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업무상재해인 견갑관절 습관성 탈구를 치료하던 중 개인적 상병인 간질 발작까지 동반한 후 자살한 사건은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2005.05.12, 서울고법 2004누5821)
[요 지]
망인은 업무상 재해에 대한 치료과정 중 재해로 인한 신체적 장애와 극심한 통증, 깊은 좌절감에다가 아울러 수 차례 측두엽성 간질 발작까지 동반하였는데, 자살 당일 담당의사로부터 최종적으로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더 이상 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이 때문에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추단할 수 있다.
* 사 건 / 2005.5.12 선고, 서울고법 2004누5821 판결 유족급여및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 원고(피항소인) / 이○○외 1명
* 피고(항소인) / 근로복지공단
[주 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
[이 유]
처분의 경위
원고들의 아들인 망 이○○는 1996.10.22. ○○건설 주식회사에 철근공으로 입사하여 1996.12.9. 위 회사가 시행하는 보령댐계통 광역상수도 공사 제1공구현장에서 정수지 옹벽 철근을 세우는 작업을 하던 중 철근이 손에 미끄러져 함께 넘어지면서 철근 무게를 견디지 못하여 “우측 견갑관절 탈구, 관절낭파열 및 연조직 손상”의 재해를 입고, 그 치료를 받아왔다.
망인은 위 치료 종결에 즈음하여 2000.7.3. 보령시 주산면 ○○리 소재 자택 부근에서 농약을 마시고 자살을 시도하여 같은 날 21:00경 사망하였다.
원고들은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라는 이유로 피고를 상대로 유족보상금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00.8.14. 망인이 정신장해로 인하여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하였다는 의학적인 소견이 없으므로 위 망인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이 사건 처분을 하였다.
[사실인정의 근거 :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1호증, 갑 5호증의 1, 갑 6, 7호증, 을 5호증의 1의 각 기재 및 변론의 전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들의 주장
망인은 업무상 재해인 우측 견갑관절 습관성 탈구에 대해 오랜 기간 치료를 받아 왔고 그 치료기간 중 정신질환 증상을 동반한 간질발작을 일으켰는데, 위 장기간 치료로 인한 심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간질발작을 쉽게 유발한 것으로 보이고, 특히 자살 직전 위 업무상 재해에 대한 오랜 기간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아니하여 향후 취업, 혼인 등의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는 암울한 심정에 빠져 있었는데, 담당 의사로부터 우측 어깨에 관하여 더 이상 개선의 기미가 없어 치료를 종결하겠다는 말을 듣고 자신을 적절히 제어할 능력을 상실하여 비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으므로 망인의 자살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함에도, 이를 부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인정 사실
망인은 앞서 본 바와 같이 1996.12.9. ○○건설 주식회사의 철근공으로서 업무 수행 중 그 업무로 인하여 “우측 견갑관절 탈구, 관절낭파열 및 연조직 손상”의 재해를 입고, 그 때부터 1997.1.5.까지 보령시 소재 ○○외과병원에 입원하여 도수정복술 시행 후 고정가료의 처치를 받았다. 그러나 우측 견갑관절 탈구가 재발하여 다시 위 처치를 받았는데, 이러기를 수 차례 반복하다가 1998.1.26. ○○대병원에서 1차 수술을 받았으나 1999.3.22. 재발하여 다시 1999.5.27. ○○중앙병원에서 파열된 견관절 인대를 다시 봉합하고 보강하는 2차 수술을 받았다.
그 후 망인은 보령시 소재 ○○정형외과 의원에서 1999.6.2.부터 1999.7.2.까지 입원하고 1999.7.6.부터 2000.6.30.까지 통원하면서 소염진통제 및 투약 가료와 운동치료를 포함한 물리치료를 받아 왔다. 그러나 우측 견관절이 강직된 상태로서 운동제한이 여전히 남아 있고, 망인은 계속 통증을 호소하였다.
망인의 위와 같은 상태는 수년 동안 수십 차례 우측 견관절에 재발성 탈구가 발생하고, 두 차례 수술까지 받았기 때문에 그 동안 견관절을 원활하게 사용하지 못하여 관절을 움직이는 여러 근육이 쇠약해져서 그 회복이 불완전한 탓 때문으로 보인다.
망인은 우측 견갑관절 탈구시 극심한 통증을 느꼈고, 치료 후에도 습관적으로 탈구되므로 심지어 버스를 타고 있을 때 덜컹거리는 충격에 어깨가 빠지지 않을까, 혹은 지나가는 사람과 부딪혀 어깨가 빠지지 않을까하는 등의 불안 속에서 지내왔고, 오른손으로 물건을 들거나 타인과 악수하는 것조차도 할 수 없음에 심한 자괴감을 느꼈으며, 취직, 결혼에 대한 희망을 상실하였다. 망인은 자신이 아픈 것을 의사들이 몰라주고 부모도 몰라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며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는 취지로 말하곤 하였다.
한편, 망인은 우측 견관절에 대한 치료 기간 중 1997.10.29. 반복적 간질발작으로 ○○대병원에서 항경련제 처방을 받아 1999.3.9.까지 투약치료를 받았고, 위 병원 신경과 담당의사에게 지속적인 치료에 대한 부담감과 몸의 일부분이 차다거나 가슴이 뜨금거린다는 등의 신체증상을 호소하기도 하였다. 또한, 망인은 1999.3.9. 이후 ○○중앙병원에서 간질에 관한 투약치료를 받아왔는데 투약 중에도 자주 화를 내는 등 폭력적 성향을 보였다.
망인은 1999. ○○중앙병원에서 경련성 질환(측두엽 간질)과 아울러 망인이 자주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것(보호자의 진술)에 대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리고 위 병원의 진단에 따르면, 망인에 대한 뇌 영상 검사상 우측 해마 경화증 소견이 보였는데, 간질은 이것이 원인일 가능성이 많고 간질의 종류는 측두엽 간질로 추정되며, 위 간질발작은 망인이 10세경 앓아 혼수상태에까지 이르렀던 결핵성 뇌막염의 후유증 또는 어려서의 열성경련의 후유증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망인은 자살 당일 우측 어깨 관절의 경직과 운동제한 및 통증이 남아 있는데도 통원치료 중이던 성천정형외과의원에서 치료효과에 대한 기대가 없는 상태이니 치료를 종결하겠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
간질의 발작간 정신증상 중 대표적인 3가지 질병은 우울증, 정신병, 자살인데, 20~30%의 간질환자에서 이러한 정신증상을 동반하고, 특히 측두엽간질 환자의 경우 정신분열증 정신병과 편집증적 정신병을 주로 동반하면서 자살율 역시 다른 부위의 간질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한편, 스트레스가 간질의 원발성 원인이 될 수는 없지만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간질 환자에서 발작을 유인하고 그로 인한 정신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사실인정의 근거 : 갑 5호증의 2 내지 6, 갑 8, 9호증의 각 1, 2, 갑 10호증, 을 2호증, 을 3호증의 2의 각 기재, ○○중앙병원장, ○○정형외과의원원장에 대한 각 사실조회결과, ○○중앙병원, 한국산업안전공단산업안전보건연구원장에 대한 각 감정촉탁결과 및 변론의 전취지. 위 인정에 반하는 을 1호증의 기재 및 을 3호증의 2의 일부 기재는 믿지 아니함.]
판 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4조 제1호 소정의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사망의 원인이 된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지만,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적어도 업무상의 과로나 스트레스가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을 유발 또는 악화시켰던 그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그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ㆍ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입증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제반 사정을 고려할 때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도 그 입증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8.12.8. 선고 98두12642 판결 등 참조).
근로자가 업무상 질병으로 자살한 경우에도 자살자의 질병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신체적 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자살이 업무상 질병의 악화로 말미암은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거나, 과중한 업무의 수행으로 누적된 과로ㆍ스트레스로 말미암아 우울증이 심화되어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됨으로써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이루어져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되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3.12.14. 선고 93누9392 판결, 1999.6.8. 선고 99두3331 판결, 2001.4.13. 선고 2001두915 판결 참조).
위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망인은 업무상 재해인 “우측 견갑관절 탈구, 관절낭파열 및 연조직 손상”을 입고 자살 당일까지 3년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치료를 받아오면서 습관적으로 어깨탈구 때문에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야 했고 일상생활 중 탈구가 재발하지 않을까하는 불안 속에 지내왔으며, 2차례의 수술 후에도 오른 어깨 관절의 강직 및 운동제한과 통증이 계속되어 오른손잡이인데도 이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없음에 대한 좌절감으로 취직이나 결혼에 대한 희망까지 잃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품고 있는 상태였는데, 자살 당일 담당의사로부터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으니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극심한 좌절감, 무력감에 빠졌으리라고 넉넉히 인정된다. 한편, 망인은 위 치료기간 중 어릴 때 앓았던 결핵성 뇌막염의 후유증으로 측두엽성 간질로 추정되는 간질발작을 일으키곤 하였는데, 의학적 보고에 따르면, 위 간질 환자의 경우 정신분열증 정신병과 편집증적 정신병을 주로 동반하면서 자살율이 다른 부위의 간질보다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간질 자체의 원인이 될 수는 없지만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간질 환자에게 발작을 유인하고 그로 인한 정신병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업무상 재해에 대한 치료과정 중 재해로 인한 신체적 장애와 극심한 통증, 깊은 좌절감에다가 아울러 수 차례 측두엽성 간질 발작까지 동반하였는데, 자살 당일 담당의사로부터 최종적으로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더 이상 치료가 불필요하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이 때문에 정신병적 증상이 발현되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또는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추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를 부인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결 론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성백현(재판장), 정성태, 김정중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