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0. 4. 2. 선고 2018나62119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청구원인에 대한 판단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 7호증, 을 제7호증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피고는 2009. 9. 27.경부터 2012. 9. 26.경까지 피고에게 고용되어 근로하다가 퇴직한 원고의 2010. 12월분부터 2012. 9월분까지의 임금 50,000,000원 및 퇴직금 10,613,458원 합계 60,613,458원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이에 관하여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지급하여야 할 미지급 임금 등이 위 60,613,458원을 넘어 88,602,740원이라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위 임금 및 퇴직금채권 60,613,458원(이하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이라고 한다)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

피고의 항변 등에 관한 판단

가.

소멸시효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는, 원고의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이 이미 시효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항변하므로 살피건대,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 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점인 원고의 퇴직일이 2012. 9. 26.인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소멸시효의 기산점은 주요사실로서 변론주의의 적용대상이다(대법원 1995. 8. 25. 선고 94다35886 판결). 원고는 소장에서 원고 퇴직일이 2012. 9. 26.이라고 선행자백하였고, 이에 피고가 2016. 9. 1.자 준비서면을 통해 원고의 위 선행자백을 명시적으로 원용하여 소멸시효 주장을 함으로써, 위 임금 및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 기산일이 2012. 9. 26.인 사실에 대하여 재판상 자백이 성립되었다. 이에 원고는 당심에서 원심에서의 자백을 취소하였으나, 위 자백이 진실에 어긋나고 착오로 말미암은 것임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위 자백취소는 효력이 없다. 나아가 원고의 당심 주장과 같이 원고의 퇴직일이 실제 2013. 1. 31.라고 보기도 어렵다}, 위 임금 및 퇴직금채권은 근로기준법 제49조에 따라 3년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되는바, 이 사건 소가 위 2012. 9. 26.부터 3년이 경과된 2016. 1. 19.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결국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전에 이미 시효로 소멸하였다고 할 것이다.

나.

원고의 재항변에 관한 판단

1)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원고에게 피고 소유의 C 제네시스 차량(이하 '이 사건 차량'라고 한다)을 제공하였으므로, 원고가 위 차량을 반환한 날인 2016. 2. 7.까지 위 채권의 소멸시효가 중단된다고 재항변하나, 을 제1호증의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고는 원고에게 2010. 10. 27.경 회사 영업을 위하여 이 사건 차량을 사용하게 해 주었는데, 원고가 퇴직 후 일방적으로 이를 반환하지 않았던 점, ② 이에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부산지방법원 2015가단42458호로 위 차량의 인도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소송에서 2015. 12. 21. 원고는 피고에게 위 차량를 인도하라는 내용으로 화해권고결정이 성립되어 2016. 1. 7. 그 결정이 확정된 점, ③ 그 밖에 원고의 위 주장사실을 인정할 담보약정서 등 객관적인 증거가 전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이 사건 차량을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의 지급을 담보하기 위하여 제공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재항변은 이유 없다.

2)

원고는, 원고가 이 사건 차량을 횡령하였다는 이유로 피고가 원고를 횡령으로 고소한 사건(이하 '관련 횡령사건'이라고 한다)에서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상의 채무를 승인하여 소멸시효가 중단되었다고 재항변한다.

살피건대, 소멸시효 중단 사유에 해당하는 채무의 승인은 시효이익을 받을 당사자인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으로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 자 또는 그 대리인에 대하여 그 권리가 존재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뜻을 표시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인데,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수사기관이 피의자를 신문하여 그 진술을 기재한 조서로서 그 작성형식은 원칙적으로 수사기관의 신문에 대하여 피의자가 응답하는 형태를 취하므로, 비록 당해 신문과정에서 다른 피의자나 참고인과 대질이 이루어진 경우라고 하더라도 피의자 진술은 어디까지나 수사기관을 상대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그 진술 가운데 채무의 일부를 승인하는 의사가 표시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들어 곧바로 소멸시효 중단으로서의 채무승인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8. 10. 13. 선고 98다17046 판결, 1999. 3. 12. 선고 98다18124 판결 참조)

그런데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관련 횡령사건에서 수사기관에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의 존재를 일부 승인하는 진술을 하였는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설령 그러한 사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그러한 진술은 수사기관을 상대로 한 것에 불과하여(설령 그 진술이 원고와의 대질신문 중에 나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소멸시효 중단 사유로서의 채무승인 의사표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재항변도 이유 없다.

3)

원고는, 2015. 8.경 관련 형사사건 및 피고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 등 형사사건에서 원고가 피고에게 이 사건 임금 및 퇴직금채권의 지급을 최고하였고, 이러한 최고가 있은 날로부터 6개월 안에 이 사건 소가 제기되었으므로, 위 임금 및 퇴직금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았다고 재항변하나,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으므로(원고가 제출한 증거들 어디에도 원고가 피고에게 위 임금 및 퇴직금채권의 지급을 구두로나마 최고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지 않다), 원고의 위 재항변도 이유 없다.

4)

원고는 피고가 이 사건 소멸시효 완성 주장을 하는 것이 신의칙 내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재항변한다.

살피건대,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으므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채권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또는 채권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그 채권자들 중 일부가 이미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9. 8. 20. 선고 2006다22968 판결, 대법원 2010. 6. 10. 선고 2010다8266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법리에 따라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가 원고에 대하여 시효완성 이전에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곤란하게 하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나아가 객관적으로 원고에게 권리행사 장애사유가 있었다거나, 시효완성 후 피고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였다고 볼 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으므로,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위 재항변도 이유 없다.

다.

소결론

따라서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이유 있고, 이에 대한 원고의 소멸시효 중단 등 재항변은 이유 없으므로, 피고가 제1심에서 한 상계항변에 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하는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태규(재판장) 박혜민 허성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