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기초사실
피고는 자동차 및 건설기계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회사이다. 피고는 2011. 12. 19. C 주식회사에 대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1회합105호 회생절차에서 인가결정을 받은 회생계획에 따라 위 주식회사로부터 분할 설립되었다(이하에서는 회사 분할 전후를 구분하지 않고 ‘피고’라 한다).
원고(F생)는 피고에 소속된 직원이었는데, 2012. 1. 1.부터 2014. 9. 6.까지 위 회생계획에 따라 피고의 존속회사인 D 주식회사에서 근무하였다. 원고는 이후 D 주식회사가 파산하자 이 사건 회생계획에 기초한 약정에 따라 2016. 10. 10. 피고에 복직하여 근무하였다.
피고는 2020. 12. 1. 원고에 대하여 E 주식회사(이하 ‘E’라 한다)로 신규 입사하는 전적명령을 하였고, 이에 원고는 2020. 12. 1.부터 E에서 근무하고 있다(이하 ‘이 사건 전적’이라 한다).
한편 피고는 아래와 같은 요지의 임금피크제(이하 2007. 10. 17.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2007년 임금피크제’, 2012. 3. 12.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2012년 임금피크제’, 2017. 9. 28. 도입된 임금피크제를 ‘2017년 임금피크제’라 하고, 위 각 임금피크제를 통틀어 ‘이 사건 임금피크제’라 한다)를 도입하였다.
원고는 2017. 7. 1.부터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되어 그 이후부터 2020. 11. 31.까지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서 정한 비율에 따라 삭감된 임금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3호증, 을 제1 내지 6, 8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주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피고는 분할 전 회사인 C 주식회사와는 별개의 새로운 법인격을 가진 회사이므로 분할 전 회사에 적용되던 2007년 임금피크제를 계속하여 적용하기 위해서는 분할 후에 별도로 피고의 노동조합 또는 적용대상 근로자의 과반수 이상의 동의를 얻는 집단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쳤어야 하였음에도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아니하였는바, 피고에 대하여 2007년 임금피크제를 적용할 수 없고, ② 2012년, 2017년 각 임금피크제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보직 등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고령자고용법’이라 한다) 등 강행규정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의하여 삭감된 임금 43,581,560원 및 그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2007년 임금피크제가 적법한 의사결정과정을 거치지 아니하여 이를 피고에 적용할 수 없는지 여부
피고가 2011. 12. 19. C 주식회사로부터 분할 설립된 사실, C 주식회사가 2007. 10. 17. 처음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였고, 분할 후 회사인 피고가 위 분할 전 회사의 2007년 임금피크제 규정을 계속 적용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위 회사 분할로 인하여 원고의 근로관계는 피고에 포괄적으로 승계되었으므로, 원고는 승계한 법인인 피고와의 관계에서도 종전 근로관계와 동일한 근로관계가 유지된다. 한편 근로관계가 포괄적으로 승계되어 근로자가 승계한 법인에서도 종전의 근로관계와 동일한 근로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거나 종전의 근로관계보다 불이익한 승계한 법인의 취업규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종전의 근로계약상 지위를 유지하던 근로자 집단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의한 동의 등의 사정이 있어야 하며, 이러한 동의 등이 없는 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종전의 근로조건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종전의 근로조건보다 불이익한 승계한 법인의 취업규칙을 적용할 수 없는 것인데(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32362 판결 참조), 이 사건과 같이 분할 후 회사인 피고 소속 근로자들에게 분할 전 회사에 적용되던 2007년 임금피크제를 종전과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하거나 종전의 근로관계보다 불이익한 취업규칙을 적용하는 경우’라고 볼 수 없으므로, 분할 전 회사와는 별도로 피고 소속 근로자들의 집단적 의사결정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볼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012년, 2017년 각 임금피크제가 연령을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하여 무효인지 여부
관련 법리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구 고령자고용법(2020. 5. 2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의4 제1항에서 말하는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아니하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아니한 경우를 말한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임금을 정년 전까지 일정 기간 삭감하는 형태의 이른바 ‘임금 피크제’를 시행하는 경우 연령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없어 그 조치가 무효인지는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 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2. 5. 26. 선고 2017다292343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본 증거들과 을 제9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 보직 등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고령자고용법 등 강행규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그와 같이 인정할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임금피크제는 피고가 경영상 어려움으로 2003년 이후 희망퇴직, 아웃소싱 실시 등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시행하면서 근로자들이 상시적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던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정년 연장 및 정년 보장을 통하여 고용 안정을 도모하고, 임금 삭감을 통하여 회사의 경영상 어려움을 타파하려는 취지로 도입된 것으로 보인다.
피고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정년 1년 연장 및 정년 보장, 명예퇴직제도 시행, 자녀학자금 지급, 3개월 리프레쉬 휴가 제도(2007년 임금피크제) 등 근로자들의 불이익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였다.
정년연장에 연계하여 임금피크제가 실시되는 경우 정년연장 자체가 임금 삭감에 대응하는 가장 중요한 보상이고, 연장된 근로기간에 상응하여 지급되는 임금이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의 가장 중요한 사용처라고 볼 수 있으므로, 업무량이나 업무강도 등을 명시적으로 감소시키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연령차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에게 2012년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이후에도 직무조정을 실시하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서 보장하는 정년 1년 연장을 실제로 받은 사례가 없으므로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하나, 피고는 2012년 임금피크제 적용 이후에도 배치 가능한 범위에서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자들을 상대적으로 업무강도가 덜한 직무에 배치하려는 등의 노력을 하였고,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중 상당수가 명예퇴직 또는 희망퇴직으로 퇴직하거나 정비법인으로 전적한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가 임금피크제에 따라 연장된 정년을 보장할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원고의 주위적 청구는 이유 없다.
예비적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적법·유효하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임금피크제에 따르면 피고는 원고에 대하여 만 61세로 연장된 정년을 보장할 의무가 있는데, 실제로 존재하지도 아니하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정년이 만 60세인 E로 전적하도록 하는 이 사건 전적을 강요하여 원고는 어쩔 수 없이 이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 인하여 만 60세에서 61세까지의 1년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전적은 효력이 없고, 피고는 원고에게 전적 전의 정년에 따라 지급받을 수 있었던 위 1년간 임금 상당액인 44,353,398원 및 그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관련 법리
근로자를 그가 고용된 기업으로부터 다른 기업으로 적을 옮겨 다른 기업의 업무에 종사하게 하는 이른바 전적은, 종래에 종사하던 기업과 사이의 근로계약을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거나 근로계약상의 사용자의 지위를 양도하는 것이므로, 동일 기업 내의 인사이동인 전근이나 전보와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효력이 생긴다(대법원 2006. 1. 12. 선고 2005두9873 판결 등 참조).
전적은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하고 이적하게 될 기업과 사이에 새로운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므로, 유효한 전적이 이루어진 경우에 있어서는 당사자 사이에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거나 이적하게 될 기업의 취업규칙 등에 종전 기업에서의 근속기간을 통산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단절되는 것이고, 이적하게 될 기업이 당해 근로자의 종전 기업과의 근로관계를 승계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6. 12. 23. 선고 95다29970 판결 등 참조).
판단
을 제8, 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의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원고는 이 사건 전적 당시 스스로의 의사에 기초하여 전적에 동의한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전적이 원고의 의사에 기한 동의 없이 이루어진 위법한 전적이라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2020. 11. 11. 피고에게 “원고의 자유의사에 따라 피고와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하고, 2020. 12. 1.부로 E 주식회사로 신규 입사하는 전적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하는 내용의 동의서(을 제8호증)를 작성하여 주었다.
원고는, 피고가 원고 등 직원들에게 해고예고통지 등의 압박을 가하였고 실제로 일부 근로자들이 정리해고를 당하였다가 후에 구제절차를 통하여 복직하기도 하였는바, 전적에 응하지 아니하면 해고를 당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처지에서 전적에 동의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적동의서 제출 이전에 피고 회사의 해고예고통지가 있었다거나 일부 근로자들을 정리해고 하였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자유로운 의사가 억압된 상태에서 원고가 전적에 응하였다고 단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 사건 전적이 원고의 의사에 기하지 아니한 것이었다고 볼 사정은 찾아보기 어렵다(오히려 정리해고가 단행된 일부 근로자들과 달리 원고에게는 전적을 통하여 해고를 회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한편 피고는 G 주식회사가 생산한 버스 판매를 주된 사업으로 행하여 왔는데, G 주식회사는 2022. 7. 11. 해산을 결의한 이후 폐업 및 청산절차가 진행 중인바, 이러한 버스 판매사업 규모의 축소에 따른 피고의 내부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전적 조치 등이 불필요하였다거나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 전적 당시 E 주식회사가 원고와 피고와의 종전 근로관계를 승계하기로 하는 특약이 있었다는 등 전적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피고와의 종전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전적이 무효임을 전제로 하여 전적 전의 피고의 정년 규정에 따른 임금을 구하는 원고의 예비적 청구 또한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주위적 청구와 예비적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한다.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판사 고종영(재판장) 금덕희 이상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