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원고가 한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총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B생으로서 사업장가입자의 자격으로 2004. 7.부터 2006. 10.까지 국민연금에 가입하여 합계 3,682,800원의 보험료를 납부하였다.
원고는 2006. 8.경 반환일시금 청구 및 임의계속가입에 대한 피고의 안내문을 수령한 다음 2006. 9. 14. 피고 광주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피고 소속 직원으로부터 '원고가 2006. 10. 14.자로 60세가 되므로, 반환일시금을 수령하거나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라'는 취지의 안내를 받았다.
그 후 원고는 임의계속가입 신청을 하지 않은 채 있다가 2012. 9. 10. 피고에게 반환일시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피고는 같은 날 원고에게 '반환일시금 수급권 발생일인 2006. 10. 14.로부터 5년이 경과하여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그 지급을 거부하는 통지를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피고가 2006. 8. 무렵 원고와 같은 반환일시금 사전청구 안내 대상자들에게 발송한 '반환일시금 청구 및 임의계속가입 안내' 서식에는 반환일시금 예상금액 및 청구절차와 함께 반환일시금 청구 가능기간(60세 도달일로부터 5년 이내)이 명기되어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청구취지
피고가 2012. 9. 10. 원고에게 한 반환일시금 지급거부처분을 취소한다.
항소취지
주문과 같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
원고의 반환일시금 수급권의 소멸시효가 완성하였다고 하더라도, 소멸시효에 대하여 원고가 충분히 알 수 있도록 통지하지 않은 피고 입장에서 소멸시효완성을 원용하여 반환일시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금지의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또는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 그러나 채무자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할 것이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인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1다95847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피고의 소멸시효 완성 항변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경우'는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큰 상태에서 채무자가 동일하게 시효가 완성된 다른 채권자에게는 임의로 변제를 하면서 당해 채권자에 대해서만 소멸시효 완성을 들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특별한 사정이 있어 시효 완성을 인정하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한 결과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등의 경우를 의미한다(대법원 2013. 5. 16. 선고 2012다202819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따라 이 사건 처분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사실관계와 증거, 관련 규정과 법리 등에 비추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반환일시금 수급권에 대하여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이에 따른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국민연금제도는 국민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에 기여할 목적으로 국민의 노령·폐질 또는 사망과 같은 사태에 대한 부담을 국가적인 보험기술을 통하여 대량으로 분산시키고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구제를 도모하는 사회보험제도의 일종이며, 가입여부·보험관계의 내용 등을 계약자유의 원칙에 의하여 정할 수 있는 사보험과는 달리 보험가입이 강제되고, 보험료를 강제징수할 수 있으며, 보험관계의 내용이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지고, 사용자 또는 국가가 보험비용의 일부를 부담하는 등 보험원리에 부양원리가 결합된 공적보험제도로 이해되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연금의 급여는 주요 수급요건으로 위험의 발생과 최소가입기간 충족을 전제로 하는데,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가입자의 노령, 장애, 사망 등의 사유가 발생할 때 각각 노령연금, 장애연금, 유족연금 등연금형태의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반환일시금은 가입자가 연금수급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중도에 탈퇴하거나 재가입이 불가능한 경우 즉, 60세 도달, 사망, 국적상실 또는 국외이주시 연금보험료와 가입기간 동안의 이자를 합쳐 반환하는 제도로, 가입자가 가입기간을 충족하지 못하여 연금수급자격이 발생하지 못할 때에는 그동안 납부한 연금보험료총액에 일정한 이자를 가산하여 가입자나 가입자이었던 자 또는 그 가족에게 돌려주게 된다[구 국민연금법(2007. 7. 23. 법률 제8541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67조].
소멸시효는 원래 사법상의 제도로 발달되어 왔으나 오늘날 공법에도 타당한 일반적인 법리로 파악되고, 공법상의 소멸시효에 관하여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민법의 규정이 유추 적용되며, 이렇듯 공법상 금전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을 정하는 이유는 공법관계에서도 법률관계를 오래도록 미확정된 채로 방치하여 두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데 있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금전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일반적으로 5년, 그보다 단기의 규정이 있으면 그에 의하도록 하고 있고(국가재정법 제96조 및 지방재정법 제82조), 개별법의 소멸시효 규정은 5년 또는 그 이하의 단기의 기간으로 정하고 있으며, 또한, 사회보장에 관한 개별법에서도 5년(구 국민연금법 제95조 제1항, 현행 국민연금법 제115조 제1항) 또는 3년(국민건강보험법 제91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112조, 고용보험법 제107조)의 급여청구권의 행사기간 내지 소멸시효 기간을 정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소멸시효는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민법을 비롯한 거의 모든 법영역에 규정된 제도로서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회보장에 관한 개별법에서 급여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 기간을 정하고 있다. 앞서 본대로 국민연금제도는 사보험과는 달리 보험원리에 부양원리가 결합된 공적보험제도라는 성격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그 법률관계 역시 공법상의 금전채권 영역에 속하는 이상 마찬가지로 소멸시효 기간이 적용될 수밖에 없으므로, 그 당사자가 국민의 노후 생활 안정을 위하여 연금급여를 관리하는 공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멸시효 완성 항변에 대한 신의성실의 원칙 적용 여부나 범위 등을 다른 영역과 달리 엄격하게 해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령을 보더라도 피고가 반환일시금 등의 수급권자에게 그 소멸시효에 관한 사항을 통지하여야 할 법적 근거가 있다고 볼 수는 없다. 국민연금법 시행규칙 제17조 제2항에서 "공단은 가입자에게 매년 그 가입 개월 수 및 연금보험료의 납부 총액 등 가입 내용과 장래 연금급여를 지급하여야 할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의 예상 연금액 등의 사항을 문서로 통지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는 있으나, 그 규정 내용을 보더라도 이를 근거로 피고에게 반환일시금 수급권의 소멸시효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안내하거나 설명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원고는 피고가 반환일시금 수급권과 관련하여 행정절차법에 따른 송달, 사전통지 또는 행정지도를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주장하나, 관련 법률 규정에 의한 급여청구권의 발생 및 소멸에 관하여 통지하는 것 자체를 행정절차법이 적용되는 처분 또는 행정지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앞서 든 증거에 을 제5 내지 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보면, 원고는 2006. 8.경 피고로부터 반환일시금 관련 안내문을 받은 뒤 피고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반환일시금 수급권이 발생하였음을 다시 한 번 안내받았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인 2009. 10.경과 2011. 4.경에 피고로부터 반환일시금 청구 및 소멸시효에 대한 안내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 그리고 이와 같이 피고가 연금급여 수급권 발생 및 청구안내를 하는 등 연금청구 홍보를 한 것은 그 경위와 내용 등을 고려할 때 단지 수급권자의 편의를 고려한 청구안내에 불과하므로 이를 두고 피고가 소멸시효가 완성한 경우에까지 급여를 지급하여 주겠다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도 없다.
설령 원고가 반환일시금 수급권에 대하여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법률상 장애사유에 해당하지 않고, 달리 원고에게 반환일시금을 청구하지 못할 객관적 장애사유가 존재하였던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원고 주장 자체에 따르더라도 원고는 반환일시금에 대한 이자를 더 지급받기 위하여 바로 청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사보험과 구별되는 국민연금제도의 취지와 내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와 같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장기간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한 경우 채권자보호의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또한 원고와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들에게는 임의로 반환일시금을 지급하면서 원고에게만 소멸시효 완성을 들어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아니하므로, 피고가 소멸시효 완성을 이유로 반환일시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달리 본 원고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원고 청구는 이유 없어 받아들일 수 없다.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가 한 청구를 기각한다.
판사 최규홍(재판장) 김태호 김경환
사건정보
서울고등법원
판결
사건
2013누54085
판결선고
2014. 10. 22.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