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기초사실
다음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1호증의 1, 2, 갑 3호증의 각 기재와 원심 증인 C, 환송후 당심 증인 D의 각 일부 증언(각 아래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되고, 반증이 없다.
원고는 1973. 3. 12. 피고 회사에 입사하여 주로 경리, 회계업무를 담당하여 왔고, 경리부장을 거쳐 1997. 12.경에는 총무부장으로 근무하였다.
피고 회사는 1997. 7. 29.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신설하여 이를 시행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명예퇴직수당은 신청일 현재 20년 이상 근속자 중 만 50세 이상인 자와 15년 이상 근속자 중 만 44세 이상인 자 중에서 명예퇴직을 신청한 자를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그 지급액의 계산방법에 관하여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였다.
⑴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이 5년 미만인 자
20년 이상 근속자 : 평균임금 × 잔여월수 × 50%
15년 이상 근속자 : 평균임금 × 잔여월수 × 40%
⑵ 정년까지의 잔여기간이 5년 이상인 자
20년 이상 근속자 : 평균임금 × 잔여월수 × 20%
15년 이상 근속자 : 평균임금 × 잔여월수 × 15%
원고는 1997. 12. 22. 정년(2002. 6. 26.)까지의 잔여기간이 5년 미만인 20년 이상 근속자로서 위 규정에 따라 피고 회사에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는데, 피고 회사는 다음날 그 수리를 거부한다고 원고에게 통지하였다.
원고의 청구에 관한 판단
명예퇴직 신청으로 바로 명예퇴직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⑴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우선, 피고 회사는 1997. 7. 29. 이사회 결의로 위와 같은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신설한 다음 이를 전 직원들에게 회람시켰고, 이에 따라 원고가 같은 해 12. 22. 피고 회사에 명예퇴직신청을 하였던 것인 바,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서나 그 회람에는 명예퇴직의 신청기간이나 명예퇴직 신청자가 소정 인원수를 초과할 경우 회사측에서 명예퇴직자를 선별한다든가 혹은 명예퇴직의 인정 여부를 회사측에서 심사, 결정한다는 등의 내용이 전혀 없었으므로, 피고 회사의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의 회람 자체가 그 직원들에 대한 명예퇴직의 청약으로 보아야 할 것이고,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이 그에 대한 승낙이라 할 것이니, 위와 같은 명예퇴직 신청으로 바로 명예퇴직의 효과가 발생하였다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 따른 명예퇴직수당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⑵ 인정사실
다음의 사실은 갑1호증의 1, 2, 갑2호증, 갑3호증, 갑4호증의 1, 2, 갑5 내지 9호증, 갑15호증의 1, 2, 갑21호증, 을5호증, 을6호증의 각 기재, 갑16호증의 일부 기재(아래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와, 원심 증인 E의 증언, 원심 증인 C, 환송후 당심 증인 D의 각 일부 증언(각 아래에서 믿지 아니하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인정되고, 반증이 없다.
㈎ 피고 회사는 견직물 제조 및 도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1995년경부터 영업적자가 발생하던 중 소외 주식회사 F(이하 F측이라 한다) 등에 의한 적대적 기업인수의 대상이 되어, 이를 방어하려는 피고 회사의 구 경영진과 F측 사이에 피고 회사의 주식 인수에 관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끝에 결국 1997. 7. 30. F측이 피고 회사의 주식 중 50.11%를 소유하게 됨에 따라 피고 회사의 경영권이 F측으로 넘어가게 될 운명에 놓이게 되었다.
㈏ 그런데 피고 회사의 구 경영진은 1995년경부터 장기근속자들에게 정년전 자진퇴직을 유도하여 장기적으로 회사의 재정을 개선하고 인사적체를 해소시킬 의도로 명예퇴직제도의 도입을 검토하여 오던 중, 위와 같이 F측이 기업인수에 성공하기 하루 전인 1997. 7. 29. 이사회를 개최하여 앞서 본 바와 같은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신설함과 아울러 이사퇴직급여규정에 이사가 임기 중 퇴직할 때에는 잔여 임기에 해당하는 기간의 퇴직금에 대하여 퇴직금의 100%를 지급한다는 내용을 추가한다는 결의를 하고 같은 날부터 이를 시행하였다.
㈐ 그런데 피고 회사의 구 경영진은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 신설 당시 명예퇴직신청자에 대하여 회사에서 수리여부를 선별하여 심사, 결정하는 규정을 두지 아니하였고, 그에 따라 위 규정을 직원들에게 알리는 회람에도 그러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 F측은 1997. 10. 10.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이던 소외 G과 사이에, 위 G이 피고 회사의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여 F측에서 지명한 사람을 이사나 감사로 선임하는 결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주는 대신, F측은 위 G 및 피고 회사의 현재의 주주나 임직원에 대하여 이 약정체결일 이전에 이루어진 회사 주식의 보유, 처분, 회사의 경영, F측의 기업인수에 대한 방어행위, 이 약정의 체결 등과 관련된 업무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고, 위 G도 F측의 회사인수와 관련된 업무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기로 하는 내용의 약정을 하였고, 위 약정에 따라 1997. 11. 24. 피고회사의 임시주주총회가 개최되어 F측이 지명한 사람인 소외 H, I, J을 이사로 선임하였다.
㈒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 피고 회사의 업무를 장악한 신 경영진이 1997. 12. 16.경, 원고가 피고 회사의 경리부장으로서 구 경영진 아래에서 F측의 기업인수를 방어하는데 핵심역할을 하면서 회사 돈을 과다하게 지출한 점과 수년간의 실질적 누적적자에 대한 문책을 한다는 명목으로 원고의 보직을 변경하려 하자, 원고는 같은 달 22.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 회사에 명예퇴직신청을 하였으나, 피고 회사는 다음날인 23. 원고에게 '누적적자와 채무증대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과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의 적법성 등에 문제점이 있어 원고의 명예퇴직신청서의 수리를 거절하고 근로기준법에 따라 처리코저 한다'는 내용을 통보하였다.
㈓ 피고 회사는 같은 달 27. 원고를 대기발령한 다음, 1998. 1. 6. 피고 회사의 대구공장으로 전보발령을 하였는데, 원고가 이에 불응하고 출근하지 아니하자 같은 달 13. 원고가 계속 출근하지 아니할 경우 원고를 해고한다고 통지하였고, 이에 원고가 자신은 이미 명예퇴직 신청을 하였으므로 피고 회사의 인사명령에 응할 수 없으니, 퇴직금과 명예퇴직 수당을 지급하여 달라고 요구하자, 피고 회사는 결국 원고의 위 요구에 따라 같은 해 2. 4. 원고를 퇴직처리하고, 원고에게 법정 퇴직금만을 지급하였다.
㈔ 그 후 피고 회사는 1998. 3. 17. 이사회를 개최하여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개정하고, 징계와 관련하여 퇴직하는 자와 업무 또는 업무 이외의 비위사실에 관련되어 퇴직하는 자, 사망 또는 휴직기간 만료로 인하여 퇴직하는 자, 고의적 업무태만, 기타 복무규정 위배의 정도가 극히 심하여 명예퇴직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자를 명예퇴직 대상직원에서 제외하고, 명예퇴직 신청직원의 명예퇴직금 지급대상은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규정을 추가하였다.
⑶ 판단
㈎ 일반적으로 명예퇴직제도란 회사 내의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오랜 기간동안 회사에 봉직하여 온 장기근속자들의 회사에 대한 기여도를 고려하여 그들의 명예로운 퇴직을 도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서, 명예퇴직자들에게는 근로기준법이나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 의해 정하여지는 소정의 퇴직금과는 별도로 상당한 금액의 명예퇴직금이 추가로 지급되는 것이므로,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서 명예퇴직 대상자들의 신청만으로 곧바로 명예퇴직이 이루어진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같이 특단의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명예퇴직은 그 성질상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위와 같은 명예퇴직제도의 특성과 앞서 본 바와 같은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의 제정 경위 및 그 내용, 원고가 피고 회사에 명예퇴직 신청을 하게 된 경위 및 그에 대한 피고 회사의 처리과정 등을 비추어 볼 때, 비록 피고 회사의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 명예퇴직신청기간이나 명예퇴직대상자를 피고 회사가 그 신청자 중에서 선발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 아니하고, 직원들에게 이를 알리는 회람에서도 그러한 내용이 기재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근로자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은 여전히 피고 회사에게 유보되어 있다고 봄이 상당하고, 또한 피고 회사가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신설한 후 이를 전 직원에 회람시켰다 하더라도 이는 신설된 규정을 그 직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홍보적 의미를 가질 따름이지 이를 가리켜 원고의 주장처럼 근로자들에 대한 명예퇴직의 청약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며, 이에 반하여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제정한 취지가 명예퇴직 대상자가 명예퇴직 신청을 하면 피고 회사의 승낙 없이 곧바로 명예퇴직의 효과가 생기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취지의 갑16호증의 일부 기재, 원심 증인 C, 환송 후 당심 증인 D의 일부 증언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 따라서, 피고 회사의 명예퇴직 승낙이 없어도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의하여 곧바로 명예퇴직의 효과가 발생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하겠으므로,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으로 곧바로 명예퇴직의 효과가 발생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할 것이다.
피고 회사의 심사권이 한정된다는 주장에 관하여
⑴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다시, 이 사건에 있어서와 같이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 명예퇴직 신청기간이나, 명예퇴직 대상자를 피고 회사가 그 신청자 중에서 선발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는 경우에는 명예퇴직수당은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이 정하는 자격요건을 구비한 근로자가 정년 도달 전에 근로자의 임의퇴직으로 고용관계가 종료되는 조건이 성취되면 지급되어야 하는 것이라 하겠으므로, 가사 명예퇴직이 그 성질상 근로자의 명예퇴직신청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지라도, 이 사건에 있어서는 사용자인 피고 회사로서는 오로지 명예퇴직 신청자인 원고가 명예퇴직수당 지급대상 요건을 충족하는지 여부만을 심사할 권한이 있을 뿐이고, 피고 회사의 자의로 신청을 거부하거나, 다른 조건을 붙일 수 없다 할 것인 바, 원고는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 소정의 자격요건을 구비한 근로자이고,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고용관계는 원고의 임의퇴직으로 종료되었다 할 것이므로[① 첫째 민법 제660조 제1항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에 있어서 근로자는 언제든지 계약해지의 통고를 할 수 있고, 사용자가 해지의 통고를 받은 날로부터 1월이 경과하면 해지의 효력이 생긴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도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으로 해지되었다 할 것이고, ② 둘째 또한 피고 회사도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따라 원고를 퇴직시켰으므로 피고 회사도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을 계약해지의 통보로 보았다 할 것이며, ③ 셋째 원고는 피고 회사가 명예퇴직을 수리하지 아니하여도 퇴직하겠다는 강한 의사표시로 명예퇴직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할 것이므로, 결국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의 고용관계는 피고 회사의 승낙은 필요로 하지 아니하고 종료되었다고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명예퇴직수당 지급을 위한 조건이 모두 충족되었다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의 수리를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 따른 명예퇴직수당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⑵ 판단
그러므로 살펴보건대, 명예퇴직 제도가 명예퇴직자들에게 근로기준법이나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 의해 정하여지는 소정의 퇴직금과는 별도로 상당한 금액의 명예퇴직금을 추가 지급하는 것으로서, 회사의 취업규칙 등에서 명예퇴직 대상자들의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이 이루어진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경우와 같이 특단의 사정이 있지 않는 한, 명예퇴직은 그 성질상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서 정하는 수당지급대상 요건을 갖춘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만으로는 부족하고,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이 있는 경우에 비로소 성립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 점 및 그 경우 사용자에게는 근로자들의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은 바, 그렇다면 이 경우 명예퇴직 신청을 심사하여 수리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라 함은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서 수당 지급대상 요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요건을 충족한 근로자 중에서 명예퇴직금을 추가 지급할 대상을 재량에 따라 선별할 수 있는 권한이라 할 것이지, 원고 주장처럼 명예퇴직 신청자가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서 정하는 수당지급대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만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에 불과하다고는 볼 수 없다 하겠고, 이러한 법리는 피고 회사의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처럼 명예퇴직 신청기간이나, 명예퇴직 대상자를 회사가 그 신청자 중에서 선발한다는 취지의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 아니하고 있다 할지라도 마찬가지임은 앞서 본 바와 같다 할 것이어서, 피고 회사의 심사권이 명예퇴직 신청자가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서 정하는 수당지급대상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만을 확인하는 것에 제한되어야 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나머지 점에 관하여 살펴볼 필요도 없이 그 이유가 없다 하겠다.
명예퇴직 신청의 수리 거부가 심사, 결정권을 남용한 것이라는 주장에 관하여
⑴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또 다시, 가사 피고 회사가 소속 직원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하여 그 수리 여부를 심사, 결정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의 수리거부 사유로 내세우는 사유 중 누적된 적자와 채무증대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는 이유는, 기업체가 퇴직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다는 점, 명예퇴직 제도가 인력구조 개선을 통한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라는 점, 피고 회사가 1998. 3. 17.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다시 논의함에 있어서 이미 전년도의 회사의 적자규모를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를 폐지하거나 또는 재정상태가 양호해질 때까지 그 시행을 유보한다거나 지급대상 범위나 지급액 계산방법을 조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함이 없이 종전 규정을 그대로 받아들여 실시하기로 한 점, 그 무렵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원이 원고와 소외 K 등 3인 뿐이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정당한 거부사유가 될 수 없고, 오히려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한 것은 원고가 신 경영진이 구 경영진의 비리를 추궁하는 것에 협조하지 아니한 것에 대한 보복성 조치에 불과하며, 이러한 수리거부와 그 후 원고에 대하여 내린 일련의 조처는 신,구 경영진 사이의 1997, 10. 10.자 약정의 근본정신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1997. 9. 23.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고 퇴직한 소외 K의 경우와 비교하여 보다도 형평이 맞지 아니하고, 피고 회사의 신 경영진에 의하여 개정된 명예퇴직 규정에 의하여도 원고는 명예퇴직대상 제외자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원고가 피고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비위사실로 징계를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의 수리를 거부한 처분은 정당한 심사, 결정권의 범위를 넘어서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처분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 따른 명예퇴직수당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⑵ 판단
㈎ 비록 피고 회사가 소속 근로자의 명예퇴직신청에 대하여 이를 심사하여 수리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가진다 할지라도 위 심사결정의 재량권은 명예퇴직 제도가 도입된 배경과 경위, 수리거부 사유의 정당성 여부, 다른 대상자와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범위내에서 적절하게 제한적으로 행사되어야 하고 객관적인 자격을 갖춘 대상자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하여 부당한 사유를 내세워 수리를 거부하는 등으로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된다 할 것임은 분명하다 할 것이다.
㈏ 그러므로 나아가 보건대, 갑10호증의 1(을7호증과 같다), 2(을8호증과 같다), 을14호증의 1 내지 3의 각 기재, 원심 증인 E의 증언, 원심 증인 C, 환송후 당심 증인 D의 각 일부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1997. 9. 23. 피고 회사의 직원인 소외 K이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 따라 명예퇴직을 신청하자, 피고 회사는 1997. 10. 6. 이를 수리하고 그에게 명예퇴직수당으로 금 38,839,483원을 지급한 사실 및 위 무렵 명예퇴직을 신청한 사원이 원고를 포함하여 3인에 불과한 사실이 인정되고, 반증이 없으며, 명예퇴직 제도가 인력구조 개선을 통한 인건비 절감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인 점 및 피고 회사가 1998. 3. 17. 이사회를 개최하여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 명예퇴직 대상 제외자를 규정하고, 명예퇴직 신청직원의 명예퇴직금 지급대상은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한다는 규정을 추가하였으나, 명예퇴직 제도는 그대로 유지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근로기준법상 기업체가 퇴직충당금을 적립하도록 되어 있음은 명백하다 하겠다.
㈐ 그러나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은 피고 회사의 구 경영진이 F의 적대적 기업인수를 눈앞에 둔 시점에 갑작스럽게 마련된 점, 원고가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은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이 신설된 직후가 아니라 피고 회사의 지배주주가 바뀌고 그에 따른 경영진이 완전히 교체된 이후에 이루어진 점, 위 K이 명예퇴직을 신청하고 이것이 수리된 것은 1997. 9. 내지 10.경인데, 신 경영진이 경영권을 장악한 것은 1997. 11. 24.이어서, 위 K의 명예퇴직을 수리한 것은 구 경영진이 한 것인 점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고, 갑10호증의 2, 갑11 내지 14호증, 갑18호증의 1 내지 3, 을11호증의 1, 2, 을14호증의 1 내지 3, 을15호증의 각 기재 및 원심 증인 E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피고 회사는 1995년과 1996년에는 각 금 205,115,323원과 금 70,137,954원의 흑자를 냈으나, 1997년에는 금 2,494,455,141원의 적자를 냈고, 1995년과 1996년의 흑자도 피고 회사의 보유 부동산을 각기 금 872,000,000원과 금 964,000,000원에 매각함으로써 거액의 특별이익이 발생하였기 때문이고, 영업수지 및 경상수지에서는 모두 손실(영업수지는 1995년에는 금 △406,762,869원, 1996년에는 금 △766,877,860원이고, 경상수지는 1995년에는 금 △349,637,174원, 1996년에는 금 △682,995,966원)을 기록한 사실, 또한 피고 회사는 1997. 9. 18.부터 같은 해 11. 24.까지 사이에 위 K과 구 경영진에 속하던 임원 4명에 대한 퇴직금으로 무려 금 760,000,000원 가량을 지출한 사실, 명예퇴직 신청 자격이 있는 피고 회사 직원 13명 중 이 사건 변론종결일까지 사이에 명예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원고, 위 K 및 소외 D 3명에 불과한데, 신 경영진 아래에서 신청한 원고와 위 D에 대하여는 명예퇴직 신청의 수리가 모두 거부된 사실이 인정되고, 반증이 없다.
㈑ 위 인정사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하면서 내세운 '누적된 적자와 채무증대로 인한 재정적 어려움이 있다는' 사유는 합리적이라고 봄이 상당할 뿐만 아니라, 위 거부처분이 형평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피고 회사가 위 거부처분을 함에 있어 명예퇴직에 관한 심사·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고, 한편 신·구 경영진 사이의 1997. 10. 10.자 약정의 정신 및 원고의 징계전력 유무는 해고처분의 당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삼는 것은 몰라도(그런데 갑19호증의 1 내지 5, 을3호증의 1, 2, 을10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하였다가 원직복귀 의사가 없음을 자인하여 구제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각하 결정을 받은 사실이 인정되고, 반증이 없다.), 명예퇴직에 관한 심사·결정 권한의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삼을 수는 없다 할 것이다.
㈒ 따라서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함에 있어 심사, 결정 권한을 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다 하겠으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의 수리를 거부한 처분이 정당한 심사, 결정권의 범위를 넘어서 재량권을 남용한 부당한 처분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채무불이행 주장에 관하여
⑴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이어서, 원고가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 소정의 수당 지급대상 요건을 충족하고 있는 상태에서, 피고 회사가 원고를 해고처분하지 아니하고,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따라 원고를 퇴직자로 처리하였으므로, 원고는 명예퇴직수당 지급 조건을 충족하였다 할 것이고, 한편 피고 회사는 근로기준법 제4조에 의하여 취업규칙을 준수하고 이를 성실히 이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데,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은 사용자에 의한 취업규칙으로서 근로조건의 내용이 된 것이라 하겠으므로, 피고 회사는 위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준수하여 위 규정 소정의 명예퇴직수당 지급 요건을 충족한 원고에 대하여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원고로 하여금 명예퇴직수당 상당의 손해를 입게 하였으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위 근로기준법 제4조 소정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위 명예퇴직수당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⑵ 판단
그러므로 살펴보건대, 피고 회사의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과 같은 내용의 규정만 있는 경우에 있어서도 사용자에게 명예퇴직 신청자를 선별할 권한이 있는 점 및 따라서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수당의 지급의무가 피고 회사에게 발생하지 아니하고, 피고 회사가 명예퇴직 신청을 승낙한 경우에만 명예퇴직수당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점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명예퇴직수당 지급이 피고 회사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로서 인정되는 취업규칙으로서의 근로조건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을 승낙하지 아니한 점을 들어 근로기준법 제4조 소정의 취업규칙 준수의무 및 성실이행의무를 위배하여 채무불이행을 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으며, 나아가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 회사는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함에 있어 심사, 결정 권한을 남용하지도 아니하였던 것이므로, 피고 회사가 채무불이행을 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가 없다 할 것이다.
불법행위 주장에 관하여
⑴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또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구 경영진의 비리를 추궁하는 것에 협조할 것을 강요하다가, 원고가 이에 불응하자 원고에게 퇴직을 강요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가 제출한 명예퇴직 신청의 수리마저 거부한 후 원고에게 대기발령을 하고, 이어서 대구 공장으로 전근명령을 내린 다음, 원고가 그 부당함을 항의하자 법정퇴직금만을 지급하였는 바, 이러한 피고 회사의 행위는 취업규칙인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에 따라 원고를 명예퇴직 처리하고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여야 할 근로기준법 제4조 소정의 취업규칙 준수 및 성실이행의무에 위반될 뿐 아니라, 1997. 10. 10. 이루어진 신, 구 경영진 간의 약정에도 위반되는 불법행위이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 할 것이고, 그 손해는 피고 회사가 정당하게 명예퇴직수당 지급규정을 준수, 이행하였더라면 원고가 받을 수 있었던 명예퇴직수당 상당이라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원고가 입은 위 명예퇴직수당 상당의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⑵ 판단
그러므로 살피건대, 근로자의 명예퇴직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을 권리가 원고에게 발생하지 아니하고, 피고 회사가 재량에 따른 선별 권한을 행사하여 이를 승낙한 경우에만 그러하다는 점, 그런데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이를 승낙하지 아니하여 원고는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을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 사실, 피고 회사가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한 수리를 거부함에 있어 심사, 결정 권한을 남용하지 아니하였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사실을 들어 근로기준법 제4조 소정의 취업규칙 준수의무 및 성실이행의무를 위배하였다거나, 1997. 10. 10. 이루어진 신, 구 경영진 간의 약정에 위배된 불법행위라고 볼 수는 없다 할 것이고, 뿐만 아니라 피고 회사가 원고를 퇴직시킨 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게 될 손해에 관하여 보건대, 원고는 피고 회사의 위 행위로 인하여 정년까지 근무하였더라면 받았을 임금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는 손해는 입을 수 있을지언정, 명예퇴직수당을 받지 못하는 손해를 입을 수는 없는 것이라 하겠으므로, 어느 모로 보나 피고 회사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명예퇴직수당을 받지 못한 손해를 입었다는 원고의 이 부분 주장 또한 받아들일 여지가 없다 할 것이다.
부당이득 주장에 관하여
⑴ 원고의 청구원인
원고는 마지막으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의 재산으로 그 수당 상당의 이득을 법률상 원인 없이 취득하고,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혔다 할 것이므로, 피고 회사는 원고에게 부당이득금으로서 위 명예퇴직수당 상당의 금원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한다.
⑵ 판단
그러므로 살펴보건대, 명예퇴직 신청만으로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을 권리가 원고에게 발생하지 아니하고, 피고 회사가 이를 승낙한 경우에만 그러하다는 점 및 그런데 원고의 명예퇴직 신청에 대하여 피고 회사가 이를 승낙하지 아니하여 원고는 명예퇴직수당을 지급받을 권리를 취득하지 못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피고 회사가 원고에게 명예퇴직수당을 지급하지 아니한 것이 원고의 재산으로 이득을 얻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원고에게 손해를 끼쳤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노릇이어서, 피고 회사가 부당이득을 하였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하겠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어느 모로 보아도 명예퇴직수당의 액수에 관하여 나아가 살펴볼 필요도 없이 이유 없어 기각할 것인 바, 원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 하여 정당하고,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상고비용을 포함한 소송총비용은 패소자인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2000. 7. 7.
판사 김시수(재판장) 이주현 김영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