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방법원판결

부산지방법원 2021. 11. 18. 선고 2021구합22471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0. 8. 7. 원고에게 한 국내 근로자공급사업 신규허가 거부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20. 7. 3. 피고에게 설립신고를 마친 노동조합이고, 피고는 부산광역시 내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권자이다.

나.

근로자공급사업은 허가를 받은 자에 한하여 할 수 있고, 그중 국내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는 노동조합에 한하여 받을 수 있는데(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 제3항), 부산광역시 내 각 항만의 경우 B단체 소속 C단체에 가입된 D노조가 1981년경 피고에게서 근로자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후 계속해서 연장허가를 받으면서 현재까지 유일한 근로자공급사업자로서 항만하역업무에 종사하는 일용근로자(이하 ‘항만근로자’라고 한다)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다.

원고는 2020. 7. 13. 피고에게 E조합(이하 ‘E조합’이라고 한다) F공판장 및 G위판장을 각 업무구역으로 하여 2개의 사업체에 월간 20명, 연간 100명의 항만근로자를 공급하는 내용의 근로자공급사업 신규허가 신청(이하 ‘이 사건 신청’이라고 한다)을 하였는데, 피고는 2020. 8. 7. 직업안정법 제33조 제4항에 따라 수요 부족 대비 인력공급과잉, 고용안정성 저해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신청을 불허하는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처분서에 기재된 구체적인 처분 사유는 아래와 같다.

라.

원고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하였는데, 2021. 4. 13. 기각되었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신청에 따른 업무구역은 D노조 H지부가 상근직 근로자로 구성된 전담 지부를 두지 않거나 철수한 지역으로서 노동조합 간 업종의 마찰이 최소화되어 있는 점, 원고는 영업구역의 시설‧장비‧조업상황 등을 고려하여 업무구역에 상근직을 두어 운영하는 등 양질의 근무환경을 조성하고 공판장 영업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사업을 운영할 계획인 점, 현재 F공판장과 G공판장의 필요인력 대비 공급인력이 부족한 상황인 점, 영업구역의 근로자공급사업이 경쟁체제화 됨으로써 독점공급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근로자공급사업허가 요건을 갖추었다. 그럼에도 이 사건 신청을 거부한 것은 사실오인 또는 비례원칙 등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관계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직업안정법 제33조의 규정에 의한 근로자공급사업허가는 요건이 노동조합의 업무 범위와 해당 지역별·직종별 인력수급 상황 및 고용 관계 안정유지 등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의 판단에 행정청에 재량권이 부여되어 있으므로, 결국 근로자공급사업허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행위에 속한다.

2)

살피건대, 아래의 사실은 앞서 든 각 증거와 갑 제4호증, 을 제1, 22호증의 각 기재 및 이 법원의 E조합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①

D노조는 항만, 보세창고, 냉동창고 등 항만운송사업과 관련한 하역 분야에 총 24개의 지부를 두고 있는데, 그중 D노조 H지부는 568명의 조합원이 소속되어 있고 선사가 어획한 생선을 공판장 등 어시장에서 경매하는 과정, 즉 어선입항, 양륙 및 배역, 수하, 경매, 어대금 지급 및 징수, 출하 단계에서 어종별‧등급별 분류작업을 수행하고 하역 및 운반 등의 작업을 담당한다.

②

항만하역사업은 화주 또는 선박운항업자의 위탁을 받아 항만에서 선박에 의하여 운송된 화물을 선박으로부터 인수하여 화주에게 인도하거나 선박에 의하여 운송될 화물을 화주로부터 인수하여 선박에 인도하는 행위 등 항만운송사업법 제2조 제1항 제4호 내지 제13호에서 정한 행위를 하는 사업(항만운송사업법 제3조 제1항)을 말하는데, 하역 당시의 계절과 날씨에 밀접하게 영향을 받고 화주나 선사의 위탁으로 이루어지는 파생작업의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특히 어시장에서의 하역작업의 경우 하역량이 일률적이지 않아 작업예정량을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다. 이에 따라 항만하역사업자는 일반 제조업체 등과 달리 최소한의 필수 인력만을 고정인원으로 보유하고 나머지 필요인력은 근로자공급사업자에게서 항만근로자를 공급받아 활용함으로써 작업량 변화에 대응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③

F공판장은 300톤 이상급 어선 7척이 동시에 접안 가능한 규모와 설비를 갖추고 2017. 7. 25. 개장한 최신식 공판장인데, 개장 이후 현재까지 위판물량이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로서, 2021년 위판물량은 1,758톤 정도이다. D노조 H지부는 F공판장에서 대형선망, 대형트롤, 외끌이‧쌍끌이 기선저인망 어업을 통한 어종의 하역작업을 담당하고 있는데, 다른 공판장이나 위판장의 경우 사업구역별로 상근하는 근로자가 소속된 전담 지부를 두고 있는 것과는 달리 F공판장에는 별도의 전담 지부를 두지 않고 순환배치 방식으로 항만근로자를 수시로 파견하거나 일용직 근로자로 대체하고 있으며, 2019년 7월경부터 2020년 6월경까지 1일 평균 15명 정도의 인력을 공급하였다.

④

G위판장은 1999. 5. 7. 개장하여 현재 24척의 선박이 위판물량을 공급하고 있고, 2020년도 위판물량은 369톤 정도인 소규모 위판장이다. 종래 D노조 H지부가 항만근로자를 공급하였으나 2000~2001년경 사업구역에서 제외하여 철수하였고, 그 이후 하역 사업주인 선사에서 직접 고용한 일용직 근로자 또는 선원들이 직접 하역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2019년 7월경부터 2020년 6월경까지 하역 사업주가 직접 고용한 하역 작업 인력은 1일 평균 4명 정도이고 최대 5명 정도를 동원하였다.

3)

판단

이러한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각 증거와 갑 제7, 11호증,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처분은 필요성 내지 적합성이 인정되지 않고 처분을 통해 보호하려는 공익보다 원고의 사익을 지나치게 제한하거나 원고를 차별적으로 취급한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

①

원고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2020년도 인력공급 계획은 총 20명(F공판장 15명, G위판장 5명), 2021년도 인력공급 계획은 총 30명(F공판장 20명, G위판장 10명)이다. 사업계획에 따른 2020년도 공급인력은 2019년 7월경부터 2020년 6월경까지 F공판장과 G공판장이 D노조 H지부에서 공급받거나 직접 고용한 평균 근로자 수를 초과하지 않고, 2021년 이후 공급인력의 경우 종래 후순위로 취급되던 어종의 하역작업을 효율화함으로써 위탁물량이 증가하게 될 것을 전제로 탄력적으로 근로자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므로, 현재 필요로 하는 인력 수요에 비하여 과잉 공급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

②

원고가 계획하고 있는 공급인력의 비중은 D노조 H지부 조합원 수의 약 3~5%에 불과하고, 사업구역도 F공판장과 G위판장 두 곳이어서 운영하고자 하는 근로자공급사업의 규모가 크지 않다. 나아가 D노조 H지부는 F공판장에서 주로 대형선망, 기선저인망 어업 등의 하역작업을 담당하고 그에 따라 취급하는 어종이 고등어, 전갱이, 삼치, 갈치, 오징어 등의 주요 어종이나 선어류(鮮魚類)인 반면, 원고는 근해통발, 근해자망 어업이나 원양어선의 수입 냉동수산물 등의 하역작업을 주요 대상으로, 소라, 고둥, 꽃게 새우, 문어 및 활어류(活魚類)나 잡어 등을 취급하여 F공판장의 취급 어종 및 영업의 다각화에 기여하고, 기존 근로자공급사업자인 D노조 H지부와 업무 분야 및 업무 범위에서 마찰을 일으킬 부분이 적다.

③

E조합과 D노조 H지부가 2019. 12. 9.경 개최한 간담회에서 E조합은 F공판장의 하역업무를 실질화 하기 위하여 100여 명의 항만근로자가 필요하고 상근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고, D노조 H지부도 전담 지부를 설치할 경우 100여 명을 적정인원으로 보면서 다만 I어시장에 공급할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고 설립에 예산이 소요됨을 이유로 평균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고정할 것을 조건으로 전담 지부를 설치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나아가 F공판장에서 거래하는 선사에는 대형어선에 의한 어업뿐만 아니라 근해유자망 어업이나 영세 어업인 등도 다수 포함되어 있고 각 취급 어종이나 선사별로 출하시간을 달리함에도 불구하고, D노조 H지부가 대형선망, 기선저인망 어선 등의 하역작업만 취급하고 작업시간을 07:00 이후로 제한함으로써 다수의 선사가 거래를 중단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탈하게 된 점, F공판장의 경우 전담 지부를 두지 않음에 따라 하역료 수입을 D노조 H지부 전체에 안분함으로써 조합원들이 I어시장의 업무만 선호하고 F공판장의 업무를 소홀히 하게 되었고, G위판장의 경우 일용직 근로자를 수시로 직접 고용하여 하역작업을 하여야 하므로, 안정적으로 인력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등 하역업무의 효율성과 질이 저하되는 문제가 발생한 점 등이 F공판장과 G위판장의 각 영업망 위축, 위탁물량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면, 2019년 7월경부터 2020년 6월경까지 D노조 H지부가 F공판장에 공급한 평균 인력 수(15명)와 G위판장에서 직업 고용한 평균 인력 수(4~5명)가 필요 최소 인원임은 별론으로, 이를 해당 사업구역의 적정 인원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항만물류업무의 개선을 위해서 상근하는 근로자가 공급될 필요가 있고, 피고가 해당 사업구역에 신규 근로자공급사업을 제한하여야 할 정도로 과잉공급이 된다거나 근로조건에 악영향을 미칠 만큼 출혈적 경쟁을 초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④

피고는,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할 경우 항만근로자 과잉공급으로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을 해치고 노동조합 사이의 과당경쟁이 발생하여 하역업무에도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아래와 같은 이유로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❶ 직업안정법은 모든 근로자가 각자의 능력을 계발·발휘할 수 있는 직업에 취업할 기회를 제공하고 정부와 민간부문이 협력하여 각 산업에서 필요한 노동력이 원활하게 수급되도록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직업안정을 도모하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제1조), 직업안정법 제33조 제1항에서 허가 없이 근로자공급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정한 취지는 제3자가 근로자의 취업에 개입하여 영리를 취하거나 임금 등을 착취하는 등 근로자의 이익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에 있으며(대법원 1994. 10. 21. 선고 94도1779 판결 등), 달리 허가를 받은 근로자공급사업자로 하여금 해당 사업구역에서 근로자 공급에 관한 배타적·독점적 권리를 형성시킬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❷ 동일한 업무구역 내에 복수 노조가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출혈적 경쟁으로 인하여 하역비가 인하되어 조합원들의 근로조건이 저하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근로자공급업체(노동조합)와 사업주 사이의 조정을 통해 사업주 입장에서는 보다 자유롭고 합리적인 조건으로 근로자공급업체와 노무공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고, 근로자 역시 자신에게 이로운 조건을 제시하는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자신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다. 결국 원고와 D노조 H지부 사이의 공정한 경쟁 내지 시장원리에 따라 항만근로자의 수요와 공급이 적절한 균형을 이루어 노무공급질서가 개선될 수 있고, 항만물류업계의 질적 향상, 근로자의 안정적 지위 등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독점적·배타적 항만근로자 공급에 의한 폐해를 방지하는 이익을 기대할 수도 있다.

❸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한 이후 영업구역과 근로자들의 공익이 저해되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고용불안, 근로자공급사업자 간 갈등 내지 과당경쟁 등의 문제는 근로자공급사업 운영 과정에서 적절한 행정지도를 통해서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고, 3년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인력수급 상황, 근로자공급사업자별 사업운영에 따른 F공판장과 G위판장의 근로조건 및 고용 관계 안정성의 변화 여부 등을 검토하여 연장‧갱신을 불허함으로써 대처할 수도 있다(직업안정법 제33조 제2항).

❹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단체교섭 창구는 단일화되므로(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9조의2 제1항), 이 사건 신청을 허가하더라도 F공판장과 관련한 단체교섭 또는 구체적인 노무공급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원고와 D노조 H지부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설령 원고와 D노조 H지부 사이에 충돌이나 갈등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바와 같이 직업안정법의 취지가 허가받은 근로자공급사업자에게 배타적·독점적 지위를 보장하는 데 있지 않은 이상 다소간의 갈등을 감수하더라도 공정한 시장원리와 합리적인 조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등에 기인한 조치 등을 통해 해결할 것이지 신규 사업자의 영업을 사전에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억제하거나 회피할 것은 아니다). 그리고 G위판장의 경우는 D노조 H지부의 사업구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이해관계가 충돌할 우려가 없다.

⑤

원고의 신규 진입으로 인하여 F공판장에 복수 노동조합에 의한 근로자공급사업의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근로자공급사업의 허가 자체가 독점적인 사업권을 부여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인력수급 상황 등에 따라 F공판장 및 G위판장에 대하여 또다른 사업자가 근로자공급사업허가를 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이처럼 이 사건 처분을 통해 기존 근로자공급사업자가 누리던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가 유지된다는 점에서 특정 사업구역에 대한 독점권을 부여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원고의 신규 진입을 금지하는 것은 형평의 원칙에도 반한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한경근(재판장) 김상희 허성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