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 A, C을 각 징역 8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각 2년간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B 주식회사, D 주식회사를 각 벌금 500만 원에 처한다.
위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피고인 E을 징역 6월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 확정일로부터 1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F 주식회사를 벌금 300만 원에 처한다.
위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한다.
사건정보
부산지방법원
판결
사건
2021고단4192
판결선고
2022. 10. 13.
범죄사실
피고인 D 주식회사(이하 ‘D’이라고 한다)는 부산 연제구 G에 본점을 두고 건축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부산 중구 H에 있는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상시근로자 12명을 사용하여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주이고,
피고인 C은 D의 부장이자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의 현장소장으로서 소속 근로자 및 수급인이 사용하는 근로자의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제반 사항을 총괄하여 책임지고 관리·감독하는 안전보건관리총괄책임자이며,
피고인 B 주식회사(이하 ‘B’라고 한다)는 부산 수영구 I, J호에 본점을 두고 철근콘크리트 공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D로부터 오피스텔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골조공사를 도급받아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상시근로자 8명을 사용하여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주이고,
피고인 A는 B의 실질적인 대표이사이자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 중 철근콘크리트 골조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소속 근로자의 정비‧보수작업 등 작업과 관련하여 안전 및 보건에 관한 제반 사항을 책임지고 관리·감독하는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며,
피고인 F 주식회사(이하 ‘F’이라고 한다)는 경남 김해시 K에 본점을 두고 건설장비 임대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으로 D과 타워크레인, 건설용 리프트 등 건설기계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여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L) 1대 등 건설기계를 제공한 사업주이고,
피고인 E은 F의 대표이사로서 위 임대차계약을 비롯하여 회사의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A, 피고인 C, 피고인 E의 공동범행(업무상과실치사)
피고인 C은 2021. 6. 17.경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서 피해자 M(남, 33세) 등이 소속된 B로 하여금 F의 대표이사인 피고인 E로부터 임차한 무인 타워크레인을 사용하여 철근 등의 인양 및 정리 작업을 하도록 하였고, 피고인 A는 2021. 6. 17. 14:38경 피해자 등으로 하여금 위와 같은 작업을 위해 무선 리모컨으로 위 타워크레인을 조종하여 지상에 있는 철근을 신축 중인 오피스텔 건물의 8층으로 인양하는 작업을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우 피고인 C, 피고인 A에게는, ① 타워크레인을 사용한 작업을 하도록 하기 전에 타워크레인의 방호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고, ② 낙하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 주위에 신호수를 배치하여 다른 근로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안전펜스, 방호망 등을 설치하여야 하며, ③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려는 근로자가 면허를 발급받은 사람인지 확인하여야 하고, ④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려는 근로자에게 이를 조종함에 있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주지시킴으로써 안전사고의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한편, 피고인 E에게는, 타워크레인을 임대하기 전에 해당 기계를 철저히 수리‧보수 및 점검하여 권과방지장치<1> 등 방호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도록 하여야 하고, 특히 2021. 5. 27.경 부산 연제구 N에 있는 신축공사 현장에서 피고인이 임대한 동일한 기종의 타워크레인의 권과방지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 훅 블록이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한 사실이 있었으므로 H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 임대한 타워크레인의 권과방지장치 등 안전장치에 대하여 점검 및 보수를 함으로써 안전사고의 발생을 방지하여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C, 피고인 A는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타워크레인의 권과방지장치 등 방호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지 아니하였고, 낙하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 주위에 신호수를 배치하거나 안전펜스, 방호망 등을 설치하지도 아니하였으며<2>,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려는 피해자가 면허를 발급받았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아니한 채 정격하중 2톤의 무인 타워크레인을 조종할 자격이 없는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조종하도록 하였고, 피해자에게 타워크레인을 조종함에 있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주지시키지도 아니하였다. 또한, 피고인 E은 위와 같은 업무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피고인이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 현장에 임대한 타워크레인의 권과방지장치에 빗물 등이 들어가 부식되지 않도록 해당 장치에 실리콘을 바르거나 정상작동 여부를 점검하는 등의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아니하였다.
결국, 위와 같이 피고인들은 공동하여 각자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였고, 피고인들의 그와 같은 업무상 과실이 경합하여, 2021. 6. 17. 14:38경 무선 리모컨으로 타워크레인을 조종하여 철근을 신축 중인 오피스텔 건물의 8층으로 인양하는 작업을 마친 피해자가 지상으로 내려와 동료 근로자인 O에게 무선 리모컨을 건네주고 철근 보양작업을 하던 중, 타워크레인의 권과방지장치<3>가 부식되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아니함에 따라 훅 블록이 크레인의 상부 끝단까지 상승하여 와이어가 파단되고 그로 인해 지상으로 추락한 훅 블록이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충격함으로써 현장에서 두개골 골절 등으로 인한 외상성 뇌손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A(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제1항 기재와 같이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로 하여금 무선 리모컨으로 타워크레인을 조종하여 지상에 있는 철근을 신축 중인 오피스텔 건물의 8층으로 인양하는 작업을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①크레인 등 양중기에 권과방지장치 등 방호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미리 조정해 두어야 하고, ② 작업장의 바닥, 도로 및 통로 등에서 낙하물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보호망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③ 3톤 미만의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른 건설기계를 사용하는 작업 등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으로 상당한 지식이나 숙련도가 요구되는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작업의 경우 그 작업에 필요한 자격‧면허‧경험 또는 기능을 가진 근로자가 아닌 사람에게 그 작업을 하게 해서는 아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조종하는 타워크레인의 권과방지장치 등 방호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조정하지 아니하였고, 낙하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 주위에 신호수를 배치하거나 안전펜스, 방호망 등을 설치하지도 아니하였으며,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려는 피해자가 면허를 발급받았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아니한 채 정격하중 2톤의 무인 타워크레인을 조종할 자격이 없는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조종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근로자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2021. 6. 17. 14:38경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C(산업안전보건법위반, 건축법위반)
피고인은 제1항 기재 일시, 장소에서 D로부터 철근콘크리트 골조공사를 도급받은 B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로 하여금 제1항 기재와 같이 무선 리모컨으로 타워크레인을 조종하여 지상에 있는 철근을 신축 중인 오피스텔 건물의 8층으로 인양하는 작업을 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경우 도급사업주는, ① 크레인 등 양중기에 권과방지장치 등 방호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미리 조정해 두어야 하고, ② 작업장의 바닥, 도로 및 통로 등에서 낙하물이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보호망을 설치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하며, ③ 타워크레인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기구 또는 설비 등이 설치되어 있거나 작동하고 있는 경우에는 해당 기계 등을 조작하는 사람이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자격이나 기능을 가진 사람인지 확인하여야 하고, ④ 타워크레인 등 해당 기계를 조작하는 사람에게 작업의 내용, 지휘계통, 연락‧신호 등의 방법, 운행경로, 제한속도, 그 밖에 해당 기계 등의 운행에 관한 사항, 그 밖에 해당 기계 등의 조작에 따른 산업재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을 주지시키고, 공사현장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조종하는 타워크레인의 권과방지장치 등 방호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점검‧조정하지 아니하였고, 낙하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 주위에 신호수를 배치하거나 안전펜스, 방호망 등을 설치하지도 아니하였으며, 타워크레인을 조종하려는 피해자가 면허를 발급받았는지 여부도 확인하지 아니한 채 정격하중 2톤의 무인 타워크레인을 조종할 자격이 없는 피해자로 하여금 이를 조종하도록 하였고, 피해자에게 타워크레인을 조종함에 있어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 등을 주지시키지도 아니하였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사현장의 위해를 방지하거나 근로자의 안전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제1항 기재와 같이 2021. 6. 17. 14:38경 수급인 소속 근로자인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E(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은 2021. 3. 15.경 D에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현장에서 사용할 타워크레인을 임대하였으므로, 이러한 경우 사업주인 피고인에게는 타워크레인을 미리 점검하고 이상을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보수하거나 필요한 정비를 하여야 하고, 해당 기계의 성능 및 방호조치의 내용, 특성 및 사용 시의 주의사항, 수리‧보수 및 점검 내역과 주요 부품의 제조일, 정밀진단 및 수리 후 안전점검 내역, 주요 안전부품의 교환이력 및 제조일 등을 해당 기계를 대여 받는 자에게 서면으로 발급하여야 하고,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권과방지장치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빗물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실리콘을 바르는 등의 점검 및 보수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D에 위와 같은 내용이 담긴 서면을 발급하지 않는 등 대여자의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 B 주식회사(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은 2021. 6. 17. 14:38경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현장에서 제2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사용인인 A가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안전·보건상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D 주식회사(산업안전보건법위반, 건축법위반)
피고인은 2021. 6. 17. 14:38경 위 H 오피스텔 신축공사현장에서 제3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사용인인 C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공사현장의 위해를 방지하거나 안전·보건상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여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피고인 F 주식회사(산업안전보건법위반)
피고인은 2021. 3. 15.경 피고인의 사용인인 E이 제4항 기재와 같이 피고인의 업무에 관하여 대여자의 조치를 이행하지 아니하였다.
증거의 요지
피고인 A, B 주식회사, C, D 주식회사의 각 법정진술
피고인 E의 일부 법정진술
P, O, Q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
R에 대한 각 경찰진술조서(권과방지장치 안에 녹이 많이 슬어 있거나 이물질이 끼거나 스프링 장력이 늘어나서 작동이 안 될 수 있다. 리미트가 훅을 감지하지 못하여 훅이 붐을 치면서 와이어가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
S에 대한 경찰진술조서 사본
건설기계임대차 표준계약서, 건설일용근로계약서 사본
국과수 감정의뢰 회보(권과방지장치의 레버 작동기구는 추의 무게가 작용할 경우 레버가 하부로 거동되어 스위치가 연결상태를 유지하고, 추의 무게가 작용하지 않을 경우 레버가 상부로 거동되어 스위치를 차단시키는 작동 형태인데, 내부에서 부식 등에 의한 심한 오염물 부착이 보이고, 반복 시험결과 레버가 복귀하지 못하여 스위치가 차단되지 않는 상태가 재현됨)
재해조사의견서(이 사건 발생 후 권과방지장치의 성능을 확인한 결과, 중추에 연결된 로프를 두 번 들어 올려도 리미트 스위치가 작동하지 않았고 세 번째 들어 올렸을 때 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권상용 전동기의 동력이 차단되었다. 중추와 연결된 레버 또는 내부 스프링이 빗물이나 먼지 등으로 고착되어 작동하지 않다가 3회 이상 작동시키자 고착된 부분이 풀리면서 정상 작동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사고 당시 훅 블록이 중추를 들어 올렸는데도 리미트 스위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아서 훅 블록과 중추가 지나치게 상승하였을 것이고, 그 상태에서 권상용 와이어로프가 파단되어 훅 블록이 낙하하여 피해자의 머리와 다리를 가격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
사망진단서 사본
법령의 적용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피고인 A: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1호, 제3항 제3호(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 제140조 제1항(타워크레인 조종자격 없는 근로자에게 작업을 하게 한 점)
피고인 B 주식회사: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38조 제1항 제1호, 제3항 제3호(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제169조 제1호, 제140조 제1항(타워크레인 조종자격 없는 근로자에게 작업을 하게 한 점)
피고인 C: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 제76조(기계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조치 위반의 점), 건축법 제111조 제4호, 제28조 제1항(공사현장 위해방지조치 위반의 점)
피고인 D 주식회사: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1호, 제167조 제1항,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근로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제169조 제1호, 제76조(기계에 대한 도급인의 안전조치 위반의 점), 건축법 제112조 제3항, 제111조 제4호, 제28조 제1항(공사현장 위해방지조치 위반의 점)
피고인 E: 형법 제268조, 제30조(업무상과실치사의 점),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1호, 제81조(기계 대여자의 조치의무 위반의 점)
피고인 F 주식회사: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 제2호, 제169조 제1호, 제81조
상상적 경합
피고인 A, C, D 주식회사: 형법 제40조, 제50조
형의 선택
피고인 A, C: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하여 징역형 선택
피고인 E: 업무상과실치사죄에 대하여 금고형 선택,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에 대하여 징역형 선택
경합범가중
피고인 A, B 주식회사, C, D 주식회사: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50조
피고인 E: 형법 제37조 전단, 제38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50조
집행유예
피고인 A, C, E: 형법 제62조 제1항
가납명령
피고인 B 주식회사, D 주식회사, F 주식회사: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피고인 E, F 주식회사와 변호인의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E, F 주식회사와 변호인의 주장
산업안전보건법 제81조에서 기계 대여자가 해야 할 안전조치를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위임한다는 내용도 없다. 그런데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100조 제2호에 정한 서면 발급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산업안전보건법 제169조, 제81조에 따라 기계 대여자를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
판단
형사처벌에 관련된 모든 법규를 예외 없이 형식적 의미의 법률에 의하여 규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실제에 적합하지도 않다. 따라서 미리 법률로써 자세히 정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법률에서 처벌대상인 행위가 어떠한 것인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정하고 형벌의 종류 및 그 상한과 폭을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전제로 위임입법이 허용되며, 이러한 위임입법은 죄형법정주의에 반하지 않는다. 구체적인 위임의 범위는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 및 범위의 기본사항이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어 누구라도 당해 법률이나 상위명령으로부터 위임명령에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경우 그 예측가능성 유무는 당해 위임조항 하나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위임조항이 속한 법률이나 상위명령의 전반적인 체계와 취지‧목적, 당해 위임조항의 규정형식과 내용 및 관련 법규를 유기적‧체계적으로 종합 판단하여야 하고, 나아가 각 규제대상의 성질에 따라 구체적‧개별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81조에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계‧기구 등을 타인에게 대여하거나 대여받는 자는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하여야 한다’라고만 정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제100조에서는 ‘법 제81조에 따라 기계 등을 타인에게 대여하는 자가 해야 할 유해‧위험 방지조치’에 대하여 ‘1. 해당 기계 등을 미리 점검하고 이상을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보수하거나 그밖에 필요한 정비를 할 것. 2. 해당 기계 등을 대여받은 자에게 기계 등의 성능, 방호조치, 특성, 사용시 주의사항, 수리‧보수 및 점검내역과 주요 부품의 제조일, 정밀진단 및 수리 후 안전점검 내역, 주요 안전부품의 교환이력 및 제조일을 적은 서면을 발급할 것’이라고 정하고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 제63조, 제76조, 제139조 등에서는 기계‧기구에 의한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사업주가 해야 할 안전조치,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도급인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도급인이 해야 할 안전 및 보건시설 설치 등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건설공사도급인 자신의 사업장에서 타워크레인이 설치되어 있거나 작동하고 있는 경우 건설공사도급인이 해야 할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사업주가 해야 할 유해‧위험작업 종사 근로자에게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언급하고 있다. 위 조항들의 취지와 목적을 고려하면 누구라도 산업안전보건법 제81조에서 정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의미를 알 수 있고, 시행규칙에 구체적으로 규정될 내용의 대강을 예측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산업안전보건법 제81조 자체에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의 구체적인 내용을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한다’는 표현이 없다는 점만으로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위 주장은 이유 없어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형의 이유
피고인 A, C
피고인 A는 이 사건 공사의 현장소장으로서, 피고인 C은 도급업체 소속의 안전관리 총괄책임자로서 매일 타워크레인을 사용하기 전에 권과방지장치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해야 하는데도 이를 전혀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타워크레인을 조종할 수 있는 면허가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피해자로 하여금 타워크레인을 조종하게 내버려두는 등 주의의무를 위반하였으며, 그 위반 정도가 무겁다.
한편 피고인들은 합의금을 지급하고 피해자 유족과 원만히 합의하였다. 타워크레인 작업이 끝나면 리모컨 비상정지버튼을 눌러 정지시킨 후 다른 사람에게 리모컨을 건네주어야 하는데도 피해자는 이 사건 사고 직전에 동료 O에게 리모컨을 8층에 전달하라고 건네주면서 1층에서 8층으로 올라가는 동안에 상승 버튼을 계속 누르라고 지시하였고, 당시 낙하물방지 안전망이 젖혀진 상태임을 알면서도 훅 블록이 있는 곳 바로 아래 도로에서 철근 보양작업을 하였다. 이러한 피해자의 과실이 이 사건 사고 발생과 피해 확대에 한 원인이 되었다. 피고인 A는 동종 벌금형 전과가 있으나 10년 이상 지난 것이고, 피고인 C은 동종전과가 없고 벌금형보다 무거운 전과가 없다. 그밖에 피고인들의 각 나이, 경력,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피고인 E
피고인은 이 사건 크레인을 대여받아 사용한 D이나 B가 수시로 이 사건 크레인을 점검해야 하고, 점검결과 이상이 있을 때 F에게 알려주어야만 비로소 피고인과 F은 보수‧수리할 의무가 있는 것이므로, 이 사건 사고 발생과 관련하여 피고인은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위에서 본 증거에 의하면 권과방지장치 내부에서 부식 등에 의한 심한 오염물 부착이 확인되었고, 반복 시험결과 레버가 복귀하지 못하여 리미트 스위치가 차단되지 않는 상태이며, 이와 같이 권과방지장치가 낡아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이 사건 사고 발생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B와 D은 이 사건 크레인을 대여받아 사용하는 주체이므로 스스로 권과방지장치를 분해하여 점검할 수는 없고, 피고인과 F은 이 사건 크레인을 대여하기 전에 권과방지장치를 분해하여 내부에 부식이나 오염물 부착이 없는지 점검하고 낡은 부품을 교체함으로써 권과방지장치가 항상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점검‧보수할 주의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 사건 크레인을 대여하기 전에 점검한 F의 직원 R은 권과방지장치의 부품인 리미트 스위치를 교체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확인하지 않았고, F에서 평소에 리미트 스위치의 제조일과 교환이력을 관리해온 사정도 전혀 보이지 않으며, 이러한 내용을 기재한 서면을 D에게 발급해주지도 않았다<4>. 따라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게 된 데에 피고인이 주의의무를 위반한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데도 피고인은 B와 D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태도를 보이면서 범행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로 2회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경력, 이 사건 범행의 경위,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판사 최지영
각주1) 중량물을 인양하는 와이어로프 또는 체인 등이 과도하게 감겨서 훅(‘S'자 모양의 고리) 등이 크레인 상부에 부딪히지 않게 자동으로 정지하도록 해주는 안전장치.
각주2) 증거에 의하면 이 사건 사고 위치에 낙하물방지 안전망이 설치되어 있기는 하였으나, 이 사건 사고 당시에 낙하물방지 안전망을 건물 쪽으로 접어놓아서 수평면과 거의 수직을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증거기록 제1권 제98쪽) 사고를 방지하거나 피해를 줄이는 데 아무런 기능을 하지 못하였다.
각주3) 이 사건 권과방지장치는 중추형 리미트 스위치 형식인데, 이는 훅 블록이 기준 이상으로 들어 올려지면 훅 블록 상단이 권과방지용 추와 닿게 되어 추와 연결된 로프가 느슨해지면서 리미트 스위치가 작동되어 권상용 전동기의 전원을 차단하는 구조이다.
각주4) 위험기계 등을 대여하는 자의 서면 교부의무는 위험기계 등을 대여받는 자로 하여금 그 방호조치 등을 숙지하도록 함으로써 사업장 내의 위험을 예방하여 작업자들의 안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데에 그 취지가 있으므로(대법원 2010. 2. 25. 선고 2009도3835 판결 등 참조) 피고인이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과 이 사건 사고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