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한다.
이유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원심판결
중 공동피고인 A, 주식회사 B, 합자회사 D에 대한 부분은 위 공동피고인들과 검사가 모두 항소하지 않은 채 항소기간이 지남으로써 분리·확정되었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범위는 원심판결 중 피고인(C)에 대한 부분으로 한정된다.
항소이유의 요지
사실오인, 법리오해
산업안전보건법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이하 ‘안전보건규칙’이라 한다)에서는 근로자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규정할 뿐이고, 안전고리가 2개 이상일 것을 요구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작업발판이나 추락방호망을 설치하기 곤란한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안전고리가 2개 이상인 안전대를 피해자에게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이 안전조치의무 위반 및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임을 전제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오인,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양형부당
원심의 형(징역 2개월에 집행유예 1년)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
사실오인, 법리오해 주장에 대한 판단
원심의 판단
피고인은 원심에서도 항소이유와 같은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원심은, ① 이 사건 사고 현장과 같이 근로자가 추락시 사망이나 중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경우에는 안전고리가 1개인 안전대를 지급하면 이 사건과 같이 철골난간대를 통과할 때는 근로자가 안전고리를 해제하였다가 다시 걸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안전고리가 해제된 상태에서는 안전대 착용이 무용하게 되어 별다른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아니하게 되므로 추락을 방지할 수 없게 되는 점, ② 이 사건 당시 근로자에게 제공한 안전대에 안전고리를 2개 이상 부착시킬 수 없는 어떠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이 사건 사고 현장에서 근로자에게 안전고리 2개 이상의 안전대를 제공하거나 이를 부착하지 않은 조치는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한 경우에 해당하고,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작업행동에 관한 직접조치와 관련된 부분으로서 그 책임이 제외된다고 볼 수도 없다고 보아,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였다.
당심의 판단
관련 법리
구 산업안전보건법(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은 도급사업 시의 안전․보건조치와 관련하여, 사업의 일부 또는 전문 분야 공사 전부를 도급 주는 사업주 중 그 사업주의 근로자와 수급인의 근로자가 같은 장소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에 한정하여 도급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조치를 할 의무를 부과하고(제29조 제1항), 그 위반행위를 벌금형으로 처벌하되(제70조), 추락, 토사 붕괴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산업재해 발생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안전․보건시설의 설치 등 고용노동부령이 정한 산업재해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에는 도급 사업주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제29조 제3항, 제68조 제3호). 반면 2019. 1. 15. 법률 제16272호로 전부 개정(2020. 1. 16. 시행)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라고 한다)은 “도급”의 의미를 “명칭에 관계없이 물건의 제조․건설․수리 또는 서비스의 제공, 그 밖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말한다(제2조 제6호).”라고 정의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도급인에 해당하는 사업주로 하여금 도급인의 사업장(도급인이 제공하거나 지정한 경우로서 도급인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를 포함한다)에서 작업을 하는 자신의 근로자뿐만 아니라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서도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도록 규정함으로써(제63조), 자신의 사업장에서 작업하는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안전․보건조치의무를 부담하는 도급인의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또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 위반 행위를 형사처벌하는 기존의 규정을 유지하면서 그 법정형을 상향하는 한편(제169조 제1호), 의무위반의 결과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수급 사업주와 마찬가지로 형사처벌하고, 사망사고가 반복될 경우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여(제167조) 도급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였다. 한편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도급인의 범위에서 제외되는 ‘건설공사발주자’라는 개념을 도입하면서(제2조 제7호 단서), “건설공사발주자란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자로서 건설공사의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지 아니하는 자를 말한다. 다만, 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시 도급하는 자는 제외한다.”라고 정의하는 한편(제2조 제10호), 건설공사발주자에 대하여 별도의 조항에서 산업재해 예방 조치의무를 부과하고(제67조) 그 위반행위를 과태료 부과의 대상으로 정하였다(제175조 제4항 제3호). 이에 따르면 건설공사 현장에서 안전․보건조치의무를 위반하여 관계수급인의 근로자가 사망한 경우,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 중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는 도급인에 해당하여 그 근로자의 사망에 관하여 개정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자는 건설공사발주자로서 위와 같은 형사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
따라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도급과 관련한 안전․보건조치의무 및 그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규정의 해석에서는 위와 같은 산업안전보건법의 규정 체계나 입법 경위와 함께, 개정법상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는 수급 사업주의 안전․ 보건조치의무와 중첩적으로 부과되는 것으로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제167조에서 관계수급인 근로자 사망에 관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설한 것은 종래 도급 사업주의 안전․보건조치의무를 한정적으로만 인정하고 그 의무위반에 대하여도 제한적으로 형사처벌하던 것에 비하여, 의무 인정범위를 확대함과 함께 그 위반의 결과인 사망사고에 대한 도급 사업주의 책임을 강화하여 도급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를 예방함으로써 근로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입법적 결단이라는 점, 다만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은 건설공사의 경우 그 특수성을 감안하여 도급인의 범위를 시공을 주도하여 총괄․관리하는 자에 한정한 점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건설공사를 도급하는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사망한 관계수급인의 근로자와 관련하여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의 형사책임을 부담하는 도급인에 해당하는지는, 위와 같은 사항과 함께 도급 사업주가 자신의 사업장에서 시행하는 건설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 예방과 관련된 유해․위험요소에 대하여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도급 사업주가 해당 건설공사에 대하여 행사한 실질적 영향력의 정도, 도급 사업주의 해당 공사에 대한 전문성, 시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규범적인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24. 11. 14. 선고 2023도14674 판결 참조).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정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였는지 여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같은 법 시행규칙에 근거한 안전보건규칙의 개별 조항에서 정한 의무의 내용과 해당 산업현장의 특성 등을 토대로 산업안전보건법의 입법 목적, 관련 규정이 사업주에게 안전․보건조치를 부과한 구체적인 취지, 사업장의 규모와 해당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의 성격 및 이에 내재되어 있거나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안전․보건상 위험의 내용, 산업재해의 발생 빈도, 안전․보건조치에 필요한 기술 수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규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나아가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대법원 2022. 7. 14. 선고 2020도9188 판결 등 참조).
산업안전보건법 제167조 제1항, 제63조에 따른 벌칙규정의 적용대상은 도급인임이 그 규정 자체에 의하여 명백하나, 한편 같은 법 제173조는 법인의 대표자나 법인 또는 개인의 대리인, 사용인, 그 밖의 종업원이 그 법인 또는 개인의 업무에 관하여 제167조 제1항, 제63조에 해당하는 위반행위를 하면 그 행위자를 벌하는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에 대하여도 소정의 벌금형을 과하도록 하는 양벌규정을 두고 있고, 이 규정의 취지는 그와 같은 위반행위를 도급인인 법인이나 개인이 직접 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행위자와 도급인 쌍방을 모두 처벌하려는 데에 있으므로, 이 양벌규정에 의하여 도급인이 아닌 행위자도 도급인에 대한 벌칙규정인 같은 법 제167조 제1항, 제63조의 적용대상이 된다(대법원 1995. 5. 27. 선고 95도230 판결, 대법원 2007. 7. 26. 선고 2006도379 판결 등 참조).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173조의 ‘행위자’는 사고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사고의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는 위험을 예방하기 위하여 필요한 안전조치를 할 의무가 있는 자를 가리킨다(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1도10743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원심 설시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이 근로자들 및 관계수급인 근로자들(이하 ‘근로자 등’라 한다)에게 안전고리 2개 이상의 안전대를 제공하거나 이를 부착하지 않은 것은 예상가능한 근로자 등의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안전조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피고인의 주장과 같은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안전보건규칙에서는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해 작업발판을 설치하여야 하고(제42조 제1항), 작업발판의 설치가 곤란한 경우에는 추락방호망을 설치하여야 하며, 추락방호망의 설치가 곤란한 경우에는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는 등 추락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면서(제42조 제2항), 나아가 안전대를 착용시킨 경우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44조 제1항). 비록 위 규정에서 근로자 등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한 경우 그 안전대가 갖추어야 할 기준으로 안전고리를 2개 이상 부착하여야 한다는 점까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기는 하나, 관련 규정과 앞서 본 법리를 종합하면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함에 있어서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러야 하므로, 근로자 등에게 안전고리가 1개뿐인 안전대를 지급하는 조치가 해당 산업현장에서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실질적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한다면 ‘안전대를 안전하게 걸어 사용할 수 있는 설비’ 등을 설치하여야 할 의무를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공사현장에는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별도의 작업발판 또는 추락방호망이 설치되어 있지는 아니하였는바, 이에 위 공사현장에서는 고소작업대를 작업발판으로 이용하도록 하거나 근로자 등에게 안전대를 착용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근로자 등에게 제공된 안전대에는 안전고리가 1개뿐이었고, 피해자가 개별적으로 지참하여 사용하던 안전대 또한 안전고리가 1개뿐이었으며, 이 사건 사고 당시 고소작업대 마저 방전되어 이를 작업발판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근로자 등이 철골용 난간대를 통과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일단 안전고리와 안전대 걸이시설(브라켓)의 연결을 해제하여 난간대를 통과한 후 다시 브라켓에 안전고리를 연결하여야 하는데, 위와 같은 연결 해제 후에 난간대를 통과하여 다시 연결하기까지의 시간 동안에는 근로자의 추락을 방지하기 위한 별다른 안전장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았고, 이 사건 사고 당시 위와 같이 고소작업대를 작업발판으로 사용할 수도 없었던 상황이었으므로, 피고인으로서는 근로자 등이 철골용 난간대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안전장치 없이 추락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심 공동피고인 A도 최초 참고인 조사 당시 ‘교육은 원청인 합자회사 D C 현장소장이 실시했습니다. 제가 별도로 작업시작 전에 1일 안전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안전대를 잘 체결하고 안전대 걸이시설을 넘어서 옆으로 이동할 때만 잠깐 고리를 풀 것 등을 장려하였습니다. (중략) C(피고인) 소장님도 제가 했던 내용과 비슷했습니다. 안전모 착용 철저, 안전대 고리 체결을 철저히 할 것을 교육하고, 고소작업대를 타고 작업할 것을 지시했습니다’라고 진술하였고(증거기록 제178면), 피고인도 수사기관에서 ‘이 사건 당일 오후 작업 시작 후 작업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현장에 나가 있었고, 당시 철골조립작업자들이 철골상부에서 작업하는 장면을 보았다‘고 진술하였는바(증거기록 제240, 447면), 실제로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근로자 등이 안전대 걸이시설을 넘어 옆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안전고리를 잠깐 풀 경우 추락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피고인이 근로자 등에게 제공한 안전대에 안전고리를 2개 이상 부착시킬 수 없는 기술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나아가 다수의 회사에서 현장안전관리자 내지 안전진단 등의 직무에 종사하여 왔던 U은 당심 법정에서 ‘통상 안전고리는 1개로만 착용하기는 하나, 안전고리가 2개인 안전대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는 브라켓 사이를 넘어갈 때 1개가 걸린 상태에서 다른 하나를 반대편에 걸고 기존에 걸고 있던 걸 빼고 넘어가기 위해서 그렇게 관리했었다’고 진술하였는바(U에 대한 당심 증인신문 녹취록 제5, 6면 참조), 이 사건과 같이 근로자 등이 철골 위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안전고리를 잠시 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안전고리 2개 이상인 안전대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추락 방지를 위한 실질적인 안전조치가 행하여질 수 있음을 확인 가능하다.
따라서 피고인이 이 사건 당시 피해자가 안전고리가 1개인 안전대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안전고리를 추가로 부착하거나 그 외에 추락 방지를 위한 별도의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행위는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양형부당 주장에 대한 판단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를 취하고 있는 형사소송법에서는 양형판단에 관하여도 제1심의 고유한 영역이 존재하고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도3260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를 기초로 살피건대,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정상을 종합하여 그 형을 정하였고, 원심이 든 사정 이외에 당심에서 원심의 형량을 변경할 만한 별다른 사정을 찾을 수 없다. 그밖에 피고인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 동기와 수단, 범행 후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요소에다가 피고인이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유들을 참작하여 보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서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이지 아니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4항에 의하여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민준(재판장) 이소연 이소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