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퇴직후 발병한 “만성피로증후군, 레이노씨병, 뇌척수신경염”등은 업무와 무관하고 “청신경초종, 이명 및 감음신경성 난청”은 업무와 관련하여 발병한 것으로 볼 수 있다(2002.11.20, 서울고법 2002누5421)
[요 지]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지장을 주는 그심한 피로증상을 주증상으로 하고 두통, 근육통, 관절통, 기억력 장애, 불면증 등 여러 가지 증상들을 호소하는 증후군으로 현재 그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기존질환을 진단할수 없는 증후군을 말하며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스트레스, 독성물질 등이 유발요인으로 알려져 있음.
임상적으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 말초신경염, 레이노씨병이 동반되는 경우가 관찰되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질환들이 만성피로증후군과 어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대하여 알려져 있지 않고 전자파에 장기적으로 노출되어 이것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서 만성피로증후군이 발병된다는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고 방사선노출이 원인이 되는지에 관하여도 의학적 보고는 없음. 심한 스트레스, 감기 또는 독감, 기압의 변화, 고공비행에 의한 저산소증, 시차병의 반복 등이 만성피로증후군의 발병원인이 되는지에 관하여는 정확하게 알수 없으나,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음.
청신경초종이란 청신경에 생긴 종양으로 그 원인은 불명이나 유전정보의 이상, 화학물질, 방사선 노출 등을 들수 있고 조종사의 경우 청신경초종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없으나 환경적 요인에 의해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단정할 수는 없음. 이명 및 감음신경성 난청의 원인은 약물, 대사 이상, 소음, 내이 및 청신경 종양, 메니에르씨병과 같은 내이질환, 내이염 등의 감염성 질환, 외상, 선천성 기형 등 다양함. 비행기 소음이 큰 폭발음이거나 비교적 큰소리에 일정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수 있고, 기압의 변화는 급격히 클 경우 원인이 될 수 있겠으나 가능성은 적음.
* 사 건 / 2002.11.20 선고, 서울고법 2002누5421 판결 요양불승인처분취소
* 원고(항소인) / 류○○
* 피고(피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주 문]
제1심 판결중 2.항에서 취소를 명하는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가 1998.8.11. 원고에 대하여 한 요양불승인처분중 청신경초종, 이명 및 감음신경성 난청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원고의 나머지 항소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이를 3분하여 그 2는 원고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1973.10.10. 주식회사 ○○항공(이하 “○○항공”이라 한다)에 항공기 조종사로 입사하여 1996.8.31. 정년 퇴직하였는데, 1998.경 피고에게 ‘23년간 항공기 조종사로 근무함으로 인하여 근육통성 뇌척수신경염, 우측안면마비, 말초신경염, 중추신경장애, 레이노드씨병, 간기능장애, 뇌 조직파괴, 만성피로 면역기능장애 증후군, 경ㆍ요추부 추간판탈출증 및 처추강협착증, 청신경초종, 치질, 전립선비대증, 만성위염, 만성간염 추정, 우안건성안, 이명, 감음신경성 난청 등(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요양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1998.8.11. ‘이 사건 상병은 연령증가로 인한 기왕증의 자연발생적 악화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어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신청을 불승인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성에 관한 판단
당사자들의 주장
⑴ 원고의 주장
원고는 비행기 조종사로 23년간 근무하면서 ⅰ) 만성적 과로 및 스트레스, 각종 유기용제 및 배기가스, 장거리 비행에 따른 시차적응문제, 전자파 등에 의하여 이 사건 상병 중 만성피로 면역기능장애 증후군, 근육통성 뇌척수신경염, 뇌 조직파괴, 말초신경염, 레이노드씨병, 간기능장애, 중추신경장애가 발생하였고, ⅱ) 소음공해, 이착륙에 따른 급격한 기압차, 비행기 진동, 냉방병 등에 의하여 청신경초종, 이명, 안면신경마비, 우안건성안, 감음신경성 난청이 발생하였으며, ⅲ) 장기간 앉아서 비행기를 조종함으로써 전립선비대증, 치질, 만성위염, 만성간염 등이 발생하였고, ⅳ) 난기류, 운동부족 등으로 경추간판탈출증, 요추간판탈출증, 척추강협착증이 발생하였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모두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
⑵ 피고의 주장
이 사건 상병 중 ⅰ) 근육통성 뇌척수신경염, 뇌조직 파괴는 만성피로증후군의 다른 이름이고, 말초신경염, 레이노드씨병, 안면마비 등은 만성피로증후군의 관련질병인데, 아직까지 만성피로증후군의 확실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아니하고, 원고가 ○○항공에서 조종사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병한 것이라고 볼 자료가 없고, ⅱ) 원고가 퇴직직전인 1996.2.2.에 실시한 청력검사에서 정상치를 나타냈고, 조종사는 항공기 소음에 직접 노출되지 아니하며 기압의 차이에 따라 영구적 청력손실을 유발하지 아니하므로, 이명, 난청, 청신경초종, 안면신경근마비는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며, ⅲ) 전립선비대증과 치질은 중년기 이후에 생리적으로 발생하는 자연스런 노화현상으로 조종사의 좌식작업에 따라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만성위염과 만성간염도 조종사업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으며, ⅳ) 외상에 의하지 아니한 경ㆍ요추부 추간판탈출증 및 척추강협착증은 원고의 연령으로 보아 퇴행성으로 볼 수 있을 뿐 난기류에 의하여 발생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
인정사실
⑴ 원고의 업무내용과 근무상황
㈎ 원고는 1977.7.18. 항공기운항 자격면허 중 기종한정 AB3을, 1984.7.24. 자격면허 기종한정 727을 취득하였다. 위 두 기종은 국내선과 일본, 태국 등의 동남아운항용 항공기이다. 원고는 국내선을 운항하면서 동남아(마닐라, 자카르타)와 일본(후쿠오카, 나고야) 등도 운항하였는데, 1993. 9.부터 원고가 퇴직한 1996. 6.까지의 기간을 보면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항시간이 비슷했다.
㈏ 1997년도 세계 주요 항공사별 조종사 1인당 월평균 비행시간을 보면 미국의 아메리칸 항공 40.8시간, 유나이티드 항공 37.5시간, 영국항공 36.9시간, 일본항공 41.6시간, 스페인의 아이베리아 항공 42.1시간에 비하여 ○○항공은 51.1시간으로 긴 편에 속했고, ○○항공보다 비행시간이 긴 예는 독일의 루프트한자 항공 54.2시간, 태국의 타이항공 61.4시간 등이 있었다. 원고가 ○○항공에서 근무한 22년 10개월 동안 월 비행시간은 평균 64.2시간이었으나, 퇴직하기 직전인 1995. 7.부터 1996. 6.까지 1년 동안의 비행기록을 보면 월 비행시간은 70시간 이상이었는데, 원고의 비행시간은 ○○항공에서 제한하고 있는 비행시간 기준 즉 연속되는 3일의 경우 9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항공의 비행시간 기준은 타국가에 비하여 가장 엄격한 경우에 해당한다).
다만, 여기에 편승시간(조종을 하지 않고 다른 항공으로 이동하기 위하여 편승한 시간)을 합하면 월평균 100시간 이상이 되며, 항공기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간대인 이륙후 5분과 착륙전 6분을 합한 이른바 마(魔㈐)의 11분과 관련하여 이착륙횟수를 보면 월 46~62회이고, 첫날 야간에 서울을 출발하여 둘째 날 새벽에 동남아에 도착한 후 9시간의 휴식이 주어지나 낮이기 때문에 숙면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다시 야간에 동남아를 출발하여 셋째 날 새벽에 서울에 도착하는 이른바 무박 2일(또는 무박 3일)의 비행을 매월 5회 이상 하였으며, 국내에서 비행이나 비행준비 없이 순수하게 휴일을 실시한 날은 월 0~3회였다.
㈐ 비행기의 실내공기는 팩(Pack)이라는 공기흡입ㆍ필터장치를 통해 유입되고 객실 내의 공기도 지속적으로 팩을 통하여 순환되나, 기내 습도는 시동전 29%, 상승단계 255, 순항단계 22%로 쾌적범위 40%에 비하여 낮은 편이고, 항공기의 최대 순항고도에서 유지되는 기내고도는 약 해발 약 2,400m(8,000ft)로 기압이 낮은 편이며, 조종사는 통상 전자파에 노출되어 있다.
㈑ 항공기 내 소음은 시동전 평균 65dB, 이륙단계 평균 72dB, 순항단계 평균 77dB 정도인데, 상승과 순항단계에서는 최대 84dB로 노출시간의 축적으로 말미암아 청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종사는 전 비행구간 동안 헤드폰을 사용하고 장거리 비행시에는 헤드폰 대신 스피커(Loud Speaker)를 사용한다. 조종사는 이륙전 10~15분 동안 비행기 주위를 돌며 외부점검을 하는데 이때 들리는 보조엔진 소음은 점검위치에 따라 귀덮개(Ear Muff)를 착용하여 청력손실을 방지하도록 되어 있다.
㈒ 미국의 상업용 비행조종사 64명을 상대로 청각손실의 가능성과 이명에 관하여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의사로부터 한쪽 또는 양쪽 귀에 대한 영구적 청각상실의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조종사의 비율은 35~44세의 경우 27%, 45~54세의 경우 33%, 55~64세의 경우 53%로 일반인들의 비율인 6%, 10%, 15%에 비하여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이명을 때로 또는 자주 경험한 조종사의 비율은 29.5%로 나타났다.
㈓ 원고는 1941.8.14.생으로 ○○항공에서 조종사로 근무하다가 정년인 55세가 되는 연도의 해당월 말일인 1996.8.31. 정년 퇴직하였다.
⑵ 원고의 건강상태와 이 사건 상병에 관한 각 진단경위
㈎ 원고는 1973.9.27. 채용신체검사에 합격한 이후 매년 2회 실시하는 항공조종사 신체검사에 계속 합격하여 왔으나, 평소에도 조종사의 건강이상 소견이 있으면 비행에 적합하다는 판단이 있을 때까지 비행휴를 실시하는 제도에 따라 원고는 근무기간 중 15회에 걸쳐 180여일의 비행휴를 실시하였고, 퇴직하기 1년여 전인 1995. 1.경에도 감기와 항공성 중이염으로 인하여 18일간 병가를 얻은 일이 있다. 그리고 ○○항공에서는 건강상의 문제로 지속적인 비행이 불가능한 경우 직무전환을 하여 준 일이 있으나 원고의 경우에는 직무전환요건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하여 직무전환을 실시하지 아니하였다.
㈏ 원고에 대한 6분법 청력검사결과 1983.7.19.에는 왼쪽 7.5dB, 오른쪽 10.0dB이었다가 매년 조금씩 청력이 손실되어 1995.8.17.에는 왼쪽 21.7dB, 오른쪽 22.5dB, 1996.2.2.에는 왼쪽 26.7dB, 오른쪽 19.2dB로 악화되었다.
㈐ 원고는 김○○이비인후과에서 1995.1.11. 양측 이명, 급성 인후염의 진단을 받았고, ○○대학교 부속병원에서 1997.7.30. 만성위염(헤리코박터 세균으로 인한 것), 만성간염(추정), 1997.8.1. 경추부 추간판탈출증(제4-5, 5-6, 6-7 경추간), 요추부 추간판탈출증, 척추강협착증(제4-5요추간), 청신경초종, 이명, 1997.8.5. 우안 건성안의 진단을 받았으며, 박○○내과의원에서 1997.8.19. 근육통성 뇌척수 신경염 등, ○○대학교 ○○○○병원에서 1997.9.22. 감음신경성 난청(양쪽 귀), 이명증(양쪽 귀), ○○병원에서 1997.12.6. 치질, 전립선비대증의 각 진단을 받았다. 원고는 위 각 진단서를 첨부하여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요양신청을 하였다.
⑶ 이 사건 상병에 대한 의학적 소견
㈎ ○○대학교 부속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명(耳鳴)은 귀 안에서 비정상적인 이상소리가 나는 것을 말하고, 그 발생원인은 다양하여 소리의 전달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기관들 중에서 일부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약물이나 소음에 노출되거나 외상에 의하여 비정상적인 때에 발생하고 뇌의 혈류이상이나 종양에 의하여서도 나타난다. 이명은 청신경의 기능저하에 의하여 나타나는데 신경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는 내적, 외적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며, 외적으로 시끄러운 고음이 지속되거나 내적으로 피곤한 경우 청신경의 기능저하로 인하여 이명이 나타날 수 있다. 조종사는 항상 소음과 압력변화에 노출되므로 청신경이 손상되어 이명이 잘 발생할 수 있고, 장시간 헤드폰을 사용하는 경우 청신경을 피로하게 만들 수 있다. 청신경초종이 있는 경우 이명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청신경초종이란 청신경에 생긴 종양을 말하고, 그 원인은 불명이나 유전정보의 이상, 화학물질, 방사선 노출 등을 들 수 있다. 조종사의 경우 청신경초종을 일으킨다는 보고는 없으나, 원고의 청신경초종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밝혀져 있지 아니하고 환경적 요인에 의해서 종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으므로 조종사라는 직업이 청신경초종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경ㆍ요추부추간판탈출증 및 척추강협착증은 외상이 없었다면 퇴행성으로 간주할 수 있으나, 오랜 시간 동안 앉아 있는 자세를 유지하면 경추나 요추에 무리가 오는 것은 당연하다.
㈏ ○○대학교 ○○○○병원장에 대한 사실조회결과
이명 및 감음신경성 난청의 원인은 약물, 대사 이상, 소음, 내이 및 청신경 종양, 메니에르씨병과 같은 내이질환, 내이염 등의 감염성 질환, 외상, 선천성 기형 등 다양하다. 비행기 소음이 큰 폭발음이거나 비교적 큰소리에 일정시간 이상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증상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고, 기압의 변화는 급격히 클 경우 원인이 될 수 있겠으나 그 가능성은 적다. 조종사가 상시 착용하는 헤드폰은 소리의 강도와 지속착용시간의 길이에 따라 이명 및 감음신경성 난청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비행기 조종석 내의 소음을 객관적으로 측정한 자료를 토대로 판단할 필요가 있고, 소음의 강도와 주파수 등이 내이손상을 주는 수준으로 지속된다면 스트레스와 함께 인체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강북○○병원장에 대한 감정촉탁결과
만성피로증후군은 일상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주는 극심한 피로증상을 주증상으로 하고 두통, 근육통, 관절통, 기억력 장애, 불면증 등 여러 가지 증상들을 호소하는 증후군으로 현재로서는 그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다른 기존질환을 진단할 수 없는 증후군을 가리킨다. 그 정확한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아니하나 바이러스감염증, 일과성 외상 혹은 충격, 스트레스, 독성물질 등이 유발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임상적으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에게 말초신경염, 레이노씨병이 동반되는 경우를 자주 관찰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런 질환들이 만성피로증후군과 어떤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지에 대하여는 알려져 있지 않다.
현재로서는 전자파에 장기적으로 노출되어 이것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미쳐서 만성피로증후군이 발병된다는 기전에 대해서는 알려져 있지 않고, 방사선노출이 만성피로증후군의 원인이 되는지에 관하여도 연구보고가 없다. 심한 스트레스, 감기 또는 독감, 기압의 변화, 고공비행에 의한 저산소증, 시차병의 반복 등이 만성피로증후군의 발병원인이 되는지에 관하여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으나, 만성피로증후군의 악화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판단
⑴ 구 산업재해보상보험법(1999.12.31. 법률 제610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 재해라 함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에 기인하여 입은 재해를 뜻하는 것이어서 업무와 재해발생과의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그 재해가 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는 기존의 질병이더라도 그것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등으로 말미암아 더욱 악화되거나 그 증상이 비로소 발현된 것이라면 업무와의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 이 경우 인과관계에 관하여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입증하여야 하는 것이지만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하게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근로자의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발병 경위, 질병의 내용, 치료의 경과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5.12. 선고 99두11424 판결 등 참조).
⑵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오랜 시간 앉아있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 경추나 요추에 무리가 올 수는 있으나, 원고의 1회 비행시간과 월 평균비행시간 등으로 볼 때 경추나 요추에 무리를 줄 정도로 오랜 시간 앉아있는 자세를 취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한편, 원고에게 경추나 요추에 특별한 외상이 있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이 사건 처분 당시 원고의 연령이 약 57세인 점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상병 중 원고의 경ㆍ요추부 추간판탈출증과 척추강협착증은 퇴행성 질환으로 보일 뿐, 원고가 ○○항공에서 조종사로 일하는 과정에서 업무로 말미암아 발생하거나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또한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근육통성 뇌척수신경염, 우측안면마비, 말초신경병, 중추신경장애, 레이노드씨병, 간기능장애, 뇌 조직파괴, 급성 인후염, 만성위염, 만성간염, 우안 건성안, 치질, 전립선비대증이 원고의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⑶ 그런데, 원고는 ○○항공의 조종사로 23년간 일하는 동안 이륙 전 비행기 외부점검을 하는 과정에서 보조엔진의 소음 등에, 항공기 내의 상승과 순항단계에서 최대 84dB의 소음에 각 노출되어 있었고, 전 비행구간에서 착용하여야 하는 헤드폰으로 말미암아 청신경이 피로한 상태가 지속되었으며, 비행 중에는 항공기 내의 기압이 해발 약 2,400m와 유사한 정도로 낮아짐으로써 이착륙시마다 기압의 변화를 겪게 되는 등으로 원고의 청신경 기능이 저하되고 청력이 계속 악화되어 이명과 감음신경성 난청이 발생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고, 달리 원고에게 청신경의 기능저하와 청력저하를 초래하여 이명과 감음신경성 난청을 일으킬 만한 원인을 발견할 수 없다.
한편,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기왕에 청신경초종의 원인증상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으나, 가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청신경 기능저하를 가져오는 작업환경으로 말미암아 원고의 위 기왕증상이 자연적 경과이상으로 급속하게 악화되어 청신경초종으로 발전되었고, 그로 인하여 앞서 본 이명과 감음신경성 난청이 원고에게 발병한 것으로 추단된다 할 것이다.
⑷ 나아가 이 사건 상병 중 만성피로증후군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항공의 조종사로 23년간 일하는 동안 월 70시간 이상(조종을 하지 않는 편승시간을 포함하면 월 100시가 이상)의 장시간 비행과 월 50회 이상의 이착륙, 이른바 무박 2일의 운행, 월 0~3일의 적은 순수휴일 등으로 말미암아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누적된 피로와 비행기 내의 낮은 습도 등으로 인하여 감기나 독감에 자주 걸리는 환경에 처해 있었다고 할 것인바, 이러한 사실만으로는 스트레스, 감기 또는 독감과 위에서 본 기압의 변화 등이 만성피로증후군의 직접적인 발병원인이 되는지에 관하여 규명되어 있지 아니한 현재의 의학수준에서 원고의 만성피로증후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단정키는 어렵다 할 것이다.
다만, 피고로서는 그 밖의 다른 원인에 의하여 원고에게 만성피로증후군이 유발되었다는 별다른 의학적 증거가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원고가 23년이란 장기간 동안 전자파에 노출된 데다가 긴장과 심한 스트레스 및 지상과는 다른 저산소, 저기압 등의 조건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사정에 비추어 원고의 만성피로증후군이 원고의 업무로 인하여 악화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만성피로증후군에 대한 요양신청을 다시 할 경우에는 이 점에 관한 충분한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해둔다.
결론
그렇다면, 피고의 이 사건 처분 중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청신경초종, 이명 및 감음신경성 난청에 관한 부분은 위법하므로 원고의 이 부분 청구를 받아들여 이를 취소하고, 나머지 상병에 관한 부분은 적법하므로 이에 해당하는 청구부분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 및 이 사건 처분 중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상병에 해당하는 부분을 각 취소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권남혁(재판장), 김흥준, 강석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