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4. 3. 22.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아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을1, 2,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원고(1977년생)는 2006. 10. 1. 주식회사 C에 입사한 이래 2021. 9. 1.부터 위 회사 개발실 실장으로 근무해오던 중 위 회사가 2022. 7.경 D그룹에 매각되어 주식회사 E로 인수 변경되어서(이하에서는 주식회사 C 및 주식회사 E를 합쳐 '이 사건 회사'라 한다), 2022. 8. 1.부터는 이 사건 회사의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하여 신설된 제조혁신추진단의 단장으로 임명되어 2023. 2. 28.까지 위 회사의 신규생산라인 구축업무 등을 담당해 왔고, 2023. 3. 1.부터는 위 회사의 부산공장 제조부문장으로 임명되어 부산공장 제조총괄업무를 담당해 왔다.
원고는 2023. 3. 25. 07:15경 이 사건 회사의 부산공장에 출근하여 생산라인의 정상 가동 여부를 점검하던 중 동료 직원에게 피로와 통증을 호소하고 09:00경 퇴근하여 집에서 휴식을 취하던 중 14:00경 극심한 두통으로 쓰러져 119구급차로 인근 F병원에 후송되어 진료를 받은 결과 '뇌간의 뇌내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고, 원고의 뇌출혈 부위가 생명과 직결되는 뇌간 부분이어서 수술도 시행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의식불명상태로 집중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원고는 2023. 4. 20. 양산부산대학교병원으로 전원하여 이 사건 상병에 대하여 신경외과 등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호전되지 아니하여 뇌교의 거대출혈로 인한 의식 장애, 고도의 사지마비, 삼킴장애 소견으로 의미 있는 지시반응이 불가능하고 움직임이 없는 식물인간상태로 위 병원과 G요양병원 등에서 현재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데,2023. 8. 29.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업무상 질병임을 이유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4. 3. 22. 원고에 대하여, 피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아래와 같은 요지의 2024. 3. 20.자 업무상 질병 불인정 판정에 따라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불승인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부산공장 제조부문장으로 업무를 수행하면서 재해 당일 및 전날에 돌발상황 및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가 확인되지 않고, 업무시간이 1주평균 48시간 19분, 발병 전 4주간 1주 평균 45시간 48분, 발병 전 12주간 1주 평균 44시간 47분으로 단기·만성적인 과로기준에 해당하지 않고, 업무상 부담 가중요인인 조직개편에 따른 업무량 및 관리인원 증가, 노사분쟁 등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 업무 수행 등으로 생긴 과로나 스트레스에 관하여 이를 인정할 만한 구체적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며, 스트레스의 정도가 뇌혈관의 정상적 기능에 뚜렷한 악영향을 줄 수준은 아닌것으로 사료된다.
원고의 음주, 흡연 및 가족력이 확인되고, 업무내용, 근무시간, 개인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였을 때, 이 사건 상병은 개인의 내재적 요인에 의한 자연경과적인 발병으로 판단되므로 이 사건 상병과 업무와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그동안의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로 인하여 발병한 것으로서 업무와의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보아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 제1호에서 정한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다면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며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증명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가 가능한 기초질병이나 기존질병이 직무의 과중 등이 원인이 되어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된 때에도 증명이 있는 경우에 포함된다. 그리고 이때 업무와 질병 또는 사망과의 인과관계 유무는 보통 평균인이 아니라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8두32125 판결, 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두47391 판결 등 참조).
갑4 내지 13호증, 을3 내지 10, 12, 13호증의 각 기재, 증인 H의 증언과 이 법원의 I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는 2006. 10. 2.경 이 사건 회사에 입사한 이래 아침 일찍 출근하고 저녁늦게 퇴근하는 등으로 성실히 근무하고 그 성과를 인정받아 2018. 3.경 위 회사의 부장으로 승진하여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다가 2022. 8.경 임원(상무보)으로 승진하여 제조혁신추단단장, 2023. 3. 1.부터는 부산공장의 제조부문장으로 업무를 수행하여 왔다.
이 사건 회사의 업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인데, 원고는 평소 아침 6시 30분경 일찍 출근하여 저녁 5시경 퇴근하였고, 이러한 원고의 업무시간은 출근시간은 출근기록, 퇴근시간은 퇴근기록이 작성되지 아니하여 원고 차량의 원고 주거지 인근 울산 톨게이트 통과시간을 기준으로이 사건 상병 발병 이전 1주일간은 총 48시간 19분, 발병 전 4주간은 주당 평균 45시간 48분, 발병 전 12주간은 주당 평균 44시간47분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원고의 주거지(울산 울주군 J)에서 이 사건 회사(부산기장군 K)까지 원고 운전의 출퇴근 차량 소요시간은 편도 기준 약 50분 정도여서 원고는 매일 주거지에서 새벽 5시에 기상하여 5시 30분경 출근길에 올랐으며, 임원 승진전에는 밤늦게까지 근무하거나 임원 승진 이후에도 저녁 5시를 넘겨 퇴근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 사건 회사의 제조혁신추진단은 단장인 원고를 포함하여 3인의 직원으로 구성되어, 원청회사로부터 도급받은 개발차종의 공정 구축, 제조라인 인원의 효율화, 제조공간의 효율화 등의 업무를 담당해 왔는데, 이와 같은 인력으로 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는 버거운 상황이었고, 더욱이 도중에 담당 직원 1인이 퇴사하는 바람에 원고와 남은 직원 1인의 업무량은 더 크게 증가하였으며(그래서 남은 직원 1인도 가중된 업무 부담으로 퇴사의사를 밝히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단장인 원고로서는 업무 성과를 내기 위하여 퇴사 직원의 업무도 스스로 부담 처리하는 등 가중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이로 인하여 종전 보다 육체적·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졌다.
이 사건 회사는 2023. 3. 1.경 조직개편을 하면서 제조혁신추진단을 없애는 대신 부산공장과 아산공장에 각각 제조부문장이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원고를 부산공장의 제조부문장으로 임명하였는데, 원고의 제조부문장으로서의 업무는 종전의 제조혁신추진단 업무 외에 부산공장 전체 제조라인에 대한 관리 업무, 즉 생산라인 인원의 근태, 생산량 파악, 생산에 필요한 자재, 물류 등의 인적, 물적 부문에 대한 관리 업무가 추가되었으며, 이에 따라 제조관리팀, 생산기술팀 등 소속 110여 명의 근로자들을 관리해야 하는 등으로 업무가 늘어났다.
원고가 부산공장의 제조부문장으로 근무하게 된 이후 이 사건 회사의 노동조합은 2023. 3. 초경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토요일 및 일요일 근무 등 특근을 집단적으로 거부하는 결정하였는데, 부산공장의 생산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원고로서는 원청회사에서 요청하는 생산물량을 제대로 맞추기 위해 노동조합과 사이에 위와 같은 문제를 원만히 조율하여 수습, 해결해야 될 부담을 안게 됨으로써 이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게 되었다.
원고는 임원 승진 후에는 이 사건 회사와 사이에 기간이 정해져 있는 근로계약(2022. 8. 1.부터 2022. 12. 31.까지)을 체결하여 기간 만료 때까지 높은 업무수행 성과를 올려야만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이 때문에 심리적 압박을 상당히 느끼게 되었고, 실제로 종전 계약기간이 만료된 2023. 1.경 원고를 포함한 임원들 전원에 대해 근로계약 갱신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가 2023. 2. 말경 및 3. 중순경 임원회의에서 임원들을 향하여 성과를 내지 못하면 더 이상 임원자리에 있을 수 없다는 내용의 질책성 발언을 함으로써 더욱 더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되었으며, 원고가 이러한 압박으로 심적 부담을 느낀 나머지 주변 동료들이나 아내에게 심적인 고충을 토로하기도 하였다(이와 관련하여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와 직장 동료들은 이 사건 처분절차나 변론절차에서 원고가 임원 승진 이후 업무 과중과 부담감 및 긴장감, 노동조합의 특근 거부에 따른 부산공장 제조부문장으로서의 스트레스나 책임감, 임원 재계약 불투명에 따른 불안감 등으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왔다는 취지의 진술을 일치되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태에서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한 2023. 3. 25. 토요일에도 노동조합의 특근 거부로 부산공장 생산라인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나머지 아침 일찍 출근하여 이를 점검하던 중 피로와 통증을 느끼고 퇴근하여 집에서 휴식을 취하였으나 결국 이 사건 상병에 이르렀다.
원고는 신장 187cm, 체중 106kg 정도로 그동안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2018. 7. 17.자 일반검진결과에서는 혈압 138/84mmHg, 공복혈당 100g/dL 등으로 정상B, 일반질환(간장질환) 의심 판정, 2019. 7. 2.자 일반검진결과에서는 혈압 118/62mmHg, 공복혈당 100g/dL 등으로 정상B, 일반질환(간장질환, 비만) 의심 판정, 2020. 7. 23.자 일반검진결과에서는 혈압 150/90mmHg, 공복혈당 104g/dL 등으로 정상B, 일반질환(고혈압, 당뇨병, 비만) 의심 판정, 2021. 10. 5.자 일반검진결과에서는 혈압 156/90mmHg, 공복혈당 112g/dL 등으로 정상B, 일반질환(이상지질혈증, 간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비만) 의심 판정, 2022. 9. 15.자 일반검진결과에서는 혈압 150/90mmHg, 공복혈당112g/dL 등으로 정상B, 일반질환(간장질환, 고혈압, 당뇨병, 비만) 의심 판정을 각 받았고, 평소 오래 전의 흡연력 외에 흡연 습관은 없으나 횟수 1주 3회, 음주량 소주 1병 정도의 음주 습관이 있으며, 그동안 의심질환 등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별다른 지장을 느끼지 못하여 이에 대하여 혈압약 등을 복용하거나 병원 치료를 받은 바가 없다. ○ 이 법원의 L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사실조회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의학적 소견은 아래와 같다.
이 법원의 위 감정에 따르면, 감정의사(신경외과)는 이 사건 상병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은 의학적 소견을 피력하고 있다.
* 고혈압성 뇌 실질내출혈의 병태생리는 만성 고혈압이 있을 경우 뇌에 있는 아주 가느다란 혈관에 혈관 변성이 발생하고, 약해진 혈관에 상승된 혈압이 영향을 미쳐 출혈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으며, 주로 발생하는 부위는 기저핵, 시상내, 기저동맥의 천공동맥, 상소뇌, 전하소뇌동맥 영역에서 주로 발생한다.
* 원고의 출혈 부위는 기저동맥의 천공동맥 파열에 의한 것으로 판단되고, 원고의 건강검진내역 및 건강보험수진자료를 참고하였을 때 원고는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 과거 흡연력, 음주력을 가지고 있으며, 고혈압은 뇌 실질내출혈에서 가장 흔한 발병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 원고와 같은 뇌교 부위에 발생한 뇌실질내 출혈은 특히 예후가 불량하고, 원고의 기왕력에 의한 뇌교 부위 출혈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증명하기 어렵다.
* 원고의 경우 뇌교 부위에 발생한 자발성 1차성 뇌실질내 출혈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원고의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1기) 및 뇌출혈 위험증가 요인인 과거 흡연력및 음주력을 고려할 때, 발병원인은 고혈압성 뇌내출혈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 정서적 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뇌실질내 출혈의 위험을 높이고, 고혈압을 유발함으로써 간접적으로도 뇌실실내 출혈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결과보고가 있고, 원고의 경우 과중한 스트레스가 뇌실질내 출혈의 위험성에 일부 기여함을 배제할 수 없으나 가장 큰 발병요인은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으로 판단된다.
* 원고의 경우 M학회 기준 2단계 비만으로 확인되고 비만은 직접적 및 간접적으로 뇌실질내 출혈의 위험을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 1기 고혈압의 경우 일반적인 치료방법으로 약물치료 및 생활요법이 있고, 원고의 경우에는 45세 이상, 비만, 당뇨 전 단계, 과거 흡연력에 따라 고위험군으로 생활요법 및 약물치료를 동시에 하는 것을 권고한다.
* 1기 고혈압이라는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과중하고 급격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면 이는 교감신경계를 과도하게 항진시켜 급성 혈압상승을 유발하고,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으로 약해져 있던 뇌혈관이 파열되는, 즉 뇌내출혈의 직접적인 유발요인 또는 악화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원고의 주치의 등 담당의사는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에 관하여 의학적 소견을 제시한 바 없고, 이 사건 처분 절차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 과정이나 그 처분이유에서도 피고 자문의사 등의 의학적 소견이 어떤 내용으로 제시되었는지 발견되지 않는다.
이상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의 경우 원고가 이 사건 회사의 임원으로 승진한 전후부터 이 사건 상병에 이르게까지 아래와 같이 원고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있었음이 인정되고, 이러한 과로나 스트레스가 원고의 기저질환인 고혈압에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 악화시켰다고 추단할 수 있으므로, 원고의 과로 또는 스트레스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의 경우 원래 고혈압 증상이 없다가 이 사건 회사에서 부장으로 승진한 이후 2년 정도 지난 시점에 고혈압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그와 같은 상태에서 원고가 다른 직원에 비하여 회사 업무에 열중한 결과 이 사건 상병 발생 7개월 전에 임원으로 승진하여 회사 제도혁신추진단의 단장으로 임명된 후 회사 출근시간 보다 일찍 새벽에 출근하여 그 업무를 수행하면서 도중에 소속 직원 2명 중 1명이 퇴사한 가운데서도 그 담당 업무 일부를 떠안는 등으로 보다 가중된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병 발생 20여 일 전부터는 다시 직원 110여 명의 부산공장 제조 부문장으로 임명되어 부산공장의 생산라인 전체를 책임지게 되었는바, 여기에 나타나는 원고의 제도혁신추진단장 및 부산공장 제조부문장으로서의 업무 양·시간·강도·책임, 원고의 업무수행형태, 정신적 긴장의 정도, 그동안의 업무내용 및 업무환경의 변화, 건강상태 등을 고려하면,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생 수개월 전부터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비록 피고가 내세우는 바와 같이 원고의 업무시간이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정하고 있는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 인정 업무시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하더라도 그 업무시간이 절대적 평가기준이 될 수 없는 이상 이와 달리 볼 수 없다.
또한 원고는 이 사건 회사의 임원으로 승진한 이후부터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그 업무수행 성과에 따라 매년 계약기간을 갱신하는 형태로 근무를 계속하게 되어 있었고, 이 사건 상병 발생 3개월 전인 2023. 1.경 종전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회사 측의 사정으로 갱신계약이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와 같은 상황에서 회사 대표이사는 임원회의에서 성과 없는 임원은 계속 근무할 수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고, 더욱이 원고가 부산공장의 제조부문장을 맡은 이후 얼마 되지 아니하여 노동조합의 토요일, 일요일 근무 등 특근 거부 결의로 말미암아 제조라인의 가동 및 제품생산에 차질이 생길 문제까지 대두되자 노동조합과의 갈등과 마찰을 원만히 수습하여 부산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어야만 앞으로 근로계약 갱신할 수 있는 형편에 처하게 되어 이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 사건 상병은 고혈압성 뇌실질내 출혈로서, 이 법원의 감정결과에 따르면 이 사건 상병 발병의 주된 원인은 원고의 기저질환인 고혈압인 것으로 보여 지고, 고혈압 환자가 업무와 관련하여 과중하고 급격한 스트레스를 겪었다면 이는 교감신경계를 과도하게 항진시켜 급성 혈압상승을 유발하고,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으로 약해져있던 뇌혈관이 파열되는, 즉 뇌내출혈의 직접적인 유발요인 또는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학적 소견이 있으므로, 이러한 의학적 소견에다가 앞서 본 바와 같은 원고의 과로 및 스트레스, 이 사건 상병 증상의 발생 경위 및 전후 정황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상병 발생 수개월 전부터 높은 책임 및 부담감 하에 과중한 업무를 수행함으로써 이로 인하여 비교적 큰 정신적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이러한 과로 및 스트레스가 원고의 고혈압 증상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시키거나 이 사건 상병의 발병 또는 악화에 악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단할 할 수 있다.
감정의사의 의학적 소견과 같이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 원인을 원고의 치료받지 않은 고혈압으로 보더라도, 적어도 원고의 만성적인 과중한 업무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이 사건 상병의 주된 발생원인인 고혈압과 겹쳐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거나 촉진 ·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고, 비록 원고가 기저질환으로 고혈압 증상이 있고 이에 대하여 적절한 치료 및 관리를 다하지 아니한 사정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원고의 고혈압 정도가 고혈압 1기 단계로서 평소에 정상적인 근무나 생활에 별다른 지장이 없는 상태였고,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 존부는 원고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전제로 판단하여야 하는 이상, 이러한 사정만을 이유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쉽게 부인할 수 없다(피고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판정을 거쳐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서 이 사건 상병 및 그 발병원인에 관하여 어떠한 의학적 소견에 근거하였는지 그 처분절차에서나 처분사유에 나타나지 않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보아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