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에 대한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은 모두 무죄.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에 대하여 2013. 11. 16. 확정된 약식명령의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은 그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지 않아 위 확정된 약식명령의 기판력이 이 사건 공소사실에 미친다고 볼 수 없는바, 이와 달리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기본적인 사실관계의 동일성 내지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에 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판단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및 확정된 약식명령의 범죄사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아래와 같다.
주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3. 2. 1.경 부산 부산진구 C 건물 5, 6층에 있는 "D병원 건강검진센터" 내부수리공사에 관하여 E로부터 공사대금 6,000,000원으로 하는 공사계약을 하도급받았고, 위 공사를 시행함에 있어 피해자 F을 인부로 고용하였다.
피고인은 2013. 2. 4. 불상지에서, 원도급인인 "D병원"으로부터 공사 선급금 명목으로 3,000,000원을 교부받고, 2013. 2. 13.경 하도급인인 E로부터 2,000,000원을 교부받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던 중, 시가 2,819,500원 상당인 석고보드 등 공사자재를 구입한 나머지 2,180,500원을 임의로 사용하여 이를 횡령하였다.
예비적 공소사실
피고인은 2013. 2. 1.경 부산 부산진구 C 건물 5, 6층에 있는 "D병원 건강검진센터" 내부수리공사에 관하여 E로부터 공사대금 6,000,000원으로 하는 공사계약을 하도급받았고, 위 공사를 시행함에 있어 피해자 F을 인부로 고용하였다.
피고인은 위 공사를 함에 있어 피해자 F에게 '일당으로 15만 원을 지급하고, 공구사용비 30만 원, 주차비 7만 원을 지급하겠다'고 거짓말을 하였다. 그러나 사실 피고인은 당시 경제적 형편이 어려워 병원 측으로부터 공사대금을 지급받더라도 이를 자신의 생활비 등에 우선 사용할 생각이었으므로 피해자에게 공사를 시키더라도 그 노임 등을 제대로 지급할 수 있는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
피고인은 이와 같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이에 속은 피해자로 하여금 2013. 2. 13.부터 같은 달 23.까지 12일 동안(야간작업 2일 포함) 일을 하게 하고도 임금 180만 원, 장비대여료 30만 원, 주차비 7만 원 등 총 217만 원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편취하였다.
확정된 약식명령의 존재 및 범죄사실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2013. 10. 16. 부산지방법원에서 근로기준법위반죄죄로 벌금 5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발령받고, 2013. 11. 16. 위 약식명령이 확정된 사실(이하 '이 사건 약식명령'이라 한다)을 인정할 수 있는바, 그 범죄사실은 아래와 같다.
피고인은 일정한 사무실 없는 개인건축업자로서 부산 부산진구 C건물 내부인테리어 공사를 상시 2명의 근로자를 채용하여 시공한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의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에 의하여 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3. 3.경, 위 사업장에서 2013. 2. 4.부터 2013. 2. 23.까지 근로한 F의 임금 180만 원을 당사자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도록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공소사실의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지 여부
원심의 판단
원심은,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은 그 금액과 시기 등에 있어 다소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결과적으로는 F이 2013. 2.경 D병원 건강검진센터 내부수리공사를 하고도 그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사실에 대한 것으로 F이 일을 한 시기와 장소, 금액, 상대방 등이 모두 같거나 유사하고 다만 그 법적 평가만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은 이미 확정판결이 있는 때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면소를 선고하였다.
당심의 판단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그 사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사실관계가 기본적인 점에서 동일하면 그대로 유지되는 것이나, 이러한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사실의 동일성이 갖는 기능을 염두에 두고 피고인의 행위와 그 사회적 사실관계를 기본으로 하되 규범적 요소도 아울러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208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1999. 5. 14. 선고 98도1438 판결, 대법원 2012. 4. 13. 선고 2010도16659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기초하여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때로부터 14일 이내에 임금·보상금 기타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36조의 취지는 근로자 등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법률관계를 조기에 청산하도록 강제하는 한편, 사용자 측에 대하여 그 청산에 소요되는 기간을 유예하여 준 것이어서 임금 등 체불로 인한 근로기준법 제112조 위반죄는 그 지급사유 발생일로부터 14일이 경과하는 때에 성립하는 범죄인바,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간 합의도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내용으로 확정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범죄사실과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종업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할 것처럼 기망하여 노무를 제공받았다는 내용의 사기죄의 범죄사실은 그 보호법익이나 행위태양, 범행일시가 서로 달라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할 수 없어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므로(대법원 2003. 12. 23. 선고 2003도5570 판결 참조), 확정된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인 근로기준법위반죄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은 그 수단·방법 등 범죄사실의 내용이나 행위의 태양 및 피해법익이 다르고 죄질에도 현저한 차이가 있어, 그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확정된 이 사건 약식명령의 범죄사실과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은 그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한 범위 내의 것이라고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미 확정판결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피고인에 대하여 면소판결을 선고하였으니, 이러한 원심판결에는 공소사실의 동일성 내지 확정판결의 기판력이 미치는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검사의 주장은 이유 있다.
결론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음과 같이 다시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항의 가.항 중 1) 기재와 같다.
판단
주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우선 행위의 주체로서 행위자가 피해자를 위하여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을 것을 요하므로, 과연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처럼 D병원 및 E로부터 D병원 건강검진센터 내부수리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와 관련한 선급금을 수령하여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추인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공사계약이 체결된 경위 및 공사 진행 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E로부터 이 사건 공사를 하도급받아 피해자 외 1인을 근로자로 채용하여 공사를 실시하였고 공소사실도 같은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② 그렇다면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급여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도급인 또는 수급인으로부터 선급금 명목으로 지급받은 공사대금 중 일정부분이 피해자의 것이라고 할 수 없는 점, ③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공사가 예정된 기일보다 연장되면서 우선 공사를 완료한 후 도급인인 D병원측에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하기 위하여 추가 투입된 공사자재의 구입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바, 피고인에게 횡령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주위적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보관자의 지위에 있었다거나 횡령의 고의가 있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예비적 공소사실에 관한 판단
형사재판에서 기소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는 것이고,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므로, 그와 같은 증명이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 공소사실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다(대법원 1991. 3. 22. 선고 91도23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과 같이 피고인이 피해자를 기망하여 임금, 장비대여료, 주차비 등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를 편취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피건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하거나 추인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E는 2013. 2. 1. 이 사건 공사를 포함한 내부공사 일체를 공사대금 650만 원에 D병원으로부터 수급받았고, 피고인은 같은 날 D병원으로부터 선급금 명목으로 300만 원을 지급받아 일부 공사자재 구입비 등에 사용한 점, ② 피해자는 이 사건 공사를 시작할 당시부터 현장에서 근무하였는데, 피고인은 2013. 2. 8. E로부터 임금 명목으로 150만 원을 지급받아 피해자에게 그때까지의 임금에 해당하는 70만 원을 지급한 점, ③ 설 연휴를 쉬고 2013. 2. 13.부터 공사를 계속하였으나 피고인은 2013. 2. 15. 손가락을 다쳐 병원에 입원한 후로 공사에서 빠졌고, E가 직접 피해자 등을 감독하여 이 사건 공사를 진행하였으며, D병원에서 추가 공사를 요구하여 공사기간이 늘어나게 되었고, 추가 공사에 따라 지급된 공사비는 E가 자신의 계좌로 지급받아 공사에 필요한 자재 등의 구입에 사용한 점, ④ E는 '도급인인 D병원의 요구로 추가 공사를 하였는데, 추가로 들어간 비용 가운데 자재비에 해당하는 부분은 영수증을 제출하고 지급을 받았으나, 인건비에 해당하는 부분은 병원측에서 지급하지 않아 피해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에 반하여 병원측은 '추가공사 당시 자재비와 인건비를 포함한 돈을 지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어 추가 공사에 따른 인건비를 지급하였는지에 대하여 계약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있는 점 등의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추가 공사기간 동안의 임금 등에 해당하는 대가를 피해자에게 지급하지 못한 데에 대하여 민사상의 채무불이행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와는 별론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임금 등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하여 임금 등을 편취하였다는 점에 관한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결론
이 사건 주위적, 예비적 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되,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무죄 부분의 판결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병률(재판장) 김덕교 엄지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