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피고들이 관리하는 퇴직적립금의 범위 내에서 별지 2 원고별 퇴직금 내역표의 각 원고별 해당 '퇴직금'란 기재 각 돈을 지급하라.
원고들의 나머지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 중 1/2은 원고들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인정사실
당사자들의 지위
피고 A단체 B노동조합(이하 '피고 조합'이라 한다)은 A단체 산하 단체로서 부산 지역에서 하역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노동조합이자, 동시에 직업안정법 제33조에서 정한 근로자공급사업허가를 받아 하역업체에 하역근로자를 공급하는 근로자공급사업자이다.
피고 C어시장 조합공동사업법인(이하 '피고 어시장'이라 한다)은 수산업협동조합법에 근거한 조합공동사업법인으로서 어류하역업체들의 이익 증진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이다.
원고들은 피고 조합 산하 D지부의 조합원으로 피고 어시장 소속 하역업체들의 사업장 등에서 일용직으로 양륙, 배열작업 등에 종사하다가 피고 조합에서 탈퇴한 사람들이다. 원고들이 피고 조합에 가입한 때(이하 '입사일'이라 한다)와 탈퇴한 때(이라 '퇴직일'이라 한다)는 별지 2 '원고별 퇴직금 내역표'의 각 원고별 해당 '입사일'란, '퇴사일'란 기재와 같다.
단체협약서 및 노임협약의 내용
피고 어시장 소속 각 하역업체는 수시로 변동하는 다수의 하역근로자 개인과 그때마다 일일이 근로조건에 관하여 협의하는 것이 불가능하여,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이 단체교섭을 통하여 이를 정하여 왔는데,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 사이에 체결된 단체협약서는 피고 어시장의 작업장에서 취업하는 양배반 등에 적용되고(제2조), 노임 관련은 별도의 노임협약에 의하여 결정하되(제12조), 노임지불은 피고 어시장이 매월 5회 이상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13조).
위 단체협약서에 따라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은 노임협약을 맺었는데(이하 '이 사건 노임협약'이라 한다), 퇴직충당금과 관련하여 총 노임에서 양륙·배열반 10%, 본선반 10%를 어대금에서 공제하여 별도 예치하고, 퇴직충당금 운영의 세부사항은 퇴직금관리규정에 의하기로 약정하였으며, 이러한 퇴직충당금을 운영·관리하기 위한 퇴직금 관리규정을 두었다(이하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이라 한다).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의 내용
2000. 8.경 개정되어 현재 시행되는 퇴직금 관리규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퇴직적립금의 관리 현황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적립된 퇴직적립금은 피고 조합 명의 계좌에 예치되었으며, 피고 어시장은 해당 계좌의 통장과 도장을 보관하고 그 출금업무를 담당해왔다.
2020. 12. 8. 기준으로 위 퇴직적립금을 예치한 피고 조합 명의 계좌(G조합 계좌번호 (계좌번호 1 생략), 이하 '이 사건 퇴직적립금 계좌'라 한다)의 퇴직적립금 잔액은 533,612,375원이고, 지급은 사망자 및 2007년 퇴직조합원들의 퇴직약정금까지만 이루어졌으며 그 이후 퇴직한 조합원들의 퇴직약정금은 아직 지급되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퇴직약정금은 별지 2 '원고별 퇴직금 내역표'의 각 원고별 해당 '퇴직금'란 기재 금액과 같다.
관련 민사소송
피고 조합의 퇴직 조합원들 중 H는 2018. 10. 30. 부산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가소35426호로 피고 조합에게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8. 10. 30. 지연손해금 일부를 제외하고 H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 조합은 위 판결에 항소하였고 피고 어시장도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하였는데, 부산지방법원은 2021. 7. 7. 피고 어시장이 피고 조합과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를 공동으로 부담하는지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피고 조합이 H에 대하여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조합의 항소를 기각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20나44886호). 위 판결은 2021. 12. 16. 대법원의 상고기각 판결로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1다261490호).
피고 조합의 퇴직 조합원들 중 I은 2018. 5. 4. 부산지방법원 2018가단312363호로 피고 조합에게 퇴직금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고, 위 법원은 2019. 12. 13. 지연손해금 일부를 제외하고 I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피고 조합은 위 판결에 항소하였고 피고 어시장도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하였는데, 부산지방법원은 2021. 8. 27. 역시 피고 어시장이 피고 조합과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를 공동으로 부담하는지는 명시적으로 판단하지 아니하고 피고 조합이 I에 대하여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른 퇴직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하여 피고 조합의 항소를 기각하였다(부산지방법원 2020나40525호). 위 판결은 2021. 12. 16. 대법원의 심리불속행기각으로 그대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1다277358호).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6, 9,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가 제4 내지 9, 1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
주위적으로 피고들은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공동하여 피고 조합에서 탈퇴 등으로 조합원의 자격을 상실한 원고들에게 약정된 퇴직적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 제11조 제2항의 지급유예 조항(이하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이라 한다)은 엄격히 해석되어야 하고 그 사유의 발생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고들에게 있는데 그 입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퇴직약정금 청구권이 원고들의 조합탈퇴로 구체적으로 발생한 이상 원고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 없이는 위 지급유예 규정은 효력이 없다.
예비적으로 피고들은 원고들에게 퇴직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해태하였고,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이 사건 퇴직적립금을 관리·감독하여 운영해야 할 관리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으며, 퇴직적립금을 유용 내지 횡령함으로써 원고들에게 퇴직약정금을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으로 위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피고 조합
원고들이 청구하는 퇴직금의 성격은 약정금인데, 피고 조합과 원고들은 퇴직금지급에 대한 별도의 약정을 체결한 바 없고,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은 원고들이 당사자가 아니므로 원고들의 약정금 청구의 원인이 될 수 없다.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이 원고들의 약정금 청구의 원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구성된 퇴직금관리위원회는 피고 조합 및 피고 어시장과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에 해당하므로 원고들의 퇴직약정금 청구의 상대방은 퇴직금관리위원회가 되어야 한다.
이 사건 퇴직금관리위원회가 비법인사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관리규정의 성격 및 내용, 이 사건 퇴직약정금의 후불적 임금성질, 원고들로부터 실질적으로 노무를 제공받은 주체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에게 퇴직약정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피고 어시장이다.
피고 조합이 원고들에게 퇴직약정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피고 조합은 현재 조합원이 일시에 다수 퇴직하여 재원이 고갈되는 등의 사유로 이 사건 지급유예 규정에 따라서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
피고 조합에게 이 사건 퇴직약정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책임의 범위는 이 사건 퇴직적립금 계좌에 적립되어 있는 금액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피고 어시장
위 피고 조합의 1), 2), 4), 5) 주장과 동일하다. 단, '피고 조합'은 '피고 어시장'으로 대체한다.
이 사건 퇴직금관리위원회가 비법인사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피고 어시장은 원고들과 개별적 근로관계를 형성한 사용자가 아니라는 점, 피고 어시장은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른 퇴직적립금 공제·예치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는 점, 관련 민사소송의 판결 취지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에게 퇴직약정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피고 조합이다.
주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이 사건 퇴직약정금 청구의 권원
원고들은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이 사건 퇴직약정금을 청구하고, 피고들은 위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은 해당 협약 등의 당사자도 아닌 원고들의 청구권원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이 사건 퇴직약정금의 청구권원을 우선 살펴본다.
이 사건 퇴직약정금의 도입 경위
피고 조합을 비롯한 K노조의 조합원들은 특정 사용자에게 전속적으로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 지급 적용대상에서 제외되어 퇴직 후 생계보장이 전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이에 항만근로자의 퇴직 후 생계를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하여 정부, L협회, K노조는 1978년경 협의를 거쳐 항만하역요금 원가에 항만근로자의 퇴직충당금이 포함되도록 하여 재원을 마련하고 이를 사단법인 L협회 산하에 설치한 M위원회를 통해 관리하도록 하는 퇴직적립금제도를 만들었다(대법원 2007. 3. 30. 선고 2004다8333 판결, 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5다21128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위 퇴직적립금 제도는 오직 항만근로자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원고들이 속한 D지부와 같이 비항만 근로자들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에는 직접 적용될 여지가 없었고, 피고 조합은 피고 어시장과의 단체교섭 등을 통해 위와 유사한 퇴직적립금제도를 피고 조합 근로자들에게도 적용키로 하여 노임협약에 이를 반영하고 1979. 2. 1.부터 퇴직금 관리규정을 시행하게 되었다.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의 성격
앞서 든 증거, 을가 제10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등에 따라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은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 간의 단체협약의 성격을 가지며, 피고 조합의 조합원인 원고들은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의 실질적 귀속주체가 된다. 따라서 원고들은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직접 퇴직약정금을 청구할 수 있다.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은 양자를 당사자로 하여 '단체협약서'를 작성하였는데, 해당 단체협약서에는 근로조건, 조합활동, 단체교섭, 노동쟁의 등의 내용이 규정되어 일반적인 단체협약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위 단체협약서 제12조(노임 관련은 피고 어시장과 피고 조합이 별도 노임협약에 의하여 결정한다)에 따라 양 당사자간에 이 사건 노임협약이 체결되고, 노임협약 제2조(퇴직충당금은 총노임에서 양륙·배열반 10%, 본선반 10%를 어대금에서 공제하여 별도 예치하고, 운영 세부사항은 퇴직금관리규정에 의한다)에 의하여 다시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이 만들어졌다. 따라서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은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 간의 단체협약의 내용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피고 조합과 같은 K노조는 항만 등에서 하역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면서 피고 어시장과 같은 하역업체들에 근로자를 공급하는 사업자의 역할을 동시에 갖고 있고,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K노조 소속의 근로자는 실질적인 사용·종속 관계가 있는 K노조의 근로자로 볼 수 있을 뿐 하역업체의 근로자로 볼 수 없으며(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8두2927 판결 참조), 하역업체는 노동조합 및 노 동관계조정법에 따라 K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지 않다(대법원 1997. 9. 5. 선고 97누3644 판결 참조)는 것이 우리 법원의 확립된 입장이나, 피고 조합이 노동조합의 본질도 갖고 있음이 분명한 이상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 양 당사자간의 자발적인 합의에 의하여 체결된 단체협약을 부인할 것은 아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합의 개개 조합원의 근로조건,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기준을 직접 결정하는 규범적 효력을 가지는 것이므로 단체협약의 실질적인 귀속주체는 근로자이고(대법원 2018. 7. 26. 선고 2016다205908 판결 등 참조), 근로조건이라 함은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관계에서 임금·근로시간·후생·해고 기타 근로자의 대우에 관하여 정한 조건을 말한다(대법원 1992. 6. 23. 선고 91다19210 판결 참조). 따라서 이 사건 임금협정 및 퇴직금 관리규정이 단체협약의 성격을 갖는 이상 해당 규정에 따른 퇴직약정금 청구권은 원고들에게 직접 귀속된다고 봄이 상당한다.
피고들은 원고들이 이 사건 임금협정 및 퇴직금 관리규정의 당사자가 아니므로 위 임금협정 등이 원고들의 퇴직약정금 청구의 권원이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체협약서에서 명시적으로 노임은 '노임협약'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이나 단체협약의 규범적 효력을 고려할 때 피고들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피고들의 주장대로라면, 원고들은 퇴직약정금 뿐만 아니라 노임을 지급받을 권리도 피고들에 대하여 주장할 수 없다는 불합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 사건 퇴직약정금 지급의무의 주체 및 그 범위
이 사건 퇴직금관리위원회의 비법인사단 여부
피고들은 이 사건 퇴직금관리위원회가 피고 조합 및 피고 어시장과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으로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의 상대방이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민사소송법 제52조가 비법인사단의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법인 아니라도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그 대표자 또는 관리인을 통하여 사회적 활동이나 거래를 하는 경우에는 그로 인하여 발생하는 분쟁은 그 단체가 자기 이름으로 당사자가 되어 소송을 통하여 해결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므로, 여기서 말하는 사단이라 함은 일정한 목적을 위하여 조직된 다수인의 결합체로서 대외적으로 사단을 대표할 기관에 관한 정함이 있는 단체를 말하고, 사단법인의 하부조직의 하나라 하더라도 스스로 위와 같은 단체로서의 실체를 갖추고 독자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면 사단법인과는 별개의 독립된 비법인사단으로 볼 수 있고(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59337 판결,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6090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이 퇴직금 관리위원회의 구성(피고 어시장의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이 각각 3명씩의 위원을 위촉), 목적(퇴직금관리에 관한 사항의 심의), 의결방법, 퇴직금청구자는 퇴직금청구서 등 서류를 퇴직금관리위원회에 제출하도록 한 점 등에 대해 규율하고 있는 점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은 퇴직적립금의 지급 및 관리에 대한 내용을 규율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을 뿐 퇴직금관리위원회라는 비법인사단을 규율하기 위한 규약이라고 보기 힘든 점, ② 퇴직금관리위원회의 임시위원회를 퇴직금관리위원회의 위원장이나 위원이 아닌 피고 조합의 대표자가 필요시 소집할 수 있도록 한 점, ③ 퇴직금은, 피고 조합은 조합원의 퇴직금청구가 있으면 퇴직금을 산출하여 그 지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조합원의 퇴직금청구서를 첨부하여 피고 어시장에 발송하고, 피고 어시장은, 피고 조합 위원들 및 피고 어시장 위원들이 결재하고 피고 어시장 대 표가 최종 결재하는 등으로 퇴직금관리위원회의 심의절차를 거친 다음, 퇴직적립금에서 퇴직약정금을 인출하여 조합원에 지급된 점, ④ 퇴직금적립금은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서는 피고들 공동 명의로 별도 예치하도록 하였고 실제로 피고 조합 명의의 계좌에 예치된 한편, 퇴직소득원천징수 의무자는 피고 어시장이었던 점과 이에 더해 퇴직금관리위원회가 독자적으로 거래의 주체가 되었다고 볼만한 사정도 발견할 수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퇴직금관리위원회는 피고들의 하부조직 또는 내부조직에 불과한 것으로 보이고 비법인사단으로서 독자적으로 퇴직약정금 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의 해석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인 원고들은 특정한 사용자에게 전 속적으로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므로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 지급 적용대상에서 제외되고,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 사건 노임협약에 관련 내용을 규정하고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을 제정하였으므로,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의 해석을 통해 이 사건 퇴직약정금의 지급주체 및 지급범위가 정해진다. 이에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관해 보건대, 앞서 든 증거들, 을가 제2, 3호증, 을나 제2 내지 4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등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른 퇴직약정금 지급의무는 피고들에게 공동으로 발생하고 그 지급범위는 퇴직적립금에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은 피고 조합 D연락소 소속 조합원의 퇴직금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하는데(제1조), 퇴직적립금은 피고 조합 위원장과 피고 어시장 회장 공동명의로 별도 예치하도록 하였고(제4조 제1항), 퇴직금관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퇴직금관리위원회를 두고 그 위원장은 피고 어시장 회장이 맡되 위원 6명은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이 각 3명씩을 위촉하도록 하였다. 즉,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은 피고들이 공동으로 퇴직적립금을 관리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이 사건 퇴직적립금은 피고 조합 명의 계좌에 이체(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르면 피고들 공동 명의로 별도로 예치하도록 되어 있음)되었으나 실제 해당 계좌의 통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은 피고 어시장이었고, 퇴직금은 조합원의 퇴직금 청구가 있으면 피고 조합이 그 지급을 피고 어시장에 요청하고 피고 어시장이 퇴직금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친 후 지급하는 등 퇴직적립금의 관리 및 지급은 피고들이 그 역할을 나누어 담당하고 있다.
피고 조합은 법리상 원고들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가 인정되지만 노동조합의 지위를 겸유하고 있고, 피고 어시장은 원고들과의 사용·종속 관계가 인정되지는 않지만 실질적으로 원고들이 제공하는 노무의 상대방으로 이 사건 퇴직적립금을 예치하는 주체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수성을 고려하면, 피고들이 이 사건 퇴직적립금의 관리를 일방의 책임으로 정하지 아니하고 공동 관리로 규정한 것이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지는 아니한다. 결국 피고들의 퇴직약정금 지급의무는 원고들에 대한 사용자로서가 아니라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른 퇴직적립금 공동 관리자로서 부담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은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퇴직약정금의 재원이 되는 퇴직적립금은 '노임과 동시에 공제 예치된 퇴직적립금 및 이의 운영에서 발생하는 잉여금으로 조성'한다고 규정하고(퇴직금 관리규정 제3조), 위 퇴직적립금은 피고 어시장이 선주들에게 지급하여야 할 어대금에서 총노임의 10% 상당액을 공제한 금액을 예치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을 뿐(노임협약 제2조), 그 외 퇴직적립금이 부족할 때를 대비한 피고들의 추가적인 적립금 조성 의무에 대해서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여기에 더해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은 퇴직적립금을 피고들 회장 공동명의로 별도 예치하되(실제 피고 조합 명의로 예치됨) 그 운용 목적을 엄격히 제한하면서(제4조), 구체적으로 운용방식을 한정하고 있으며(제5조), 퇴직적립금이 고갈되어 개별조합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수 없는 경우에는 퇴직적립금이 조성될 때까지 그 지급을 유예할 수 있는 근거까지 명시하고 있다(제11조 제2항). 즉, 이 사건 노임협약과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의 당사자들인 피고들은 퇴직적립금을 피고들의 재산과 구별되는 독자적 성격의 기금으로 인식하고 그렇게 운영하기로 합의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퇴직약정금은 피고들이 공동관리하는 퇴직적립금으로 한정됨이 타당하다.
이 사건 퇴직약정금은 근로기준법상의 퇴직금과 구별되고,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이 단체협약의 성질을 갖는데 단체협약 역시 당사자 사이의 실질적 대등성 및 합의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어떠한 내용의 합의를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의 자유에 맡겨져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이 퇴직적립금 범위 내로 퇴직약정금 지급의무의 범위를 한정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을 이유도 없다.
피고들의 지급유예 주장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의 유효성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들 사이의 단체협약 및 노임협약에 의한 것으로 피고 조합의 조합원인 원고들에게도 그 규범적 효력이 미치고, 이에 따라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 제11조에서 정한 지급유예 조항도 당연히 원고들에게 효력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이미 구체적으로 그 지급청구권이 발생한 임금이나 퇴직금은 근로자의 사적 재산영역으로 옮겨져 근로자의 처분에 맡겨진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로부터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지 않은 이상,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체결한 단체협약만으로 이에 대한 포기나 지급유예와 같은 처분행위를 할 수는 없으므로(대법원 2000. 9. 29. 선고 99다67536 판결 참조)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이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은 원고들의 퇴직약정금 청구권이 이미 발생한 이후 새롭게 체결된 단체협약에 의해 도입된 것이 아니라 퇴직약정금에 대한 청구권 발생되기 전에, 즉 퇴직약정금 제도를 도입하면서 함께 규정된 것으로 위 판례의 법리를 적용할 사안이 아니다.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의 의미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은 이 사건 퇴직약정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청구를 받은 날부터 2주일 이내에 지급한다'(제10조 제2항)고 하면서도,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조합원이 일시에 다수 퇴직하거나 조합해산 등의 사유로 인하여 퇴직금 지급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기금이 조성될 때까지 퇴직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을 유예할 수 있다)을 함께 규정하고 있다. 이에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의 의미를 살피건대, 이 사건 퇴직약정금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퇴직금 지급 적용대상이 아닌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의 퇴직 후 생계보장을 위한 것인 점, 피고 조합의 조합원들이 피고 조합에서 탈퇴, 즉 퇴직하면 이 사건 노임협약 및 퇴직금 관리규정에 근거하여 피고들을 상대로 퇴직약정금을 청구할 수 있는 점, 그런데 퇴직약정금 지급 관련 피고들의 책임재산은 그들의 고유재산이 아닌 그들이 공동 관리하는 퇴직적립금이고, 그 퇴직적립금에는 피고 조합조합원의 퇴직금 청구 시에 적립된 것에 한정되지 않고 앞으로 피고들이 어대금에서 조합원의 총노임 10% 상당을 공제하여 예치·적립할 것까지 포함되는 것인 점,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에서 위와 같은 사유로 퇴직적립금으로 퇴직약정금 전액의 지급이 불가능한 경우 그 기금이 조성될 때까지 그 전부 또는 일부의 지급을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이미 적립된 퇴직적립금으로 지급이 가능한 만큼만 지급하되, 지급이 불가능한 것은 기금이 조성될 때까지 유예하다가 그것이 조성되는 즉시 일부라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그 지급을 완료하라는 취지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퇴직약정금은 퇴직과 함께 그 청구권이 당연히 발생하나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이 적용될 경우 그 지급 지체에 대한 책임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함이 상당하다.
원고들의 퇴직약정금 청구와 관련하여 지급유예 조건이 충족되는지
살피건대, 2020. 12. 8. 기준으로 이 사건 퇴직적립금 계좌의 잔액이 533,612,375원인 사실,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에 따라 원고들에게 지급되어야 할 퇴직약정금 금액만도 3,405,920,403원인 사실에, 2020년 1년 동안 '노임과 동시에 공제 예치된 퇴직적립금'이 465,779,064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가 제17호증)을 더하여 보면, 현재 이 사건 퇴직적립금이 고갈되어 퇴직약정금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불가능함이 넉넉히 인정된다. 원고는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은 열거적 조항으로 엄격히 해석해야 하며 지급유예 사유의 발생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이 피고들의 퇴직약정금 지급의무를 퇴직적립금의 범위로 한정한 취지 및 이 사건 지급유예 조항의 의미 등을 고려하면, 위에서 인정한 사실만으로도 이 사건 지급유예 사유가 발생하였음을 인정할 수 있다. 그리고 피고 조합은 원고들과 피고 조합 사이에 먼저 퇴직한 조합원 순서대로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합의나 관행이 성립되었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러한 합의나 관행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피고 조합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소결
결국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지연손해금 청구 부분을 제외한 원금에 한하여 모두 인정되나, 그 지급의 범위는 피고들이 관리하는 퇴직적립금의 범위 내로 제한되어야 한다. 따라서 피고들은 공동하여 원고에게 피고들이 관리하는 퇴직적립금의 범위 내에서 별지 2 '원고별 퇴직금 내역표'의 각 원고별 해당 '퇴직금'란 기재 각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예비적 청구에 관한 판단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원고들은 피고들이 원고들에게 퇴직적립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해태하였고 이 사건 퇴직적립금의 관리자로서 의무도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들은 이 사건 퇴직적립금의 범위 내에서 원고들에게 퇴직약정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고 퇴직약정금이 지급되지 못한 것은 퇴직적립금의 고갈에 따른 것인데, 퇴직적립금의 고갈이 피고들의 관리 부실로 발생하였다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피고들의 채무불이행을 인정할 수 없다.
특히 퇴직금 고갈의 원인에 대해 보건대, 을나 제7, 13호증에 따르면 피고 어시장이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월별 노임 및 퇴직적립금을 이상 없이 이체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점,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은 처음 시행 당시 평균임금의 정의를 "퇴직금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최종 작업일) 이전 3개월간의 임금총액을 그 기간의 총일수로 나눈 금액"으로 정하였는데, 성어기와 비수기에 작업물량 및 이에 따른 임금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피고 조합 근로자들의 특성상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평균임금이 높게 산정되는 시기 직후 퇴직함으로써 퇴직적립금의 구조 자체가 상당히 왜곡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예를 들어, 2020년의 경우 2020. 1.부터 2020. 3.까지 노임의 10%에 해당하는 피고 어시장의 퇴직적립금 이체액이 각 117,794,230원, 50,241,135원, 40,244,091원인데 반해, 2020. 5.부터 2020. 7.까지의 퇴직적립금 이체액은 각 6,476,110원,3,411,726원, 6,426,189원이다), 이러한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피고 조합과 피고 어시장은 2000. 1. 1.자로 이 사건 퇴직금 관리규정의 평균임금을 '퇴직금 지급사유가 발생한날(최종작업일) 이전 직전년도의 1년간 각반별로 지급된 임금총액'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으로 변경하였으나 1999. 12. 31.이전 취업한 조합원에 대한 퇴직금 계산시에는 기존의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퇴직 시기에 따른 퇴직약정금의 과다 지급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을가 제18, 19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실제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적립된 퇴직적립금과 2006년부터 2020년까지 집행된 퇴직적립금이 큰 차이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퇴직적립금 고갈의 원인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원고들은 피고들이 이 사건 퇴직적립금을 유용 내지 횡령하였다는 취지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구하나, 불법행위 책임과 관련하여 고의·과실에 기한 가해행위의 존재 및 그 행위와 손해 발생과의 인과관계에 관한 입증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자에게 있는데(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다92272 판결 등 참조)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의혹 수준을 넘어 피고들이 이 사건 퇴직적립금을 유용 내지 횡령하였음을 인정하기 힘들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각 위 인정범위 내에서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고, 각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현석(재판장) 위은숙 장윤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