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09. 5. 29. 선고 2009나34216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제기 이후의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피고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이하 '법'이라고 한다)에 의하여 건강보험과 관련한 제반 업무를 관장하는 법인이고, 원고는 1993. 1. 1. 피고 공단에 입사하여 아래와 같이 피고 공단으로부터 당연퇴직통보를 받은 2007. 3. 23.경까지 피고 공단 광주지역본부 순천지사 B 직원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는 C단체 광주전남본부 산하 전남동부지구협의회의 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는데, D 주식회사 순천공장의 10개 하청업체 근로자를 구성원으로 하여 설립된 E노동조합 F 비정규직지회에서 임금인상, 근로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면서 파업을 단행하자, 원고를 비롯한 위 전남동부지구협의회 소속 근로자들은 위 파업에 연대하여 참여하기로 결의하고 2005. 10. 25. 개최된 'G'에 참가하였으며, 원고는 위 집회의 사회를 보면서 참석자들로 하여금 D 공장에 진입하도록 선동하였다.

다.

원고는 위 집회와 관련하여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2006. 8. 18.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2006고합63)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원고의 항소(광주고등법원 2006노306) 및 상고(대법원 2006도9391)가 각 기각됨으로써 2007. 3. 15. 제1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제1심 판결문 중 원고의 범죄사실 부분은 별지 '범죄사실'의 기재와 같다.

라.

피고 공단은 2007. 3. 23. 피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83조에 따라 원고에 대한 위 유죄판결이 확정되었음을 이유로, 원고에 대하여 2007. 3. 16.자 당연퇴직처분(이하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피고 공단의 정관

제16조(직원의 임면) 이사장은 인사규정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직원을 임면한다.

제17조(직원의 신분보장) 공단의 직원은 인사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징계 또는 직권면직이 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해임되지 아니한다.

바.

피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8조(결격사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직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

4.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

제83조(당연퇴직) 직원이 제8조 제1호 내지 제4호 및 제6호 내지 제8호의 규정에 해당될 때에는 당연히 퇴직한다. 다만, 교통사고로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자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한다.

[인정 사실]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 제1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3,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의 주장에 대한 판단

가.

원고의 주장

(1)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성질상 해고에 해당한다.

(2)

피고 공단의 정관에는 직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신분을 상실하는 사유로 징계면직과 직권면직만이 규정되어 있음에도, 그 하위규정인 인사규정에서 정관의 위임도 없이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는 것은 정관에 위배되므로 당연퇴직에 관한 인사규정은 효력이 없다.

(3)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직원의 임용이나 인사에 관하여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해당하므로 보통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원고에게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고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최소한의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에는 위와 같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위법이 있다.

(4)

원고의 행위가 피고 공단의 업무와 관련이 없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피고 공단의 명예나 신용이 훼손되었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

(5)

따라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실체적·절차적 정당성이 없어 무효이므로, 피고 공단은 원고에게 2007. 3. 17.부터 원고의 복직시까지 원고가 당연퇴직처분을 당하지 않았더라면 통상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해고무효확인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1)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이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인지 여부

근로기준법 제30조에서 말하는 해고란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그 절차에 관계없이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따라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근로계약이 종료되는 모든 경우를 의미하므로, 사용자가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에서 일정한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는 달리 하였더라도 근로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사용자측에서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라면 이는 성질상 해고로서 근로기준법에 의한 제한을 받는다고 보아야 할 것인바(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참조), 피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83조, 제8조 제4호는 당연퇴직사유의 하나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이 경과되지 아니한 자'를 규정하고 있으나, 이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한 근로관계의 종료사유를 정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피고 공단이 위 인사규정에 근거하여 한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그것이 유효한 것으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30조 소정의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2)

피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83조가 무효인지 여부

원고는 당연퇴직을 규정하고 있는 피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83조가 피고 공단의 정관 제17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피고 공단은 건강보험의 보험자로서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법인이고, 그 업무의 공익성이 인정되는 점, 법 제22조 제1항에서는 피고 공단의 임원이 법 제21조 소정의 임원의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것이 확인되면 당해 임원은 당연퇴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을 제4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피고 공단의 정관에도 위와 같은 취지의 규정(정관 제12조, 제13조)이 있는 점, 피고 공단의 인사규정은 기본적으로 피고 공단의 정관 제16조에 근거하여 제정된 것이고, 따라서 인사규정 제83조(당연퇴직) 역시 정관의 위임에 의하여 규정된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인사규정 제83조에서 정하고 있는 당연퇴직사유는 모두 인사규정 제8조에서 정하고 있는 직원 임용결격사유에 포함되는 것들인 점, 근로자가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객관적, 획일적으로 결정될 뿐 사용자의 재량에 의하여 달라질 가능성이 없고, 그 해당 여부를 누구나 쉽게 예상, 확인할 수 있는 점, 피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83조에 근거한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상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인사규정 제83조가 유효하다고 보더라도 종국적으로는 위 인사규정에 기한 당연퇴직처분에 있어 해고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 여부에 따라 당해 당연퇴직처분의 효력을 판단하게 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 공단의 정관의 위임을 받은 인사규정에서 피고 공단이 근로관계를 일방적으로 종료시키는 방법으로 당연퇴직, 징계면직, 직권면직을 규정한 것은 유효하다고 할 것이고, 정관 제17조는 인사규정에서 당연퇴직에 관하여 규정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것은 아니라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 공단의 인사규정 제83조가 무효라는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절차상의 하자 여부

원고는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에는 원고에게 자신의 입장을 변명하고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 최소한의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절차상의 위법이 있다고 주장하므로 살피건대, 당연퇴직에 대하여 일반의 징계해고와는 달리 아무런 절차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한 경우에는 당연퇴직사유가 동일하게 징계사유로도 규정되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당연퇴직처분을 함에 있어서 다른 일반의 징계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할 수 없고, 이는 당연퇴직사유가 실질적으로 징계사유로 보이는 경우에도 달리 해석할 것은 아니라 할 것인바(대법원 1993. 5. 25. 선고 92누12452 판결 참조),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 공단의 정관이나 인사규정에는 당연퇴직의 절차에 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당연퇴직사유가 징계 사유로 규정되어 있지도 아니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당연퇴직의 절차에 관한 규정이 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원고는 또한, 당연퇴직통보는 피고 인사규정 제96조 제2항에 정해진 직원의 임용에 관한 사항 또는 인사에 관하여 중요하다고 인정되는 사항에 해당하므로 보통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나, 피고의 위 인사규정만으로는 당연퇴직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반드시 보통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4)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의 정당성 여부

살피건대, 을 제2호증의 1 내지 3, 을 제3, 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은 그 사유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유예의 기간이 완료된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경우로서 이는 피고 공단 인사규정 소정의 임용결격사유에도 해당하는 점, ② 원고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범죄의 내용은 원고가 위 1의 나.항 기재 집회의 사회를 보면서 참석자들로 하여금 D 공장에 진입하도록 선동하여 위 집회가 폭력시위로 발전함에 따라 105명이나 되는 경찰관들에게 상해를 가하고 경찰버스 3대를 불태우고 30대를 파손하였다는 것으로 그 죄질이 중한 점, ③ 피고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여 설립되어(법 제14조) 그 업무범위가 건강보험제도의 운영으로 법정되어 있고(법 제13조 제1항), 예산·결산에 관하여 보건복지가족부장관의 승인 또는 보고를 필요로 하며(법 제34조, 제37조), 그 소속 임원 및 직원은 형법상 뇌물수수죄 등의 적용에 있어서는 공무원으로 의제될 뿐 아니라(법 제26조), 그 소속 임원은 피고 공단 내부 인사규정의 유무를 떠나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때에는 당연퇴임되는 점(법 제22조 제1항, 제21조 제2호, 국가공무원법 제33조 제4호) 등 피고 공단의 공공적 성격과 그 소속 임직원의 법률상 지위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의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다.

임금청구 부분에 대한 판단

위와 같이 이 사건 당연퇴직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주장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임금청구 부분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문용선(재판장) 김진석 김지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