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항소이유의 요지
피고인이 시정명령을 30일 이내에 이행하지 못한 경위
피고인은 2019. 7. 1. 부산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조합원 D에 대한 제명처분이 부당하므로 취소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받았는데, 당시 이미 D이 C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제명처분 무효확인 소송이 진행되어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위 소송의 결과를 확인한 후 위 시정명령을 이행하고자 30일 이내에 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못하였다(이하 ‘조합원 D에 대한 제명처분을 30일 이내에 취소하라’는 것을 ‘이 사건 시정명령’이라 한다). 이후 피고인은 위 소송의 제1심판결을 확인한 2019. 10. 1.경 조합원 D의 제명처분을 취소하였다.
항소이유 (1) (구성요건해당성 없음)
이 사건에 적용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 한다)에 제21조 제3항에 따르면, 행정관청의 시정명령은 30일 이내에 이행하여야 하나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더욱이 처벌규정인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에는 노동조합법 제21조 제3항을 위반한 경우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위와 같은 노동조합법의 규정을 기초로 앞서 본 피고인이 이 사건 시정명령을 30일 이내에 이행하지 못한 사정을 검토하여 보면, 피고인이 이행 기간을 지키지 못한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고, 처벌규정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처벌대상이 되지 않는다.
항소이유 (2) (범의가 없음)
피고인은 위 소송의 제1심 결과를 보고 바로 이 사건 시정명령을 이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시정명령의 불이행에 대한 고의가 없다.
항소이유 (3) (위법성 조각)
피고인은 행정청의 처분인 이 사건 시정명령보다는 법원의 판단이 더 우선된다고 생각하여 위 소송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위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못한 것일 뿐이므로, 이러한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는 않는 행위로서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
판단
항소이유 (1)에 관한 판단
형벌법규의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고 하여 입법자가 모든 구성요건을 단순한 서술적 개념에 의하여 규정할 수는 없으므로, 통상의 해석방법에 의하여 당해 형벌법규의 보호법익과 그에 의하여 금지된 행위 및 처벌의 종류와 정도를 알 수 있다면 그 구성요건에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다소 광범위한 개념을 사용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형벌법규의 명확성에 반드시 배치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헌법재판소 1994. 7. 29. 선고 93헌가4·6 결정 등 참조). 그러므로 형벌법규에서 위임이 허용되는 범위나 구성요건의 명확성의 정도는 일률적으로 정할 수 없고 당해법률의 성질과 구성요건의 특수성 및 그러한 법적 규제의 원인이 된 여건이나 처벌의 정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헌법재판소 1995. 5. 25. 선고 91헌바20 전원재판부 결정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피고인 및 변호인의 주장과 같이 처벌규정인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에 30일 이내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의무 규정인 노동조합법 제21조 제3항이 기재되어 있지는 않다.
그러나 처벌규정인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와 그 전제가 되는 의무규정인 노동조합법 제21조 제2항, 제3항을 전체적·체계적으로 살펴 통상의 해석방법으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노동조합법 제21조 제2항에 따른 시정명령의 내용에 노동조합법 제21조 제3항의 이행 기간에 대한 부분도 실질적으로 포함될 수 있으므로,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는 죄형법정주의에 위반되지 않으며, 이 사건 시정명령 위반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이 될 수 있다.
노동조합법 제93조 제2호는 “노동조합법 제21조 제2항의 규정에 의한 명령에 위반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에 대한 형벌을 법률에서 스스로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법 제21조 제2항은 “행정관청은 노동조합의 결의 또는 처분이 노동관계법령 또는 규약에 위반된다고 인정할 경우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범죄 구성요건은 결국 “행정관청이 노동조합의 결의 또는 처분 중 위법한 내용에 대하여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한 경우에 그 명령(이하 ‘시정명령’이라 한다)에 위반한 행위”가 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결국 행정관청이 특정인에게 구체적 내용을 정하여 시정명령을 발한 것을 전제로 하여 그 시정명령에 위반한 행위를 범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고, 시정명령을 발할 때에 통상 이행 내용뿐만 아니라 이행 시기나 기간도 포함된다. ④ 노동조합법 제21조 제3항은 시정명령의 이행 기간을 법률로 정한 것으로 행정관청이 당연히 준수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에 따라 행정관청이 노동조합법 제21조 제2항에 따른 시정명령을 발할 경우 그 시정명령에 노동조합법 제21조 제3항의 이행 기간에 관한 부분도 실질적으로 포함될 것으로 쉽게 예견할 수 있다.
나아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에게 이 사건 시정명령을 제 때에 이행하지 못한 것에 대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은 2019. 7. 1. C노동조합에 이 사건 시정명령을 고지하면서 ‘이 사건 시정명령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부산광역시 인권노동정책과에 결과보고를 하고, 이 사건 시정명령을 불이행할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지방고용노동관서와 협조하여 시정명령의 이행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것’ 및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이행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이 사건 시정명령에 불복할 경우에는 제소기간 내에 행정심판 또는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내용도 함께 안내를 하였다(증거기록 177, 178쪽).
그럼에도 피고인이나 C노동조합 업무담당자가 관할 행정청에 이행 기간 연장, 이 사건 시정명령에 대한 불복이나 효력정지 등에 대하여 문의하거나 법률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다(C노동조합 측이 2019. 7.말경 관할 행정청의 담당자와 이 사건 시정명령 관련 통화를 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위 담당자가 C노동조합에 이 사건 시정명령의 이행 여부를 확인한 것이고, C노동조합이 이행 기간 연장에 관한 문의나 요청을 한 것이 아니다. 한편 피고인과 변호인은 노동조합법 제21조 제3항의 정당한 사유와 기간 연장의 판단 주체가 C노동조합이라고도 주장하나, 의무를 부과하는 시정명령을 행정관청이 발하는 점에 비추어 그에 대한 이행 기간 연장 여부의 판단 내지 결정 주체도 당연히 행정관청이 되는 것이 타당하다).
피고인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에서 스스로 ‘행정명령을 따르기 싫어서 안 따른 것이 아니고, 7월 말에 민사소송 결과가 나올 줄 알고 기다린 것인데 법원의 사정으로 결과가 9월까지 밀려버린 것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이 사건 시정명령에 불복하거나 시정기한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하는 등 절차도 거쳤을 것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기도 하였다(증거기록 203쪽).
따라서 피고인의 구성요건해당성에 관한 주장은 이유 없다.
항소이유 (2)에 관한 판단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 사건 시정명령을 이행할 의사 자체는 있었다는 것으로서 30일 이내에 이행하여야 한다는 이행 기간에 대한 부분을 제외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나, 이 사건 시정명령은 명령서를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이행되어야 하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리고 피고인 스스로 밝히고 있는 이 사건 시정명령을 30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게 된 경위, 특히 앞서 본 피고인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조사에서 스스로 진술한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C노동조합이 사건 시정명령을 30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피고인에게 이 사건 시정명령 위반행위에 대한 고의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피고인의 고의에 관한 주장도 이유 없다.
항소이유 (3)에 관한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동일한 주장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심은 이 사건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 기간 연장이나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의 불복 절차를 취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조합원 D이 제기한 제명처분 무효확인 소송(민사소송)의 결과만 기다린 것은 정당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이 사건 시정명령 위반행위에 따른 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사정, 즉 ① C노동조합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시정명령과 함께 이행 방법, 불이행시의 처벌, 이행 기간 연장이나 불복 등에 대한 안내도 함께 받았던 점, ② C노동조합은 이 사건 시정명령에 관한 이행 기간의 연장 또는 불복 등과 관련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점, ③ 피고인 스스로도 이 사건 시정명령을 이행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던 점, ④ 이와 같이 살펴볼 때, 피고인이나 C노조합이 형법 제20조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가 인정되기 위한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의 법익 균형성, 긴급성, 그 행위 이외의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는 점(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4도5628 판결 등 참조)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되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형법 제20조의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오해의 위법이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정당행위에 관한 주장 역시 이유 없다.
결론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홍기(재판장) 김문성 박정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