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 9. 28. 선고 2009누32927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판결요지

1.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처럼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

2.

이 사건 당시 및 그 이후의 원고의 언행에 비추어 원고가 참가인 병원에서 무단으로 반출한 향정신성의약품인 아티반과 도미컴을 2009.1.3. 주사기로 투여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병원의 간호사인 원고로서는 자신이 저지른 위와 같은 행위가 징계절차에 의할 때 충분히 해임이 가능한 비위행위이고, 원고가 위와 같은 사유로 징계를 받게 되는 경우 향후 재취업을 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수간호사 등 관련자들도 의약품 관리의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고, 병원 측에서도 행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어 상당한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마음으로 바라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진행되던 징계절차에서 해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황을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징계절차에 의한 해고보다는 사직서의 제출에 의한 의원면직이 최선의 조치라는 내심의 의사를 반영한 자발적인 것으로 보이므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할 것이다.

* 서울고등법원 제1행정부 판결

* 사 건 : 2009누32927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고, 피항소인 : 유**

* 피고, 항소인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제1심판결 : 서울행정법원 2009.10.01. 선고 2009구합19700 판결

* 변론종결 : 2010.08.24.

* 판결선고 : 2010.09.28.

주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3.

소송총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병원’이라 한다)은 남원시 ****동 ***번지에서 상시근로자 300여명을 고용하여 의료업을 경영하는 병원이고, 원고는 1987.경 위 병원에 입사하여 간호사로 근무해오다가 2009.1.7. 퇴직처리(이하 ‘이 사건 퇴직’이라 한다)된 사람이다.

나.

원고는 이 사건 퇴직처리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09.1.19.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2009부해11),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비록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나 압박을 가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직의 의사가 없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상급자가 다소 과장된 언행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회유 또는 권유를 하였다고 볼 정황이 상당하여, 이 사건 근로자가 내심으로 사직의 의사가 없이 2009.1.7.자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퇴직을 부당해고로 판단하여 원고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참가인 병원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2009부해207), 중앙노동위원회는 2009.4.30. ‘이 사건 근로자가 사직서 제출 당시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사직을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간호과장으로부터 징계가 논의 중이라는 말을 들은 상황에서 징계처분을 받는 것보다는 스스로 사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이를 사직의 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이유로 이 사건 퇴직처리를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여,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 갑 1호증, 갑 2호증의 1, 2, 갑 3호증, 갑 4호증, 갑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가.

원고가 2009.1.7. 참가인 병원의 간호과장 양**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고, 같은 날 참가인 병원에서 원고를 의원면직 인사발령한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와 참가인 병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로써 종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나.

원고는, 이 사건 사직의 의사표시는 간호과장 양**이 원고에게 한달간 병가를 주겠으니 쉬고 오라고 하면서 외부투서 무마용으로 자신이 보관만 하고 있을테니 사직서를 써달라고 하여 이에 원고가 한달 후 복직될 것으로 믿고 수간호사 박**이 써 온 사직서에 서명·날인해 준 것일 뿐, 진의에 의한 의사표시가 아니거나, 양**과 박**과의 통정 허위표시로서 무효이고, 또는 이들의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이를 취소하므로, 이 사건 퇴직처리는 해고에 해당하고, 해고의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이상 부당해고라고 주장한다.

다.

(1) 사용자가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한 후 이를 수리하는 이른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경우처럼 근로자의 사직서 제출이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하는 등으로 무효이어서 사용자의 그 수리행위를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해고라고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닌 한,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 할 것이다(대법원 2003.4.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등 참조).

(2)

갑 제1 내지 3호증, 을 제1 내지 19, 23 내지 25, 29, 30호증(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박**, 양**, 박**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이 인정되고, 이에 반하는 을 제10호증의 기재는 믿지 아니하며, 갑 제6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만으로는 이를 뒤집기에 부족하다.

가)

참가인 병원의 간호사 민**, 박** 등은 2009.1.3. 저녁 근무를 하던 중 집에 있던 원고로부터 ‘내게 오지마. 나 그만 살거야. 죽는게 편해’라는 휴대폰 문자메세지와 횡설수설하는 전화를 받았고, 이에 민**과 박**은 걱정이 되어 원고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원고의 어머니 여동생 등과 만나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원고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팔과 발목에 주사기 흔적이 있는 채로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발견되었고, 주변에는 술병, 피묻은 화장지, 주사기, 뚜껑이 열려진 향정신성의약품인 도미컴, 아티반 앰플 등이 흩어져 있었으며, 원고의 오른쪽 팔 안쪽, 발목, 왼쪽 팔 안쪽 등에 주사 맞은 자국이 있었다(이하 ‘이 사건’이라 한다).

나)

그날 저녁 민**과 박**으로부터 상황을 전해 들은 수간호사 박**이 원고의 집에 찾아오자, 원고는 박**에게 “죽었으면 좋았을 걸 미수로 그치니 쪽팔리네요”라고 말하였고, 다음날인 1.4. 집으로 찾아온 간호사 최**과 병원에 저녁근무를 하러 가서 만난 간호사 박**에게 모두 도미컴과 아티반을 주사맞았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다)

간호과장 양**은 간호사들로부터 이 사건을 전해 듣고 2009.1.5. 참가인 병원에 이를 보고하고, 수간호사 박**에게 원고로부터 이 사건에 관한 자필 경위서를 제출받을 것을 지시하였고, 같은 날 박**은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원고에게 찾아가 이 사건에 대한 경위서를 요구하면서, “경위서는 간호과장이 보관할 것이며, 원고가 1개월 정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 병가처리를 해주고 무사히 복귀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겠다”는 취지의 간호과장의 말을 전하자, 원고는 박**에게 자필로 경위서를 작성해주었다(이하 ‘1차 자필경위서’라 한다).

라)

간호과장 양**은 위 1차 자필경위서에는 의약품의 반출 경위 등만 서술되어 있을 뿐 의약품 투약여부에 관한 내용이 생략되어 있다는 이유로 박**에게 다시 제출 받을 것을 지시하였는데, 박**은 자신이 직접 1차 자필경위서의 내용 및 목격 간호사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환자에게 주사하고 남은 아티반과 도미컴을 본인에게 주사하게 되었고, 차후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는 내용의 2009.1.5.자 경위서(갑 제1호증, 을 제3호증과 동일, 이하 ‘2차 경위서’라 한다)를 작성하여 2009.1.6. 원고에게 제시하였고, 원고는 위 경위서를 모두 읽어본 후 서명을 하였다.

마)

그런데, 원고는 2009.1.6.까지도 정신과에서 진단받기를 거부하고, 대신 가정의학과에서 병가처리를 위한 진단서를 발급받고자 하였으나, 가정의학과에서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는 이유로 진단서 발급을 거부하였고, 이러한 사정 등을 전해들은 참가인 병원의 경영진은 2009.1.7. 간호과장 양**과 수간호사 박**을 불러 마약 단속에 관하여 질책하면서 원고에 대한 병가 허가가 불가하고 징계절차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하였다.

바)

원고는 2009.1.7. 13:30경 참가인 병원에 입원해 있는 원고의 어머니를 전북대병원으로 모시고 가기 위해 들렀다가 간호과장 양**, 수간호사 박**을 만났는데, 그 때 양**이 원고에게 “지금 원고에 대한 징계가 논의 중이다. 수간호사도 다칠 것 같다. 왜 그런 일을 해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안타깝다”는 취지로 말하자, 원고는 “그럼 제가 사직서를 쓸께요. 제 잘못으로 수간호사님이 다치면 안 되잖아요. 제가 사직서를 쓰면 수간호사님이 무사하실 것 아니에요”라고 이야기 하면서, 박**에게 사직서를 가져다 줄 것을 요구하였다.

사)

이에 수간호사 박**이 ① 일신상의 사정, ② 배우자의 직장원거리 사유로 된 2종류의 사직서 양식을 출력하여 가져다주자, 원고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②번 사유서를 골라 “오늘 날짜로 쓰면 되죠”라고 말하면서 2009.1.7.의 날짜를 쓰고 서명을 하여 간호과장 양**에게 제출하였다.

아)

원고가 위와 같이 사직서와 경위서에 서명, 날인을 하여 제출한 후 약 1시간 반 정도 경과되었을 무렵, 참가인 병원 내부 게시판에 원고의 퇴직인사 발령문이 게시 되었다.

자)

원고는 같은 날 14:10경 동료 간호사 하**에게 전화하여 병원 그만두었다고 하면서 그 동안 고마웠다는 취지로 이야기 하였고, 그날 퇴근 시간 이후에는 노동조합지부장이었던 한**에게 전화하여 며칠 전 주사 맞은 것 때문에 여러 사람이 어려움을 당할 것 같고 수간호사도 징계에 회부된다하여 정리하는 차원에서 사표를 깨끗이 제출했는데, 되돌리고 싶다는 취지로 상의하기도 하였다.

차)

원고는 같은 날 저녁 무렵부터 수간호사 박**을 만나 사직서를 돌려받겠다는 취지의 의사를 표명하였고, 1.8. 박**과의 대화내용을 녹취하였는데, 그 당시 박**은 자신이 원고를 설득하여 경위서를 받은 점을 미안해 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고, 다시 원고는 1.12. 양**, 박**과의 대화내용을 녹취하였는데, 그 때 양**은 자신이 병가를 주기로 한 적이 있지만 상황이 바뀌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3)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당시 및 그 이후의 원고의 언행에 비추어 원고가 참가인 병원에서 무단으로 반출한 향정신성의약품인 아티반과 도미컴을 2009.1.3. 주사기로 투여한 사실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나아가 병원의 간호사인 원고로서는 자신이 저지른 위와 같은 행위가 징계절차에 의할 때 충분히 해임이 가능한 비위행위이고, 원고가 위와 같은 사유로 징계를 받게 되는 경우 향후 재취업을 하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며, 수간호사 등 관련자들도 의약품 관리의 책임을 함께 질 수 있고, 병원 측에서도 행정적 책임을 면할 수 없어 상당한 문제가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자신이 진정으로 마음으로 바라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당시 진행되던 징계절차에서 해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황을 확대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징계절차에 의한 해고보다는 사직서의 제출에 의한 의원면직이 최선의 조치라는 내심의 의사를 반영한 자발적인 것으로 보이므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할 것이다.

한편, 박**이나 양**이 녹취당시 한 진술대로, 양**이 원고에게 병가를 준 후 병원으로 복귀시키기로 하는 방침을 세우고 박**이 이러한 점 등을 전하면서 원고를 설득하여 경위서들을 받은 사정은 있지만, 이는 사직서를 제출받을 당시가 아니라 그 이전에 경위서들을 받는 과정에서 원고를 설득하여 병가로써 상황을 마무리해보려고 한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사직서를 제출받을 당시에는 병가가 불가능하고 징계를 하겠다는 취지의 병원 경영진의 의사를 전달한 것이 분명해 보이므로, 위 사정을 가지고 양**이나 박**이 원고를 회유하거나 거짓 약속을 하여 사직서를 받은 것으로 볼 수는 없고, 달리 이 사건 사직서가 기망에 의한 의사표시 또는 통정에 의한 허위의 의사표시에 의하여 작성·제출되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다.

그렇다면, 원고와 참가인 병원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합의해지에 의하여 적법하게 종료되었을 뿐 해고라고 할 수 없으므로, 같은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 론

이 사건 재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달리한 제1심 판결은 부당하므로 이를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김용덕

판사 문혜정

판사 유영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