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판결

서울고등법원 2010. 9. 9. 선고 2010누1356 판결

주문

1.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1)

참가인은 2006. 8. 31. 원고를 참가인의 대전지점에서 서울 본사 재경부로 전보(이하 ‘종전 전보’라고 한다)하였는바, 종전 전보는 정식발령이 아닌 명예퇴직을 강요하기 위한 일련의 수단에 불과하였고, 서울 본사 재경부에서는 정상적인 업무가 부여되지 않았으므로, 종전 전보는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무효이고, 이러한 종전 전보에 기초하여 행해진 이 사건 전보 역시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2)

이 사건 전보는 원고의 사직을 강요하기 위한 것일 뿐 업무상의 필요성이 전혀 없고, 또한, 원고의 거주지가 대전이어서 최소한 왕복 4시간의 통근시간이 소요되고, 원고의 가정생활 및 신앙활동으로 인하여 오산으로 이사가 불가능하며,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 자가운전을 할 수 밖에 없는 등 생활상의 불이익이 현저하며, 게다가 전보와 관련하여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도 거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전보는 무효라고 할 것이어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에 의하면, 원고의 근무장소가 명시적으로 특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근로자 본인인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않는 한 전보명령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은 근로계약에 반하여 원고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이 사건 전보를 하였으므로, 이는 인사권의 남용에 해당되어 무효라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1998. 1.부터 참가인의 대전지점에서 병․의원에 의약품을 납품하는 의약품 도매상을 상대로 한 도매영업(도매상 관리 및 판촉) 업무를 수행하여 왔는데, 참가인은 2000년의 의약분업 시행을 계기로 의약품의 유통구조를 개편하기로 하고 다른 외국제약사들과 함께 의약품 물류조합인 G 주식회사(이하 ‘G’라고 한다)를 설립한 다음, 2003. 9. 30.부터 원고가 담당하던 도매영업 업무를 외주화(아웃소싱)하기 시작하였다.

2)

참가인은 위와 같은 도매관리업무의 외주화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됨에 따라 2003. 9.경부터 명예퇴직을 시행하였고, 이에 따라 총 9명의 도매영업 담당직원 중 원고와 H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이 퇴사하였다.

3)

참가인은 도매영업 업무의 완전전산화가 완료되어 H 외의 추가인력이 필요 없게 된 2006. 6.경 원고에게 다시 한번 명예퇴직의 기회를 제공하였는데, 원고는 2003년도에 시행한 명예퇴직 조건보다 낮은 조건이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였다. 그 후 참가인은 2006. 7. 7. 원고에게 ‘귀하의 업무가 2003. 9. 30.자로 아웃소싱되어 적절한 직무를 찾을 때까지 2008. 7. 10.부터 4주간의 유급행정휴가를 시행한다’고 통보하였다.

4)

원고는 2006. 8. 초순경 휴가기간이 만료되어 대전지점에서 업무 없이 대기하던 중 2006. 8. 31. 서울 본사 재경부로 종전 전보를 받아 그 때부터 그 곳에서 문서수발 및 업무보조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당시 원고는 대전 주소지에서 서울 본사까지 고속전철(KTX)을 이용하여 왕복 4시간이 소요되는 출․퇴근을 하였다.

5)

원고가 서울 본사 재경부에 근무할 당시 서울 본사는 외국계 회사라는 특성상 회사 내의 모든 문서가 영어로 표기되고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컴퓨터를 이용하여 전산으로 수행하고 있었는데, 원고는 1957년생으로서 정년 55세를 불과 몇 년 앞둔 상태인데다가 영어 및 전산수행 능력이 떨어져 새로 부여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극히 제한되었다. 이에 참가인은 원고의 위와 같은 직무수행능력 등을 감안하여 이 사건 전보 전까지 원고를 인사부에 배치하여 총무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방안, 협력업체인 I 대전지점에 파견근무시키는 방안 등을 추진하였으나, 원고의 반대와 비협조 등으로 모두 무산되었다.

6)

참가인은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물류센터의 업무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E 물류센터의 인력 증원이 필요하게 되자, 2008. 9. 30. 원고에게 E물류센터에서 근무할 것을 제안하였으나, 원고는 출퇴근 시간이 대중교통으로 왕복 8시간 이상 소요된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하였다. 참가인은 2008. 10. 10. 원고와의 면담을 통하여 전보경위를 사전에 설명한 다음, 이 사건 전보에 앞서 물류업무에 적응할 수 있도록 2008. 10. 10.부터 2008. 10. 24.까지 사이에 4회에 걸쳐 원고에게 물류센터 관련 업무교육을 실시하였고, 원고는 위 업무교육을 모두 이수하였다.

7)

이 사건 전보 이후 원고는 E물류센터에서 제품 입고시 판매제품 및 샘플의 실물 및 불량 확인, 반품시 반품 실물의 확인 및 확인된 반품정보의 정리, 판매제품 및 샘플의 반품 현황 보고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8)

원고는 서울 본사 재경부 내지 E물류센터에서 근무한 2008. 1. 1.부터 2008. 12. 31.까지 1년 동안 91,147,677원(월 약 759만 원)의 급여를 수령하였다.

9)

한편, 원고가 소속되어 있던 도매부는 종전 전보 이후부터 그 소속 직원 4명이 모두 서울 본사에 근무하면서 회사 전산시스템을 통한 G 및 그 외 거래업체들에 대한 관리, 수요분석 및 예측 업무, 조사 업무 및 반품율 등에 대한 데이터 분석 업무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25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첫 번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구 근로기준법(2007. 1. 26. 법률 제829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3조는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기타 징벌을 한 때에는 당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그 구제를 신청할 수 있고, 그 구제신청과 심사절차 등에 관하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 내지 제86조의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2조 제2항은 구제의 신청은 해고 등 기타 징벌이 있은 날부터 3월 이내에 이를 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는 해고 등의 불이익처분이 있은 날부터 3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여야 하고, 위와 같은 구제신청기간은 제척기간이므로 그 기간을 경과하면 그로써 행정적 권리구제를 신청할 권리가 소멸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부당해고 등 구제신청에 대한 재심판정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 자체이고, 법원은 그 재심판정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적법한지 여부를 심리․판단하게 되는 것이므로, 근로자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시까지 주장한 바가 없는 새로운 불이익처분을 위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를 심판대상으로 하는 소송에서 추가로 주장하는 경우에는 위 새로운 불이익처분은 위 소송에서의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8. 6. 26. 선고 2007두22344 판결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종전 전보는 2006. 8. 31.에 이루어졌고, 원고는 종전 전보가 있은 날부터 3월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종전 전보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지 않은 채 참가인의 서울 본사 재경부에 근무하였으므로, 원고는 위 구제신청기간이 경과함으로써 종전 전보에 대한 행정적 권리구제를 신청할 권리가 소멸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종전 전보의 부당함을 이유로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성을 다툴 수 없다고 할 것이고, 게다가, 원고는 이 사건 재심판정시까지 종전 전보가 부당한 전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가 없으므로,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를 심판대상으로 하는 이 사건 소송에서 종전 전보는 심판대상이 되지 않으므로(설령, 원고가 참가인이 원고를 참가인의 대전지점에서 E물류센터로 전보한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취지라고 하더라도, 원고가 이 사건 재심판정시까지 위와 같은 전보가 부당한 전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바가 없는 이상 마찬가지로 이 사건 소송에서 위와 같은 전보는 심판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2)

두 번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고,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 측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 등의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등 참조).

나)

먼저, 이 사건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하여 보건대,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서울 본사 재경부에서 원고에게 팩스확인, 인감날인 등 단순 업무보조를 시키는 것은 원고의 경력과 급여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참가인의 인력관리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인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참가인의 매출액이 증가함에 따라 이에 따른 물류센터의 업무도 증가하여 물류센터의 인원을 보충하는 방향으로의 인력 재배치가 요구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서울 본사의 경우 회사 내의 모든 문서가 영어로 표기되고 거의 대부분의 업무를 컴퓨터를 이용하여 전산으로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정년이 가까운 데다가 영어 및 전산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원고에게 새로 부여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가 극히 제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원고가 종전에 근무하던 도매부도 그 업무가 개편되어 회사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업무수행이 주된 업무이어서 원고를 재배치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전보에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다.

다)

나아가, 이 사건 전보가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보건대, 앞서 든 각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위 인정사실에서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의 주거지인 대전에서 E물류센터까지 승용차로 출퇴근하는 데 약 4시간 정도가 소요되었던바, 이는 대전에서 서울 본사까지 고속전철(KTX)을 이용하여 출퇴근하는 데 소요되었던 시간과 거의 비슷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참가인은 전보발령으로 인하여 직원이 거주지를 변경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이주비용을 지원하고 있고, 원고 또한 이러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점, ③ 2009년도 임금인상 및 변동급여지급은 2008년도 인사고과 결과 및 회사 성과평가 결과 등으로 결정되었고, 이 사건 전보와는 무관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④ 참가인의 인사담당상무는 원고와 2008. 10. 10. 면담을 하면서 E물류센터로 발령하게 된 경위를 설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보로 인하여 발생되는 어려움을 해결하여 주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원고에게 수차례 보냈고, 참가인은 원고에게 4회에 걸쳐 물류센터 업무에 관한 교육을 사전에 실시하였던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은 이 사건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과 원고가 그로 인하여 입게되는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보더라도 원고가 입게되는 원고 주장과 같은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고, 게다가 이 사건 전보와 관련하여 참가인은 원고에 대하여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준수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전보가 인사권의 재량 범위를 넘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라)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3)

세 번째 주장에 대한 판단

가)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는 원칙적으로 사용자(인사권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사용자에게 인정하여야 할 것이나, 그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또 근로계약상 근로의 장소가 특정되어 있는 경우에 이를 변경하는 전직이나 전보명령을 하려면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2. 1. 21. 선고 91누5204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갑 제32호증의 1의 기재에 의하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2007. 1. 1.자로 작성된 고용계약서(갑 제32호증의 1, 이하 ‘이 사건 고용계약서’라고 한다) 제3항에 근무장소에 관하여 ‘원고의 새로운 직책이 정해질 때까지 원고의 근무장소는 대전사무소로 하고, 회사의 필요에 의해 본사 및 지방 사무소로의 한시적인 근무를 명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는 사실이 인정되기는 하나, 한편, 을 제22, 26, 27호증(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고용계약서에는 참가인의 인사부 사용인감(을 제26호증의 1)도 아닌 원고가 소속되어 있던 참가인의 재경부 사용인감(을 제26호증의 2)이 날인되어 있는 반면, 참가인과 원고 사이에 이 사건 고용계약서의 작성일과 같은 날인 2007. 1. 1. 작성된 고용계약서(을 제22호증, 이하 ‘동일자 고용계약서’라고 한다) 및 참가인과 원고 외의 다른 직원들과 사이에 2007. 1. 3.자 및 2007. 4. 23.자로 작성된 각 근로계약서(을 제27호증의 1, 2, 이하 ‘직원들 근로계약서’라고 한다)에는 모두 대표이사의 서명이 기재되어 있어 서로 불일치하고 있는 점, ② 이 사건 고용계약서에는 본문에 근무장소뿐만 아니라 초과근무수당 및 식대도 기재되어 있는 반면, 동일자 고용계약서에는 본문에 근무장소, 초과수당 및 식대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직원들 근로계약서에도 본문에 근무장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초과근무수당 및 식대도 본문이 아닌 부록에 기재되어 있어 서로 양식면에서도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점, ③ 이 사건 고용계약서 제6항에서는 인센티브와 관련하여 2007년도 계약임에도 ‘2006년 회계연도’라고 기재되어 있는 반면, 동일자 고용계약서 및 직원들 근로계약서 제5항 내지 제6항에서는 정확하게 ‘2007년 회계연도’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④ 참가인이 도매영업 업무의 전산화가 완료되어 도매부의 업무가 회사 전산시스템을 이용한 업무로 재편됨에 따라 원고에 대하여 종전 전보를 하였음에도 위와 같이 근무장소를 대전사무소로 특정하는 내용의 이 사건 고용계약서를 작성하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고용계약서는 참가인과 원고 사이에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보이지 않으므로, 이 사건 고용계약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임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소결론

따라서, 이 사건 전보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라고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대경(재판장) 정재오 김재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