급공사를 줄 수 없으니 공사자금 능력 테스트용으로 3억 원을 예치하면 1~2주 내로 돌려주겠다"라고 말하여 피해자를 기망하였다는 점에 부합하는 듯한 증거로는 K과 N의 진술이 있으나, K의 진술은 이 사건 도급공사계약서의 작성일자, 도급공사계약서에 첨부된 특약사항의 유무 등과 관련하여 그 진술이 계속 번복되는 등 일관성이 없는데다가 위 특약사항의 내용에 비추어 그 진술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N의 진술도 일부 피고인의 변소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는 한편 3억 원의 보관기간 등에 대하여 불분명한 태도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N과 K과의 관계 등에 비추어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우며, 달리 피고인의 위와 같은 기망행위를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데에 더하여, K이 H 임원진에게 L의 자금능력을 확인시키려는 의도였다면 L의 계좌에 일정 기간 이상 3억 원을 예금해 두고 그 예금내역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임에도 현금 3억 원을 피고인에게 지급한 사정 등을 종합해 볼 때, K은 이 사건 도급공사계약서의 특약사항 제5항, 제6항에 기재된 대로 전 시공사와 하도급업체들의 공사진행 부분에 대한 청산을 위하여 피고인에게 3억 원을 지급하였다가 이후 예정과 달리 대출이 성사되지 않아 피고인이 K에게 3억 원을 반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 기재의 말을 하여 K을 기망하였다거나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서 기망과 착오 및 재산적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 6. 27. 선고 2000도1155 판결 등 참조).
위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펴보건대,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K을 기망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의 판단에 더하여,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 즉 ① 피고인은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던 중에도 병원에서 치과의사로 근무하고 있었던 터라 시공사 선정 및 계약, 현장 점검, 은행대출업무 등은 N이 전담한 사실, ② 피고인은 N을 통해 I을 시공사로 선정하여 턴키 방식의 도급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를 진행하였으나 공사비용을 조달하기 위해 추진하던 은행대출이 성사되지 않는 탓에 공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사실, ③ 그 후 N은 새로운 시공사를 물색하다가 기존에 토목공사를 담당한 건설업자 Q의 소개로 L을 운영하던 K을 만나 이 사건 공사의 시공을 의뢰하였는데, 당시 K은 N으로부터 I이 공사를 중단한 사정과 그 이유 등에 대해 들어 잘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K은 공사현장을 직접 확인하는 한편 N과 함께 공사대금 대출이 가능한 은행을 알아보던 중 수협 창원지점에서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자 2009. 3. 중순경 N을 통해 피고인으로부터 대출 관련 서류를 받아 대출신청을 한 사실, ⑤ 그 후 K은 2009. 3. 20. 피고인과 이 사건 도급공사계약을 체결하였고, 당시 작성된 공사계약서에 첨부된 특약사항에는 "도급인은 수급인과의 계약 전에 전차공사 시공사들의 공사 진행 부분에 대한 청산을 마쳐야 한다. 청산에 필요한 자금은(일금 사억 육백만 원정) 수급인이 도급인에게 공사보증금 조로 예치한다. 이는 2, 3차 기성금 지급시 1/2씩 포함하여 지급한다"(제5항), "수급인은 공사 중단 후 10개월 내에 도급인 사유로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면 수급인이 예치한 공사보증금(일금 사억 육백만 원)을 소비대차로 전환할 수 있고, 도급인은 즉시 현금으로 전액 지불하여야 한다. 수급인은 공사보증금을 지정한 기일에 지급받지 못하면 어떠한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하여도 도급인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소비대차로 전환한 경우 이율은 월 1.5%로 한다(이자지급기준일은 수급인이 공사보증금을 예치한 날로부터 한다)"(제6항)이 기재되어 있는데, 피고인이 K으로부터 받은 자금의 총액은 위 공소사실 기재 3억 원을 포함하여 4억 600만 원으로서 위 특약사항 제5항의 약정금액과 일치하는 점, ⑥ 한편 K과 N의 진술에 의하더라도 위 3억 원 교부 당시 K이 수협 창원지점에 신청한 공사대금 대출이 곧 승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피고인이 위 공소사실과 같이 K을 기망한 사실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피고인은 K과 N의 설명 또는 경과보고를 통해서 그들이 전적으로 추진하던 수협 창원지점의 대출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믿었던 사정이 엿보이므로, 위 3억 원 수수 당시 피고인이 자금난에 시달렸고 사후에 공사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이 무산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위 3억 원의 수수와 관련하여 피고인에게 편취의 고의가 있었다고 섣불리 단정할 수는 없다.
나아가 K으로서도 피고인이 스스로 공사대금을 조달할 자력이 없는 상태에서 금융기관 대출마저 여의치 않아 이 사건 공사가 중단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수협 창원지점을 통한 대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여 피고인과 이 사건 도급공사계약을 체결하였고, 또 그 특약사항 제5항에서 정한 대로 대출 실행 후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돌려받을 계산으로 피고인에게 종전 공사 부분 청산자금의 일부로 3억 원을 미리 교부한 것일 뿐 피고인의 자력 또는 언동만을 믿고 착오에 빠져 자금능력 확인을 위한 보관금 용도로 3억 원을 지급한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인의 기망행위와 K의 착오 및 3억 원의 지급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음을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검사의 사실오인 주장은 이유 없다.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피고인이 원심에서 제출한 D 작성의 확인서에 'D이 R를 제외한 고소인들의 대표로 피고인과 합의하였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위 확인서에는 D의 인감증명서만 첨부되어 있을 뿐인데다가 원래 근로자들 대표로 피고인을 고소한 사람은 D이 아니라 G였던 사정 등에 비추어 위 확인서 및 근로자들에 대한 송금자료만으로는 고소취하서를 제출한 D을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의 피고인에 대한 처벌불원의 사가 표시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D을 제외한 다른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므로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도 이유 없다.
직권판단
다만, 양형에 관하여 직권으로 살피건대, 원심에 제출된 D 작성의 고소취하서, 확인서, 근로자들에 대한 송금자료 및 당심에 제출된 S, R, T 작성의 고소취하서를 종합하면 피고인이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 R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에게 별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그 밖에 이 사건 근로기준법위반 범행의 동기 및 경위, 피고인의 연령, 성행, 환경 등 이 사건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을 두루 참작하여 볼 때, 원심이 선고한 형이 다소 무겁다고 봄이 상당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심판결 중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되, 원심판결에는 위와 같은 직권파기 사유가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2항, 제6항에 따라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