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부산 부산진구 B에 위치한 사단법인 C 대표로 상시 14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운수·부동산업을 운영하는 사업경영담당자로서 사용자였던 사람이다.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및 휴가 등에 관한 사항을 서면으로 명시하고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위 사업장에 2020. 11. 23.부터 2021. 5. 23.까지 사무직으로 근무하고 퇴직한 D과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임금, 소정근로시간 등 근로조건 전반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근로자에게 교부하지 아니하였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주장
피고인은 2020. 12. 2. D에게 근로계약서를 제시하고 서명을 요구하였으나, D은 근로계약서에 기재된 주민등록번호 부분과 자격증 수당을 지급한다는 부분에 대하여 삭제를 요구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20. 12. 8. D에게 수정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였으나 D은 퇴사 후 법적 책임을 묻는 조항이 있음을 이유로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그 후 피고인은 2020. 12. 11.과 2020. 12. 14.에 D에게 수정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였으나 D은 표준계약서 작성을 요구하면서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그 후 피고인이 2020. 12. 15. 수정된 근로계약서를 제시하자 D은 노동조합과 계약서 작성을 진행하라고 하였다. 이에 피고인은 노조위원장인 E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청하였으나 E은 이를 거부하였다.
이와 같이 D과 노동조합의 거부로 결국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없었던 것이고, 피고인은 고의로 D에게 근로계약서를 교부하지 않은 사실이 없다.
판단
근로기준법 제17조에 의하면,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에 근로자에게 임금,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근로조건을 명시하여야 하고, 그중 임금의 구성항목·계산방법·지급방법 및 소정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에 대해서는 그 사항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하며, 근로계약 체결 후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의 변경 등의 사유로 인하여 위 사항이 변경되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요구가 있으면 그 근로자에게 교부하여야 한다. 이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뿐만 아니라, 이를 변경하는 경우에도 위 법에서 열거하고 있는 중요한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서면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사용자로 하여금 변경된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교부하도록 하여 근로자의 법적 지위를 강화하고자 하는 데 그 입법 취지가 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5도11659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이 법원이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은 위 번영회 대표로서 근로조건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여 D에게 제시하고 이에 서명해줄 것을 요청하고 이어서 D의 요구에 따라 노조위원장에게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청하였으며, 이로써 근로조건명시서면 교부와 관련하여 피고인이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D이 아래와 같은 여러 이유로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한 경우에까지 피고인에게 근로기준법위반의 죄책을 묻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 사건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
노조위원장 E이 경찰에 제출하여 ‘E에 대한 경찰진술조서’에 첨부되어 있는 사단법인 C의 공문(증거기록 제12쪽)에 의하면, 위 번영회는 이 사건 고발 이전인 2021. 4. 21.에 위 노동조합에게 보낸 공문에서 “D에게 입사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차례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으나 D은 경업금지의무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는 이유, 표준근로계약서 양식이 아니라는 이유, 노동조합의 검토를 받겠다는 이유 등으로 계약서 작성을 거부하였다. 당 회가 근로계약서 작성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은 2021. 6. 25. 경찰피의자신문에서도 ‘여러 차례 D에게 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으나 D이 거부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위 번영회가 2021년 6월경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도 같은 취지로 주장하였다.
노무사 발신 메일내역 및 수정 근로계약서 등(증거기록 제117쪽 내지 제133쪽), 수사보고(근로자 D 진술청취)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의 위 주장과 같이 피고인이 D에게 여러 차례 근로계약서를 제시하고 계약서 작성을 요구하였는데 D이 여러 이유를 들어 거부하다가 노동조합 위원장 E과 의논하라고 하였고 E도 계약서 작성 요구에 불응하였다고 인정된다.
피고인의 경찰 진술과 이 법정에서 한 진술, 수사자료 입수보고 중 D 관련 답변서(증거기록 제53쪽)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고용노동부에서 실시하는 특별고용 촉진장려금 제도를 활용하여 인건비를 지원받기로 하고 F에 공고를 내어 D을 채용하였다. 피고인은 특별고용촉진장려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라도 D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필요가 있었고, 피고인이 고의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교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결론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다.
판사 최지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