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은 무죄.
이유
공소사실
피고인은 부산 금정구 B건물, 2층에 있는 C조합 대표로서 상시 6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장례서비스업을 운영하는 사용자이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퇴직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2018. 8. 15.부터 2021. 8. 17.까지 위 사업장에서 장례지도사로 근로하고 퇴직한 근로자 D의 퇴직금 8,580,290원을 지급기일 연장에 관한 당사자 간 합의 없이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
판단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참조).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재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 경우라면 사용자가 임금 등을 지급하지 아니한 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어서 사용자에게 근로기준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하여 다툴 만한 근거가 있는지는 사용자의 지급거절이유 및 지급의무의 근거, 사용자가 운영하는 회사의 조직과 규모, 사업 목적 등 제반 사항, 기타 임금 등 지급의무의 존부 및 범위에 관한 다툼 당시 제반 정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하며, 사후적으로 사용자의 민사상 지급책임이 인정된다고 하여 곧바로 사용자에게 같은 법 제36조, 제109조 제1항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0도14693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이 법원에서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근로자 D이 근로기준법에 따라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 근로자라는 점 또는 피고인에게 공소사실 기재 퇴직금 지급의무의 존재 여부와 범위에 관하여 다툴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피고인에게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미지급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 이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며,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피고인이 운영하는 C조합(이하 ‘C’이라고만 한다)에는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이 없고, C과 위탁계약을 체결한 D과 같은 장례지도사들은 장례위탁의뢰를 받은 개별적인 상조회사, 보험사, 기업체에서 정한 장례예법, 운영지침 등에 대한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였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상조회사 등에서 정한 매뉴얼을 준수할 것을 요청하였고, 해당 장례지도사는 위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상조회사 등에 장례 진행 상황을 보고 하였다.
처음에는 장례용품은 장례지도사들이 개별적으로 구입하였으나, 장례지도사들이 리베이트를 위한 저가 용품 구매로 유족들의 불만 제기로 C에서 지정한 업체에만 장례용품을 구입하도록 하였으나, 위와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이를 피고인이 사용자로서 업무수행에 대한 지휘, 감독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없었으므로, 피고인이나 C이 장례지도사의 업무 수행과 관련하여 징계할 권한이 없고, 불이익을 준 것도 없다. 다만 일부 상조회사가 위탁의뢰를 하지 아니하여 C과 계약한 일부 장례지도사가 해당 상조회사의 업무 수행을 하지 못한 적이 있으나, 이는 상조회사가 행한 것이므로 이를 피고인이 장례지도사에게 징계권이나 인사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C은 상조회사가 매뉴얼을 변경하거나 중요한 사항을 주지할 것을 알리는 경우 이를 장례지도사에게 알려주기 위해 비정기적으로 회의를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위탁자의 지위에서 장례지도사에게 변경 등 주요사항을 알려준 것으로 보이고, 장례지도사가 위 회의에 불참하였다고 하여 징계나 불이익을 받았다는 점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피고인이나 C이 위 회의를 진행하거나 장례지도사에게 참석 요청을 하였다고 하여 사용자로서 지휘, 감독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장례지도사들은 C 사무실에 정기적으로 출퇴근할 의무가 없어 장례 업무가 발생하여 그와 관련한 업무가 있는 경우에 사무실에 출근하였을 뿐이고, 장례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도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재택근무 등을 통하여도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으며, 피고인이나 C이 출퇴근 점검이나 어떠한 근무와 관련한 지휘, 감독을 하지 아니하였다. 장례지도사들이 아래에서 살펴볼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장례행사나 개인적 사정으로 휴무하는 경우 자유롭게 통하여 순번을 변경하였다.
장례지도사들의 경력에 따라 대리, 과장, 팀장의 호칭으로 불렀지만, 그러한 직급에 따라 장례지도사들이 업무 지시, 감독, 지휘를 행하여지는 상하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경력과 C과 수입분배비율의 차이로 인한 구분에 불과하다.
장례지도사들은 순번에 따라 C로부터 장례를 배정받기는 하였으나, 장례지도사들은 C로부터만 배타적으로 장례를 배정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장례지도사들은 C과 관계없이 제3자로부터 개인적으로 위탁받아 장례를 진행하거나 개장, 이장, 발인, 입관 등 장례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또한 개인적으로 위탁하여 장례 등을 진행하여 발생하는 수익은 장례지도사들이 개인적인 수입으로 취득하였고, C과 수익을 분배하지 아니하였다.
장례지도사들은 유족들이 지급하는 노잣돈, 수고비, 상조회사를 주선해 주고 지급받는 콜비, 상조회사로부터 지급받는 영업비와 같은 수입은 C에 입금하거나 C과 분배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인 수입으로 취득하였다. C이나 피고인은 장례지도사들의 개별 수입에 대하여 이를 관리하거나 별도로 파악하지도 아니하였다.
장례지도사들이 고정적인 월급을 받은 것이 아니고, 기본급도 정해져 있지 아니하였다. 또한 장례지도사들이 C로부터 장례를 배정받아 그로 인하여 수익을 얻기는 하였으나, 앞서 본 것과 같이 개인 장례 행사로 인한 수입, C로부터 위탁받은 장례에서 발생한 개별적인 수입을 장례지도사가 개인적으로 취득하고 C에 입금하거나 C과 분배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장례지도사의 보수가 근로 자체에 대상적 성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장례지도사를 근로자로서 고용하는 장례위탁업체의 경우 고정적인 월급이 정해져 있는 점, 업체의 지시나 동의 없이 장례지도사가 개인 행사 등을 통하여 개인 수입을 취득할 수 없는 점, 정해진 출퇴근이 있어 근태관리가 이루어지는 점 등에 있어 C과 그 장례지도사의 관계에 있어서 차이점이 있다.
결론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따라 판결의 요지는 공시하지 아니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병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