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15. 12. 10. 선고 2014가합50428 판결

주문

1.

원고의 피고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인정사실

가.

피고는 고등교육법에 의하여 설립된 의료법인이고, 원고는 보건의료산업 분야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된 전국 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이며, B은 원고의 A대학교병원 지부(이하 'A대학교병원 지부'라고 한다)의 전 지부장이다.

나.

원고는 2014. 4. 8.부터 2014. 7. 18.까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하여 피고와 11차에 걸친 단체교섭을 하였으나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자 A대학교병원 지부는 2014. 8. 25. 파업에 돌입하였다. 위 파업기간 중인 2014. 8. 29. B은 원고의 위원들 및 A대학교병원 지부의 조합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피고와 합의를 한 후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이라고 한다).

다.

한편, 원고의 규약 및 A대학교병원 지부 운영규정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부분은 아래와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 을 제1, 4호증의 각 기재, 증인 B의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들의 주장

가.

원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제29조 제1항은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31조 제1항은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B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체결권자가 아닐 뿐 아니라 단체협약 체결권자인 원고의 위원장으로부터 단체협약 체결권을 위임받은 적도 없으므로 B이 피고와의 합의 후 서명한 이 사건 단체협약은 위 노동조합법 조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부존재하거나 그 효력이 없다.

나.

피고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이 정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의 부존재 내지 효력 여부가 원고의 법률상 지위에 현존하는 위험이나 불안을 야기한다고 볼 수 없어 확인의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확인의 소의 대상은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에 대한 것이어야 하는데 이 사건 단체협약은 일반적, 추상적 규범에 해당하므로 확인의 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또한 B은 원고로부터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위임받았을 뿐 아니라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 당시 A대학교병원 지부의 지부장으로서 독자적인 단체교섭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은 유효하다.

3.

피고의 본안 전 항변에 관한 판단

살피건대, 노동조합은 단체협약이 정하는 근로조건에 관한 규정이 직접 적용되는 지위에 있지는 않지만, 원고 주장과 같이 원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의 직접 당사자에 해당하는 경우라면 원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으로 인하여 피고와 단순히 간접적·사실적 관계를 맺는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 사건 단체협약이 유효한 이상 원고는 피고에게 재차 단체협약 체결을 요구할 수 없으나, 반대로 이 사건 단체협약이 무효로 된다면 원고는 피고에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청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노동조합법 제81조 제3호에 따라 피고는 위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할 수 없는 점까지 보태어 보면, 이 사건 확인의 소는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 여부를 판결에 의하여 확정함으로써 위 단체협약을 토대로 형성된 원고와 피고 사이의 현재의 권리 및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을 일거에 해결하는 가장 유효·적절한 수단이라고 할 것이다.

나아가, 단체협약은 본래 노동조합 등 근로자단체가 단체교섭권을 행사한 결과로 체결되는 것이고, 근로자에게 헌법상 기본권으로 단체교섭권 등 근로3권을 보장하게 된 것은 사용자에 비하여 경제적·사회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개별 근로자가 사용자와 상호 대등한 관계에서 교섭하여 근로관계의 내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바, 위와 같은 단체교섭권의 내용에 비추어 보면 단체협약은 기본적으로 계약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다. 한편 노동조합법 제33조 제1항은 "단체협약에 정한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에 위반하는 취업규칙 또는 근로계약의 부분은 무효로 한다."라고 하여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을 명시하고 있으나, 이는 단체협약이 일반적 계약과 마찬가지로 단체협약 체결 당사자가 아닌 근로자단체 구성원과 사용자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를 직접 규율하지 못한다면 단체교섭권을 보장하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인바, 단체협약에 규범적 효력을 인정하는 취지가 위와 같다면 단체협약이 사용자와 근로자 간의 근로관계를 결정하는 객관적 규범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 그것이 단순히 일반적, 추상적 규범으로서 확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의 본안 전 항변은 이유 없다.

4.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에 관한 판단

노동조합의 하부단체인 분회나 지부가 독자적인 규약 및 집행기관을 가지고 독립된 조직체로서 활동을 하는 경우 당해 조직이나 그 조합원에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는 독자적으로 단체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고, 노동조합의 규약에 상위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단체교섭의 당사자이고, 지부장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당사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부장이 지부의 고유한 사항에 대하여 노동조합 위원장의 위임 없이 사용자와 합의한 사안을 무효라고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1. 2. 23. 선고 2000도4299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의 규약에 의하면 원고 조합 내 모든 단체교섭의 체결권은 원고의 위원장에게 있고 다만 원고의 본부장 또는 지부장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아 단체교섭을 체결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사실은 인정된다. 그러나 동시에 앞서 든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A대학교병원 지부는 원고의 규약 제9조에 따라 만들어진 원고의 하부단체로서 독자적인 지부 운영규정을 가지고 있고, 지부장, 부지부장, 사무장 등 독자적인 집행기관을 두고 있는 점, A대학교병원 지부는 지부 총회와 대의원회의 구성, 소집 및 의결, 임원 선출, 예산 등을 독자적으로 정하고 있고 피고와 지부 현장문제 관련 노사협의를 수차례 진행하여 왔는바 독립된 조직체로서 활동하였음이 인정되는 점, 이 사건 단체협약은 A대학교병원 지부 소속 근로자들의 근로조건에 관한 것으로서 지부의 고유한 사항에 해당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A대학교병원 지부는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과 관련하여 독자적인 단체교섭권 및 단체협약 체결권을 가지고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B이 A대학교병원 지부의 지부장으로서 서명한 이 사건 단체협약은 정당한 단체협약 체결권자에 의하여 체결된 것으로서 원고의 단체협약 체결권 위임 여부에 관계없이 유효하다(원고는, 본래 원고가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시작하였는바, 단체교섭의 당사자가 아니었던 B이 이 사건 단체협약 체결로써 위 단체교섭을 종결할 수 없다는 주장도 하나, 앞서 본 바와 같이 A대학교병원 지부의 단체협약 체결권이 인정되는 이상 본래 원고가 단체교섭의 당사자였다는 사정은 이 사건 단체협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5.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피고에 대한 주위적 청구 및 예비적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준민(재판장) 안희경 백상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